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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연휴였던 지난 주말 일본 극장가에 첫선을 보인 배용준, 손예진 주연의 <외출>(일본 개봉명 <4월의 눈>)이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했다. 에이가닷컴(eiga.com)에 따르면 도쿄 히비야의 스카라 극장은 밤을 샌 관객까지 나오며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소식이다. <외출>은 3일간 33만8천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4억3천8백만엔의 흥행수입을 기록해 한국영화로는 매우 훌륭한 신고식을 치뤘다. 이정도 기세면 애초 예상했던 30억엔 돌파는 힘들겠지만 20억엔 이상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2위 데뷔는 지난 2001년에 개봉했던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처음이다. <여친소>는 3위로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은 4위로 데뷔한 바 있다. 한국영화가 2위로 데뷔한것 자체는 ‘선전’이지만 개봉전 엄청난 홍보와 열띤 취재경쟁,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실제 <외출>의 메이킹 DVD는 한국
<외출>, 일본 개봉 첫 주말 40억원 이상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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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드라마 속에서 남자들은 고소영을 ‘여신처럼’ 숭배한다. 꼬리 아홉 달린 여우라 할지라도 기꺼이 순정을 바치고(<구미호>), 어두운 청춘을 밝히는 유일한 빛으로 삼기도(<비트>)한다. 그러나 고소영은 평범하고 순진한 남자들의 맘을 송두리째 채가고 그렇게 그들의 인생을 뒤흔들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랑에 목매지 않는다는 듯 아주 무심하고 냉정한 모습일 때가 많다. 그가 평범한 남자와 맺어지는 설정은 그래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라는 토를 달고서야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벽화 속에서 걸어나와, 살아 숨쉬며 현실의 사랑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 TV드라마 <추억>과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으로 ‘배우’임을 입증한 뒤, 고소영은 <연풍연가>에서 다시 제주도 토박이 관광가이드로 거듭났다. 사랑에 설레고 망설이는, 소탈하고 순수한 보통 사람으로의 변신은 배우 고소영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99 여배우 트로이카 [4] - 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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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말이지만, 전도연(26)은 미모가 대단히 뛰어난 배우는 아니다. 이마는 적당히 나와 짱구로 불리고, 모델 같은 늘씬한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다.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강하지 않고, 10대 청소년들이 숭배할 만한 메리트도 약하다. 그런데 왜 충무로의 제작자들은 캐스팅 0순위 그룹에 그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걸까.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접속>에 전도연을 캐스팅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명필름의 심재명 이사는 “발군의 미모가 아닌 것은 전도연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배우로서 배역의 선택 폭이 넓고, 다양한 캐릭터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외모의 영화적 이미지도 좋고 감수성이 뛰어나다. 시나리오를 논리적·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해석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를테면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배우로서의 자질은 높이 살 만하다는 말이다.
‘전도연은 이제 시집만 잘가면 되겠네’하며 TV
`99 여배우 트로이카 [3] -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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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4일 <8월의 크리스마스>로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안았을 때 심은하(27)는 “고 유영길 감독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작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의 당연한 예의기도 하지만, 그냥 예의는 아니었다. “그분은 훌륭한 촬영감독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간이라는 걸 <8월의 크리스마스>를 찍으면서 비로소 알게 됐다. 영화에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가도 그분을 통해 배웠다”고 심은하는 말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배운 건 태도뿐이 아니다.
심은하는 <8월의…> 촬영 초반에 마음고생을 했다. 첫 촬영의 오케이 사인은 14번만에 떨어졌다. 게다가 허진호 감독은 뭐가 못마땅한지 설명하지 않았고 뭘 어떻게 바꾸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 느낌이 아닌데…”라고만 할 뿐이었다. 심은하는 “솔직히 말해 짜증이 좀 났었다”고 말한다. 그전까지는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나 5번 이상 간 기억이 별로 없었다.
