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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 루카스는 <포세이돈> 촬영 중 두번이나 병원에 입원했다. 물에서 헤엄쳐 탈출하는 장면을 찍다가 커트 러셀이 휘두른 손전등에 오른쪽 눈을 다쳐 16바늘을 꿰맨 일은 촬영 막바지에 생긴 사고에 비하면 애교에 가까웠다. 5m 높이에서 떨어진 조시 루카스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근육과 인대가 찢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시간의 수술, 6주간의 깁스, 그리고 재활 훈련까지. <포세이돈>이 촬영되는 동안 “모두들 다쳤고, 모두가 아팠다”는 조시 루카스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이름만 듣고 출연을 결정했다는 <포세이돈>에서 그는 프로 도박사 딜런을 연기했다. 딜런은 포세이돈호에서 무력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탈출 시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인물. 덕분에 생명을 담보로 한 스턴트는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스턴트를 직접 소화해야 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루카스는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건 지옥이야, 완전히 지옥이야!’라며 와이
지옥같은 도전, 헐리우드호 주연급 승선! <포세이돈> 조시 루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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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명의 등장인물 모두가 한번씩 주인공이 되는 마당극 <구타유발자들>에서 홍배는 순환하는 폭력의 한 고리였다. 동네 형의 말이라면 흉악한 폭력도 망설임없이 따르던, 죄의식이라곤 모르는 변두리 양아치는 순진해서 더욱 무서운 악함의 전형을 보여줬다. 자기보다 약한 고등학생을 재미삼아 땅에 묻어보고, 처음 보는 여자를 겁탈하라는 명령에 복종하고, 실컷 놀려주던 고등학생과 막싸움을 벌이다 얼굴에 돌을 맞고, 급기야 죽은 쥐를 먹으라는 동네 경찰의 말까지 듣게 되는 그의 운명은, 참 기구하기만 했다. 다른 등장인물과 달리 자신만의 극단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순간이나 기이한 모습의 원인이 되는 과거를 설명해주는 진지한 장면 하나없는 처지였지만, 그럼에도 홍배의 빨간 머리는 소름끼칠 만큼 창백했던 <구타유발자들>의 화면 속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어떤 이유로든지 극중 비중과 관계없이 관객의 뇌리에 남는다는 점에서 홍배는, 정경호가 연기한 영화 속 인물
감정에 충실한 ‘보험 연기’, <구타유발자들> 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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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균동 감독은 박광수, 장선우 바로 다음 세대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박광수 감독의 연출부로 영화판에 뛰어든 그는 1994년 두 탈옥수와 한 여자의 로드무비 <세상 밖으로>로 데뷔한 이래 본인이 쓴 시나리오로 본인이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왔다. 1995년에 포르노를 통한 알레고리영화 <맨?>, 1997년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 <죽이는 이야기>를 만든 그는 이후 점점 행보가 느려지는가 싶더니 2000년 몸에 대한 영화 <미인>을 내놓은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리하여 5년 만에 그가 들고 온 것은 저예산 장편영화 <비단구두>. ‘개량종, 쥐새끼, 사기꾼’ 같은 영화감독이 조폭의 협박을 받아 조폭 두목의 치매기 있는 아버지를 이북 고향으로 모시고 가는 얘기로 그 고향은 남한에 세트로 지어진 것이다. KBS와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 HD 카메라로 하루에 1.2일 분량을 찍는 강행군을 하며 영화를 끝냈으나 개봉은 어려웠고 빚
<비단구두>로 5년 만에 돌아온 여균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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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월17일(토) 밤 11시
<자토이치>는 1962년부터 26번이나 만들어진 일본의 대표적인 사무라이영화다. 그토록 끊임없이 리메이크됐던 영화가 2003년 기타노 다케시에 의해 다시 만들어졌다. 맹인 검객 자토이치는 기타노가 연기했다. 자토이치가 맹인 검객이자 안마사이며 도박의 천재라는 기본 틀만 그대로 유지한 채 나머지는 모두 ‘다케시풍’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의 첫 사극 연출작임에도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새로운 <자토이치>가 다케시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저 27번째 <자토이치>로 불리기에 아까운 아우라를 지니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세 무리의 나그네가 한 마을에 들어온다. 맹인 검객 자토이치와 떠돌이 검객 하토리(아사노 다다노부), 그리고 게이샤 남매. 그들은 마을에서 악행을 저지르며 군림하는 긴조 일당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들만의 슬픈 사연을 안은 이
기타노 다케시의 퓨전사무라이 활극, <자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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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의 창조물들
그것들은 실험실로부터 왔다!
