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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최고 스타는 봉준호 감독이다. 그와 함께 시내를 걷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팬들이 달려와 사인을 요청한다. 이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영화감독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신분’이 상승됐다. 여러 경쟁 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내놓았던 그가 이번에는 심사를 하는 당사자가 된 것이다. 아볼파즐 잘릴리, 엄지원 등과 함께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12편의 우열을 가려야 하는 그는 “어색하고 불편한 입장”이지만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단련된 ‘무책임 컨셉’으로 임할” 계획이다. 그 컨셉이란 “객관적으로 좋은 영화보다는 영화적으로 나를 매혹시키고 흥분시키는 영화를 지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봉준호 감독이 <마더>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심사위원직을 수락한 것은 전주영화제와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2000년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개봉시킨 뒤 흥행실패로 낙담하고 있던
“나를 흥분시키는 영화에 한표 던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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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질문은 예상을 했었습니다. 어제 연습도 했어요. 그럼, 잠깐 불러보겠습니다! 구멍난 구두 밑창 사이로~.” 관객은 박수 치고, 배우는 노래 부르는 이곳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사전 지원하는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 <숏!숏!숏! 2008>의 관객과의 대화 현장이다. 한동안 서먹했던 분위기는 관객의 노래 요청에 자연스레 반전됐다. <이를 닦는다>의 배우 김현진은 영화에 삽입된 동명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는 관객의 부탁을 기꺼이 재현해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젊고 재기 넘치는 감독들의 작품인 만큼 관객층도 20~30대가 대부분이라 발랄하고 대담한 질문이 많았다. “화분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 진짜로 맞았는지, 정말 아팠는지, 실수했다면 재촬영을 했는지” 감독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한가. <엄마가 없다>의 신민재 감독, <이를 닦는다>의 이진우 감독, <봉승아>의 김나영 감
의외성은 단편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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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클루게 회고전에 포함된 <독일의 가을>은 1971년 독일 적군파에 의한 일련의 테러에 대한 11명의 뉴저먼시네마 감독들의 영화적 대응물이다. 영화를 둘러싼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미로다. 1960년대 사회의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 경력을 시작한 클루게의 모든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뉴저먼시네마의 이론적 버팀목이며 독일 공공시네마의 아버지인 평론가 울리히 그레고르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클루게를 만난 올해 전주영화제의 관객들은 엄청난 행운아다. 지난 5월2일 <독일의 가을> 상영 직전, 당시의 독일 사회와 영화계에 대한 20분 간의 소개를 이어간 그레고르에게선, 아끼는 영화의 모든 것을 전하고 싶은 영화 친구의 뜨거운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1960년대 초 구세대 영화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젊은 평론가 중 한사람이었던 그의 인생은 ‘새로운 영화와 그 감독을 안정된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게 하기 위한 투쟁’으로
영화 친구의 뜨거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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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에는 실력 있는 촬영감독이다. <인생>을 비롯하여 오랫동안 첸카이거와 호흡을 맞췄고, 근래에는 펑샤오강의 <집결호>와 오우삼의 <적벽> 등 액션대작까지 촬영했다. <소설>은 그의 연출작이다. 그러나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집결호>의 촬영감독이 만들었다고 믿기 힘들만큼 간명하고 소박하다. 당대 중국 유명문인들의 토론회를 기록한 장면이 3분의 2, 나머지는 타지에서 우연히 재회한 한 남녀의 로맨스를 허구화하여 서로 스며들게 한다. 류우에는 “시정(詩情)을 주제로 한 영화”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할 때 그는 꼭 시인 같다.
-촬영감독과 연출가일 때 각각 당신의 마음가짐이 궁금하다.
=촬영이란 반은 기술, 반은 예술이다. 촬영감독일 때 나는 배우들의 연기보다 화면의 구성이나 빛에 더 민감하고 계절과 기후에 예민하다. 반면 감독을 할 때 내가 가장 중점을 두는 건 나의 생활과 생각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표현할까 하는
“시정을 주제로 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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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빔밥’은 이제 하나의 대명사다. “성미당”은 원조를 가려낼 수 없는 전주비빔밥 전문점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서비스를 기대하진 마시길.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끼니때가 되면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기다리는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먹어 봐야 할 이곳의 별미는 전주전통육회비빔밥. 새콤한 육회를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려 입맛을 돋운다. 밥을 미리 고추장에 비벼서 돌그릇이 아닌 놋그릇에 가져온다는 점도 “성미당”만의 특징이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는데도 맛이 남다른 건 각각의 재료에 들어간 정성 때문이다. 집에서 직접 담근 찹쌀고추장, 사골 물로 지은 밥이 맛의 비밀이었다.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여덟 가지 반찬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육회비빔밥은 10000원, 전주비빔밥은 8000원이다. 중앙점은 전주우체국 앞 골목 100미터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063-287-8800)
인기 최고의 전주비빔밥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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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주 쌈지마켓에서 영화<캡틴 에이헙>의 배우 "드니라방"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배우 "드니라방"은 <레미제라블>(1982)로 장편영화에 데뷔하여
1984년에 출연한 레오 까락스 감독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에 출연.
