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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헷지> 야옹기남씨 가족의 이사
[정훈이 만화] <헷지> 야옹기남씨 가족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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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계의 스타 라이트닝 매퀸(오언 윌슨)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우승만을 꿈꾸는 패기만만한 경주차다. 매퀸은 숙원과도 같았던 피스톤컵 챔피언십에 참가하려던 중 외딴 도로에서 길을 잃고 생전 처음보는 낡은 촌구석에 들어선다. 매퀸의 성격과는 하나도 맞지 않는 그곳은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길손들이 찾고 붐볐던 66번 국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차들의 발길(이 아닌 타이어길)이 끊겨 폐가나 다름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도망가고 싶어 안달을 하던 매퀸은 1951년형 허드슨 호넷이자 이곳의 어른인 닥 허드슨(폴 뉴먼), 2002년형 포르셰의 지적인 변호사 샐리(보니 헌트), 녹슨 중고트럭 메이터 등과 가까워지면서 점차 자신이 알지 못했던 다른 삶의 미덕을 깨달아간다.
<카>는 장난감, 열대어, 꿈을 잡아먹고 사는 괴물, 희한한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 가족을 소재로 언제나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아이디어집단 픽사 스튜디오의 7번째 장편이다. 지금까지 픽사의 작품들
레이싱 카, 느린 삶의 미덕을 깨닫다, <카>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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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들이 서커스를 한다. 화려한 복장의 첫째(박시연)와 아들(하정우)이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온다. 마술상자의 장막을 걷으면 고양이처럼 웅크린 막내(고주연)가 묘한 웃음을 짓는다. 전북 군산시 금동 공터에 자리잡은 서커스 천막은 <구미호 가족>의 촬영현장이다. 300개가 넘는 이벤트 라이트와 백열전구, 샹들리에의 양초가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낸다. 서커스장 조명을 조정하기 위한 콘솔이 무대 입구쪽에 따로 마련됐다. 임재영 조명감독은 “일반적인 이벤트 조명을 피해서 시간의 변화와 공간감을 미세한 톤으로 잡아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세트는 서커스장과 구미호 가족의 살림집으로 양분된다. 정은정 미술감독은 “원래 굴에서 사는 여우의 습성을 연상시키는 구조, 천연소재와 나무를 주소재로 해서 약간은 원시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의 공간”이라고 밝혔다.
막내가 동물로 변하는 둔갑술은 영화의 카메라 트릭과 쌍둥이 같다. 상자 속에 들어앉은 막내와 맞은편 이동차 위에서 몸을 기울인 최진웅
구미호들 재주 한번 보실래요? <구미호 가족>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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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는 복고적이다. 가족과 의리를 지키려는, 고전적인 의미의 건달인 병두는 자기가 믿고 있는 가치와 신념 때문에 결국 몰락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그를 파괴하는 것은 외부의 비열함이라기보다는, 그 자신이 가진 고상한 결함 때문이다. 고전적 인물이 어떻게 추락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는 과정은 섬세하지만, 지나치게 서술적이어서 좀 지루하다. -김봉석/영화평론가
한마디로 재미있고 리얼하다. 그외에도 네가지 장점을 들수 있다. 첫째, 호화로운 액션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말그대로 진흙탕 싸움의 '비루함'을 구현했다는 것. 둘째, 조폭이 의리에 살고 죽는다는 허구에 빠지지 않고, '비열함'이라는 본연의 속성의 그렸다는 것. 셋째, 폭력을 남성신파나 노스텔지어로 소비하는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비판의식을 유지했다는 것. 넷째, 조폭과 민간인이라는 이분도식에 빠지지 않고, 하나의 '비정한 욕망'으로 아우르는 통찰을 보여주었다는 것. 영화는 영리하게도 자신이 빠질
<비열한 거리> 전문가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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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거.” 100여명의 취재진이 물러가는 동안 조승우와 유해진을 붙잡고 한참 상의하던 최동훈 감독. 결국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린다. 현장에서 제작진들이 ‘시연의 왕자’라고 부를 만큼, 최 감독은 연기 시범에 능하다. 진짜 타짜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고난이도 기술 ‘밑장 빼기’도 능숙하게 선보일 정도다. 단, 배우가 똑같이 자신의 연기를 재연하기를 원하진 않는 듯하다. 고니(조승우)가 자신을 화투판으로 끌어들여 가산을 탕진하게 만든 박무석을 찾아가 멋지게 복수한 뒤 단짝 고광렬(유해진)과 담배 한 모금을 나눠 피우는 장면. 한번의 시연 뒤에 최 감독은 ‘조금, 조금만 더∼’라며 배우들만이 갖고 있는 뭔가를 간절한 표정으로 갈구한다. 판돈을 키우라고 옆구리 쑤시는 도박판의 바람잡이처럼 추임새를 넣던 최 감독. 끝내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슛’을 외친다. 5월25일, 부산 야경을 한눈에 맛볼 수 있는 황령산 기슭. 이곳에 거대한 하우스를 마련해 취재진을 불러들인 <타짜>
도박판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타짜>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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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재와 김정원,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천재 피아니스트는 이 둘의 조합으로 완성된다. 남들보다 예민한 감성으로 피아노 선율을 흥얼거리던 소년 신의재는 독일 유학 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웨스틴 조선 호텔 그랜드볼룸 홀에서 이 둘을 만났다. 어딘가 닮아 보이는 인상의 둘은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고, 김정원 피아니스트는 준비 중인 국내 공연의 티켓을 의재에게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20년이 넘게 차이나는 세월을 같은 자리에서 마주하는 느낌, 어린 새싹과 이미 아름답게 익은 열매를 한꺼번에 바라보는 느낌. 이날 만남에는 꼬마 피아니스트 의재가 조금 더 일찍 도착했다.
