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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fez/2007/아볼파즐 잘릴리/98분/이란, 일본/오후 5시/프리머스 4
이란에서는 코란을 암송할 만큼 종교적 학식이 높은 사람을 하페즈라 부른다. 샴사딘은 하페즈의 신분으로 율법학자의 딸 나밧에게 코란을 가르치다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의 대가는 가혹하다. 남녀가 마주보는 행위가 금지된 이란에서 창문으로 나밧을 훔쳐봤다는 이유로 샴사딘은 하페즈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태형을 선고받는다. 그가 일생을 바쳐 섬기고자 했던 바로 그 신의 가르침이 샴사딘의 사랑을 방해한다.
사랑을 뛰어넘는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는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하페즈>는 즉답을 회피하는 대신 샴샤딘이 마을을 떠나 겪는 여러 가지 사건 속에 실마리를 넣는다. 정교한 율법은 때때로 정말 옳다고 생각되는 행동조차 해서는 안 될 일로 규정한다. 이를 절실히 깨달은 샴사딘은 여러 마을을 지나면서 율법학자들이 완성한 법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 영화가 한 편의 우화처럼 느껴지는
사랑을 뛰어넘는 절대적인 진리 <하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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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ifornia Dreamin’/2007/크리스티안 네메스쿠/155분/ 루마니아/오후 8시/전북대 문화관
미국과의 안좋은 기억 하나 없는 나라가 있을까. 영화의 처음과 중간, 2차대전 당시 공습상황을 묘사한 흑백화면은 앞으로 일어날 웃지못할 비극이 단지 해프닝이 아님을 보여준다. 1999년 NATO의 유고슬라비아 폭격을 위한 군사장비를 실은 기차가 루마니아의 간이역에 발이 묶인다. 마을의 실력자이자 기차역의 책임자 도이아루는 세관 문서를 요구하며 수송열차를 호위하는 미군 지휘자에 맞서고, 사람과 소가 같은 길을 사용할 정도로 작은 마을은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이들의 행보로 인해 분주해진다. 혈기 왕성한 미군들을 초대한 마을 잔치 시퀀스는 대표적인 예. 도이아루의 딸을 비롯한 마을의 젊은 처자들은 앞을 다퉈 미군들에게 돌진하다시피 몸을 던지고,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알릴 절호의 기회라 여기며 피켓을 들고 파티장에 난입하며, 마을 시장은 미국의 어딘가와 끈을 댈 수
루마니아식 리얼리즘의 애틋함 <캘리포니아 드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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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Without Youth/2007/프랜시스 포드 코폴라/124분/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루마니아/오후 5시/메가박스 8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10년의 침묵을 깨고 내놓은 신작. <영원한 젊음>은 <파우스트>에 자기희생적 로맨스가 결합된 영화다. 노쇠한 언어학자 도미니크 마테이는 필생의 연구를 끝내지 못하리라는 두려움과 젊은 시절 놓친 사랑에 대한 꿈으로 마음이 소란하다. 배경은 전운이 드리운 1938년의 루마니아. 절망을 자살로 끝내려던 도미니크는 번개에 맞고 신비스럽게 회춘하고, 과거의 연인을 꼭 닮은 베로니카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시간의 속도는 이상하게 흐르고, 연인은 결국 헤어진다. 세계적인 종교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영원한 젊음>은, 코폴라가 시카고 대학에서 종교역사학을 배우던 중 매혹된 이야기다. 코폴라가 자비로 제작할 만큼 애착을 보인 이야기로, 한 인터뷰에서 "도미니크와
파우스트에 자기희생적 로맨스가 결합된 영화 <영원한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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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a/2007/알렉산더 소쿠로프/95분/러시아, 프랑스/오후 5시/CGV 5
군인을 위한 모든 시설은 노인에게 얼마나 적대적인가. 거동도 부자연스러워보이는 노파가 군용열차에 몸을 싣고 군용 막사에 몸을 눕힌다. 체첸 공화국 내부에 위치한 러시아 캠프에서 근무 중인 장교 손자를 만나기 위한 알렉산드라의 여정이다. 군복만 입지 않았다면 그저 철없고 천진한 20대 초반으로 보였을 젊은 군인들이 지배하는 황량한 땅, 그리고 그 안을 누비는 노파의 발걸음이라니. 이상한 나라를 모험하는 앨리스의 그것처럼 낯선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건장한 손자의 도움을 받아 탱크 안으로 힘겹게 노구를 밀어넣은 알렉산드라가 장총을 손에 쥐어보고는 “(총을 발사하는 것이) 매우 쉬운 일이구나”라고 중얼거리는 순간. 언제나 영화를 통해 모국을 향한 애틋한 송가를 불러왔던 감독은 처음과 끝을 찾을 수 없이 실타래처럼 얽힌 민족과 역사의 문제를 해결할 만한 지혜를 간절하게 구하는 중이다. 경계근무를 서는
정치의식에 대한 비판과 서정적인 반전영화 <알렉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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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전주영화제에 왠 불면의 밤이냐고. 오히려 부천영화제에 걸맞는 섹션 아니냐고. 하지만 지난 몇년간 심야 상영 프로그램 ‘불면의 밤’은 전주영화제의 가장 인기있는 섹션으로 자리를 굳혀왔다. 마니아 성향의 관객과 작가영화 관객, 새로운 실험을 찾아헤매는 영화광들의 취향을 고루 충족시켜려는 프로그래머들의 고민이 빛을 발해온 덕분이다. 올해 불면의 밤은 ‘호러의 밤’(2일), ‘활극의 밤’(3일), ‘음악의 밤’(4일)의 세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모두 9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조지 로메로의 신작 <시체들의 일기>와 윌리엄 프리드킨의 <버그>, 앤드루 도미닉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조이 디비전의 팬들을 위한 <조이 디비전> 등 상영작의 면모는 어느해보다도 열광할 만하다.
