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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나 <매트릭스>의 트리니티, <킬 빌>의 브라이드,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 같은 여전사 주인공 영화들을 볼 때마다 경탄과 함께 탄식이 나온다. 아∼ 나도 저렇게 싸움을 잘했으면…. 근육질 여성의 섹시미 때문이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에서다. 밤 늦게 골목길을 걷더라도 괜한 두려움에 떨 일 없고, 택시나 길거리에서 마초 폭탄을 만났을 때 감동적인 교훈을 줄 수도 있고, 싸울 때마다 바락바락 대드는 남편과 긴 시간 논쟁을 벌일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요가 따위를 하기보다는 <킬 빌>의 우마 서먼이나 <걸파이트>의 소녀처럼 다이어트도 되면서 진정 삶에 ‘힘’이 되는, 권투나 격투기 같은 운동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남자주인공의 액션영화는 또 다른 깨달음을 주는 데 진정한 액션영웅이 되기 위해서 굳이 매일 푸시업 100번씩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 확실
투덜양, <미션 임파서블3>에서 액션영웅 애인이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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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J CGV가 발표한 5월 통계에 따르면 한국영화 점유율이 33.9%라고 한다. 올해 1월 77.6%까지 치솟았던 수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1월엔 <왕의 남자>가 관객몰이를 했고 5월엔 <미션 임파서블3>과 <다빈치 코드>가 휩쓸었으니 이런 점유율이 나오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래도 극장업계엔 희소식인 것이 할리우드영화 두편 덕에 올해 5월 관객 수가 여름 성수기인 지난해 7월의 관객 수보다 많다는 점이다. 여름 성수기가 일찍 시작된 탓이지만 이런 추세가 6, 7월로 넘어간다고 꺾일 것 같진 않다. <포세이돈>이 개봉일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걸 보면 올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력은 굉장하다는 느낌이 든다.
연이어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잠식하는 가운데 7월1일부터 스크린쿼터도 축소된다. 일부에선 당장의 한국영화 점유율을 들어 쿼터 축소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지금 상
[편집장이 독자에게] 대박 아니면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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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성(性)은 동물적 본능에서 비롯되거나 원초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역학관계를 전제로 발동하며, 지극히 정치적으로 작동한다. 즉 우발적인 (성)폭력에 의해 강자와 약자가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 이전에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며, 강자는 (성)폭력을 통해 자신의 힘을 행사한다. <구타유발자들>은 이러한 폭력의 정치적 속성에 주목한다. 목소리 큰 교수가 손을 떨자 폭력이 시작되는 것처럼, 여자가 성폭행 도중 도망쳤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성폭행이 재기되는 것처럼, 영화는 약자임이 확인되는 대상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정치적 속성을 세밀히 그린다.
영화의 폭력에 대한 발언 내용은 분명하다. 첫째,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 봉연은 제가 당한 대로 소년에게 행하고, 맞던 소년은 더 큰 폭력을 시도한다. 둘째, 그래봤자 한번 약자는 영원한 약자이다. “때리던 놈은 경찰되었는데, 맞던 놈은 졸라 맞지?”처럼 피해자는 강자의 벽을 넘지 못하고, 구타를 ‘유발’하다
평론가 황진미가 <구타유발자들>을 비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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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유발자들>은 무척이나 불친절하고, 불편하다. 대체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할까? 유일하게 여자인 인정? 지독한 폭력의 희생자인 고등학생 현재? 하지만 그들에게도 원죄는 있다. 인정이 교수인 영선과 함께 식사를 하고 외진 강가까지 따라온 이유는, 뮤지컬 오디션에 힘을 써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권력에 타협한 것 역시, 죄다. 현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지만, 자신이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아는 순간 동일한 폭력을 휘두른다. 개인적으로는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건 현재는 폭력의 연쇄사슬 안에 스스로 갇혀버렸다. ‘구타유발’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그들에게는 맞을 만한 최소한의 이유가 있다. 타인이 때리고 싶어질, 뭔가 근질근질한 원인제공을 한 것이다.
