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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인사이드 아웃2>는 전작만큼 끌리진 않았다. 성공한 작품의 속편이 다소 가혹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알기에 반대로 칭찬해줄 마음을 가득 품고 봤지만, 끝내 실패했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니 ‘불안이’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불안이는 전작의 슬픔이만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슬픔이와 비슷한 포지션임에도 어딘지 마음이 가질 않았다. 캐릭터의 외견부터 독선적인 행동까지 이유야 붙이기 나름이지만 제일 신경을 긁은 건 불안이가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힌 모양이 남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불안이 중심 감정이 되어버린 자의 가벼운 동족 혐오일지도.
‘불안이’는 불안의 ‘감정’에 집중한 캐릭터라기보다는 이후 이어질 행동의 결과물이다. 굳이 말하면 불안보다는 협소한 개념에서 ‘계획형 비관주의자’라는 명명이 더 어울릴 법하다. 기쁨, 슬픔, 분노 등 초기 감정들이 지금 이 순간의 느낌에 집중하고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어느 날 문득 슬픔이 찾아오더라도 불안해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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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주 <씨네21> 전 사진기자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1살.
사진과 연기를 전공한 두살 터울의 형제, 손홍주(왼쪽)와 손현주. 형은 카메라 뒤에서 한국영화의 기록자가 되었고 동생은 카메라 앞에서 한 시대의 얼굴이 되었다. 동생인 배우 손현주를 <씨네21> 표지에 꼭 싣고 싶다던 손홍주 기자의 꿈은 손현주가 2012년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로 처음 성사됐으며, 이 사진은 2017년 영화 <보통사람> 인터뷰 때의 다감한 분위기를 담았다.
손홍주 기자는 <씨네21>이라는 잡지 이름이 결정되기도 전인 1995년 2월부터 근무를 시작해 2023년 정년 퇴임을 하기까지 <씨네21>을 대표하는 사진들을 찍어왔다.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촬영 현장을 유쾌하게 만들곤 했던 그는 몇편의 영화에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다. 세상을 떠나던 순간까지 새로운 사진 작업을 구상하던 손홍주 기자. 그가 감독, 배우들과 촬영하며
[archive] 손홍주(1963년 7월17일~2024년 6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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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픽사)가 직원 175명을 해고했다. 이는 1300명에 이르던 자사 인력의 14%에 이르는 수치다. 짐 모리스 픽사 CEO는 인원 감축의 이유로 “디즈니+의 스트리밍 시리즈 대신 장편애니메이션 제작에 집중”하기로 한 정황을 밝혔다. 혁신을 위해 이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할 만큼 픽사는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었으며 <버즈 라이트이어> <엘리멘탈> 등 극장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들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이 크다. 그러니 <인사이드 아웃2>의 흥행 여부에 시선이 쏠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를 감지한 짐 모리스 CEO는 “<인사이드 아웃2>가 (픽사의) 다음 스텝을 확인할 좋은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이드 아웃2>는 <토이 스토리4> 이후 픽사가 5년 만
[특집] ‘보편적 공감’으로 위기 이겨낼까, 디즈니의 현재 그리고 <인사이드 아웃2>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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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닮은 알록달록함과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는 자아의 투명한 광채로 물든 세계. <인사이드 아웃2>의 핵심 제작진이 전해준 감정 나라의 다섯 가지 제작기 트리비아를 소개한다.
쾌적한 머릿속과 우중충한 현실
이상화된 공간인 머릿속과 달리 현실 세계의 길거리는 지저분한 벽화와 벗겨진 페인트칠이 발견되는 거칠고 낡은 공간이다. 낯선 지역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라일리의 불안한 심리와 적절히 조응한다. 세트를 설계한 조슈아 웨스트 미술감독은 “머릿속 세계는 유리 광택을 연상시키는 둥글고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했지만 현실 세계는 거친 질감과 직선의 날카로움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심리적 변화가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빛의 색채로 시각화된다. 일례로 영화 초반, 주황 계열의 조명이 전혀 사용되지 않던 현실 세계는 불안이 감정 본부를 장악한 이후 급격히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의 모든 불규칙성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포스터와 옷
[특집] 이번엔 사춘기다!, <인사이드 아웃2> 제작기 트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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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사춘기를 앞두고 충분한 상상과 대비를 했더라도, 그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당황하지 않는 부모는 드물다. “내가 알던 우리 애는 사라지고 없어요.” 사춘기 아이들은 대체 무엇을 겪는 걸까. 뇌와 신경계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시냅스’로 불리는 뉴런간 연결을 통해 작동한다. 영아는 성인보다 1.5배 많은 뉴런과 시냅스를 갖고 태어난다. 아이가 태어날 어떤 환경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뉴런의 절반가량은 생의 초기에 죽게 된다.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부분을 정리해서 보다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도록 가지치기를 하는 셈이다. 0살부터 3살까지 이어지는 가지치기는 전두엽을 제외한 대뇌의 나머지 부분에서 이루어진다. 아이가 잘 자고 걷고 뛰고 말할 수 있도록 길러내는 뇌 부위들이다. 이 시기를 잘 넘긴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게 크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어준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안다. 곧 무시무시한 사춘기가 도래할 것임을.
