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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디지털 3인3색’의 국내 버전 섹션. 세 편 모두 강렬한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단 점이 인상적이다. <엄마가 없다>(신민재)는 사람 머리 위로 화분을 떨어뜨리고 다짜고짜 “우리 엄마 핸드폰 내놔!” 윽박지르며 집안에 쳐들어와 난장판 만드는 열한 살짜리 여자애와 전직 소방수의 만남이다. 여자아이는 왜 남자를 괴롭히는 걸까. 지나치게 똘똘해 뵈는 아역배우의 빽빽거림을 5분 정도만 인내한다면, 이후 드러나는 의외의 진실에 가슴 찡함을 느낄 수도 있을 듯. <이를 닦는다>(이진우)는 여고생과 여선생이 함께 수업 땡땡이치게 된 반나절의 이야기. 선생은 선이의 남자친구 욱이의 독감 병문안을 함께 가서 모처럼 일상의 틀을 벗어난 자유를 만끽한다. 삶의 사소한 순간들에서 유머를 빚어내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해방감을 안기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봉승아>(김나영)는 시골에서 밭일하는 노모에게 얹혀사는 문인 지망생 백수 총각과 새침데기 서울 유부녀의 짧은 연애를 다
‘디지털 3인3색’의 국내 버전 섹션, <숏!숏!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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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len Man│2007│마티아스 피녜이로│90분│아르헨티나│오후 8시│메가박스 6
부에노스아이레스 박물관의 예술작품이 도난당한다. 범인은 메르세데스. 그녀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예술품을 골동품 시장에 팔고 그 빈자리에 음악 박물관에서 가져온 물건을 채워 넣는다. 어느 날 메르세데스는 절친한 친구 레티샤의 애인 안드레스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들의 뒤를 쫓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청춘 남녀에게 고정불변의 진리나 영원한 맹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항상 고전을 인용하고, 예술작품 근처에 머물지만 그들의 인생에서 예술이란 유희의 대상일 뿐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건너편 횡단보도에서 애인이 아닌 다른 여자를 껴안고, 여자는 연인을 쉽게 잊는다. 불안정한 이들의 관계는 불협화음으로 구성된 합주, 자주 흐름이 끊어지는 피아노 연주로 형상화된다. <도둑 맞은 남자>의 시퀀스는 아르헨티나의 작가 사르미엔토의 저서 <파쿤도
청춘의 불안정한 심리 <도둑 맞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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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클래스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세미나: 경쟁과 효율을 강요하는 시대를 향한 필살기’가 오늘 2시부터 5시까지 메가박스 10관에서 열린다.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소장, 허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간사, 박민 전주시민미디어센터 부소장, 이현세 전북공공영상 미디어센터 준비위원회 등 이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미디어 공공성 수호를 위한 전략과 지역 미디어 센터 활성화 방안에 관해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눈다.
Cinema Class on Stratagies for Media in the New Age
Cinema Class, 'Strategies to Fight in the Age of Enforced Competition and Efficiency,' will take place at Megabox 10 from 2 p.m. to 5 p.m. There will be an in-dept discussion strategies to reinforce cultural publi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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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Valley of Elah │ 2007 │ 폴 해기스 │ 120분 │ 미국│ 오후 8시│ CGV 4
엘라의 계곡이란, 작은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이긴 곳으로 성경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엘라의 계곡>은 믿음과 용기로 불의에 맞서는 (미국식) 전쟁영웅의 승리담이 아닌, “다윗 이전에 얼마나 많은 소년들이 그 계곡으로 보내져 죽음을 맞이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 돌아온 직후 살해된 병사와 전직 군인 출신인 그 아버지의 실화를 소재로 취했다. 군인정신으로 평생을 살아왔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도 그 믿음을 강요했으며, 전장으로 향하는 아들을 자랑스럽게 바라봤던 아버지 행크(토미 리 존스)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군과 경찰을 대신하여 이를 규명하려 애쓴다. <로스트 라이언즈> <리댁티드> 렌디션> 등 최근 할리우드에서 유행처럼 제작된 이라크전 관련 영화 중 한편이다. 그러나 이라
할리우드에서 유행처럼 제작된 이라크전 영화 중 한편 <엘라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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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2시 CGV 5관에서 상영하는 <사탄 탱고>의 GV는 상영 전 영화 소개와 영화 상영 뒤 감독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로 진행된다.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시간은 영화의 긴 상영시간 관계로 오후 9시15분이다. 오후 8시 메가박스 10관에서 상영하는 <실비아의 도시에서 찍은 사진들> <실비아의 도시에서>의 GV는 영화 시작 전 감독의 영화 소개로 진행된다. 한편 오후 8시 야외상영장에서는 한국영화 <즐거운 인생>의 상영 후 GV가 있을 예정이다.
