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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 칸 클래식 섹션에 초청된 <영화 청년, 동호>(제작 국제신문)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영화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제 개막 전날 칸을 찾은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 현지에서 가장 먼저 만난 이들은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존 부집행위원장이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영화 청년, 동호> 최초 상영 자리에 참석해 직접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1997년부터 매년 칸영화제 사무실에 들렀다는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은 티에리 프레모. 크리스티앙 종 그리고 피에르 뤼시앙 칸영화제 고문까지 세 사람과 쭉 만남을 가지며 칸영화제의 한국영화 초청 및 영화제측의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을 요청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은 이후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 이처럼 국내외 영화계 각계 인사들을 살뜰히 챙기며 한국영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의 삶은 개인사를 넘어 한국영화사와 맥을 함께한다
'영화 청년, 동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한국영화, 새로운 이름들이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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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탈하려는 남자들을 피해 옥연(정은선)은 금줄을 넘어 금지된 숲속으로 도망친다. 이 숲에 들어가면 ‘메아리’라는 도깨비를 만나는데, 도깨비는 사람의 신발을 뺏어 신고 똑같이 외형을 바꾼 뒤 결국 그를 잡아먹어버린다는 소문이 있다.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매한가지라며 자포자기한 옥연 앞에 도깨비가 나타난다. 혼례복을 입고 옥연의 말을 똑같이 읊는 메아리는 옥연과 가깝게 지내던 방울 언니(김평화)의 모습과 다름없다. 결혼할 당시 방울의 환복과 달라진 게 없는 도깨비를 보며 옥연은 상황을 파악하고 슬퍼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재학 중인 임유리 감독은 자신의 첫 단편 <메아리>로 제77회 칸영화제 라 시네프(전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차기작 촬영으로 인해 여정에 함께하지 못한 배우들에게 “다른 영화로 또 같이 칸에 오자”고 말했다던 이 당찬 신인감독의 미래가 기대된다.
- 첫 단편으로 칸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은. 상영 전 관객 앞에 나서서 인사말을
[인터뷰] 다른 세계를 경유하는 재미, 칸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에 초청된 단편 <메아리> 임유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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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로 조명이 하나씩 켜진다.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기타가 차례대로 소리를 채우고 키타 이쿠요 역의 하세가와 이쿠미가 마이크를 잡고 등장한다. <외톨이 도쿄>의 첫 소절 “외톨이 도쿄”가 들리자 객석은 열광한다. 대인기피증을 앓던 고등학생 기타리스트 고토 히토리의 성장기를 다룬 밴드물 <외톨이 The Rock>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결속밴드 라이브 –항성->은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던 성우들이 결속밴드의 노래들을 부르는 라이브 이벤트를 담은 공연 실황 영화다. <외톨이 도쿄>부터 주제가 <청춘 콤플렉스>까지 16곡으로 가득 채운 세트리스트는 매우 알차다. 특히 히토리의 순발력이 돋보인 <그 밴드>의 기타 솔로나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의 보틀넥 주법은 명장면의 전율을 그대로 전달한다. ‘기타히어로의 길’로 처음 기타를 배운 고토 히토리 역의 아오야마 요시노가 직접 연주한 <구르는 바위 네게 아침
[리뷰] '결속밴드 라이브 -항성-', 생명 유지 팬서비스, 그런데 봇치야 2기는 어렵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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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환경재단을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2000년 미국 버클리대학교에서 열린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 워크숍이었다. ‘그린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을 환경운동연합을 설립해 사무총장을 역임하던 1995년에 받고 역대 수상자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당시 그는 환경재단이 얼마나 있느냐는 미국 환경운동가의 질문을 받았을 때 없다고 답하기가 곤혹스러웠다. 그래서 돌아와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 책상 하나 놓고 출발했다. 비전이 확실했고 추진력이 강했기에 국내 최초 환경 전문 공익재단은 2년 만에 빠르게 출범할 수 있었다.
최열 이사장은 국내 최초 민간환경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열고 연구실장을 맡으면서 환경운동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1970년대 민주화운동과 인권보호운동까지 폭넓게 활동해왔던 만큼 환경문제가 시급한 사회문제임을 대중에게 인식시키고 반핵운동을 전개하면서 재단의 기틀을 잡아나갔다. 1988년 공해 관련 시민단체를 통합해 ‘공해추방운동연합’
[Archive] 내가 먼저 가는 이 길이 푸르도록,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과 환경재단 역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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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낵 캠페인’ 현장. ‘씨낵’은 바다(SEA)와 과자(SNACK)의 합성어로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주워오면 바다를 연상시키는 과자를 제공하는 비치 클린 캠페인이다. 2022년 여름 휴가철에 동해안 해수욕장 4곳에서 전개했다.
