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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 정재혁 기자가 쓴 글을 보다 눈물이 날 뻔했다.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별>과 <어느 날 그 길에서>를 소개한 그의 기사는 지금 이 땅에서 야생동물들이 처한 위험천만한 상황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황윤의 다큐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론 과연 보는 게 좋을지 걱정도 됐다. 야생동물들이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의 참상을 전하며 “목장갑이나 대걸레 조각이 야생동물 시체로 착각하기에 가장 쉬울 정도로 야생동물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쓴 문장을 보니 비록 동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과연 화면으로 그걸 확인할 용기가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동물원의 실상을 전하는 <작별>의 경우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꺼림칙했다. 영화를 보고나면 동물원에서 맘 놓고 누리던 즐거움을 영영 잃어버리지 않을까 싶어서다. 분명한 것은 내가 피한다고 현실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두편의 다큐가 일깨우는 불편한
[편집장이 독자에게] 황윤 다큐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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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일을 한 십년 넘게 해오면서 느끼는 참, 이상한 일이 한 가지 있다. 건축설계 일이라는 게 크게 나누면 두 가지다. 하나는 주택 일이고 다른 하나는 주택 일이 아닌 것. 그중에 주택 일이 아닌 것에는 크고 작은 빌딩에서부터 시작해서 문화회관이나 구청신축과 같은 관과 연결된 일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일들은 주택 일보다 더 복잡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은 오류인지도 모르는) 일반해를 바탕으로 작업이 시작된다. 그런 일들의 해법은 대부분 도시라는 거대한 문맥 속에서 찾아지며 사용자에 대한 예측은 수치적으로 분석된다. 그러다 보니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평균치가 생기고 그것이 계획 단계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기준이 분명하다는 얘기이고, 그런 일은 하면 할수록 이른바 데이터라는 것이 쌓이게 된다. 그래서 다음에 또 그와 비슷한 일이 들어오면 전에 했던 작업의 데이터가 새로운 일에 적용되어 처음 접했을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된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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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을 읽고 있는 독자를 만날 때면 곁눈질로 그가 읽고 있는 페이지를 살피게 된다.
지난주 <씨네21>을 읽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면 가방 속 이번호 <씨네21>을 살며시 건네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아멜리에>의 아버지가 봤다면 심각한 심장병이라 진단내릴 만큼 가슴이 쿵쾅 쿵쾅거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곤 한다.
매주 금요일, 여전히 인쇄소의 온기가 남아 있는 <씨네21>을 볼 때면 가장 먼저 커버스토리 면을 찾아 배우가 사인한 수첩사진을 확인하고 더 많은 독자들이 씨네21 홈페이지에 있는 ‘돌발퀴즈’에 응모해주길 바란다. 촬영현장에서 배우는 ‘돌발퀴즈’를 낼 때 놀랄 정도로 성심을 다한다.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생기는 수많은 장애물도 독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 준비되는 시간에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 같다. 가끔은 지금까지 다른 배우들이 했기 때문에 하겠다고 하는 경우와 이해관계에 의해 인터뷰
[오픈칼럼] 돌발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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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훗날 양로원에서 돌아볼 인생의 편린에 굳이 스크린에 걸렸던 한 장면을 끼워넣자면 내 목에 칼끝을 겨누었던 <나쁜 피>를 꼽아 레오스 카락스와 줄리엣 비노쉬 언니에게 경의를 표했을 것이다. 또는 늦게 찾아온 사춘기에 피를 끓게 했던 <그녀에게> 정도? 하나 추상보다 강한 것이 일상일까? 철들고 처음으로 나를 엉엉 울게 했던 영화는 사건으로 만났던 영화 <그때 그사람들>이다.
조광희 선배는 M&A와 기업금융 일에 재미를 느끼던 3년차 변호사를 뜬금없이 영화인들 모임으로 이끌었고 약간은 무책임하게 미국 유학을 떠났다. 내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던 감독님들과 제작자들과의 술자리와 업무 속에 들떠 있던 나에게 <그때 그사람들>은 시작부터 내 인생의 영화였다.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동질감을 느끼면 안 된다.” 그건 당연하다. 객관적 시각에서 벗어나는 순간 실수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외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다시는 예외를 만
[내 인생의 영화] <그때 그사람들> -이동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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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night in my dreams I see you, I feel you….”
셀린 디온의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로즈가 뱃머리에 서서 두팔을 벌리고, 잭이 두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싼다. 그리스의 나이키 조각상처럼 지그시 두눈을 감고 온몸으로 바람을 받던 로즈, 깜짝 놀라서 환성을 지른다. “내가 날아가고 있어!” 순간, 화면이 멈춘다. 그리고 스크린 위에 윈도 창문과 더불어 이런 자막이 나타난다. ‘자, 선택하시오. 1. 잭이 죽는다. 2. 로즈가 죽는다. 3. 잭과 로즈가 모두 죽는다. 4. 잭과 로즈가 모두 산다.’ 과연 이런 영화를 보고 싶어할 사람이 있을까?