호러광들이 기다려온 작품은 ‘호러의 밤’의 정점인 조지 로메로의 신작 <시체들의 일기>일 것이다.
“전주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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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8시 메가박스 10관 <키니와 아담스> 상영 후 예정됐던 이드리사 우에드라오고 감독과의 대화가 취소됐다. 디지털 3인3색 참가 감독 우에드라오고의 1997년작 <키니와 아담스>는 황량한 마을에서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한 두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감독의 첫번째 영어 영화로 짐바브웨에서 촬영됐다.
"Kini and Adams" GV Cancelled
Idrissa Ouedraogo's visit after today's screening of "Kini and Adams," Megabox, 8 p.m. has been cancelled. The film is about two men who managed to find a job in a desolate town. It is his first English-language film and filmed in Zimbabwe.
이드리사 우에드라오고 감독과의 대화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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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개막식에 레드카펫이 빠질 수 없다. 행사장으로 입장 중인 홍보대사 김재욱과 김성은, 취재 열기를 더하는 사진기자들. 국내외 관계자들의 레드카펫 행사는 식전 40분 가량 계속됐다.
영화제의 감초, 레드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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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 서비스 센터가 문을 열었다. 영화의 거리, 메가박스와 CGV 사이에 위치한 JIFF 서비스 센터는 관객, JIFF 서포터즈, 영화제 게스트 모두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1층은 티켓팅과 물품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2층은 게스트 라운지, 3층은 서포터즈 전용 라운지다. 비디오룸과 인더스트리 데스크까지 배치된 게스트 라운지는 게스트 ID를 소지한 사람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3층 서포터즈 라운지는 휴대폰 충전기, 음료 및 다과 등이 준비돼 있다. 서포터즈 회원이 아니더라도 일행 중 회원이 있으면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문의 063-283-4549)
JIFF Service Center Now Available.
JIFF service center is now available. The center, located between Cinema Street, Megabox and CGV, provides a shelter for audie
JIFF 서비스 센터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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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신선한 영화와 만나는 곳,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입니다.” 5월1일 저녁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최정원과 함께 사회를 맡은 안성기의 인사를 시작으로, 전주영화제의 9일간의 여정이 시작됐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40개국 195편의 맛있는 영화”로 차려낸 만찬을 즐겨달라고 인사를 전했고, 홍보대사 김재욱, 김성은을 비롯하여 국제경쟁부문, 넷팩상 등 각 부문 심사위원의 소개가 이어졌다. “한국영화계의 괴물로 성장한 준호 봉 감독!”이라고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봉준호 감독을 ‘유머러스하게’ 소개했던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같은 부문 심사위원인 이란의 아볼파즐 잘릴리 감독의 까다로운 이름을 한번에 발음하지 못해 또다시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1시간에 걸쳐 진행된 개막식의 마지막 순서로 소개된 개막작 <입맞춤>의 만다 쿠니토시 감독은 “오늘이 마침 제 생일”이라고 밝혀 행사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로부터 축하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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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서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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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는 좀 치울까요?” 안성기가 손수 자리를 정돈하며 말했다. 사진기자의 요구에 따라 전주국제영화제의 로고가 빼곡히 박힌 벽 앞에 선 그는 이번엔 최정원을 향해 말을 건넨다. “혹시 선호하는 방향이 있어요? 나는 그런 거 없어요.” 미소 띤 최정원의 얼굴에 홍조가 번지더니 안성기의 왼쪽으로 자리를 바꾸며 말한다. “선배님, 최고에요!” 레드카펫 주위로 취재진이 모여드는 진풍경을 지나 대기실로 향할 때, 개막식 사회자로 두 사람이 어울리는 조합일까를 의심했던 마음은 사라졌다. 배우 경력으로나, 영화제 경력으로나 프로라 할 수 있는 안성기와 “두번째로 사회를 보지만 처음 같다”는 최정원은 베테랑 선배와 의욕충만한 후배라는 점에서 더 이상 찰떡궁합일 수 없었다. “9회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전주영화제에 대한 필요성은 분명하다.” 