‘지구쓰담 캠페인’ 현장. ‘지구쓰담’은 ‘지구의 쓰레기를 담다’의 줄임말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우리의 보금자리를 깨끗이 하자는 국내 환경 회복 캠페인이다.
2010년 ‘350 캠페인’에 참여한 이창동 감독. 환경재단은 지구의 적정 이산화탄소 농도인 350ppm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10년 ‘350 캠페인’을 추진했다. 이창동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 김혜수, 안성기 등 영화인도 캠페인에 참여해 환경 보호 실천을 약속했다.
2022년 서울광장에서 ‘환경위기시계’ 퍼포먼스를 여는 모습. 환경위기시계는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위기 정도를 시각적으로 발표하는 캠페인이다. 환경재단은 200
[Archive] 환경재단의 발걸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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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다. 2002년 창립한 환경재단은 영화제뿐 아니라 환경 관련 포럼·콘퍼런스·심포지엄, 캠페인, 전시·행사, 교육 지원, 사회공헌 및 봉사활동을 세계 각지에서 펼치고 있다. 이 길고 넓은 행적의 일부를 기록했다.
2005년 첫 출항을 알린 ‘피스&그린보트’는 수많은 참가자를 태우고 세계 각지를 항해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 상하이사범대학 일본군 위안부 자료 전시관 등 환경, 교육, 역사, 문화적으로 의의 있는 장소를 오가며 선내 강연, 워크숍, 포럼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2018년 ‘피스&그린보트’에서 방송인 노홍철이 강연을 진행했다.
환경재단은 2004년 국제환경사진전을 시작으로 2009년 미국자연사박물관과 공동 기획한 <뉴욕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 체험전>, 2011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 2012년 여수세계박
[Archive] 환경재단의 발걸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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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2009년부터 여러 ‘에코프렌즈’와 함께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평소 환경 이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준 배우, 감독, 작가, 방송인 등 대중문화계 인사들이 에코프렌즈로 초청돼 영화제 행사,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다. 올해엔 배우 유준상, 김석훈, 박하선이 에코프렌즈로 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다. 지금껏 서울국제환경영화제와 함께한 에코프렌즈와 스타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Archive]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역대 에코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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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요! 바뀔 거예요.” 올해 21회를 맞이한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매년 6월5일 ‘세계 환경의 날’에 맞춰 개막을 알리고 있다. 기후 위기, 플라스틱 쓰레기, 바이러스,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환경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누는 귀중한 공론장으로 20년 동안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이 공론장엔 환경 이슈를 다룬 세계 각국의 영화뿐 아니라 포럼, 공연, 체험 프로그램과 같은 각종 부대 행사가 함께 마련돼 있다. 2004년 첫발을 내디뎠던 영화제는 이제 명실상부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세계 3대 환경영화제 중 하나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지난 20년 동안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건네온 활기를 포토 아카이브로 전한다.
“환경운동이 화두가 되었던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이나 이제 ‘문화운동’으로서 환경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고 문화적으로 환경을 말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 영화제라는 것 때문에 서울환경영화제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 보도자료 중
[Archive]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20년 포토 아카이브 - “함께해요! 바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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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떻게 채식을 시작하게 된 걸까. 식탁 위의 소신을 지키는 젊은 채식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채식의 정답>은 2023년 에코크리에이터 청소년부문 대상작이다. 올해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를 졸업한 양찬솔 감독은 친구 이래호의 자전적 이야기에서부터 영화를 이끌어간다. 우울증으로 한해 동안 휴학을 선택한 래호는 집 밖으로 나가라거나 운동을 하라는 어른들의 조언에도 위안을 얻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평범한 날, 샐러드를 먹다 래호는 생각에 잠긴다. ‘나도 그냥 한번 채식을 시작해볼까?’ <채식의 정답>은 육식 생활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지적하거나 기성 생활양식에 저항하기보다 채식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작품 성향은 환경문제와 채식을 관조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던 양찬솔 감독의 선택이 반영된 것이다.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싶었다. 먹는 것은 일상에서 매일 이뤄지는 일이다. 모든 이의 결정이 똑같은 이유에서 시작
[인터뷰] 요즘 채식, 편견은 빼고, <채식의 정답> 양찬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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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수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문명의 끝에서>는 사람들이 더 일찍이 궁금해했어야 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코로나19 이후 실내 생활 증가와 배달 서비스 소비 급증으로 매일 수만톤의 쓰레기가 생산되지만 이들의 목적지와 처리 과정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명의 끝에서>는 단순히 쓰레기가 지나가는 경로를 안내하기보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적 위계, 정치적 갈등, 부동산과 계급 불균형 문제 등을 묵직하게 따라간다. 한마디로 ‘쓰레기 사회학’에 가깝다. 감독 임기웅은 “쓰레기 문제는 지구적인 문제이지만 동시에 지역적 문제”라고 중심 화두를 짚었다. 전체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폐기물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은 사막 같은 황무지를 활용하여 쓰레기를 매립하지만 그에 비해 여분 토지가 많지 않은 한국은 매립지를 둘러싸고 지역간의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재활용 선별장을 방문하면 잘 관리