GV Schedule in Detail
For "Satantango," scheduled at CGV 5 at 2 p.m., GV includes both the introduction of the film before and Q&A after the screening. The Q&A session will begin at 9:15 p.m. when the scree
GV 세부사항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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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antango│1994│벨라 타르│435분│헝가리, 독일, 스위스│오후 2시│CGV 5
누군가 오늘 <사탄 탱고>를 보기로 결정했다면 그는 다른 세 편의 영화 보기를 포기한 것이다. 상영시간이 거의 7시간인 이 영화는 더 많은 작품을 섭렵하고 싶어 하는 영화제의 열성 관객에게는 필시 어려운 선택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사탄 탱고>의 지지자들은 알려준다. “평생 동안 생각하고 영향받아왔으나 사용해보지는 못한 어떤 것들을 이 영화가 요약하고 있었다.” ‘죽음 3부작’을 통해 혁신적인 언어를 새롭게 사유한 구스 반 산트가 실은 벨라 타르의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는 건 이미 알려져 있다. 신비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구도, 카메라가 걸어가는 인물들의 뒷모습에서 잡아낸 형상, 프레임 안으로 들고나는 소리들의 세심한 관여, 시간의 앞서고 뒤서는 구조의 조합이 바로 이 영화에서 온 것이라는 걸 당신은 확인하게 될 것이다. 평론
진정 타르의 최면적인 영화 <사탄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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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거장 감독 벨라 타르를 평론가 홍성남이 만났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벨라 타르의 <사탄 탱고>가 상영된 뒤 국내에도 벨라 타르 지지자들은 암암리에 늘어났는데,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벨라 타르가 영원할 것만 같은 염세적인 그의 세상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당신은 철학자를 꿈꿨다던데.
=어린 시절 1968년의 ‘68혁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68년을 기점으로 많은 개방이 이루어졌고, 헝가리에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중요한 사람들이 등장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혹은 그보다 더 어릴 때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고,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당시에는 장 뤽 고다르, 미클로시 얀초 등 훌륭하고 신선하고 혁명적인 영화들을 주로 봤다. 나는 사회에 대해서 특별히 민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선박회사에서 일했다. 16살에 8mm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영화의 내용이 정치계와 관료
“인간의 존엄성은 내게 가장 중요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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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쌀쌀한 밤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어린이날을 맞아 영화 <바르게 살자>의 야외상영을 관람했다.
어린이날 맞아 영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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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영화제가 후반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를 훨씬 능가하는 초반 매진율로도 예상할 수 있었듯, 전주영화제의 9번째 만찬은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5월5일 오후 9시 현재 영화제쪽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상영관을 찾은 관람객수는 487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천여명 증가했다. 매진 상영 횟수 또한 지난해 83회에 비해 113회로 크게 늘었으며, 총 7만6천8백석의 전체좌석 점유율은 5일간 평균 89.14%로 전년 대비 3% 가량 높았다. 영화제 4일차인 5월4일에는 94.1%를 기록하여 연휴의 영향력을 증명했다. 객석점유율과 이벤트 참여 인구 등을 기준으로 집계한 영화의 거리 유동인구 역시 5만명 가량 늘어난 25만여명으로 집계됐다.
