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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샵 오브 호러스>는 로저 코먼이 1960년에 3일 만에 완성한 동명의 저예산 공포영화를 각색한 뮤지컬이다. 젊은 잭 니콜슨이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원작영화는 정체불명의 흡혈식물로 인해 무의미한 살인이 계속되는 블랙코미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의 앨런 멘켄이 작곡한 뮤지컬 버전은 여기에 로맨스를 강화하고, 내레이터 역을 하는 세명의 젊은 여인을 보태서, 냉소적인 원작보다 감정적인 결말로 이끌었다.
가난한 동네 스키드로우의 꽃집에서 일하는 청년 시모어는 같은 가게 점원 오드리를 짝사랑하고 있다. 시모어는 장사가 안 돼 꽃집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우연히 발견해서 오드리풀이라고 이름 붙인 신기한 식물을 내놓는다. 오드리풀은 사람피를 먹고 사는 흡혈식물. 시모어는 열 손가락을 깨물어 오드리풀을 먹이지만, 말까지 하기 시작한 오드리풀은 점점 더 많은 먹이를 요구한다. 오드리의 가학적인 애인인 치과 의사 오린과 오드리풀을 가로채려던 가게주인
뮤지컬판 흡혈식물 대소동, <리틀샵 오브 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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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고 이은주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일본에서 일반판 및 한정판 콜렉터스 박스로 출시된다.
오는 7월 29일 출시될 일반판은 1장의 디스크에 예고편과 배우, 제작진 소개 등 간단한 부록만이 수록된 반면, 9월 7일에 발매되는 콜렉터스 박스는 3장의 디스크에 사진집, 엽서, 부채, 포스터 등 풍성한 아이템들로 구성된다.
사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지난 2004년 시나리오 화보집까지 포함되어 재출시된 국내판 DVD가 일본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으나, 한류 스타 이병헌의 스타파워에 힘입어 발매되는 이번 일본판 콜렉터스 박스에 비하면 빈약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국내판에 없었던 메이킹 다큐멘터리와 이병헌의 인터뷰 등 120분 가량의 부가영상이 눈길을 끈다. 제작사측 홈페이지에 따르면, 극 중 인우와 태희가 빗속에서 만나는 장면과 해변가에서 왈츠를 추는 장면 등 명장면의 제작과정을 비롯해 촬영 당시를 회고하는 이병헌의 모습 등이 담길 예정.
日, <번지점프를 하다> 콜렉터스 박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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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 적이 있다. 먼길을 오셨는데, 마침 내가 시간이 없어서 만나 드리지는 못했다. 이때를 맞춰 대우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대량 물량공세에 나섰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봐도 “데∼우, 데우 운트 두”(대우, 대우와 너)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한적한 동네 귀퉁이 벽에도 대문짝만한 대우 광고가 붙어 있었다. 대우의 세계경영을 나는 이렇게 광고의 물량공세로 기억한다.
‘아시아’라 하면 ‘소림사’부터 떠올리는 유럽인들은 아시아의 것은 뭐든지 신비롭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선지 그들에게 대우의 이해할 수 없는 성장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던 모양이다. 그때 그들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하는데, 어떻게 이윤을 내지 않는데도 고속으로 성장을 하느냐?” 대우가 일거에 몰락하면서 이 놀라운 권법의 비결이 드러났다. 분식회계, 사기대출, 불법외화유출.
대우가 온 세계에 태극기를 꽂고 다닐 때 이를 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개봉박두! 버라이어티 장르영화 <김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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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째-둘째-셋째 이론의 신봉자였다. 없는 이론이지만, 난무하는 혈액형 이론보다 강하게 믿었다. 살면서 겪은 게 있어서다. 우리집은 자녀가 1남2녀로 구성돼 있고 나는 그중 첫째다. 막내는 물론 아들이다. 차녀는 (어쨌거나 태어난) 장녀와 (꼭 있어야 하는) 아들 사이의 징검다리다. 첫째-둘째-셋째 이론은 별로 유명하지 않으니 간단히 설명하겠다. 첫째는 일단 책임감이 강하지만 반항심도 강하다. 부모의 간섭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학을 많이 한다. 책임감과 반항심의 괴리를 극복하려다 생긴 습관이다. 눈치가 없어서 반항심에 나쁜 짓을 하면 꼭 걸린다. 첫째는 자기가 둘째의 인생 모델이라는 걸 눈치 못 채고 둘째를 라이벌로 여긴다. 둘째는 사교성이 뛰어나고 눈치가 100단이다. 첫째와 막내 사이에서 화목하려다보니 생긴 기술이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타입이며, 부모 관심권 밖에 살아서 자유분방하고 자립심이 강하다. 흔히 둘째는 “사막에 갖다 놔도 잘산다”고 한다. 셋째는 잔머리를 잘
[오픈칼럼] 편견은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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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메일 확인이고, 다음은 뉴스를 보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따로 신문을 보지 않는다. 따로 일간지 사이트를 찾는 일도 거의 없다. 주변에 신문이 있으면 보게 되지만, 굳이 찾는 일은 없다. 그러고보니, 과거에 굳이 신문을 찾았던 이유는, 단지 신문밖에 볼 게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요즘 포털은 다양한 비난을 받고 있다. 거대 공룡기업이 되어버린 포털에 건설적인 비판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최근의 공격은 주로 ‘미디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일간지나 잡지의 콘텐츠를 제공받고 재량껏 편집을 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직접 뉴스를 만들어내고 의제를 형성하는 ‘미디어’ 역할까지 하려 한다는 것이다. 포털은 미디어가 되어서는 안 되고, 될 수도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철저하게 클릭 수에 의해 중요도가 결정되는 것도 문제이고, 기존 언론 매체와 달리 뉴스의 생산과정이 전문화,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한다. 기사에 대
[숏컷] 내가 포털을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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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서 투덜군도 지적했지만 <연애의 목적>이 연애의 탈을 쓴 스토커 영화가 아니냐는 이야기는 내 주변에서도 간간이 나온다. 이런 반응이 대부분 여자가 아니라 스토킹, 성희롱 같은 범죄에서 주로 가해자 역할로 등장하는 남자들에게서 나온다는 게 일면 고무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딱히 동의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은 스토킹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었어”라는 말은 아니다.
