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세이돈>은 재난영화의 걸작 <포세이돈 어드벤쳐>(1972)를 모태로 삼은 작품이다. 20층 규모에 800개의 객실을 가진 거대한 여객선 포세이돈은 갑자기 밀려든 47m의 해일을 맞아 전복된다. 새해맞이의 행복감에 젖어 있던 승객들은 종이인형처럼 불타고 찢겨져 나가고,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방수 시스템이 되어 있는 홀에 모여 구조를 기다린다. 하지만 도박사 딜런(조시 루카스)과 전 뉴욕시장 로버트(커트 러셀)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사람들은 스스로 탈출로를 개척하기로 한다.
<포세이돈>은 거대하다. 22m 높이의 세트에 물을 가득 채워 만든 연회장과 CG로 창조된 해일은 보는 이의 호흡을 붙들어맨다. 특히 조깅하는 딜런을 따라 선내를 한 바퀴 도는 원신 원컷의 오프닝은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CG의 향연이다. <타이타닉> 이후 배가 가라앉는 장면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포세이돈>은 그보다
규모만 앞세운 블록버스터, <포세이돈>
-
사기도박판에서 최고수의 히든카드는 의외로 ‘정직’이다. 허영만의 도박만화 <48+1>을 보면, 야차 같은 구라꾼과 기술자들을 모조리 제압하는 ‘타짜’ 인효삼은 아무 기술도 부리지 않고 ‘실화’(패가 나온 대로만 도박을 하는 행위)로만 화투를 친다. 도박 최고수의 존재 증명이 실화라면, 하이스트무비의 성공전략은 정교함이다. 그러나 6천억원을 강탈하는 사기극 <모노폴리>는 이야기의 바느질 솜씨가 턱없이 부족하다. <모노폴리>의 플롯과 캐릭터는 ‘럭셔리함’에 대한 집착 때문에 붕괴한다. 이는 한국형 사기영화의 모범으로 여겨지는 <범죄의 재구성>의 방법론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범죄의 재구성>은 밑바닥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이 ‘개폼’을 잡으며 낄낄거리다가 서로를 배신하고 공멸하는 순간을 통해 리얼리티와 공감대를 획득한다. <모노폴리>에서도 헤네시를 기울이거나 액션 피규어에 혼잣말을 걸기보다는 삶에 관해 분노하거나 욕망을 올곧이
‘럭셔리함’에 대한 집착, <모노폴리>
-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천지가 개벽했음을 깨닫는다. 인간들이 겨울 동안 숲을 개간해 교외 주거지를 건설한 것이다. 이제 숲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 울타리(hedge)로 둘러싸인 도시 속의 섬이 되어버렸고, 동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 경험 많은 너구리 ‘알제이’(브루스 윌리스)가 나타나 인간들로부터 음식을 훔치자고 제안한다. 꺼림칙해하는 거북이 ‘번’(게리 샌들링)과는 달리 다른 동물들, 주머니쥐 부녀, 고슴도치 가족, 스컹크와 다람쥐는 처음으로 맛본 인간의 음식에 반해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마을의 부녀회장은 잔인한 동물 포획 전문가를 고용해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CG애니메이션계의 기술적인 발전은 기술적인 평등 또한 가져왔다. 얼마나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법이 얼마나 잘 사용되었냐는 보도자료의 글귀들은 의미가 없어졌고, CG애니메이션 역시 맞춤 기성복에 다름 아니다. <헷지> 역시 별다른 야심없는
‘드림웍스적’인 기성품 애니메이션, <헷지>
-
공포는 예상과 짐작, 상상없이 닥치는 충격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목청껏 소리쳐도 아무도 와줄 것 같지 않은 벌건 대낮의 교외, 일말의 상식도 공유하고 있지 못한 듯 보이는 현지인과 맞닥뜨린 알량한 도시인의 상황. 인적 드문 곳으로 젊은 제자를 꾀어낸 음대 교수 영선(이병준)과 그의 의도를 알면서도 모른 척 따라왔던 인정(차예련)의 줄다리기를 보여주며 블랙코미디처럼 시작한 <구타유발자들>은 기본적으로 공포영화다.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헤어날 수 없는 악몽이다. 달아난 인정을 기다리던 영선 앞에 심상찮은 동네 토박이 오근(오달수)이 출현한다. 여기에 나사가 빠진 듯한 홍배(정경호)와 원룡(신현탁) 무리와 이들이 악랄하게 왕따를 시키는 고등학생 현재(김시후), 마지막으로 이들의 우두머리 봉연(이문식)까지 합류하면, 이 악랄한 마당극의 무대는 완성된다.
