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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만끽하는 디지털 세상
바야흐로 디지털 세상이다. 개념이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디지털 혁명은 성큼 우리 생활 가까이 와 있다. 영화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 디지털의 가공할 위력은 안방에서 극장의 느낌을 만끽하며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TV나 모니터 크기의 한계 때문에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스펙터클은 덜하겠지만 안방극장으로서의 기능은 더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다.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영상매체 DVD(Digital Versatile Disc). 많은 사람들이 '그건 또 무슨 첨단기기지?'라고 생각하는 동안, 이미 DVD를 둘러싸고 마니아문화가 성황이다. 컴퓨터통신이나 인터넷엔 DVD동호회도 셀 수 없을 정도고, 이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벌이는 관련업체도 부지기수다. DVD가 뭔지, 궁금하다면 컴퓨터통신이나 인터넷에 들어가보라, 거기엔 또다른 세상이 있다!
CGV강변11에서 마케팅 일을 하는 조홍석씨도 DVD 마니아다. 뻔한 월급쟁이지만 한
DVD시대, 어디까지 왔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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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는 엔터테인먼트가 먼저 유럽영화는 영혼이 먼저다”
<맨 온 더 문>의 시사가 있던 지난 2월18일은 밀로스 포먼의 생일이었다.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은 기자들과 영화제 스탭들의 생일축하곡 합창으로 유쾌하게 시작됐다. 97년 <래리 플린트>로 금곰상을 수상한 그는 한껏 여유로운 모습으로, 새 영화 <맨 온 더 문>에 대한 연출의 변을 늘어놓았다. 이 작품은 ‘미국적인’ 한편 ‘반미국적인’ 실존 인물을 통해 미국사회를 반추한다는 의미에서, <래리 플린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에 이어, 밀로스 포먼의 낙점을 받은 이는 70년대에 활동한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만. 밀로스 포먼은 스스로를 코미디언으로 인정하지 않은 코미디언 카우프만의 고민과 자연인으로서의 나머지 생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웃음을 만들기 위해 평생 노력한 한 코미디언의 비애를 절절히 담아내, 코미디와 드라마의 경계를 탄력있게 넘나
제50회 베를린영화제 결산 [5] - 밀로스 포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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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얘기일수록 표현하기 힘들다”
장이모의 베를린 귀환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50년대 연인의 사랑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은 단순한 이야기가 발휘할 수 있는 감동의 극한을 시험하는 듯했다. 중국의 전통, 고유한 정서와 이미지가 어우러진 구식 러브스토리에 이상하게 가슴이 짠해졌다는 고백은 국적을 막론하고 관객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터져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我的父親母親)은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이라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섬세한 심리의 결을 녹인 유려한 영상에 담아낸, 소박한 동시에 화려한 영화다. 추억의 빛은 결코 바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인지, 오늘이 건조한 다큐 느낌의 흑백인 반면, 어제는 황홀한 만큼 아름다운 총천연색이다. 영화는 아버지의 부고를 들은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만나는 데서 시작한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마을 길목까지 관을 둘러메고 걸어오는 전통 장례 절차를 고집한다. 아들은 간소하게 무리없이
제50회 베를린영화제 결산 [4] - 장이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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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슨 웰스는 내게 감독을 꿈꾸게 했다"
“로제 바딤이 오늘 죽었다. 내 사랑을 담아,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 잔 모로(72)의 허스키 보이스가 커다랗게 울려퍼지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올 베를린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는 그는, “유러피언 시네마의 산증인인 잔 모로에게 이 상을 바칠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집행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이 모든 기쁨을 로제 바딤 감독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프랑스 기자들이 불어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등 사소한 신경전이 있었으나, 기자회견 자리에서만 4개국어를 구사해보인 잔 모로의 대답은 명쾌했다. “내 어머니는 영국인이고 아버지는 프랑스인이다. 주지시켜줘서 고마운데, 날 그냥 유럽인으로 생각해달라(Let’s be European.)” 불확실한 사실을 들먹인 이들은 잔 모로의 즉각적인 정정 발언에 주춤해야 했고, 마땅찮은 질문을 한 기자들은 은근슬쩍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은 그렇게 온통 ‘마담 모로’에게 압도당하는 분
제50회 베를린영화제 결산 [3] - 잔 모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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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감을 찾아 떠난 두 시골 노총각과 현지 통역관의 맞선 대장정을 그린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튜브픽쳐스 제작, 황병국 감독)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촬영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의 촬영 장면은 만택(정재영)과 희철(유준상), 현지 통역관인 라라(수애)가 고려인 아가씨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 선배 원정대원 상진의 결혼 피로연에 참여하는 장면. 화려한 풍선들이 장식된 파티장에서 분홍색 한복을 차려 입은 여인들이 춤을 추고, 음식과 술잔이 오가는 분위기 속에 하객들은 신랑 신부에게 키스하라는 뜻으로 잔을 들고 러시아어로 “고르까, 고르까”를 외친다. 이색적인 결혼식 장면 연출을 위해 3명의 현지인 PD를 비롯해 30여 명의 현지 스텝이 한국 스텝들과 함께 작업했다. 이날 촬영은 많은 스텝과 엑스트라들로 인해 새벽에야 마무리 되었다.
