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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두 감독의 추천

<디지털 삼인삼색>의 감독, 관객과의 대화

영화제의 간판 프로젝트답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오고가는 문답이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영화속의 상징과 정서에 대해 “~은 무슨 의미인가요”식의 질문이 많다. <생일>을 만든 이드리사 우에드라오고가 본의 아니게 불참한 자리이지만 <나의 어머니>의 나세르 케미르와 <유산>의 마하마트 살레 하룬은 사이좋게 질문 하나씩을 나눠 받았다. 실제 자신의 어머니를 등장시키고 본인도 등장하여 현실과 환상의 기이한 이야기 구조를 완성해낸 나세르 케미르의 영화에는 이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요컨대 “영화에는 푸른 대문의 집이 많이 나오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사막으로 가로질러 가려다 실패하고 다시 돌아온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마하마트 살레 하룬의 영화에는 풍경과 여행에 관한 질문이 던져진다. “하늘이 자주 등장하는 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혹은 “여자 주인공은 두 번 실패하고 마지막에 또 마을을 떠나는데 영화는 떠나기 망설이는 그녀를 보여주며 끝난다. 이 여행에 어떤 의미가 있나”

“사실은 우연이다. 튀니지의 집은 대체로 푸른색이다. 하지만 나는 색에 있어서 영화 속에 흰색을 사용하지 않는다. 흰색은 내게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나세르 케미르)” 혹은 “하늘을 보여주는 건 인간이 타고난 하늘과 땅 사이의 운명을 말하기 위해서다. 경계가 아니라 그 수직의 사이에 인간이 있다는 의미를 밝히기 위해서다. 내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동물 같은 존재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하늘을 자주 보여준 것이다(마하마트 살레 하룬)”라는 대답은 다소 엉뚱하고 용감한 질문이었으나 마침내 훌륭한 대답을 끌어낸 셈이다. 용감한 질문만이 좋은 답을 얻는 법인가보다.

“이 번에 상영되는 각자의 추천작에 대한 프로모션을 부탁한다(웃음)”는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제안에 두 감독이 <비둘기의 잃어버린 목걸이>와 <아부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아쉬운 문답의 시간은 끝을 맺었다. 나세르 케미르는 “<비둘기의 잃어버린 목걸이>는 12세기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나 자신도 상상으로 만든 12세기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인 이 어린 학생이 배워나가는 삶과 죽음에 관해 관심을 둔다면 이 영화가 흥미로울 것”이라며 구체적인 영화보기의 지름길을 일러줬다. 한편 마하마트 살레 하룬은 “<아부나>란 나의 아버지란 뜻이다.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아버지가 사라져서 그를 찾아나서는 아들들에 관한 이야기다. 음… 그게 전부다(웃음)”라며 전작 <다라트>에서도 중요했던 아버지라는 화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관객 스스로 느껴 보라고 권했다. 아프리카 출신의 두 감독이 전하는 그들 각자의 추천을 새겨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