<구타유발자들>이 진짜 무서운 것은 그 순환에 있다. 끝을 보기 전에는 퇴장할 수 없는 문제적 상황. 이는 인
악랄한 마당극, <구타유발자들>
-
-
1996년 시작하여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한 독립영화축제 인디포럼이 혹독한 변화에 직면했다. 매년 6월 초 열흘 가까이 계속되던 인디포럼이 올해는 오는 7월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화 상영보다 포럼에 방점을 찍는다는 점. 전반 이틀 동안은 각각 “독립영화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와 “이하 감독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 현 영화 문화의 형성과 비평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획전과 포럼을 진행하고, 후반 이틀 동안은 “디지털영화 10년, 한국영화 10년”을 주제로 영화를 상영하게 된다. 5천원의 입장료를 받았던 예년과 달리 모든 행사는 무료로 참가 가능하다. 매년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신작을 만날 수 있었던 행사가 이처럼 연기, 축소된 것의 직접적인 원인은 각종 기관으로부터 받았던 지원금이 절반 이하로 대폭 삭감되고 입장수익이 줄어드는 등의 경제적인 요인 때문이다. 지난 1998년부터 인디포럼에 몸담고 있는 김노경 프로그래머는 “부산
[충무로는 통화중] 험난한 ‘인디’의 길
-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상자료원을 합쳐야 한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하던 말이다. 최근 감사원이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를 감사하자 충무로는 “두 기관의 통합이 구체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자료원을 2∼3일, 영진위를 2주 동안 4명의 인원을 동원해 집중 감사했다. 영진위 김혜준 사무국장은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일 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추적 감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물론 일부 조직의 조정을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다. 지방 이전이 결정된 영진위 기술파트는 부산영상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축된 기술파트와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자료원은 기술파트가 필요한데 아직 조직이 없다. 이를 위해 과거에도 한국영화기술센터 또는 한국영화복원센터를 만들자는 구상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두 기관을 통합하려는 사고는 지나치게 행정 편의주
영진위-자료원 감사 ‘수상하네’
-
콤플렉스를 씻고 새로운 경지에 서다
그리고 <카포티>는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조연배우의 한계를 벗어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당도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정점에 도달했다. 패배자이건 드랙퀸이건 자유로운 영혼이건 악당이건, 과거의 호프먼은 언제나 호프먼이었다. 심지어 관객의 속을 고통스레 뒤집어놓는 토드 솔론즈의 <해피니스>에서도 호프먼의 비루하고 처참한 캐릭터는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놈이었다. <카포티>는 그런 욕망과는 조금 다른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호프먼은 주책없을 정도로 명성과 재능에 눈이 먼 천재 작가의 초상에 인간적인 약점을 덧붙이고,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카포티를 존경하는 동시에 경멸하고,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도록 만든다. 이를테면 호프먼은 <카포티>로 카포티 같은 괴물에 가까워진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호프먼이 이제 할리우드식 휘황찬란한 카리스마를 갖게 되었다는 의미
