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izh/2007 /아바이 쿨바예프/80분/카자흐스탄/오후 2시/메가박스 9 그런 나이가 있다. 세상이 밉고, 또래 친구들은 모두 시시하며, 부모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시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그 분노가 실은 자신의 까마득한 미래를 향한 자연스러운 두려움이고 또 자신을 알아봐줄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신호임을 그 때는 모른다. ‘이발’을 의미하는 제목답게, 점점 과격하게 짧아지는 아이누라의 뒷머리를 비추며 시작하는 영화 <스트리츠>는 10대 소녀의 스산한 일탈을 뒤쫓는다. 약물중독인 계부, 무기력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누라는 방과후 운동장에서의 싸움에 휘말리고, 흡연을 일삼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녀의 방황은 한적한 버스, 공사 중인 고층빌딩, 도시를 굽어볼 수 있는 산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 등으로 이어진다. 신호등에 걸려 큰길 한가운데 멈춰선 상황이며, 동성 친구의 갑작스런 키스 등 익숙한 숏과 상황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스트리츠>는 비교적 친숙한 성장영화의 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도시를 바라보며 자신의 집을 찾아보는 아이누라의 평범한 제스처, 서울로 치면 타워팰리스 정도에 해당할 듯한 고층 빌딩을 바라보며 소녀가 품었던 막연한 동경이 비정하게 배반당하는 에피소드 등에서는 고도 성장을 경험하는 청년 국가 카자흐스탄의 솔직한 불안이 감지된다. 2007년 유라시아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것도 그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비슷한 길을 걸었고 아직도 그 길 위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계속하고 있는 동시대의 아시아 관객으로서 보다 많은 것을 읽어야 할 텍스트다. 영화가 다루려했던 중의적인 의미에서의 성장은 갑작스런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이룬 것에 대한 칭찬이 곧바로 아쉬움에 대한 토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아이누라를 맡은 어린 배우 이네사 키슬로바의 매력적인 눈빛은 그러나 열가지 흠을 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