신의재 | “제가 먼저 말걸고, 의재 눈치를 많이 봤어요. 의재가 절 좋아해야 했거든요.” 함께 연기한 엄정화의 말처럼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꼬마 피아니스트 신의재는 누구나 잘 따르는 맑고 명랑한 아이는 아니다. 영화의 캐릭터 경민처럼 누군가가 먼저
<호로비츠를 위하여> 천재 피아니스트 경민 역의 신의재·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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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가 끝났다. 이별의 씁쓸함을 간직한 채 마주선 은호와 동진의 망설임을 지켜보던 지난 두달. 맹렬하게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16부작 미니시리즈의 두텁고 촘촘한 결 속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을 빌었고, 그 안에 녹아 있는 넉넉한 여백은 매 순간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것은 졸음처럼 나른한 열병이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심한 열병을 앓았던 주인공은, 평범해서 애틋한 드라마 속 인물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아닐까. 사실 남녀주인공뿐 아니라 극중 등장인물 모두를 향한 시선이 유난히 따스했던 <연애시대>는 이혼한 부부 은호(손예진)와 동진(감우성), 동진의 친구 준표(공형진), 은호의 동생 지호(이하나)를 비롯해서 심지어 엑스트라의 연기까지 빛나는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배우들 중 단 한명만을 지금 이 시점에서 만나야 한다면, 이 사람이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손예진은 언제나 연애 중이었다. 그간 출연한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영 직후 처음으로 만난 <연애시대>의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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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애니스톤과 빈스 본이 현실에 이어 영화에서도 커플로 출연한 <브레이크 업>이 3천810만달러의 개봉성적으로 1위로 등극했다. 지난 해 브래드 피트와 이혼 후 빈스 본과의 새로운 로맨스가 계속해서 보도된 이래로 그들이 함께 출연한 영화 소식까지 하루도 애니스톤-본 커플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하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누군가는 애니스톤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애니스톤-피트의 이야기를,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애니스톤-본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정도라고. 배급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책임자는 <브레이크 업>의 개봉성적은 배급사 기대치보다 1천달러 높다고 덧붙였다.
4일동안 이어진 메모리얼 데이 연휴동안 이전 2편을 능가하는 인기를 보여준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전주 대비 67%의 가파른 하강세를 보이며 2위로 하락했다. 둘째 주에 돌연변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3천435만달러. 개봉 10일째에 접어드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브레이크 업>, <엑스맨: 최후의 전쟁> 누르고 美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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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멘>은 짐승의 숫자 666을 머릿속에 새기고 태어난 악마의 이야기다. 6월6일 오전 6시 로마의 한 병원. 미국 외교관 로버트 쏜(리브 슈라이버)은 자신의 아이가 사산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두번의 유산 경험이 있는 아내 캐서린(줄리아 스타일스)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는 로버트는 같은 시각에 태어난 아기를 입양한다.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얻은 아이는 부부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고, 로버트는 영국 대사로 발령받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게 된다. 그리고 징조는 시작된다. 데미안의 5번째 생일파티장에서 유모가 목을 매고, 새로운 유모(미아 패로)는 어딘가 수상하다. 그러던 어느 날, 로버트를 찾아온 신부가 말한다. 데미안은 악마의 자식이라고.
<오멘>은 리처드 도너가 연출한 동명의 76년작 오컬트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물론 칭송받는 오컬트영화의 수작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666과 종말에 대한 전 지구적 공포는 사라졌고, 대중은 오컬트
세련된 리메이크, <오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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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 시리즈를 감독했던 시미즈 다카시는 <환생>에서도 “어떤 죽음은 절망의 농도가 하도 깊어서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종래의 주제를 일관되게 펼쳐낸다. ‘저주’라는 이 병의 전염 방식이 전작들에서는 죽음의 집과의 ‘공간’적 접촉이라든가 ‘일상생활의 우연한 틈’으로 표현됐다면 <환생>에서는 35년을 뛰어넘는 ‘시간성’, ‘종교적 윤회’로 선회했다. 소통 수단인 미디어를 죽음과 삶, 과거와 현재를 뒤섞는 주술도구로 치환하는 솜씨는 여전하다. <주온>에서 휴대폰이나 CCTV, 카메라 등이 무고한 주인공들을 참살의 ‘기억’으로 끌고 들어가는 데 했던 역할을 여기서는 <기억>(!)이라는 영화 속 영화의 제작과정이 맡는다.