그러나 대체 누가, 누구를 구타하는 것일까? 초반의 가해자는 시골 양아치들이다. 도시에서 온 영선과 인정은 야만스러운 그들에게서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한다. 영선에게 강간을 당할 뻔했던 인정 역시, 그들과 같이
평론가 김봉석이 <구타유발자들>을 지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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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앎에 대한 사랑
소설로서의 <다빈치 코드>는 몰아치는 한번의 숨결, 즉 단숨에 읽는다는 표현이 적합한 소설이다. 기호학이 대중화된 지식으로 전화하면서 상용화된 몇개의 용어가 있다면 그것은 코드와 인코딩, 디코딩과 같은 것이다. 또 기호학자 소쉬르가 이론화하고자 했던 유대교 카발리스트 전통에서 비롯된 아나그램(철자 수수께끼 맞히기)이다. <다빈치 코드>는 기호학과 예술품의 독해 그리고 여신과 남신이 함께 우주적 기호의 완성을 이루는 이교의 전통을 ‘매 장면이 서프라이즈로 가득 차게 하라!’는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따라 숨가쁘게 뒤섞는다. 소설을 읽다보면 각장이 반전의 연속이다. 특히 이 수수께끼가 예수와 그의 12명의 남자 제자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문명의 기원의 전복이라는 것을 달성해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이 베스트셀러를 일부 구원하는 기제다. 말하자면 막달라 마리아는 그 기원 전복의 결정적 코드 제공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다빈치
<다빈치 코드>의 전복적 매력과 치명적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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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기 조련사와 악인 사이에서
-배우들 연기가 매번 훌륭하다. 어떻게 했기에 그런가.
=첫 영화 망하고 반성한 게 영화 연출은 연기 연출이라는 거였다. 중국에선 ‘도연’이라고 하지 않나. 연기를 잘 지도하는 사람이 감독인 거다. 미장센은 두 번째고. 첫 작품 연기가 되게 어색했다. 좋은 배우를 썼는데 왜 그럴까 싶었다. 그 뒤로 시나리오 쓸 때부터 자연스레 연기를 생각하고 구성했다. 멋스러운 대사니 앵글이니 다 포기하게 되더라. 난 리얼리스트다. 상황을 진실에 육박하게 하려면 멋진 건 다 버려야 한다. 배우의 자연스러움이 첫 번째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자연스러운 동선을 만들 때까지 리허설을 한 다음에야 앵글을 짠다. 콘티에 배우를 우겨넣지 않는다. 그리고 배우들과 얘기를 많이 한다. 어떤 어투가 자연스러운지 부자연스러운지 간파한다. 그리고 배우의 발음과 구강구조에 맞는 대사를 준다. 영화는 결국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학도 문체가 이상하면 안 읽히지 않나. 그래서 재촬영을 하기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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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9일부터 7월4일까지 CGV 용산에서 열리는 제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이 프로그램을 확정 발표했다. 모두 62편의 국내 단편영화가 상영되는 경쟁부문 외에도 초청부문인 유러피안 나이트메어 섹션이 선보인다. 유러피안 나이트메어 섹션은 프랑스, 캐나다, 노르웨이 등의 공포판타지 단편영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 하나의 섹션인 프로그래머 스펙트럼 섹션은 노년층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보여주는 ‘실버 멜로’와 러닝타임 5분 내외의 한국영화를 모은 ‘5! 단편!’ 등 소섹션의 영화를 보여준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프로그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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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과 토요일 오후에 만났다. 저녁 자리까지 이어지는 긴 인터뷰였는데 그는 장이모 감독을 인용하며 “인터뷰는 영화감독 최후의 공정”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 오후 유하 감독은 더 깊이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시집과 쓰레기가 뒤엉킨, 아마도 오래된 애마였을 그의 차를 타고 다니며 미처 듣지 못한 길고 긴 뒷이야기를 마저 들었다. 쉴새없이 니코틴 1mg 담배와 1회용 필터가 사라졌다. 촬영장에서는 네갑씩 피운다는 희붐한 담배 연기 사이에서 작품을 만든 작가의 뿌듯함과 개봉을 앞두고 ‘콜로세움에 끌려가는 검투사’의 초조함이 함께 겹쳐 보였다.
