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 Lewton: The Man in The Shadow 미국/2007/77분/감독 켄트 존스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의 실패로 인해 재정난에 허덕이던 제작사 RKO는 저예산 B급 공포영화를 만들어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인물이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의 어시스턴트였던 발 류튼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저예산으로 만든 그의 영화는 “1940년대에 기대하지 못했던 방식의 영화”라는 평을 들으며 미국 영화사에 길이 남았다. 제작자 발 류튼은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이 택했던 ‘보여주기’의 방식을 벗어나 ‘보이지 않는 공포’를 창조했다. 그의 대표작 <캣 피플>(1942)에서 류튼은 일렁이는 수영장의 물, 표범을 연상케 하는 그림자만으로 공포를 조성한다. 그는 인간을 두렵게 하는 건 무서운 이미지가 아니라 그들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막연한 공포임을 말한다. 드러나지 않는 공포를 향해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발 류튼의 인물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발 류튼: 그림자 속의 사나이>는 마틴 스콜세지, 구로사와 기요시, 로저 코만 등 당대의 시네아스트들이 위대한 선배에 바치는 오마주다. 영화는 발 류튼이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들의 일부를 직접 보여주며 그가 창조해낸 우울과 몽상의 영화세계를 논한다. 그를 증언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속에 출연한 모든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가 재능 넘치고 야심 많은 사람이었다고 강조한다. 작품에 비해 알려진 바가 없었던 류튼의 사생활도 공개된다. 주말이면 여동생과 함께 요트를 탔다거나, 그녀와 함께 한 유년 시절의 기억이 영화에 반영되었다는 에피소드는 흥미롭다. 이 영화를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극영화를 연상케 하는 매끄러운 연출이다. 작품을 만든 비평가 켄트 존스는 글이 아닌 영상 매체를 통해서도 양질의 비평이 가능함을 몸소 입증한다. 한 편의 잘 만든 영화 해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