2개월째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을 하고 있던 세 주연 배우는 “더위가 가장 힘들지만 서로 호흡도 잘 맞고, 잘 챙겨 준다”며 화기애
정재영, 유준상,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신부감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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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은 중국 영화인들의 희망”
50주년을 맞은 베를린영화제가 심사위원장 자리에 공리를 앉힌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88년 <붉은 수수밭>에 금곰상을 안기면서, 겨우 데뷔작을 내놓은 장이모와 공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선사했으니, 베를린영화제로서는 ‘우리가 발굴하고 키웠다’는 자부심이 과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중국영화계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은 공리는 12년 전의 감회를 되살려, 모리츠 드 하델른 집행위원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안제이 바이다, 마리아 파레데스, 월터 살레스 등 8명의 쟁쟁한 다국적 심사위원단을 이끄는 중책을 맡아,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영어와 독어를 못한다는 것이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공리는 중국 전통의상을 응용한 화려한 의상과 기품있는 언행으로 영화제 내내 ‘페스티벌 레이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리가 출연하고 선 자오 감독이 연출한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는 ‘공리에 대한 오마주’의 의미로 공식 프로
제50회 베를린영화제 결산 [2] - 공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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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패기, 유럽과 교감하다
공공장소에도 영어 표지판 하나 없는 이곳 독일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나 영어할 줄 알아”하고 외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2월20일 밤, 열이틀의 행사를 마감하는 폐막식 자리에서 금곰상 수상자 폴 토머스 앤더슨이 독일어를 모른다고 사과하자, 관객이 보인 반응이다. “정말?” “예스!” 마치 록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유럽 관객과 교감한 할리우드의 젊은 감독은 그제야 “이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다. 심사위원 모두에게, 그리고 베를린에 감사한다”고 달뜬 얼굴로 소감을 전했다. <매그놀리아>의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은 수상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스타였다. 그는 이미 관객이 가장 많은 찬사를 보낸 작품을 만든 감독, 배우를 제치고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거의 유일한 할리우드 감독이었다.
“오스카가 저버린 영화, 우리가 살렸다”
금곰상 이외의 관심거리도 있었다. 심사위원장 공리가 본선에 진출한 장이모에게 과연 상을 주겠
제50회 베를린영화제 결산 [1] - 수상작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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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주연의 <말아톤>이 지난주 일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5위에 데뷔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스크린수가 120여개로 그다지 많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첫주 5위 데뷔는 선전한 편이다. 한류스타들이 출연했고 스크린 규모가 비슷했던 <스캔들>과 <달콤한 인생>이 각각 8위와 9위를 차지했던 얼마전을 떠올려보면 비교가 쉽다. <말아톤>은 일본어로 원제의 묘미를 살릴수 없어 <마라톤>으로 개봉했는데, 같은주에 역시 스포츠를 소재로 한 황당엽기 일본 야구영화 <역경 나인>은 8위로 출발해 대조를 보였다.
박스오피스 1위는 예상했던대로 6월 29일(수) 전세계 80개국에서 동시 개봉한 <우주전쟁>이 차지했다. 개봉 첫날에만 3억5천만엔을 벌었는데 개봉일이 레이디데이(여성관객에게는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날)였던 호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일동안 동원관객은 130만6천여명, 흥행수입은 16억4천만엔을 기록했으
<말아톤> 일본 박스오피스 5위 데뷔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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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타이틀이 또 다른 정치스릴러<핫 스터프>(Hot Stuff)를 제작한다고 <스크린 데일리>가 7월4일 보도했다. <본 콜렉터><토끼 울타리>의 필립 노이스 감독이 연출하고 팀 로빈스와 데렉 루크가 캐스팅됐다.
영화는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에 대항해 테러를 감행하는 평범한 흑인남자 패트릭 샤무소의 실화를 1980년대와 현재를 오가면서 담는다. 팀 로빈스는 강단있는 경찰을 연기하며 데렉 루크는 테러를 벌인 죄로 24년 징역형을 선고받는 패트릭 역을 맡는다. 데렉 루크는 <앤트원 피셔>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던 배우다. 팀 로빈스는 <우주전쟁>에도 출연했다.
제작자로는 팀 비반, 에릭 펠너, 앤서니 밍겔라 등이 참여하며 감독 시드니 폴락이 제작 총지휘를 맡는다. 영국의 워킹 타이틀은 <노팅 힐><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로 알려진 제작사지만 올해 초 처음으로 정치스릴러<인터프
워킹 타이틀, 또 정치스릴러<핫 스터프>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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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 사실은 느낌으로 한다”
아침 8시의 블라디보스토크 광장. 흐트러진 머리칼과 아무렇게나 걸쳐입은 듯한 의상. 영화 촬영을 위한 모습 그대로 나타난 이미연은 약간 피곤한 기색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에너지를 쏟아서 연기하면 삭신이 쑤신다. 소염제, 파스… 약만 늘어난다”며 웃어젖힌 그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포즈를 취하는 순간만큼은 에너지를 되찾은 듯 생생해졌다. 누추한 의상에 당황했던 사진기자의 셔터 소리도 덩달아 탄력을 받는다.