레오 까락스와의 인연은 이후에도 <나쁜 비>, <퐁네프의 연인들>에 출연하면서
인상적인 연기를 남겼다
1997년 김기덕 감독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출연해 국내에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드니라방"은 김기덕 감독과 레오 까락스 감독과의 작업 과정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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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2008] <캡틴 에이헙>의 배우 드니 라방 내한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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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분신자살로 세상을 뜬 아이돌 섹시 스타 키사라기 미키. 그녀를 추모하기 위한 조촐하지만 별스러운 팬 클럽 모임이 열린다. 여기 모인 다섯 명의 사내들, 일명 이에모토, 스네이크, 오다 유지, 스트로베리 걸, 야스오는 키사라기 미키를 잊지 못하는 영원한 팬들이다. 그들의 모든 건 키사라기로 통한다. 그들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건 생전에 키사라기 미키가 남긴 화보나 필적이며 그들을 지금도 분노케 하는 건 생전에 그녀의 곁을 막아섰던 그 덩치 좋은 경호원 녀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슬픈 건 그 날 밤 그녀의 죽음이다. 키사라기 미키는 과연 자살한 것인가? 참가자 중 오다 유지가 비장하게 그녀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하자 팬 모임 자리는 이제 엉망진창이 된다. 키사라기를 그림자처럼 뒤쫓던 스토커가 누구였는지 추론하게 되고, 여기 참가한 다섯 중 하나라는 생각까지 닿게 되면 이제 여기는 팬 모임이 아니라 서로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심문의 자리가 된다. 영화가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그날 밤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키사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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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간판 프로젝트답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오고가는 문답이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영화속의 상징과 정서에 대해 “~은 무슨 의미인가요”식의 질문이 많다. <생일>을 만든 이드리사 우에드라오고가 본의 아니게 불참한 자리이지만 <나의 어머니>의 나세르 케미르와 <유산>의 마하마트 살레 하룬은 사이좋게 질문 하나씩을 나눠 받았다. 실제 자신의 어머니를 등장시키고 본인도 등장하여 현실과 환상의 기이한 이야기 구조를 완성해낸 나세르 케미르의 영화에는 이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요컨대 “영화에는 푸른 대문의 집이 많이 나오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사막으로 가로질러 가려다 실패하고 다시 돌아온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마하마트 살레 하룬의 영화에는 풍경과 여행에 관한 질문이 던져진다. “하늘이 자주 등장하는 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혹은 “여자 주인공은 두 번 실패하고 마지막에 또 마을을 떠나는데 영화는 떠나기 망설이는 그녀를 보여주며 끝난다. 이 여행에
아프리카 두 감독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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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lence Before Bach/2007/페레 포르타베야/102분/스페인/오후 2시/CGV 5
모든 궁극의 예술은 한 꼭지점에서 만난다. 영화의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바흐 음악의 거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스페인의 노장 실험영화 감독은 바흐 본인과 역사 속 주변인물, 바흐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오늘날의 범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바흐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옴니버스 에세이로 풀어놓는다. 당시 음악의 유행하는 형식 중 하나인 조곡 형태를 차용한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바흐의 음악 한곡 씩을 감상하는 것은 일종의 덤. 눈먼 피아노 조율사의 연주를 듣는 맹인견부터, 지하철 한칸을 가득 메운 첼리스트들의 실험적인 공연을 목격하는 단 한 사람, 서툴게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꼬마의 가족 등 명곡을 듣는 관객의 위치는 매번 달라진다. 영화가 가장 놀라운 지점은 귀에 익은 음악이 갖춘,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시각적 요소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순간이다. 피아노곡의 반복적인
바흐 음악의 모든 것 <바흐 이전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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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 of the Stranger│2007│안도 마사히로│102분│일본/오후 8시/CGV 4
칼을 봉인한 이름없는 무사는 괴한들에게 쫓기는 소년 고타로를 구해주면서 인연을 맺는다. 용맹한 애견 토비마루와 동행하는 고타로의 도망길은 2년 전 명나라에서 시작됐는데, 특별한 기운을 타고 태어난 소년의 생혈을 마시고 영생을 가지려는 명나라 황제의 추한 욕심 때문이다. 여기에 목숨을 걸 만한 호적수를 기다려온 서융족의 무사 라로와, 주인을 죽이고 성을 차지하려는 사무라이들의 야욕이 더해져 군웅할거의 전국시대가 스크린에 재현됐다. 과거에 짓눌려 이름을 지운 무사와 생존을 위해 아무도 믿지 않는 소년이 먼 길을 함께하며 우정을 쌓는다는 이야기 구조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실사였다면 ‘고어’라고 해도 충분할 만큼 잔인한 전장과 대비되는 호젓한 아름다움이라 플롯에 뚜렷한 콘트라스트를 드리운다. <강철의 연금술사><카우보이 비밥 극장판: 천국의 문>을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안도 마사히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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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청춘들은 원인모를 속병으로 기나긴 밤을 지새운다. 술로 마음의 병을 소독해 보려고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숙취만 남지 고민거리는 그대로다. 그럴 때는 시간이 약이라고 참고 인내하는 수밖에. <내 마음에 불꽃이 있어>는 오늘을 살고 있는 20대가 겪고 있을 몸과 마음의 고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영화는 이들의 열병이 성장통임을 보여준다.