`99 여배우 트로이카 [2] - 심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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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의 딸들, 충무로를 흔들다
충무로에 여배우시대가 오는 걸까. 남자배우가 정해져야 여배우뿐만 아니라 투자와 배급까지 결정되던 90년대 충무로 풍경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빅3으로 통하던 한석규·박중훈·최민수의 삼각체제에서 최민수가 이탈하고 박중훈이 주춤하면서 97년 후반부터는 한석규가 독주해온 형국이었다. 한때 충무로 제작자들의 집중공략 대상이던 배용준·송승헌은 무성한 소문만 남긴 채 아직 스크린과 만나지 못했고, 박신양·정우성·이정재가 선전했지만 신빅3를 형성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그 틈새를 뚫고 여배우들이 뻗어올랐다. 심혜진·최진실·김혜수 등 베테랑들의 뒤를 이어, 심은하·고소영·전도연·신은경·김희선·최지우 등 브라운관의 스타들이 어느새 충무로 중심부에 진입했다. 아직 역전은 아니라도 이 가운데 몇몇은 남자스타 못지 않은 각광을 받으며 흥행의 일정 수준까지 담보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2, 3년간의 성적만
`99 여배우 트로이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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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써먹는’ 만만한 송년기획이 있다. 올해의 10대 뉴스 따위를 뽑아서 우려먹는 것이다. 심심풀이로 영화계의 10대 사건이나 뽑아보자.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새 정부의 영화진흥정책이 어쩌고, 몇가지 뉴스를 떠올리는데 ‘춘희’가 슬그머니 얼굴을 디민다. 저 여자 누구야? 고개를 갸우뚱할라치면 뒷머리를 한가닥으로 단정하게 묶은 주차단속원 다림이도 배경처럼 서 있다. 저 여잔 또 누구야?
영화배우 심은하(26)의 ‘발견’, 올해 한국영화계의 두드러진 수확 중 하나다. 세밑 극장가에 훈풍을 몰고온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춘희를 연기한 그에 대한 관계자들의 평가는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다. ‘가뭄의 단비’라거나 ‘장마 끝의 갠 하늘’ 같다는 상찬이 지나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심은하의 가능성과 그의 연기 패턴에 ‘물이 올랐음’은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심은하가 이 영화에서 흐뭇함을 느끼는 것은 관객들의 환호와는 조금 다른 이유에
춘희, 장마 끝 갠 하늘,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심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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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하(25)와 약속을 하라. 그러면 그는 매니저먼트사에서 제공한 벤츠를 타고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 나와, 생수 아니면 당근쥬스를 시키고는, 예 쁜 눈을 빛내며 “내가 예쁘다구요? 그럴 리가!”라고 진짜 놀란 얼굴을 할 것이다. 아주 가끔은 직접 차를 몰고 오다가 배탈이 나서 길가 병원신 세를 지고, 설상가상으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두어시간을 넘긴 뒤에 탈진 한 얼굴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심은하처럼 예쁜 처녀가 정 말 미안한 얼굴로 “미안해요”를 열번쯤 되풀이하면 오랫동안 꽁한 척하 기가 실로 난감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심은하와 만나기 어려운 것은, 스크린에서도 마찬가지다. <8월의 크리스 마스> 전까지, 심은하는 1백여편의 시나리오를 거절했다. 그렇지 않았더 라면, 그는 진즉 ‘한석규의 여자’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영화 <인샬라 >도 애초엔 한석규, 심은하 짝을 캐스팅할 생각이었고, <접속> 또한 그랬 으니까. 영화
크리스마스의 천사,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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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잘못되거나 백해무익한 일 은근 즐기기
[올드독의 TV감상실] 잘못되거나 백해무익한 일 은근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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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시작하고 있 다!” 홍보카피의 문구 그대로 <8월의 크리스마스>는 8월에 시작해서 12 월에 끝나는 가슴시린 사랑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30대 남자와 생기 넘치 는 20살 여자의 만남이 전하는 온기는 헤어짐의 슬픔보다 먼저 와서 오래 남는다. <고스트 맘마> <접속> <편지>로 이어지는 멜로영화의 새로운 전 성기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정점을 맞는다. 여기엔 억지로 눈물을 짜 내기 위한 속임수가 없다. 일상의 순간순간이 과거와 현재의 접점으로 다 가올 때 빛바랜 기억은 훈훈한 정서와 여운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문득 옛날사진을 들춰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전적으로 주인공 정원(한석규)의 주관적시점과 객관적시점으로 이 뤄져있다. 변두리 사진관 사진사인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다. 주차단 속을 하는 여자 다림이 정원의 일상에 등장한 것도 그무렵. 그러나 둘
일상에 관한 섬세한 묘사,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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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묘한’ 제목의 영화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제법 오래된 일이다. 지난해 청룡영화제 시나리오 부문에서 수상하고부터 “시나리오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으니 일년 정도 유명세를 치른 셈이다. 이정향 감독은 그 사이에 펜대를 놓고 메가폰을 잡았다. 올초 약관 23세의 이서군이 데뷔하긴 했으나, 충무로 현장 출신 여성감독은 이미례 감독 이후 이정향 감독이 처음. 십년 넘도록 충무로와 대학로를 넘나들며 필력과 연출력을 다진 이 감독은 진부해지기 십상인 멜로드라마를 독특한 짜임새로 솜씨있게 요리했다.