최근 미술에 이어 영화에도 인터랙션을 도입하려는 실험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게 못마땅했던 걸까? 어디선가 어느 감독이 인터랙션 시네마에 대해 논평했던 대목을 읽고, 유쾌하게 뒤집어졌다. 관객이 매번 영화를 중단시켜 놓고 버튼을 눌러 플롯을 진행시켜야 한다면, 관객은 영화 속으로 몰입하는 데에
[진중권의 이매진] 비디오 게임 혹은 인터액티브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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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를 보는 느낌이 났다. 혹은 오래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랄까. 어릴 때, TV에서 틀어주던 외화, 그중에서도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 명화 같은 느낌이. 그때 본 영화들의 인상은 지금도 흐릿하다. 시간에 바래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때깔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이다. ‘주말의 명화’ 중 끝까지 본 영화는 별로 없다. 영화나 책을 보는 데도 얼마간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기도 했지만. 남한의 어린이로서 겪는 삶의 리얼리티와 <벤허>나 <콰이강의 다리> 속 리얼리티를 전혀 연결시키지 못했던 탓이다. 그때는 ‘명화’가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데어 윌 비 블러드>를 보며 왜 옛날 영화가 연상됐는지 모르겠다. 옛날 영화가 어땠기에. 뭔가 기억해보려 애써도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서머랜드’의 황무지처럼 햇빛에 하얗게 탈색된 장면들만 간간이 스쳐갈 뿐이었다. 환하고 아스라한 옛 필름들. 그래서였을까. ‘주말의 명화’를 추억하자니, 제
[냉정과 열정 사이] 서머랜드의 유정탑과 한국 방송사의 송출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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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프가니스탄 배경의 할리우드영화이다. 영화는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2007년 최고의 영화 톱10에 들고, 2008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와 2008년 아카데미 작곡상 후보에 오를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아프가니스탄 배경에 원작이 베스트셀러였고 거기에 음악까지 좋다니 감동은 따놓은 당상일 터!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감동은커녕 분노만 치민다.
<연을 쫓는 아이>가 아프간 현대사에 소년의 성장을 담았다는 이유로, 걸작 <천상의 소녀>를 떠올리진 말기 바란다. 이 영화와 비견될 만한 텍스트는 따로 있다. 거시적 관점의 서사의 보자면 ‘전쟁이 나자 동네에서 가장 나쁜 놈이었던 자가 붉은 완장 차고 설치더라’ 하는 6·25 특집드라마가 떠오르고, 미시적 관점의 서사를 보자면, ‘출생의 비밀’을 키워드로 삼아 혈연적 봉합을 추구하는 홈드라마가 연상된다. 서사의 저급함은 일
[영화읽기] ‘감동선사’보다는 ‘분노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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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도 아닌 허문영이 홍상수의 <밤과 낮>에 관해 썼는데 누군가가 또 써야 하는가. 나도 당신처럼 똑같이 물었다. 혹은 이리저리 여러 차례 환기된 쿠르베의 <돌깨는 사람들>과 <세상의 근원>에 대한 일화를 또 꺼내야 하는가. 그러니까 홍상수도 성남도 <돌깨는 사람들>을 보기를 염원하였으나 결국은 그것이 그 자리에 없는 이유로 <세상의 근원>을 보게 된 사연을 또다시 말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밤과 낮>을 보는 유일한 방법은 이해가 아니라 동행이다. 동행하며 불현듯 등장했다 사라지고 비슷하지만 다른 형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응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해지는 건 그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허문영의 생각을 따라 만약 이 동행하는 여행 속에서 노동과 성애라는 것 외에도 되돌아오는 것들이 무엇인지 첨언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돌깨는 사람들>이 가난한 두 노
[전영객잔] 삶이라는 영원한 미궁으로의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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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전 이 영화의 라스트신이 참 좋더라고요. 제목의 난사는 언제 나오나 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렇게 총을 다섯발 쏘고나서 마무리로 선배 경찰에게 “죄송합니다”라고 깍듯이 사과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그 말 속에 이 영화의 어떤 핵심이 담겨 있다는 생각도 했죠. 이인성씨 소설에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이란 소설이 있잖아요? 주인공의 상태가 딱 그거라는 거죠. 왜냐하면 그런 폭발적인 감정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지점이,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에 놓여 있으니까요. 다음 영화로 넘어갈까요? 이스라엘영화 <밴드 비지트: 어느 조용한 악단의 방문>은 내용이나 형식 모두에서 소품인 영화죠? 러닝타임도 85분밖에 안 되고 극중 일어나는 사건도 거의 없고.