-입은 옷과 몸상태를 보아하니, 명주라는 역할이 대충 가늠은 된다.
=20년을 자기 뜻과 상관없이 험난하게 살아온 여자다. 그런데 그 인생역정은 생략하고 망가진 이후부터 보여줘야 하니, 한신만 촬영해도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는 기분이다. (온몸의 멍을 보여주며) 차라리 액션장면 찍다 이랬으면 남들이 고생했다고 치사나 하지. (웃음) 몸이 아픈 상태라 항상 기운없이 자빠져야 한다. 또 가슴에 멍을 안고 사는 여자이기도 하고
<태풍> 블라디보스토크 촬영현장 [3] - 이미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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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된다는 믿음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냈다”
곽경택 감독은 예전보다 살도 10kg 이상 빼고, 머리도 깍두기 스타일로 짧게 잘랐다. 감독 자신이 건강한 모습을 지켜야만 지난 11월부터 한국과 타이와 러시아를 유랑민처럼 돌고 있는 스탭들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나자마자 그간 <태풍>의 이미지나 스토리에 대해서 극도로 노출을 꺼려와서 원성이 높았다고 전하자 “오래 찍어야 하니까. 개봉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괜히 조금씩 보여드렸다가 ‘벌써 개봉했나?’ 이런 말 나오면 안 되지 않냐”며 능글맞게 우회로로 들어선다.
-<똥개>를 끝내고 나서 김형욱에 대한 영화를 준비 중이었는데, 결국 <태풍>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
=사실 <똥개>보다 <태풍>의 시놉시스를 더 일찍 만들어놓았었다. <똥개>를 촬영하면서도 끝내자마자 <태풍>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l
<태풍> 블라디보스토크 촬영현장 [2] - 곽경택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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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인구 70만명의 러시아 항구에 내려앉는 순간 극동 끝자락의 냉기가 슬며시 얼굴을 때린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착역이 있는 도시, 소비에트연방의 극동함대 본부가 자리잡았던 도시. 이곳이 바로 꽁꽁 숨겨져 있던 곽경택의 150억원 블록버스터 <태풍>의 제작진이 한달여간 자리잡고 촬영을 진행 중인 곳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태풍>의 제작진은 극소수의 매체만을 초빙한 채 6월17일부터 19일까지 현장의 문을 비밀리에 열어젖혔다. 지난 5월26일 부산 해운대에서 선행되었던 1차 현장공개는 쓰나미처럼 몰려든 100여명의 기자단으로 가득했고, 도저히 <태풍>의 진면모와 곽경택의 솔직한 비전을 훔쳐볼 수조차 없는 이벤트였다. 초대받은 소수로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한 탓일까. 블라디보스토크의 현장에서도 <태풍>은 빙산의 일각만을 슬쩍 내보였을 뿐이다. 바다도, 액션도, 스펙터클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태풍> 블라디보스토크 촬영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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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빌어먹을 섹스 심벌은 뭐하는 직업인가?”
인터뷰 시간은 낮 12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기자들은 마제스틱호텔 8층 스위트룸 야외 테라스에 모여 “10분만”, “20분만” 하는 영화사 직원 말에 “그럼 그렇지” 하며 기다렸다. 미키 루크는 1시30분에 나타났다. 전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미안하다고 그가 말했다. 술냄새가 풍겼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를 꺼내며 “햇볕을 쬐고 싶은데 파라솔을 걷어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이미 햇빛을 1시간이나 쬐고 벌겋게 익은 기자들의 얼굴색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리라. 새카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니까. 그가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그의 얼굴을 기자들도 다 보지는 못했다.
-연기를 그만두고 복싱을 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신 스스로를 망가뜨린 것 아닌가.
=맞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도 했던 일이지만 그때의 선택은 그랬을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 전의 내 행동들
돌아온 탕아 미키 루크 [2]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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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세번째 인생
미키 루크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름이다. 그의 화려한 시절은 <럼블 피쉬> <나인 하프 위크> <엔젤 하트> 등을 찍었던 80년대였고 그 시절은 그때로 끝났다. 그는 한심한 액션영화 주연이나 별볼일 없는 조연으로 훨씬 긴 침체기를 보냈다. 6월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신작 <씬 시티>는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멋쟁이 반항아 미키 루크가 못난이 부랑아가 되었다. 영화 속 캐릭터 마브가 그와 썩 잘 어울리며, 입체적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해졌는지 궁금해졌다. 미키 루크의 지난 20년을 들춰보기로 하면서 올해 칸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를 함께 실었다.
미키 루크는 늙고 상처입은 곰 같았다. 그의 몸은 아름다움 없이 비대하기만 했고, 넙적하고 푸석푸석해진 얼굴 오른쪽 귓가에는 뚜렷한 흉터가 있었다. 영화 <씬 시티>의 캐릭터 마브의 사포면 같은 목소리는 배우가 만들어낸 변조
돌아온 탕아 미키 루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