영화의 주요무대인 미술관과 동물원은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공간은 제목 그 자체이기도 하며, 사건이 일어나는 주요 무대이기도 하고, 두 주인공의 취향과 성격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활기차고 본능에 솔직한 동물원의 철수와 정적이고 내향적인 미술관의 춘희. 이들의 기이한 동거가 시작되면서 시나리오 속의 인공과 다혜도, 동물원 수의사와 미술관 안내원으
유쾌한 해피엔딩, <미술관 옆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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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1만여명 관람 10월 첫주까지 연장상영
<어떤 나라> <천리마 축구단> 개봉 3주만에 7000여명 발길
무조건 많은 극장에 걸어야 흥행에 성공한다는 할리우드식 흥행 공식이 지배하는 극장가에서 단관 개봉한 작은 영화들이 소리없이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8월25일 필름포럼(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개봉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추석 연휴까지 관객 수 1만명을 넘겼고, 같은 날 하이퍼텍나다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어떤 나라>와 <천리마 축구단>은 7천명이 넘는 관객이 찾았다. 숫자만 단순비교한다면 <웰컴 투 동막골>(700만명)이나 <가문의 위기>(330만명)의 기록에 비해 초라하지만 스크린 수와 홍보 물량이 흥행으로 직결되고 예술영화가 점점 더 설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극장가에 단비와 같은 숨통을 틔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은하수를..
단관개봉 ‘작은영화’ 들 입소문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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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초의 제주 민란을 소재로 한 <이재수의 난>의 도입부는 유장하고 비범하며 초월적이다. 까마귀가 제주 상공을 날아 한라산 꼭대기에서 구름을 뚫고 내려오면 제주섬의 풍광이 화면에 펼쳐진다.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의 영화화를 83년부터 별러온 박광수 감독의 미학적 야심은 시작부터 계시적이다. 요컨대 그는 땅 위를 굽어보지만 금방이라도 하늘로 박차고 비상할 것 같은 까마귀의 시점처럼 위에서 아래로 굽어보되, 결코 세세한 당시의 역사적 정황에는 깊이 들어가지 않는 관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 신부들의 후원을 받는 천주교인들에 맞선 유생들과 민중들의 싸움을 다루면서도, 외세와 토착 또는 근대와 봉건의 충돌이라는 대주제보다는 제주섬 민중 전체의 희생에 주목하면서 굳이 피아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고 민란을 이끈 이재수의 내면 묘사에도 무심한 편이다.
<이재수의 난>은 그 당시 민란의 정황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무뚝뚝한 화술이라
민란에 가담한 인간 군상, <이재수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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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라면 뭔가 다른 줄 알았어요. 남쪽 사회에 적응하지 못 해 ‘왕따’를 당하고, 힘겹게 살며 흔히들 비행청소년이 된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는 많이 달랐죠.” 심규원(21·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3년·사진)씨는 직접 부딪쳐 보기로 했다.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송환>의 김동원 감독이 수업 시간에 ‘인권’을 주제로 다큐 만들기를 제안하면서다. 지난해 9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셋넷학교’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거기서 대입검정시험을 준비 중인 송명숙(22)씨를 만났고, 10개월 만인 지난 6월 18분짜리 다큐멘터리 한 편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꺼내놓지도 못했다. 탈북과 관련한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월 카메라로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로 묻지 않은 이야기들도 나눴다. 1주일간 송씨는 스스로 일상을 찍어 심씨에게 건넸다. 한 집에서 뒹굴며 수다 떨고 음식도 해먹고 20대 초반답게 함께 얼굴에 ‘팩’도 했다.
‘탈북 청소년’ 다큐로 대학생 영상제 대상받은 심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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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건한 피와 토막난 팔과 몸뚱이, 동강난 머리… 엽기적인 연쇄 토막살인사건의 정점에 가냘픈 한 여자가 서 있다.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하다. 감성멜로 <접속>을 만든 그 장윤현 감독이 2년 만에 내놓은 영화는 ‘피 범벅, 사지절단’의 하드고어 스릴러. 게다가 뭇 여성 관객들을 설레게 하는 한석규와 정갈하고 수려한 마스크의 심은하까지 피바다에 뛰어들었다니, 뭔가 범상치 않은 이야기인 듯하지만 어떤 그림인지 쉽게 떠올릴 수 없다.
도입부, 토막시체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보자. 세기말의 음울함이 배어 있는 서울, 카메라가 향한 곳은 화사한 진열대 사이로 롤러브레이드를 탄 직원들이 일렁이는 도심 대형 할인매장. 엘리베이터 안, 모두 무심하게 층수를 가리키는 숫자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사이 한 꼬마는 엄마의 제지에도 아랑곳 않고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봉투를 자꾸 건드린다. 순간 엘리베이터 바닥은 피로 물들고, 찢어진 봉투 사이로 보이는 건 토막난 사람 머리. 엘리베이트
단절에서 오는 절망감, <텔 미 썸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