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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호 [씨네초이스] 디어 스트레인저 Dear Strange
이우빈 2025-09-18

마리코 데쓰야/일본, 대만, 미국/2025년/138분/아시아영화의 창

9.18 L4 09:00 / 9.20 BCM 13:30 / 9.24 C6 16:30

배경은 뉴욕, 한 아시안 가정의 아들이 사라지고 부부는 균열한다. 아버지는 건축학 교수인 일본인 겐지(니시지마 히데토시), 어머니는 인형극 예술가인 대만계 미국인 제인(계륜미)이 다. 둘의 관계가 무너진 것은 아들의 실종 탓만이 아니다. 겐지와 제인은 타지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확고히 부여잡지 못하며 내외적으로 갈등한다. 여기서 <디어 스트레인저>는 건축학자 겐지의 입을 빌려 ‘폐허’라는 핵심적 모티프를 작중에 도입한다. 서구권에서 ‘폐허’는 붕괴의 뉘앙스를 지닌 언어다. 반면에 일본에서의 ‘폐허’는 무언가 남겨진 곳이고, 그 잔재를 들여다봐야 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이는 동시대 일본 영화가 꾸준히 제시하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주요 의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폐허의 회복 가능성을 피력하려던 겐지가 제인의 비밀을 알고 감정적인 붕괴의 막에 들어서자, 영화 또한 이에 발맞춰 걷잡을 수 없는 파괴의 일로를 걷는다. 꾸준히 폭력의 정동을 다뤄왔던 마리코 데쓰야 감독의 감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게 <디어 스트레인저>는 주류 경향의 안티테제로 부상하며 자기 고유의 가치를 획득한다. 한동안 사회의 치유와 관계의 회복을 주창하던 동시대 일본 영화들에 대해 과격하고 새로운 시선을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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