낮은: “이집트 경찰악단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주 사소한 일이었기에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하는데요. 그 도입부 자체가 영화의 성격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아요. 작아
[메신저토크] <밴드 비지트: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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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아름답다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마이 엔드리스 나이츠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김혜리: <밤과 낮>은 세련된 코미디로서도 충분히 즐길 만하죠.
이동진: ‘홍상수의 오디세이가 이타케 섬으로 돌아갔구나’ 싶어서 감격스럽기까지 했어요.
나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아름답다 님의 말(이하 낮은): 오늘 선배 대화명은 말하자면 ‘밤과 밤’이네요? ^^
마이 엔드리스 나이츠 님의 말(이하 마이): 요즘 워낙 늦게 자 버릇했더니 때로는 정말 밤만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해요. 가끔 해바라기해줘야 하는데. 그쪽 사정도 비슷하죠?
낮은: 서쪽 나라로 출장가면 시차적응이 필요없죠.
마이: 저는 출장 가서 2∼3일 지나면 거기서도 다시 늦게 잠들기 시작한다는. +_+
낮은: <밤과 낮>은 홍상수 감독이 처음 한국을 벗어나 촬영한 작품인데요. 본디 나
[메신저토크] <밤과 낮>, <마츠가네 난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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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수스 원작의 애니메이션 <호튼>의 기세가 여전하다. 지난 주, <클로버필드>의 개봉기록을 누르며 4501만달러로 개봉한 <호튼>은 개봉 2주차에도 굳건히 정상을 지켰으며, 추가로 2510만달러의 수입을 거뒀다. 개봉 10일 동안 <호튼>이 벌어들인 누적수입은 8646만달러, 개봉 2주만에 제작비에 투입된 금액을 극장수입으로 상쇄했다. <호튼>을 만난 해외 곽객들의 반응도 흥행에 일조했는데, 영국에서 1위, 호주에서 2위로 진입하며 1주간 2520만달러의 해외수입도 챙겼다. 한국에는 5월1일 개봉하는데, 국내 더빙판에는 짐 캐리가 목소리 출연한 이야기꾼 코끼리 호튼 역은 차태현이,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후빌의 시장은 유세윤이 목소리 연기한다.
3월 넷째주 10위 안에 진입한 신규개봉작은 모두 4편이다. <마데아 가족의 재결합>으로 명성을 얻은 타일러 페리 감독의 신작 <미트 더 브라운즈>는 2위다.
북미 박스오피스, <호튼>이 한 주 더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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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몽골을 헤매는 탈북자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ㆍ제작 캠프B)이 18일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제작보고회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크로싱>은 함경도 탄광마을에 살고 있던 평범한 남자 용수(차인표)가 아내의 병을 고칠 약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지만 쫓기는 신세가 돼 돌아오지 못하고, 11살 난 아들 준이(신명철)가 아버지를 찾아나서면서 서로 엊갈리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차인표는 탈북자 아버지 '용수'역을 연기하며, 실제 아버지로서 "만약 내 아이가 굶고 있고 아픈데 약이 없을 때, 누군가는 그 아이를 위해 뛰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은 마음으로 연기했다"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생명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린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영화<크로싱>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설명하였다. 영화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해 김태
131일 간절한 약속 <크로싱> 제작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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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쉬는 공기>
이지호 감독의 할리우드 첫 번째 작품으로
사람의 네 가지 감정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영화<내가 숨쉬는 공기>는 놀라운 시나리오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헐리우드에서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영화는 다가오는 4월 9일날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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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NEW] <내가 숨쉬는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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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 권상우 주연의 <숙명>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숙명>이 전국 341개 스크린에서 동원한 관객은 지난 주말까지 약 45만2000명(배급사 집계). 어제는 약 5만5000명을 불러모으면서 누적관객 50만7000명을 기록했다. 2위는 지난 주 1위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에 진입한 <10,000 BC>가 차지했다. 개봉 첫 주 52만3300명을 불러모은 <10,000 BC>는 지난 일요일(23일)까지 전국누적관객 84만8200명(배급사 집계)을 기록했다. 개봉 40일째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추격자>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기록을 깼다. 지난 3월 16일까지 전국 366개 스크린에서 전국 412만 6780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한데 이어, 지난 일요일까지 전국449만9744명(스크린 수 333개)을 기록했다.
4위는 지난 주 3위였던 <스텝업 2 : 더 스트리트>가 차지왔다
<숙명>,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