신인배우 스시우라 나기사(유카)가 오디션에 통과한 <기억>은 마츠무라(시이나 깃페이)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영화다. 지난 1970년 “사후세계를 연구할 목적으로” 오모리 교수는 자신의 아들과 딸
‘시간성’, ‘종교적 윤회’로 선회한 시미즈 다카시의 공포,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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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감춰야 살 수 있는 사내와 실종된 총을 찾아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사내가 있다. 두개의 조그만 총구가 반짝이는 은색 크롬이다. 예쁜 총과의 숨바꼭질이 질주하듯 펼쳐지는데 진짜 주인공은 갱스터도 총도 아니다. 거미줄처럼 둘러싼 (남성)가학의 세계에 구멍을 내기 위해 그 총을 훔친 꼬마다. <러닝 스케어드>는 얽히고설킨 타란티노식 피의 향연에 소년을 용감하게 끌어들여 여느 갱스터와 구별하려 한다.
조이(폴 워커)가 소속된 마피아가 거액의 마약을 거래하는 현장에 복면의 무장강도들이 들이닥친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닮은, 어이없고 살벌한 교전 상황이 벌어진다. 겁을 상실한 보스 토미의 배짱에 힘입어 강도들은 모조리 사살된다. 문제는 이 강도들이 양심을 상실한 경찰들이라는 점이다. 토미는 증거물인 은색 크롬을 없애라고 부하 조이에게 지시하고, 조이는 그 총을 집으로 가져와 숨긴다. 옆집 아이 올렉(카메론 브라이트)은 토미보다 더 겁이 없다.
현대판 서부극, <러닝 스케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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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때때로 아주 쉽게 변한다. 또 사람들은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 말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가끔은 여기저기 흘러다닐 수 있는 그 말 때문에 진심을 털어놓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 언제나 충직하게 자기 곁을 지켜주고, 말 한마디 없이 진심이 전달되는 개들이 감정을 나누기에 더 적합한 상대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누도 잇신을 비롯한 일본의 스타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고, 풍부한 감성으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는 개들이 가득한 <우리개 이야기>는 개라는 동물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가득 담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개를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두 단어는 ‘사랑’과 ‘죽음’이다. 주인의 짝사랑을 지켜보다가 스스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개, 자기에게 앙꼬빵을 아낌없이 주었던 친구를 평생 기다리는 개, 그리고 주인이 아이 때부터 평생을 함께 보내며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개. 그들은 주인의 외로움을 달래주
동물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가득 담고 있는 영화, <우리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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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의 한 작은 마을. 100년 전, 이 마을을 설립한 네명의 창시자를 기리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마을 분위기는 축제로 들뜨기는커녕, 음산하다. 바다 위 배들에서는 이상한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해변가로 오래된 물건들이 떠내려온다. 안개는 마치 자욱한 가스 연기처럼 마을을 뒤덮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잔인하게 살해된다. 누군가는 불에 타고 누군가는 물에 빠진다. 6개월 만에 마을로 돌아온 엘리자베스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고 그것이 마을의 과거와 관련되어 있음을 눈치챈다. 도대체 이 마을은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 걸까.
1980년 존 카펜터의 <더 포그>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안개는 끔찍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보는 이의 긴장감을 적절히 분배시킨다. 안개 속에서 출몰하는 흉측한 몰골의 유령이나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는 듯한 안개 자체의 형상은 사실, 무섭기보다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영화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공포나
거짓말 위에 세워진 마을, 그 비밀은? <더 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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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각본을 쓴 <하얀 풍선>(1995)으로 데뷔한 자파르 파나히는 점진적인 이행의 과정을 거쳐 <오프사이드>를 통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그처럼 되돌아온 영화적 세계가 원래의 그것과 같을 리 없다. <오프사이드>의 파나히는, 두 번째로 키아로스타미의 각본을 영화화한 작품이자 <택시 드라이버>(마틴 스코시즈, 1976)나 <의식>(클로드 샤브롤, 1995)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범죄극인 <붉은 황금>(2003)을 내놓은 뒤의 파나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상의 나른한 모험 속에 빠져든 아이들의 세계에서 정처없는 배회와 무망한 탈주의 시도로 특징되는 어른들의 세계로 이행해갔던 파나히의 경력은 좀더 간단히는 ‘낮의 영화’에서 ‘밤의 영화’로의 이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이와 어른의 중간쯤에 자리한 십대 소녀들이 (이란 내에서는) 금녀(禁女)의 구역인 축구경기장 안으로 몰래 숨어들어가려
코믹한 외양 뒤에 감춰진 엄연한 현실, <오프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