공사 들어갑니다
사춘
[특집] 놓아주고, 바라보고, 흘려보내기 - 청소년 발달단계로 보는 라일리의 말과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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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아웃2>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안한 새 감정은 무엇이었나.
켈시 만 새 감정을 정하기까지 긴 이야기가 있다. 처음 속편을 준비할 때 라일리의 관점에서 어떤 감정이 가장 도드라지게 느껴질지 상상했다. 내 스토리 룸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감정을 하나씩 써내려갔고 그중에서 자연스레 불안에 이끌렸다. 그게 사춘기를 대변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영화가 어린이 관객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까지도 포용할 수 있어야 했기에 두 타깃이 명확하게 이해하는 감정을 선택해야 했다. 그게 불안이다. 파티에서 한번 불안을 느끼면 그 자리에 있는 내내 초조해진다. 삶 전체도 그렇다. 불안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 채 내 안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만다. 이 지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 때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이어서 당시 미국 사회는 청소년의 불안과 우울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이들
[인터뷰] “내가 10대였다면 이 영화가 정말 필요했을 것 같다”, <인사이드 아웃2> 켈시 만 감독, 마크 닐슨 제작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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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로부터 사랑받은 <인사이드 아웃>이 속편을 공개했다. 전편 개봉 이후 9년 만이니 당시의 어린이 관객은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 관객은 어른이 됐을 시간이다. 1318세대에 접어든 라일리는 관객의 달라진 생애주기, 경험, 가치관을 비집고 들어와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사 와 낯선 환경, 새로운 친구,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선생님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던 라일리는 이제 일상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을 마쳤다. 그레이스와 브리,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부 활동 정도로 좋아하던 하키는 어느새 꿈이자 목표가 되었다. 신체적 변화도 생겨났다. 볼과 턱 사이에 오돌토돌 여드름이 올라오고 몸도 커져 가장 좋아하는 티셔츠는 더이상 맞지 않는다. 어느새 라일리도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이전보다 더 바깥으로, 더 멀리 바라보며
여느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처럼 라일리도 감정 기복이 심하다. 하루에도 스무번씩 마음이 바뀌고 표정도 울었다
[특집] 불안은 사춘기를 잠식한다, <인사이드 아웃2>가 보여주는 사춘기의 감정적 성장의 의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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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리의 삶은 더 복잡해져서 섬세한 감정이 필요해.” 9년 만에 속편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는 1318세대에 접어든 라일리의 사춘기를 중심으로 ‘불안’, ‘부럽’, ‘당황’, ‘따분’ 등 총 4가지의 새로운 감정을 더했다. 전편에서 새로 이사 온 지역에 적응해나가는 라일리의 내적 갈등을 다뤘다면 속편에서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라일리의 꿈과 목표, 선망하는 대상과 내집단 형성 등 라일리 바깥의 문제로 시선을 확장했다. 또 기쁨이 슬픔을 받아들이는 철학적 가치를 성장 요소로 활용한 전편과 달리 이번에는 높은 인정욕구와 타인 민감성에서 발현하는 불안을 이야기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청소년 우울과 불안을 반영한, 보다 현대적인 배경 설정이 눈에 띈다. 어린아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그려내는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그 시기를 거쳐본 이들이라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넓은 공감대 형성을 무기 삼는다. 가장 주관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로
[특집] 우리는 이렇게 성장한다, <인사이드 아웃2>를 즐기는 몇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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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예능프로그램 <가짜사나이2>의 장발 교관, 연애 예능프로그램 <솔로지옥2>의 대형 메기(프로그램 중간에 투입되어 판도를 바꾸는 캐릭터), 그리고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 3로 대중을 매혹하고 있는 예능인 덱스가 <타로>의 주연배우 김진영으로 찾아왔다. <타로>는 갑작스럽게 공포의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옴니버스영화로 LG유플러스 STUDIO X+U가 만든 7부작 시리즈의 3편을 편집한 버전이다. 배우 김진영이 주연을 맡은 3부 <버려주세요>는 배달 기사 동인이 배달 손님 미진과 겪는 갈등과 참상을 그린다.