호프먼과 카포티 [2]
-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오랜 팬이라면 <카포티>와 <미션 임파서블3>를 동시에 보며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두 작품에서 호프먼은 지난 14년간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이미지와 페르소나를 격렬하게 휘두른다. 도대체 어떻게 그는 여기까지 온 것일까. 과거의 그는 토드 솔론즈, 폴 토머스 앤더슨과 같은 명징한 재능의 신인들의 숨은 조력자였고, 앤서니 밍겔라와 스파이크 리와 데이비드 마멧의 사랑을 받는 재간둥이였다. 하지만 호프먼은 ‘누구나 얼굴은 알지만 누구나 이름을 아는 것은 아닌’ 배우였다. 스스로를 역할 속에 철저하게 숨기는 캐릭터 배우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포티>로 호프먼은 또 다른 경지에 접어들었고, 오스카의 후광은 그를 할리우드의 반짝이는 스타의 신전에 올려놓았다. 호프먼은 어떻게 37편의 영화를 거쳐 여기에 도달했는가. 그는 어떻게 근심하는 것을 그만두고 트루먼 카포티와 사랑에 빠졌는가. 우리 시대 위대한 젊은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카포티 [1]
-
나의 데뷔/ <모텔 선인장>
나의 대표작/ <8월의 크리스마스> <아름다운 시절>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나의 데뷔 경로/ 고향 부산에서는 16mm 필름 작업하는 곳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당시 영화하기가 힘들었다. 계간 <영화언어> 사무실이 부산에 있을 때였는데 프라모델 가게를 꾸려 사무실 운영을 충당했다. 서울에서 동시녹음 조수를 구한다고 선배가 내려왔는데 내가 하겠다고 덜컥 말했다. 집에다가는 내일 서울 올라가겠다고 인사 드렸더니 황당해하셨다. 서울에 올라갔다가 작품이 엎어져 뭐라도 할 게 없을까 했는데 편집 자리가 있었다. 박순덕 기사 밑에서 배웠다.
나의 이 장면/ 홍상수 감독과 편집할 때는 홍 감독이 자신이 찍어온 장면의 의도가 와 닿는지 안 와 닿는지를 물어본다. 가령 아저씨(김명수, 전상원(이기우)이 아빠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묻는 사람)와 엄마(이경진)
편집의 마술 [11] - <극장전> 함성원 기사
-
나의 데뷔/ <플란다스의 개>
나의 데뷔경로/ 불문학을 공부하다가 문학을 공부하러 프랑스로 건너갔는데 시네마테크에서 여러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프랑스 영화실기학교에서 편집을 전공했다.
나의 대표작/ <바람난 가족> <그때 그사람들> <로드무비>
나의 이 장면/ 도입부 주 과장, 대통령 소개 장면.
*영화 첫 대목은 세 주인공을 차례로 소개하는 시퀀스 세개가 연결되어 있다. 첫 시퀀스는 대통령에게 여자를 조달하는 한석규, 두 번째 시퀀스는 국사보다는 여자문제를 걱정하는 대통령을 소개한다. 첫 장면은 여자 가슴으로 먼저 시선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는 어디고 저들은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한석규가 하는 일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카메라는 조금 밑에서 위층에서 이 장면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한석규의 얼굴을 미디엄 클로즈업으로 잡았다. 이때 안에서 윤여정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석규가 요정 안으로 들어갈 거라
편집의 마술 [10] - <그때 그 사람들> 이은수 기사
-
나의 데뷔/ <싱글즈>
나의 데뷔 경로/ 예고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대학에서 편집을 전공했다. 2학년 때 연출부 일을 하다가 이경자 편집실에 대학 3학년 때 조수로 들어갔다.
나의 대표작/ <달콤, 살벌한 연인> <범죄의 재구성> <댄서의 순정> <태풍태양> <슈퍼스타 감사용>
나의 이 장면/ 얼매(이문식)의 회상장면.
