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 질문은 예상을 했었습니다. 어제 연습도 했어요. 그럼, 잠깐 불러보겠습니다! 구멍난 구두 밑창 사이로~.” 관객은 박수 치고, 배우는 노래 부르는 이곳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사전 지원하는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 <숏!숏!숏! 2008>의 관객과의 대화 현장이다. 한동안 서먹했던 분위기는 관객의 노래 요청에 자연스레 반전됐다. <이를 닦는다>의 배우 김현진은 영화에 삽입된 동명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는 관객의 부탁을 기꺼이 재현해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젊고 재기 넘치는 감독들의 작품인 만큼 관객층도 20~30대가 대부분이라 발랄하고 대담한 질문이 많았다. “화분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 진짜로 맞았는지, 정말 아팠는지, 실수했다면 재촬영을 했는지” 감독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한가. <엄마가 없다>의 신민재 감독, <이를 닦는다>의 이진우 감독, <봉승아>의 김나영 감독과 배우들은 관객들의 도발적인 물음에 또래 친구를 대하듯 친근한 대답을 내놓았다. 영화도 많고 사람도 많다보니 의문점을 해소할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못했지만 <숏!숏!숏! 2008>의 제작진은 질문마다 릴레이로 마이크를 돌려가며 개성 넘치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촬영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냐는 관객의 질문에 신민재 감독은 “연출자로서 아이가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보시다시피 너무 잘해줘 고마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를 닦는다>의 배우 이윤선은 “업혀 있는 장면을 찍을 때 가장 힘들었고, 이번 영화가 출연료를 받은 첫 작품”임을 밝혀 박수를 받기도. 김나영 감독은 “서울과 전주를 오가는 것 빼고 큰 어려움은 없었으며 촬영하는 동안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란 말을 남겼다.
특히 이들은 “의도하지 않음”이 영화에서 어떠한 힘을 발휘하는지 모두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배우에게 맨팔에 깁스를 하라고 한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연기자의 행동에 제약을 주고 싶었고 둘째,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부터 재미를 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신민재)” “<봉승아>는 별 의미가 없는 제목이다. 원래 가제였는데, 딱 맞는 이름을 찾지 못해 제목으로 낙점됐다.(김나영)” “나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 쓰고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영화 때문에 창작한 노래를 제목으로 정했다.(이진우)” 의도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의외성이 <숏!숏!숏!>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의도되지 않은 이들의 에너지가 어떤 방식으로 분출될지 향후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