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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죄다 홍상수더니 또 지금은 죄다 박찬욱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리저리 쏠려다니는, 감독 지망생들의 ‘색깔’을 가리킨 우려스런 촌평인데, 틀린 건 아니지만 꼭 맞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장준환, 최동훈, 임필성 등은 그냥 자기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만 홍상수나 장준환처럼 사방을 놀라게 하는 또 다른 데뷔전이 손꼽아 기다려질 뿐이다.
데뷔전을 준비하는 수많은 감독들 가운데 무모하게 단 세곳을 골라 현장을 찾은 것도 이런 희망에서 나온 욕심 때문이다. 촬영이 끝나지도 않은 영화를, 그것도 신인의 작품을 놓고 기대작 운운하는 것은 더더욱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렇지만 도박이나 허풍은 아니다. 한국영화의 경계는 도박이나 허풍으로 넓어져온 게 아니므로. 한번 더 무모하게 이들 세 작품의 공통점을 꼽아본다. 이들은 상상력을 최대한 버리고 있다. 하늘로 치솟는 상상력 대신 땅에 바짝 엎드려 틈을 찾는 인간 군상의 투박함에 몰두하고 있다. 그게 장르로 표현되든, 썰렁
신인감독 3인의 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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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는 매달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컨텐츠로서 그 달의 레퍼런스(화질, 음향, 부록 등에서 모범이 될만한) 타이틀을 엄선해, 주요 장면의 AV적인 우수성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을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DVDTopic)
제임스 딘 콜렉션 박스 세트
The Complete James Dean Collection Box Set
고전 영화 팬들이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제임스 딘 콜렉션>이 드디어 출시됐다. 본 박스 세트에는 제임스 딘의 대표작 3편(<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이 각각 2디스크의 호화 사양으로 담겨 있다. 특히 <에덴의 동쪽>은 다른 두 편과는 달리 판권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출시되지 못했던 타이틀이어서 고전 팬의 입장에서는 이번 출시가 눈물나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보답이라도 하듯, 세 작품의 부록 디스크에는 엄청난 양의 부가 영상이 빼곡히 들어있으며,
김정대의 레퍼런스 DVD - 2005년 6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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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아이도 아닌, 소녀는 그 비정형의 존재감 때문에 남성들에게 성적 판타지의 주요 테마가 되어왔다. <소녀>의 여중생 요코와 중년의 경찰관 도모카와의 사랑은 그래서 도발적이지만 익숙하고, 용인될 수 없지만 이해될 수 있다. 어린 시절 목을 매고 자살한 아빠, 아빠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자를 끌어들였던 엄마, 엄마와 외간 남자의 정사를 목격한 뒤 인간과 동물을 불문하고 섹스하는 광경만 보면 발작을 일으키는 오빠.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소녀 요코를 불안정한 자기혐오적 존재가 되게 한다. 그녀는 도모카와를 만나 이 모든 것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안식처를 꿈꾼다.
소녀 요코가 섹스에 탐닉할 때, 거기에서는 사랑보다는 죽음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장의사인 할아버지를 따라 시신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화장(化粧)하던 요코는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이 있었다. 그녀에게 화장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부정하기 위한 것 혹은 거짓된 삶이었다. 그런 그녀에게서
사랑을 통해 자기혐오의 굴레를 벗어나다,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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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낡은 경찰서에 모인 루저들. 12월31일, 때마침 몰아친 눈보라. 마약과 좌절감에 찌든 경찰들이 술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을 찰나, 눈길을 피해 허술한 죄수 호송차가 도착한다. 경찰을 살해한 거물급 마약상과 세명의 애송이 범죄자들은 폭설로 고립된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 묵게 된다. 그런데 새해가 밝기도 전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무리가 경찰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총부리가 경찰서 안 모두에게로 향해 있음을 직감한 루저들은 살아남기 위해 경찰과 범죄자라는 신분의 차이를 잠시 잊기로 한다.