9회 상영작들, 역대 최고의 인기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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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고장 전주에 왔으니 잘 차린 한상차림을 기대하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형식을 갖춘 한정식을 저렴한 가격에 먹기란 쉽지 않다. “국일 떡갈비”는 형식과 가격, 이 두 가지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음식점이다. 떡갈비가 이 집의 메인메뉴인 것은 분명하나, 갈비와 함께 나오는 열다섯 가지 밑반찬도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다. 10000원이란 가격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금거북이판에 담겨 나오는 떡갈비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야채와 과일을 다져넣은 양념 덕분에 고기가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여기에 곁들여 먹으면 좋은 것이 다슬기탕인데, 섬진강에서 직접 잡아온 다슬기에 손수제비와 각종 야채를 넣고 끓였다. 바다냄새가 물씬 나는 맑고 시원한 국물은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다슬기탕은 7000원, 남천교 다리 끝에서 오른쪽으로 50미터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063-282-3330)
맛있는 떡갈비에 훌륭한 밑반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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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기 위해 전주를 찾은 작가 아청은 4일 새벽 2시에 한국에 들어왔다. 다음날 공식행사만 두 개를 연거푸 하면서 식사도 건너뛰었다. 통역이 걱정하자 그가 한 말. “괜찮아. 정 배고프면 쓰러져 버리지 뭐”. 1949년생으로 시에진의 <부용진>, 첸카이거의 <해자왕>, 티엔주앙주앙의 <작은 마을의 봄> 등에서 원작자 혹은 각본가로 활동해온 그의 작업은 하나 같이 재치보다는 근심과 정중함을 안고 있지만, 아청 본인은 재치만발이며 반문의 달인이다. 좋은 시나리오에서 나쁜 영화가 나올 수 없지만,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다고 했더니 “동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쁜 소설에서 좋은 영화가 나오는 걸 너무 많이 봤으니까”라고 답한다. 하지만 시종일관 시시껄렁하게 농담이나 반문만 하는 건 아닌 것이 “시나리오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인물 사이의 관계를 묘사하는 것”이라고 단언할 때, “만약 영화를 보러
시나리오의 힘은 관계 묘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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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흥미진진한 감독의 주변 인물들은 다큐멘터리의 재료로서 이미 더이상 훌륭할 수가 없는 존재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한 게임이다. 올해 전주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우린 액션배우다>는 서울액션스쿨 8기를 수료한 정병길 감독이 동기생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결과물이다. 골때리는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뼈있는 농담을 버무린 <락큰롤에 있어서 중요한 세 가지>를 만든 정병길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는 전작과 많은 지점을 공유했다. 어디까지 믿어야하나 싶은 요절복통 인터뷰에, 시도때도 없이 개입하는 내레이션, 산만한 구성 등이 그것이다. 지난 5월3일과 5일에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는 영화 속 액션배우 5인이 감독과 함께 했다. 엄청난 열광에 얼떨떨한 기분으로 축제를 즐기는 그들을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뒤풀이에 끼어들었다. 인정한다. 취재는 뒷전이고, 이 유쾌한 친구들을 대면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위노나 라이
요절복통 유쾌한, 우린 액션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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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는 일반 극장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실험적인 영화들을 소개함으로써 대안적인 영화미학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그동안 피터 쿠벨카, 피터 체르카스키, 하룬 파로키,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등 유명 실험영화감독들의 작품과 강연이 있었다.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미국실험영화의 거장 제임스 베닝의 작품과 그의 강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일 것. 2006년 전주영화제를 통해 <원웨이 부기우기>와 <27년 후>가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그는 위스컨신대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며, 위 두 작품에서 제임스 베닝은 산업화되고 있는 위스컨신주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다. 정확하고 계산적인 쇼트의 배열로 우리 사회적 인간에 관한 잔상을 던지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그가 새롭게 선보일 작품은 레일로드의 약자로 알려진 <RR>과 70년대 로버트 스미드슨의 기념비적인 대지미술작품인 ‘나선형 방파제’를 담은 <시선을 던지다>이다. 기차의
실험영화의 파라다이스를 만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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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으로서 내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크다. 흥분된 상태라 말을 정리하기 힘들지만, 이제까지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작품이란 생각과 청춘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내 머릿속에서 교차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든다면 어떠한 자아비판이 될 지 무척 궁금하다.” 영화 <실록연합적군>의 상영 후, 후끈 달아오른 극장의 열기를 이어간 사람은 이명세 감독이었다. 일본 운동권 학생들의 자아비판과 집단적 광기에 대한 두려움과 놀람의 감정을 고백한 그는 “질문이 많으실 테니 ‘시네토크’는 관객 여러분의 몫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이 감독은 시의적절한 질문으로 와카마쓰 고지 감독과 함께 하는 ‘시네토크’의 훌륭한 조정자 역할을 해냈다. 관객들은 세 시간이 넘는 상영에 지치지 않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다음은 지난 5월4일 저녁을 뜨겁게 달군 <실록연합적군>과 미처 말해지지 못한 이야기들의
“내 모든 걸 담보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