[인터뷰] 쓰레기 사회학, <문명의 끝에서> 임기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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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는 고래의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좇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짓는 드넓은 바다와 비밀처럼 은신한 고래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 그것이면 거대 규모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 충분했다. 사실 환경문제나 자연의 질서를 짚어내는 건 첫 기획 의도에는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이끈 이큰별 감독은 고래의 나날을 들여다볼수록 해양 생명과 기후 위기, 환경문제를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눈부신 풍경을 영영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쯤이면 대양에 몸을 맡긴 플라스틱이 떠밀려와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걸 목격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계층인 고래는 이제 위험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 화살표는 정확하게 인간까지 겨냥하고 있다. 총 4부작으로 나뉜 다큐멘터리는 110분의 영화로 재구성되어 커다란 스크린으로 재현된다. 8K 고화질 영상에 담긴 역동적인 생명력에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비애와 환희가 동시에 담겨 있다.
[인터뷰] 아름다운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고래와 나> 이큰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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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생태계 복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식물학자 동호(박정학)는 야생벌을 돌보거나 씨앗폭탄을 만들며 자기만의 온실을 지킨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푸른 삶에는 사실 그도 모르는 외로움이 녹아 있다. 자신을 떠난 가족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타인과 단절된 삶은 아무 말 없이 마음의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동호는 누에에게 먹일 뽕잎을 찾고 있다는 12살 봄이(최나린)를 우연히 마주친다.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날갯짓을 시작한 봄이는 동호의 어두운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빛을 충분히 받고 자란 담쟁이넝쿨처럼 두 주인공의 우정은 푸르고 단단하다. 이 비밀의 화원에는 자연의 순환을 닮은 인간의 모습이 소생하고 있다.
- 두 번째 장편 극영화다. <비밀의 화원>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비밀의 화원>은 박준호 PD가 개발한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기본 뼈대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제작 상황에 맞게 바꾸고자 했다. 이를테면 배역 수를 다듬었다. 많은 인
[인터뷰] 인간과 자연은 공생관계고, 하나다, <비밀의 화원> 김성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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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초청된 다큐 <플래닛 킬러: 탄소의 왕자>와 <그린 워리어: 포에버 케미컬>은 마치 한편의 범죄소설 같다. <플래닛 킬러: 탄소의 왕자>는 15년 가까이 환경문제에 대한 탐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마르탱 부도가 총괄한 <플래닛 킬러>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다. 이 영화는 ‘탄소 왕자’라고 불리는 시릴 아스트뤽의 범죄를 추적한다. 그는 유럽연합에서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만든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허점을 이용한 사기로 50억유로를 빼돌리는 데 성공했으며 10년 가까이 수사망을 피해 도주 중이다. 감독은 환경 범죄자라는 소재를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로 소비하지 않는 대신 과학적인 엄밀함과 탄탄한 구성, 절제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환경 범죄의 잔혹한 현장으로 초대한다. 한편 <그린 워리어: 포에버 케미컬>은 개인이 아니라 공장제에 기반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겨냥한 작품이다. 카메라는 자연분해되지 않고 인체에 축적되는 발
[인터뷰] 환경 관련 범죄를 고발하는 흥미로운 방법, <플래닛 킬러: 탄소의 왕자> <그린 워리어: 포에버 케미컬> 마르탱 부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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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 참여한 195개국은 파리협약을 체결한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로 제한하며 이를 위해 협약 당사국 모두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을 국가별 목표에 따라 실현할 것을 타결한 조약이다. 이후 수많은 국가에서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기후변화로 발생한 손실과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인 ‘기후 소송’이 벌어졌다. 수많은 소송의 중심엔 변호사 로저 콕스가 있다. 그는 실제로 네덜란드의 일곱 환경단체와 함께 에너지 기업 셸을 고소한 이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45% 줄일 것”을 법으로 주문한 우르헨다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낸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지금 로저 콕스는 “그간 기후 소송이 정부, 기업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이젠 기업 이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기후재판 3.0’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
[인터뷰] 젊은 법학도들이 영화에서 희망과 영감을 얻기를, <기후재판 3.0> 닉 발타자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