입구는 있으나 출구는 없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언제나 기본 이상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더구나 외부의 적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모호한 상황에서는 내부의 두려움과 혼란의 밀도가 상승하게 마련이다. <어썰트 13>은 버려진 경찰서 안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려질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갈등의 두축은 경찰과 범죄자의 정체성이 아니
생존을 위한 위험한 협상, <어썰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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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베일(리 에반스)은 재스퍼 일가족을 몰살시킨 혐의로 법정에 섰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그는 자신을 기소했던 에머릭 형사(숀 맥긴리)나 범죄심리학자 시거(이안 맥니스)가 언제라도 또 다른 죄목을 자기에게 뒤집어씌울 것에 대비하여 그뒤 10년 동안 매 순간 집에 설치된 90대의 카메라로 자신을 찍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에머릭 형사는 1998년 10월15일 저녁 무렵의 알리바이를 대라고 을러댄다. 그날 죽었다는 메리 쇼우의 살인범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그날 그 시간대의 테이프를 찾는 순간, 베일은 문제의 테이프가 온데간데없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21세기의 카프카가 지하생활자를 주인공으로 부조리한 스릴러를 쓴다면 이런 스토리가 나오지 않을까. 혹은 <메멘토>의 주인공이 <패닉 룸>의 그 패닉 룸에 들어간다면 이런 이야기로 바뀌지 않았을까. 존 심슨의 데뷔작 <프리즈 프레임>은 이 모든 익숙한 전제들을 극히 제한된 등장인물과 시공간으로 압
‘기계복제시대’의 편집증의 시각적 단면, <프리즈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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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은 오래된 미래였다. 1898년 작가 H. G. 웰스가 화성인의 침공을 걱정한 이후, 1938년 오슨 웰스의 라디오 드라마를 비롯해 몇 차례 웰스의 후예들이 화성인의 침공을 재현하며 일찌감치 미래를 발명한 선배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했다.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은 앞으로 이 작품이 더이상 영화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감을 준다. 도로를 뚫고 올라와서 건물을 날려 버리며 출현하는 외계인의 등장은 매우 극적이다. 지진이나 해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도시 기능 전체를 마비시키는 도입부는 박진감과 공포를 동시에 준다. 절정부까지 휘몰아치는 공포의 리듬은 주인공 레이 페리어(톰 크루즈) 가족의 필사의 탈출기와 맞물리며 객석을 죄어온다.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외계인 침공이 주는 공포는 이 영화의 중요한 주제다. 공포는 우선 그 외계인이 공격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인지, 또는 유기체인지부터 불분명하다는 데
외부의 침입에 대한 공포의 재현, <우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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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450만명의 난민, 그 가운데 파키스탄 페사와르에 사는 100만명의 난민들, 그중 단 두 사람의 이야기다.” 여기 아닌 다른 곳은 어디든 괜찮을 거라 믿었다. 사촌형의 런던 밀입국 여정에 동행한 아프간 소년 자말은 먼 옛날 아시아의 거부들이 무역로로 삼았던 그 길 ‘실크로드’를 되짚어 올라가지만, 어쩐지 행복이나 풍요의 꿈과는 점점 멀어지는 듯 느낀다. 파키스탄의 난민촌에서 이란과 터키를 거쳐,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찍고, 고대하던 런던으로 잠입해 들어가지만, 어디도 그의 종착역이 될 수는 없다.
<인 디스 월드>는 실제 아프간 소년들을 등장시켜, 다큐멘터리의 질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난민촌에서 나고 자란 소년 자말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런던으로 떠나가는 사촌형 에나야트의 영어 통역과 가이드를 자청하고 따라나서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 브로커에게 거금을 주고 길을 떠나왔지만, 그 거래가 안전한 여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검문을 피해 후세인을 닮
슬프고 차가운 로드무비, <인 디스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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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이하 롯데)가 한국영화 투자·배급 시장에 ‘전력투구’하기 시작했다. 극장업계에서는 명실상부한 메이저였지만 투자·배급 분야에서는 소극적인 움직임과 펀드 조성에만 집중했던 롯데가 공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촬영 중인 작품만 4편. <강력3반> <미스터 소크라테스> <나의 결혼원정기> <새드무비>가 해당작들이며 롯데가 예전과는 달리 신생제작사 중심의 투자방향에서 벗어난 점도 주목할 요소다. 한편 롯데는 최근 영화세상과 퍼스트룩 개념으로 4편의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재용) 감독의 신작 <다세포 소녀>. 세상에 없는 연인과의 사랑을 다룬 순애물이며, 시나리오만으로 일본에서 미니멈 개런티 200만달러를 받은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 그리고 이에 기존 감독이 연출하는 두편의 영화가 추가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이 준
투자·배급 시장아, 롯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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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색깔있는 영화제들이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예정이다. 먼저 영화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눈에 띈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국내 최초의 음악영화제”를 표방하며 8월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을 불러모을 계획이다. “영화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출발하여 음악에 관한 영화, 음악이 좋은 영화”를 기준으로 40여편을 상영한다. 그중 겐 마사유키의 음악다큐멘터리 <샤우트 오브 아시아>는 한국의 가수 강산에가 아시아 각 나라 가수들을 찾아가 함께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또한 펑크록의 연원을 정리한 돈 레츠의 <펑크: 애티튜드>, 연작 옴니버스 음악영화 <더 블루스> 중 한편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피아노 블루스>, 그 밖에도 프랑수아 트뤼포 20주기에 맞춰 만들어진 안느 앙드뢰의 <프랑소와 트뤼포 자서전> 등이 상영된다. 음악영화제답게 윈디 시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속초호러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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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우주전쟁>이 미국 극장가를 휩쓸었다. 6월29일 개봉한 후 7월4일 독립기념일 휴일까지 6일간 벌어들인 수입은 1억1328만달러라고 배급사 파라마운트가 밝혔다. 7월1일부터 4일까지 주말 4일간 수입은 776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독립기념일 연휴 흥행 기록 중 2위에 해당된다. 1위는 바로 작년 같은 때에 개봉한 <스파이더맨2>(1억1600만달러)다. <스파이더맨2>의 6일간 수입 역시 1억8000만달러로, <우주전쟁>보다 훨씬 앞선다. 결국 <우주전쟁>마저도 미국 박스오피스를 침체의 늪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20년만의 슬럼프가 19주째 이어지고 있다.