스토킹, 성희롱 이런 범죄는 일도 양단으로 유죄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점에서 애매하고 까다로운 문제다. 이를테면 최근 ‘성희롱이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결로 논란을 일으킨 회식 자리의 술 따르기 강권 사건을 보자. 만약 내가 이 자리의 여선생이었다면 나는 아마도 교장 옆에 앉아서 따르라고 하지 않아도 계속 술을 따르면서 “선생님 원샷 원샷”을 외쳤을 것이다. “노친네 빨리 집에 보내고 우리끼리 놀자”는 취지로 말이다. 한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가 얼굴 예쁜 여자가 난자도 잘 팔린다는 귀신 씨나락까먹는
[투덜군 투덜양] 그때그때 다른 이야기, <연애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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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두>, <피크닉>,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이들 이와이 순지감독의 미개봉작들이 한꺼번에 소개되면서 DVD 출시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짐작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해당 작품들의 DVD 판권을 가지고 있는 엔터원에서 이와이 순지 마니아들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8월 출시 예정인 ‘이와이 순지 박스세트’(가칭)는 앞서 언급한 작품들 외에 기존에 출시됐던 <하나와 앨리스>, <러브레터>, <4월 이야기>까지 포함해, 이와이 순지 작품들이 총 망라된 타이틀이 될 전망이다. 이 중 <러브레터>와 <4월 이야기>는 타 제작사에서 나온 작품이나 한정판으로 선보일 박스세트를 위해 특별히 판권을 대여하는 형식으로 수록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각 영화들의 주옥같은 사운드트랙을 담은 OST CD들도 박스세트에 함께 포
이와이 순지 박스세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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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는 조엘 슈마허가 망쳐버린 <배트맨>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심금을 울린 대목 하나는 상처를 입은 배트맨이 길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잽싸게 건물 옥상으로 솟아올라가는 대목이다. 잠시 쓰러져 있어도 될 텐데 누가 볼까 겁나 사력을 다해 몸을 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그가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두려워하던 박쥐를 자신의 심벌로 택한 것과 관련된다. 브루스 웨인은 상처입고 쓰러진 배트맨이 목격되는 것이 배트맨이 죽는 것보다 나쁜 사태라고 여겼을 것이다. 적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은 배트맨의 실제 능력이 아니라 배트맨에 대한 신비감이기 때문이다. 배트맨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게 알려지는 순간 배트맨은 슈퍼히어로이길 멈출 것이다. 배트슈트와 배트카로 누구나 배트맨이 될 수 있다면 그따위 배트맨을 누가 두려워하겠는가. <배트맨 비긴즈>는 돈은 많지만
[편집장이 독자에게] 배트맨,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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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였던 레니 리펜슈탈의 삶은 아르놀트 팡크와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바뀌게 된다. 팡크의 <운명의 산>에 매혹되면서 1920년대 독일 산악영화와 인연을 맺은 레니 리펜슈탈. 그녀는 히틀러의 연설에 감명받아 그에게 편지를 쓰고, 얼마 뒤엔 <의지의 승리>를 연출한다. 팡크의 <성스러운 산>과 G. W. 파브스트의 <피츠 팔루>에서 산악을 오르내리며 인간과 멀어지고, 자신의 데뷔작 <푸른 빛>에선 신비한 야생의 소녀를 연기한 리펜슈탈의 운명은 시작부터 그레타 가르보, 마를렌 디트리히와 궤도를 달리했다. ‘아름답고 강인한 자연만이 훌륭한 것’이란 산악영화의 주제는 리펜슈탈 영화 전체의 비극을 잉태한 것이었다.