동인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진영의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론 친숙하다. 그간 각종 예능과 개인 유튜브 채널 <덱스101>에서 보여준 그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자연스레 녹여내면서도 호러 장르물에서 소화해야 할 긴장감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단 몇년 만에 군인, 유튜버, 예능인
[기획] 여유로운 어른이 된다는 것, <타로> 김진영(덱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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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다섯 감정이 여느 때처럼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어느 날,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라는 낯선 감정이 나타난다. 특히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아직 닥치지 않은 일에 근심하는 ‘불안’이 다른 감정과의 공존을 배제한 채 자기 멋대로 굴면서 이곳의 평화도 점차 깨지기 시작한다. 한편 13살 라일리는 아이스하키 캠프에서 새로운 선배들을 만나면서 설레고 초조한 양가적인 감정을 갖는다. 기존 감정들은 ‘불안’을 필두로 한 뉴페이스들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쫓겨난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사춘기의 혼돈은 ‘기쁨’이 ‘슬픔’의 존재를 인정해가는 과정을 담았던 <인사이드 아웃>보다 훨씬 복잡하고 때때로 모순적이다. <인사이드 아웃2>는 라일리의 혼란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또 앞으로도 지속될 일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픽사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인사이드 아웃> 이후
[리뷰] ‘인사이드 아웃2’, ‘슬픔’보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혼란 속에서 함께 자라나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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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판문점은 한국전쟁 휴전을 위한 회담 장소로 선택됐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엔 비무장지대인 판문점에서 오랜 세월 남북한과 유엔간의 면대면 소통이 진행됐다. 그렇게 판문점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불려왔다. 그러나 판문점 도끼 사건 등 잔혹한 참사가 일어난 것처럼 판문점의 역사는 그리 순탄치 않다. <판문점>은 <김복동>의 송원근 감독과 <뉴스타파>가 다시 뭉쳐서 판문점의 잔혹사를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판문점의 탄생부터 9·19 남북군사합의가 파기되고 남북한 사이의 대화가 단절된 현재까지 무려 70년에 달하는 타임라인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며 판문점의 역사적인 의의를 길어내는 데 집중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한 사이의 소통이 진정 회복되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담는다. 3년 동안 수집한 탄탄한 아카이브 자료와 저널리즘 정신에 충실한 균형감이 있는 연출, 박해일 배우의 진중한 내레이션이 그 소망을 뒷받침한다.
[리뷰] ‘판문점’,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가 오가는 시대에 대화의 가치를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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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올빼미와 흰 족제비, 바다 밍크와 매머드까지 북극백화점의 손님은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그곳의 견습 안내원인 아키노(가와이다 나쓰미)는 어리숙하지만 서비스 정신만큼은 만점이다. 아키노는 자잘한 실수를 연발하며 상사에게 계속 혼나지만 정식 사원이 되고자 계속 고군분투한다. 여러 V.I.A(Very Important Animal)의 고민에 귀 기울이며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북극백화점의 안내원>은 1900년대 파리의 백화점을 그대로 본뜬 디테일과 동화적인 그림체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인간과 동물의 위치를 전복하는 상상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회 초년생과 적자생존에 불리한 멸종동물을 연결해 사라진 멸종 동물들을 추모하는 다정함도 마음을 따스하게 적신다. 다만 각 에피소드 사이의 연결이 헐겁고 주제를 대사로 드러내는 점에서 완성도가 미흡하다는 인상을 준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원화 작가였던 이타즈 요시미의 신작이다.
[리뷰] ‘북극백화점의 안내원’, 미래세대에 조심스레 권하고픈 소중하고 다정한 생태주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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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나 그렇듯 인천 중구에도 사연이 있다. 명물인 자장면과 닭강정을 먹으러 온 관광객들로 밝은 기운이 넘쳐나는 동시에 재건축과 재생간 대립 문제로 긴 시간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근대 건축물의 원형을 그대로 품은 원도심 인천 중구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지 동네를 사랑하는 주민들은 고민이 많다.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는 유서 깊은 지역의 지속성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다큐멘터리다. 인천 중구에 거의 반평생을 거주한 노부부, 그 땅에 깊게 뿌리내린 식당과 카페의 주인들, 지역 사업 실무자와 지역 기반의 젊은 창작자 등 다양한 유형의 중구인들을 인터뷰어로 한데 모았다. 동네가 현재 당면한 실질적 문제와 그들 각자가 해결을 위해 해온 노력을 진솔하게 기록한다. 일본으로 건너가 민간 주도의 재생 산업 사례까지 담아냄으로써 말뿐이 아닌 행동하는 영화로서 가치가 크다.
[리뷰]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유서 깊은 지역의 지속성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행동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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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던 회사원 지아(금새록)는 암 선고를 받는다. 오랜만에 만나 여행을 떠나자던 친구 안나(한예지)는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회의를 느낀 지아는 퇴사하고 수술비로 벤츠 카브리올레를 산다. 외제차를 끌고 전 애인 기석(강영석) 앞에 나타난 지아는 그에게 전국 일주를 제안한다. 기석이 차를 가진다는 조건으로 여행길에 오른 두 사람은 독특한 시골 청년 병재(류경수)를 만난다. <카브리올레>는 <이태원 클라쓰>의 원작자인 만화가 조광진의 감독 데뷔작이다. 유려하면서도 과감한 서사 진행을 선보였던 웹툰 시절의 강점이 돋보인다. 번아웃, 카르페 디엠, 플렉스 등 키워드들은 오히려 통렬한 플롯 트위스트(반전)를 위한 발사대로 활용된다. 이런 전환은 생의 의지란 얕은 위로의 말이 아니라 육체에 각인되는 감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권태를 온 얼굴에 담은 금새록과 기묘한 리듬으로 후반부를 지배한 류경수가 빚어낸 앙상블도 뛰어나다.
[리뷰] ‘카브리올레’, 황천의 뒤틀린 리틀 포레스트, 생의 감각을 깨우는 보디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