1. 순수와 비열의 거리 사이에서
-<비열한 거리>가 액션영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액션보다는 감정의 흐름이라고 했을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
=스타일리시한 액션영화, 슬로모션이 많이 걸리고 싸움의 합이 정확한 영화는 많이 봤고 재미가 없었다. 영웅적인 액션보다는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비루하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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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 개봉해 장기상영 중인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 네번째 감독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한다. 이미 스폰지 하우스와 필름포럼에서 세차례의 행사를 가진 김태용 감독은 6월14일 오후7시 CGV 상암에서 다시 한번 관객과 영화에 관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앞서 열린 행사에서는 김태용 감독과 함께 주연배우 중 하나인 정유미가 참석해 관객들의 관객들과 묵직한 주제부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눴다.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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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의 리메이크 계획이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 6월11일 미국의 영화산업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국 출신 형제 감독인 톰 가드와 찰리 가드가 <장화, 홍련>의 리메이크작인 를 연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캠브리지 대학 출신인 가드 형제는 95년작 SF 영화 <저지 드레드>와 98년작 <어벤져>의 촬영 부서에 참여한 경력이 있고, 이후 직접 연출한 단편 영화들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차세대 영국 감독으로 주목받아온 재원들이다. 촬영은 오는 가을부터 시작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화, 홍련> 리메이크 감독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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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서울독립영화제 2005 수상작의 순회상영이 부산으로 향한다. 6월22일부터 29일까지 국도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부산 순회상영회에서는 대상 수상작 <안녕, 사요나라>(김태일, 가토 구미코)를 비롯해 최우수상 수상작 <낙원>(김종관), 우수상 수상작 <십우도2-견적>(이지상) 등 11편의 수상작이 선보인다. 또 CJ-CGV 장편영화지원작과 16인의 독립영화인과 미디어활동가가 함께 만든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도 상영될 예정이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051-742-2707, http://www.indipusan.or.kr)이나 남포동 국도아트시네마(051-245-5441, http://cafe.naver.com/gukdo.cafe)에 문의하면 된다.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 부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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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동시 방영되는 오락 채널이 열린다. CJ 미디어는 6월 12일 제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4회 KCTA 2006’ 행사에서 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동시 방영되는 오락 채널 TVN를 올 하반기에 개국한다고 밝혔다. ‘Total Variety Network’의 이니셜을 딴 TVN은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최신 오락 영화나 스포츠 경기 등을 주로 방영하게 될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 CJ 미디어는 이날 행사에서 ‘CJ미디어와 DY엔터테인먼트간 프로그램의 공동 기획·제작·출연진 교류 등에 관한 전략적 제휴(MOU) 협약’에도 조인했다. 연예인 신동엽이 설립한 예능 전문 제작사 DY엔터테인먼트는 CJ와의 이번 제휴를 통해 TVN을 위한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들을 제작할 계획이며, 이미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인 16부작 미니시리즈 <하이에나>의 캐스팅을 진행중인것으로 알려졌다.
CJ 미디어, 오락채널 TVN 올 하반기 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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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애니메이션 <네 잘못이 아니야>가 지난 6월10일 폐막한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교육용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EBS가 캐릭터 플랜, 미라클 상사와 공동 제작해 지난 6월 국내 방영한 <네 잘못이 아니야>는 캐나다 작가 질 티보의 원작 <더이상 웃지 않는 작은 소녀>를 토대로 만들어진 25분짜리 중편 애니메이션.
이웃집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소녀가 부모와 선생의 도움으로 아픔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성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아동들의 성폭행에 어떤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올해 안시페스티벌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10편이 본선에 올랐고, 졸업작품 부문에서 <비오는 날의 산책>이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BS 애니메이션 안시에서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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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가 억압적인 군사독재 시대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조폭의 탄생을 계보학적으로 거슬러 올라간 작품이라면 <비열한 거리>는 남루한 현실 속에서 조폭이 어떻게 기능하고 소비되는가를 탐색한 작품일 것이다. ‘경마장’과 ‘세운상가’ 사이에서 자본주의적 욕망의 뒷골목을 노래하던 시인은 이제 조폭성을 경멸하면서도 동시에 조폭성에 기대는 거리의 비열함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비루한 카니발의 거리는 <비열한 거리>의 내용이자 동시에 시인이자 감독인 유하가 걸어온 길이기도 할 것이다. 유하를 만나 그의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물었다.
아이러니. 시인이 꿈꾼 첫 영화는 갓 잡아올린 펄떡이는 물고기였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이 연출하는 영화 촬영현장에서 유난히 붉고 진한 오줌만 누었다. ‘이쯤에서 떡치는 장면을 넣어라’, ‘저쯤에서 삼각관계를 넣어라’는 제작자의 압박은 나중에 돌이켜보면 고마운 현실적인 충고였지만, 그때 예민한 시인이자 감독은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