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BIFF Daily > 30회(2025) > 2025 부산국제영화제
BIFF #7호 [경쟁] 스파이 스타

비묵티 자야순다라 / 프랑스, 스리랑카, 인도 / 2025년 / 99분 / 경쟁

9.23 BH 19:30 / 9.24 B3 19:30 / 9.25 KT 14:30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에는 한 장면 한 장면마다 단호하고 야심 찬 시선이 배어 있다. 첫 프레임, 고요하면서도 위압적인 우주선이 우주를 떠다니는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는 장르적 웅장함과 슬픔과 치유를 묵묵히 성찰하는 시적 정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다. 특히, 길게 펼쳐진 자연 풍경 위로 은밀하게 비현실적 존재의 흔적을 얹는 순간에는 영화가 가진 절묘한 조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SF적 서사가 전면에 나서는 장면에서는 그 균형이 흔들리며, 자야순다라의 고차원적 사유와 미래적 우화 사이의 간극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 스타>는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장면들은 유기적으로 엮여 있으며,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감상적 과잉에 빠지지 않는다. 자야순다라는 전통적 내러티브의 제약보다 이미지 자체가 가진 서사적 힘을 믿는다. 따라서 영화는 장황한 설명 대신, 고통과 갈망, 성찰을 차분하면서도 생생하게 전달하는 순간들로 구성된다.

영화는 장르적 기대를 교묘히 비튼다. 최근 아버지를 잃고 돌아온 여인 아난디의 이야기를 디스토피아적 배경 속에 놓지만, 이를 단순한 갈등 장치가 아닌, 현대 사회가 인간성을 갉아먹는 모든 요소의 은유로 활용한다. 전 세계로 퍼진 질병과 정부의 격리 조치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배경에 불과하다. 집단적 트라우마의 자극적 측면은 배제되고, 그 대신 영화적 사유의 독특한 바탕으로 자리한다. 영화 속 미래 세계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동일하진 않더라도, 끊임없는 감시, 점점 더 기계화되는 인간, 강제된 순응이라는 친숙한 요소들은 현대적 강압 속에서 인간성이 상실되는 필연성을 탐구하는 장치로 충분히 기능한다.

냉정한 디스토피아적 시선 속에서도 희망은 분명히 살아 있다. 영화는 지구에 돌아온 격리 귀환자의 고통에서 점차 해방되는 아난디의 감정선을 정밀하게 연기한 인디라 티와리를 통해, 인간이 기계적 억압에 굴복하는 우주를 거부하는 궤적을 보여준다. 자야순다라는 인간의 결함과 나약함을 수용하면서도, 타인과의 연결을 놓치지 않는다. <스파이 스타>는 자연과의 조우, 뿌리로 돌아가기, 역사의 재발견, 잊힌 이들 기억하기를 구원의 길로 제시한다.

영화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우화와 장르적 장치, 깊은 우울 사이를 오가며 산만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여전히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오늘날 세계의 소음과 장치적 장치, 강제된 기계적 삶 속에서도,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관객에게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스파이 스타>는 SF적 장치와 사색적 성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지만, 핵심 메시지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영화에는 거북이가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거친 등껍질 속에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는 거북이와, 그 배경으로 우주선이 대기권에 진입하는 첫 장면은 영화의 시작을 장식한다. 마지막에도 거북이는 파편 사이를 천천히 헤쳐 나가며 인간의 승리를 상징한다. 서사적 기능은 없지만, 그 존재만으로 영화는 묘한 생명력을 얻는다. 인간이 빠르게 비인간화되는 세상 속에서도, 거친 현실과 결함,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끈기와 불굴의 태도를 상징하는 장치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