7월3일에 43번째 생일은 맞은 톰 크루즈는 그 어느 때보다 감회가 새로웠을 듯하다. 근작 <라스트 사무라이>와 <콜래트럴>의 총수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우주전쟁>이 거둬들였기 때문. 최근 케
<우주전쟁>, 미국 박스오피스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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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비에 페스티벌 10주년 공연 실황을 수록한 DVD <Piano Extravaganza>가 소니 뮤직 코리아를 통해 국내에 발매된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스위스의 산간 지방 베르비에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본 타이틀에 수록된 내용은 지난 2003년 7월 개최되었던 10주년 공연 실황이다.
특히 당시 공연은 마르타 아르헤리치, 예프게니 키신, 제임스 레바인 등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여 음악 애호가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지금까지는 PAL 방식 DVD로만 발매되어 국내 팬들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국내 플레이어에서도 볼 수 있는 NTSC 방식으로 선보이게 된 것.
사운드는 PCM 스테레오와 돌비 디지털 5.1, DTS의 3가지 포맷이 지원되며, 한글 자막은 피아니스트 김주영씨가 맡아 번역의 정확도를 높였다. 리허설 장면, 인터뷰, 스테이지 뒤 풍경 등을 담은 부록도 볼거리.
7월 14일 발매되며, 예
베르비에 페스티벌 공연 실황 DVD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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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요양원. 벤치에 앉아 흘러간 과거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사람.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지 않은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캐롤 키드가 부른 노래 'When I dream'을 떠올려 보시라.
이 장면은 최근 DVD로 발매된 일본 애니메이션 <R.O.D>의 결말로서, 일본에서 첫 공개 당시 <쉬리>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하여 국내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장면이다. 이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던 2001~2002년 당시 일본에서 한창 <쉬리> 붐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연출한 이가 <쉬리>에 무척 감명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장면 자체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내용 또한 <쉬리>와 유사한 점이 보이고 있다. <쉬리>의 한석규와 김윤진 커플 같은 남녀사이는 아니지만,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었던 두 여자가 부득이하게 서로 적이 되고 치열한 싸움 끝에 갈등을 해소된 모습을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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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을 보아온 관객들을 속이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지만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인정받았던 영화 <숨바꼭질>. 특히 기존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 대신 정신적 문제를 앓고 있는 어두운 캐릭터에 도전한 천재 아역 배우 다코타 패닝의 탁월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때때로 상대역인 로버트 드 니로를 압도하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 이상으로 섬뜩해 보인다.
국내 개봉 당시 영화 속 다코타 패닝이 맞이하는 결말에 대한 두 가지 버전이 동시에 상영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이번 DVD에는 무려 다섯 가지 버전의 결말이 수록되어 있다. 극장에서 공개됐던 두 가지 결말은 영화를 보기에 앞서 선택하게끔 되어있으며, 나머지 결말들은 부록 중 삭제장면으로 수록됐다. 다소 밝은 분위기의 결말 A와 어두운 분위기의 결말 B를 기본으로 A를 살짝 바꾼 버전, B의 확장 버전이 담겨있는 식이다. 그 중 결말 B의 확장 버전이 꽤 의미심장하기 때문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도 DV
<숨바꼭질> 맘에 드는 엔딩 골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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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들의 공세에도 당당히 버틴 <미스터&미세스 스미스>가 개봉 18일만에 전국관객 250만명을 넘기며 3주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스미스>의 성적은 3주연속 1위로 그치지 않고 2005년 국내 개봉 외화 중 최초로 전국250만명 돌파, 3주연속 예매율 1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개봉 3주차임에도 서울 관객 10만명을 넘기며 부부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정도의 성적이라면 300만을 넘기기는 무난해 보인다.
올 여름 한국형 공포영화의 첫 문을 연 <분홍신>의 성적도 눈여겨 볼만하다. 당초 예매율에서 <배트맨 비긴즈>에게 뒤져 눈에 띄지 않았던 <분홍신>이 뒷심을 발휘해 2위로 데뷔했다. <분홍신>의 흥행으로 뒤를 이어 개봉할 <여고괴담4>, <가발> 등 국내 여름 공포영화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분홍신>의 성적은 서울관객 9만5천
스미스 부부, 아무도 못 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