독립영화, 실험영화를 소개하는 장으로 다른 영화제들과는 차별화 되는 지점을 수립한 전주영화제에 대해 사회자로서 안성기는 기특하고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관록과 열정의 찰떡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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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 쿠니토시는 평론가였다. 섹슈얼리티와 철학이 동거하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기묘한 영화 <간다천 음란전쟁>(1983)과 <도레미파소녀의 피가 끓는다>(1985)의 각본과 조연출로 참여한 경력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된 건 그의 데뷔작 <언러브드>(2001)이후다. <입맞춤>(2007)은 그의 세 번째 장편이며 올해 전주의 개막작이다. 입맞춤. 어딘지 모르게 개막작과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는지. 영화는 조용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언러브드>의 각본을 아내와 함께 작업했던 만다 쿠니토시는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언러브드>는 만들고 보니 나의 요구만 들어간 영화인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입맞춤>에서는 스탭이나 캐스팅 문제까지 전부 아내와 상의하며 만들었다. 영화란 누군가와 같이 만들어가는 공동 작업이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게 된 것”이다. 공동작업의 과정 속에
라스트신에 대한 관객의 대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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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소바’의 계절이다. 때 이른 햇볕에 입맛까지 없는 요즘, 서늘한 메밀국수 한 그릇으로 활력을 되찾는 건 어떨까. ‘한양소바’는 명실상부한 고사동 맛집 1호다. 영화제 기간만 되면 새벽까지 사람이 붐비는 바람에 주인 아주머니는 “일찍 끝나도 밤 12시”라며 싫지 않은 푸념을 하신다. 하지만 손님이 몰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이곳의 쫄깃한 면발과 각종 고명이 사르르 녹아있는 시원한 국물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한 그릇 가득 담겨 나오는 푸짐한 양도 만족스럽다. 추천 메뉴는 ‘콩국수’. 고소하면서도 담백해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옆 테이블 손님의 말을 빌리자면 “알콜 해독에도 효과적”이라고. 모든 국수는 5000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영화의 거리 메가박스 근처 호남약국 사거리 근방이다. (063-251-1377)
더위도 숙취도 소바로 날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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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bscure/2006년/뤼 위에/87분/중국
오우삼의 <적벽대전>과 펑 샤오강의 <집결호>의 촬영감독.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생>을 비롯한 장이모의 단골 촬영감독까지. <소설>을 연출한 류 우에의 경력은 촬영감독으로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연출도 꾸준히 해왔으며 <소설>은 네 번째 장편이다.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자오 선생>외에도 <미인초>, <십삼괘포동>을 만들었다. 류 우에는 네 번째 연출작 <소설>에 이르러 이를 데 없이 비범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철길을 따라 열차가 달리고 있다. 누군가의 시선. 그 시선이 시장을 지난다. 그리고 한 여자가 호텔을 돌며 미팅 시간을 알린다. 중국 유명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생과 시와 문학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 그들을 깨우던 여자는 늘 뒤에 앉아 있다(이 영화에 대한 소개는 사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그
아름답고 애틋한 하룻밤 로맨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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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주택가. 무표정의 남자가 아무 집이나 불쑥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돌아다니고 있다. 그 중 문이 열려 있던 집으로 무작정 들어간 남자는 단란한 한 가족을 몰살한다. 일부러 경찰에 실마리를 던져 주고 잡혀갈 때 그는 모든 걸 포기한 것처럼 웃고 있다. 의문스런 이 살인마의 이름은 사카구치. 그가 왜 살인을 일삼았는지 알 수 없지만 삶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알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마침 텔레비전에서 그의 웃음을 본 한 여자가 운명처럼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평범한 회사원 교코. 그녀는 사카구치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 가고 사카구치의 관선 변호사 하세가와를 통해 사카구치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길 원한다. 교코는 둘 사이에 어떤 관계도 없었지만 무언가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자꾸 그에게 가도록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한 마디의 자기 변론도 거절한 채 사형대로 가기를 바라던 사카구치에게 쿄코의 존재는 그가 입을 열고 감정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계기를 주고, 마침내 사카구
차가운 ‘애정의 하드보일드’ <입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