정인은 여자 친구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자 사는 게 공허하게 느껴진다. 정인과 함께 영화촬영을 하는 형은 감독임에도 촬영장에 나타나지도 않는다. 참, 되는 일이 없다. 정인은 영화감독으로서의 열정이 부족한 선배가 한심해 보인다. 정인은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서 우연히 고향후배를 만나지만 후배와의 관계는 더디게 진행된다. 후배는 정인에게 여승무원인 자신이 겪는 비정규직으로서의 불안감을 토로하는데 이는 KTX 여승무원 부당해고 사건을 환기시킨다. 한편 유학 간 여자 친구는 정인에게 이메일을 통해 유학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청춘의 화학적 열병, <내 마음에 불꽃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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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의 경계 허물기라는 문제는 영화사의 오랜 난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가공의 세계에 ‘다큐멘터리적 터치’를 가미한다든가 다큐멘터리에 몇몇 픽션의 요소들(극적 서사와 캐릭터 등)을 도입하는 식의 시도는 지금에 와선 거의 낡아빠진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적 허구를 다큐멘터리 형식과 안이하게 결합하려 하기보다는 사적 기록의 형식(메모, 일기, 수필, 여행기), 아포리즘 혹은 ‘순수 영화’(pure cinema)적 리듬을 동원해 허구를 해체, 재구성하고 있는 몇몇 모험적인 감독들-프랑스의 장 뤽 고다르로부터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에 이르는-의 시도다. 이들의 작품은 극영화나 다큐멘터리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그렇다고 해서 ‘아방가르드’라 부르기에도 부적절한) 독특한 현대적 ‘장르’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굳이 명명하자면 ‘에세이 영화’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주목할만한 필리핀과 스페인의 다큐멘터리들
이런 점에서 현재 필
픽션, 에세이, 역사, 그리고 음악과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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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zh/2007 /아바이 쿨바예프/80분/카자흐스탄/오후 2시/메가박스 9
그런 나이가 있다. 세상이 밉고, 또래 친구들은 모두 시시하며, 부모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시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그 분노가 실은 자신의 까마득한 미래를 향한 자연스러운 두려움이고 또 자신을 알아봐줄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신호임을 그 때는 모른다. ‘이발’을 의미하는 제목답게, 점점 과격하게 짧아지는 아이누라의 뒷머리를 비추며 시작하는 영화 <스트리츠>는 10대 소녀의 스산한 일탈을 뒤쫓는다. 약물중독인 계부, 무기력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누라는 방과후 운동장에서의 싸움에 휘말리고, 흡연을 일삼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녀의 방황은 한적한 버스, 공사 중인 고층빌딩, 도시를 굽어볼 수 있는 산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 등으로 이어진다. 신호등에 걸려 큰길 한가운데 멈춰선 상황이며, 동성 친구의 갑작스런 키스 등 익숙한 숏과 상황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
10대 소녀의 스산한 일탈 <스트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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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 Lewton: The Man in The Shadow 미국/2007/77분/감독 켄트 존스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의 실패로 인해 재정난에 허덕이던 제작사 RKO는 저예산 B급 공포영화를 만들어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인물이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의 어시스턴트였던 발 류튼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저예산으로 만든 그의 영화는 “1940년대에 기대하지 못했던 방식의 영화”라는 평을 들으며 미국 영화사에 길이 남았다. 제작자 발 류튼은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이 택했던 ‘보여주기’의 방식을 벗어나 ‘보이지 않는 공포’를 창조했다. 그의 대표작 <캣 피플>(1942)에서 류튼은 일렁이는 수영장의 물, 표범을 연상케 하는 그림자만으로 공포를 조성한다. 그는 인간을 두렵게 하는 건 무서운 이미지가 아니라 그들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막연한 공포임을 말한다. 드러나지 않는 공포를 향해 스스
위대한 선배에 바치는 오마주 <발 류튼: 그림자 속의 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