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타 고토/일본/2025/131분/경쟁
9.18 BH 12:30 / 9.19 B2 13:00 / 9.24 L9 13:30
이 영화는 돌봄에 관한 이야기다. 겉으로는 딱히 그렇지 않다. 표면상으로는 전형적 범죄물에 청춘 속성을 곁들인 일본풍의 청춘 활극에 가까워 보인다. 도쿄의 범죄 조직에 속해 있는 다쿠야와 마모루, 가지타니가 주인공이다. 다쿠야와 마모루는 SNS를 활용한 로맨스 스캠부터 신분 세탁, 살인과 장기 매매까지 일삼는 폭력 조직에서 활동 중이다. 이제 막 스물에 들어선 듯 앳되어 보이는 마모루에게 다쿠야는 친형 같은 존재다. 둘은 으레 홍콩 누아르에서 보이는 범죄 조직 내의 남성적 의리나 신의 같은 것에 기대는 관계가 아니다. 이들은 함께 식사를 차려 먹고, 서로의 밤과 아침을 함께하는 말그대로의 가족 같은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쿠야가 사라지고 마모루는 얼떨결에 조직의 미움을 사 괴상한 곤경에 처한다. 이어 다쿠야가 조직 보스의 돈에 관한 모종의 사건에 관여됐음이 차차 밝혀진다.
다쿠야가 마모루의 형이라면, 다쿠야의 형은 가지타니다. 어렸던 다쿠야를 거둔 이, 다쿠야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선배가 바로 가지타니다. 영화는 이러한 다쿠야, 마모루, 가지타니의 이야기를 3부로 나누어 진행한다. <라쇼몽> 부터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까지 이어진 다중 시점 플롯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3부 구조는 여타 영화처럼 특정 사건의 진실을 교묘하게 뒤섞거나 시계열을 혼잡하게 어지럽혀 미스터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쓰이진 않는다. 대신 전술했던 이들의 관계, 더 구체적으로는 3명의 남성이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돌보는지에 대한 정서적 지지대로 활용된다. 서로를 자신의 세계에 끌어들인 이들이 어떻게 상대에게 그 책임을 다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시점을 교차하는 것이다. 겉보기엔 부계(父系)를 기반으로 거칠게 뻗어가는 장르물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외려 모계(母系)의 부재를 대체하는 소년 들의 웅크림과 기지개를 조용히 주시하는 드라마에 가깝다.
최근 청춘 세대를 다룬 일련의 일본 영화와도 비교해 보자.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는 <도 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이시이 유야)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미야케 쇼)처럼 청춘들의 무기력함과 부유감을 그리는 화풍에 천착하지 않는다. 혹은 <해피 엔드>(소라 네오)처럼 흘러가는 청춘의 균열을 순간 포착한 시선과도 거리가 멀다. 그보단 가와세 나오미나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같이 사회적 범죄 속에 맨몸으로 던져진 아이들의 자람과 상호 돌봄을 포옹하는 쪽에 가깝다. 이처럼 섬세한 정서적 터치는 이와이 슌지의 조감독이자 여러 편의 멜로 드라마 시리즈를 연출하기도 했던 나가타 가토 감독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