*<범죄의 재구성>을 빠른 편집이라 하는데 컷 수가 많은 건 오히려 <슈퍼스타 감사용>이나 <태풍태양>이다. 2천컷이 넘으니까. 이야기 호흡이 빠르고 컷 분배가 리드미컬한 거지 컷이 많은 영화는 아니다. 몽타주 스타일로 사기단의 한국은행 사기 준비를 위한 독립된 각 신은 전체 20분 정도였는데 모두 줄이니 2분이었다. 키가 되는 대사를 잡고, 동선을 잡고, 비슷한 대사로 신을 전환하면서 줄였다. 최대한 움직임이 많은 앵글 살리는 게 또 하나의 목표였다.
*
편집의 마술 [9] - <범죄의 재구성> 신민경 기사
-
지난 5월26일 오전 11시 용산 CGV VIP 라운지에서 SICAF(서울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주최한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과 박광현 감독의 대담이 열렸다. 이번 대담에서는 두 감독의 대표작 <반딧불의 묘>와 <웰컴 투 동막골>의 공통 주제인 ‘전쟁’에 대한 이야기와 셀 애니미에션과 실사영화와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다. 이하는 다카하타 이사오와 박광현 한일감독대담의 전문.
다카하타 이사오/ 저의 경우 이런 자리에서 젊은 감독을 만나게 되는 경우 약간 신경질적이 될 때가 있어요. 상대방을 잘 몰라서 그렇죠. 이번에도 그래서 약간 걱정했었어요.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작품을 보면 되는데.. 그런데 다행히도 오기 전에 <웰컴 투 동막골>을 봤는데 아주 재밌었어요. 그래서 여기에 오는 게 좀 안심이 되었습니다.
박광현/ 사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저는 영광이지만 감독님께 괜찮을 지가 가장 염려가 되었던 거였어요. 제가 어
다카하타 이사오, 박광현 한일감독대담
-
<엑스맨> 시리즈의 3편인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 지난 5월26일에 개봉하여 주말이 낀 사흘동안 1억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개봉 첫주 1억1500만 달러를 기록한 <스파이더맨2>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 참고로 <슈렉2>와 <스타 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는 각각 수요일과 화요일에 개봉하여 첫 주 주말 수입 1억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세기 폭스사에 따르면 주말 동안 <엑스맨: 최후의 전쟁>을 상영한 총 스크린 수는 3,690개로 한 스크린 당 2만8천997달러의 주말 수입을 기록했으며, 5월29일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남북전쟁 연례 추도식)까지 감안한다면 수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1997년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의 메모리얼 데이 최고 흥행 기록인 7천200만 달러를 경신했다.
개봉 첫 주에 미국에서 7천700만 달러를 비롯
<엑스맨: 최후의 전쟁>, 박스오피스 사상 2번째 개봉성적 기록
-
데뷔작/ <똘이장군-간첩잡는 똘이장군>(1979)
나의 데뷔 경로/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한양녹음실로 들어가 녹음과 편집 일을 배웠다.
나의 대표작/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장군의 아들> <서편제> <춘향뎐>
나의 이 장면/ 장승업(최민식)과 매향(유호정)의 마지막 조우.
*임권택 감독 영화의 편집은 기교를 잘 부리지 않는다. 템포를 중시하는데 다 설명하지 않고 점프하면서 설명을 단순화한다. 군더더기 장면은 미리 배제한다. 첫 장면의 축은 매향과 오원의 만남이다. 시대 상황 속에서 카메라가 들어가면 매향의 시점으로 오원이 보인다.
*오원이 확인하는 리버스 숏.
*매향이 프레임 아웃된 뒤 들어오지 않고 화면 오른쪽에서 나온다. 바로 클로즈업으로 오원을 잡거나, 또는 오원과 매향을 크게 잡으면 재미가 없다. 매향이 프레임 아웃된 뒤 바로 오른쪽에서 잘라서 들어오면 느낌이 덜 온다. 만남 과정을 넓게
편집의 마술 [8] - <취화선> 박순덕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