파시즘과 결합한 <의지의 승리> <올림피아> 이후 리펜슈탈 영화의 자연복귀와 반인간적인 색채는 에코파시즘의 전형을 보여준다. 리펜슈탈은 인터뷰에서 선전물이 아니라 예술작품인 <의지의 승리> 때
[DVD vs DVD] 레니 리펜슈탈에 관한 오해 혹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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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드리게즈 DVD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10분 영화학교’ 시리즈다. 데뷔작 <엘 마리아치>부터 최근작인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까지의 ‘10분 영화학교’들을 살펴보면 빠르게, 효율적이게, 더 커보이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싸게’ 영화를 찍기 위해 노력하는 로드리게즈의 노하우가 그의 이력과 함께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일별할 수 있다. 특히 <스파이 키드> 시리즈는 그가 2편부터 필름에서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한 과도기적 작품으로, 세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인승 잠수함의 조종석은 하나만 만들어 따로 촬영하고, 좁은 스튜디오에서 최대 규모의 화면을 담고자 배우를 와이어에 매달아 제자리뛰기를 시키는 등 제작비 절감을 위한 아이디어 백출이다. 단돈 7천달러로 <엘 마리아치>를 찍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제작비는 늘었지만 연기 빼고 촬영, 편집 등 거의 대부분의 역할을 직접 해내는 그의 헝그리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서플먼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10분 영화학교, <스파이 키드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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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초로 개가 본격적인 주인공을 맡은 영화가 제작된다. <꼬리치는 남자>(1995)에서 주인공 박중훈이 극중 자신의 개 다롱이와 영혼이 바뀌어 의인화된 개가 출연한 적은 있지만 개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는 처음이다. SBS 프로덕션이 화인웍스와 공동으로 제작하는 이 영화는 <내사랑 마음이>(가제). SBS 프로덕션의 첫번째 영화 제작 작품이기도 하다.
<내사랑 마음이>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 마음이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년과 깊고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영원한 제국>의 조감독과 단편 <흡연모녀>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박은형 감독의 입봉작이다. 총 제작비 40억원 규모의 이 영화는 가을에 촬영을 시작해 내년 5월경 개봉예정이다.
국내최초, 개 주인공인 영화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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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피에르 로셰가 칠순을 넘긴 나이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 <쥴 앤 짐>은 안타깝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몇년 뒤 할인서적 코너에 꽂혀 있던 <쥴 앤 짐>은 프랑수아 트뤼포의 눈에 띄게 된다. 두 사람은 서신을 교환했고, 트뤼포는 <쥴 앤 짐>을 영화화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하지만 로셰는 <쥴 앤 짐>이 만들어지기 전에 숨을 거둔다). 트뤼포는 로셰의 소설을 사랑했다. 그는 1962년에 <쥴 앤 짐>을, 1971년엔 로셰의 두 번째 소설이자 <쥴 앤 짐>의 관계를 뒤집어놓은 <두 영국 소녀>를 영화로 만들었으니, 칠순 노인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는 트뤼포의 터치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트뤼포 작품 중에서도 유달리 격렬한 감정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두 작품의 시작은 그랬다.
얼마 전 에른스트 루비치 회고전에서 <삶의 설계>를 보는 순간 <쥴 앤 짐>이 떠올랐다. 예술가인 두 남
[명예의 전당] 트뤼포의 인생과 사랑에 관한 성찰, <쥴 앤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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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가을을 여는 멜로 <외출>의 여주인공 손예진이 영화 홍보 차 일본을 방문했다. 한류의 주역인 배용준의 상대역으로 일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손예진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일본에서의 바쁜 일정을 시작했다.
<외출>의 일본 내 배급사 UIP JAPAN의 주최로 도쿄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50여 개 매체, 200여명 이상의 취재진이 몰려들였다. 손예진은 1시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장에서 포토타임을 진행하는 도중 <외출>의 테마음악이 흐를 때 눈물을 머금어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손예진은 “크랭크업한 지 조금 시간이 지난 터라 <외출>을 잠시 잊고 지냈는데, 오늘 그때의 영상을 보니 아픈 감정이 되살아나 마음이 아리다”며 눈물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도쿄 롯본기에 위치한 ‘라포레 뮤지엄’에서 팬 미팅 행사가 열렸다. 5분만에 행사 입장권 판매가 매진되
손예진, 영화 <외출> 홍보차 일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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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진 않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웨스턴 호러.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갱들이 은행을 습격, 많은 현금을 강탈한다. 도주 행각에서 그들은 한 외딴 농장에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의해 하나둘씩 살해당한다. 은행 습격장면에서 기대 이상의 피범벅 고어장면과 농장을 에워싸는 음산한 분위기가 제법이다. 서라운드 스피커를 적절히 활용한 효과음이 초현실적 느낌을 배가시킨다. 부록으로 감독, 배우 음성해설, 메이킹 필름, 삭제장면을 수록했지만 한글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
피범벅과 음산함이 제법인걸, <데드 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