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최고 스타는 봉준호 감독이다. 그와 함께 시내를 걷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팬들이 달려와 사인을 요청한다. 이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영화감독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신분’이 상승됐다. 여러 경쟁 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내놓았던 그가 이번에는 심사를 하는 당사자가 된 것이다. 아볼파즐 잘릴리, 엄지원 등과 함께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12편의 우열을 가려야 하는 그는 “어색하고 불편한 입장”이지만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단련된 ‘무책임 컨셉’으로 임할” 계획이다. 그 컨셉이란 “객관적으로 좋은 영화보다는 영화적으로 나를 매혹시키고 흥분시키는 영화를 지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봉준호 감독이 <마더>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심사위원직을 수락한 것은 전주영화제와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2000년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개봉시킨 뒤 흥행실패로 낙담하고 있던 그에게 초청장을 내민 것은 막 출범한 전주영화제였다. 4년 뒤인 2004년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 <인플루엔자>로 전주와 다시 연을 맺은 봉준호 감독은 또 다시 4년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사실 지난해에도 심사위원 요청이 있었다. <도쿄> 준비 때문에 고사하면서 죄송한 마음에 ‘내년에는 꼭…’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다시 거절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웃음) 기왕 이렇게 된 일, 5월6일 전라도 일대를 돌며 헌팅을 벌이던 연출, 제작, 촬영팀과 회합을 갖는 등 <마더> 준비작업도 아예 전주에서 할 계획이다. 지금도 호텔방에서 <마더> 시나리오를 만지고 있다는 그는 “경쟁작 중에서 (<마더>에) 강력한 영감을 주는 영화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