<얼굴없는 악마>(Fiend without a Face, 1957)
이 괴상한 괴물영화의 주인공은 고전 SF/호러팬들이 오랫동안 열광해온 걸어다니는 뇌 덩어리다. 일군의 과학자들이 원자로를 이용해 인간의 지각을 증폭하는 기기를 만들려다 순수한 에너지 괴물을 창조한다. 괴물은 곧 도망쳐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 사람들의 뇌를 닥치는 대로 빨아먹는다. 문제는 이 괴물이 보이지 않는 순수 에너지 덩어리라는 사실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괴물로 영화를 채울 수는 없는 일. 사람들이 원자로를 차단하자 그제야 괴물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뇌와 척수로 이루어진 기괴한 모습의 사념체였다. 이 노골적인 냉전 SF/호러영화는 크라이테리온에서 새롭게 DVD를 발매할 만큼 컬트팬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믹>(Mimic, 1995)
만약 바퀴벌레(를 닮은 벌레)가 지능을 갖게 된다면? 뉴욕의 아이들이 바
괴물영화대백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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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우주까지, 영화 역사를 호령한 괴물영화들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로 간주한다. 나는 기술자가 아니다. 나는 기술에 무지한 사람이며, 괴물을 창조하고 그로부터 끝내주는 이야기를 뽑아내는 일을 사랑할 뿐이다.” 위대한 괴물들의 창조주 스탠 윈스턴은 자신을 기술자로 부르는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자신을 예술가로 불러달라고. 그리고 괴물을 창조하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예술적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라고. 옳은 말이다. 괴물을 창조하는 것은 그저 괴물의 외양만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괴물로부터 투영되는 우리의 삶과 공포와 환희를 담는 일이다. 그렇게 창조된 괴물들의 번득이는 이빨은, 냉전과 핵에 대한 공포일 수도 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일 수도 있고, 보수주의자들을 향한 일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괴물의 사회·심리·문화적 함의에 대해서 골똘히 고민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 프란체스카의 “그냥 즐겨!”라는 격언을 따르는 것이다. 괴물영화는 즐겁다. 그들
괴물영화대백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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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의 데뷔작 <영원한 휴가>를 처음 봤다. 황량한 뉴욕의 뒷골목을 떠도는 청년의 이야기는 이후 만들어질 영화의 선언문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천국보다 낯선>의 유명세에 종종 가려진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삶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으며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똑같다. 머물렀던 곳에서의 신선했던 시간이 지나면 그 장소를 떠나야 한다. 그것은 깨달음이다.” 자무시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영원한 휴가를 즐기는 여행객이다. 그들에게 정착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무시가 세상을 어떤 곳으로 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그에게 끝없는 이동이란 타락하고 악한 세상에 굴하지 않고 물들지 않는 방법이다. 자무시인들은 세상의 굴레는 물론 심지어 시간으로부터 구속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무시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어디 한둘일까만 그의 정서가 반영된 두 장면을 그중 백미로 매번 꼽는다. <다운 바이 로>에서 탈옥한 세 남자는 숲속의 외딴집을 발견한
[명예의 전당] <짐 자무시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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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나 뮤직비디오 출신 영화감독들에 대해 흔히 하는 말. ‘화면 때깔만 좋으면 뭘 해’ 운운. 그러나 리들리 스콧의 경우 그것이 오히려 축복이었다. 영화계 진출 전부터 이미 유명한 광고 연출자였던 스콧은 90만달러짜리 장편 데뷔작을 준비하면서 ‘영화가 안 되면 내가 다 책임지겠다’며 자신과 함께 광고를 찍었던 스탭을 모았다. 촬영기간 내내 내린 비는 오히려 화면 속 정서를 더욱 깊이있게 꾸며주었으며, 훗날 스콧이 즐겨 사용하는 하나의 스타일이 되기도 했다. 혹한의 러시아 시퀀스는 일부 장면을 눈 쌓인 호텔 주차장에서 촬영했는데, 다른 장면들과 감쪽같이 붙었을뿐더러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저예산이어서 세트를 짓지는 않았지만 결투장면에서 사용할 권총 빌리는 데 돈이 더 들어가 촬영 내내 스탭들이 긴장하기도 했다. 주인공 두베르의 아내 역으로 당시 키스 캐러딘의 연인이었던 크리스티나 레인즈를 캐스팅할 수 있었고, 대배우 앨버트 피니를 샴페인 한 상자에 특별출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코멘터리] 아는 것과 갖고 있는 것을 활용하라, <결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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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한 택시운전사는 거기서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친절했다. 러시아에서 이주했다는 그는 LA에서 한번도 눈을 보지 못했다고, 그래서 간혹 눈이 그리워 스키를 타러 가는 게 몇 안 되는 낙이라 했다. <크래쉬>는 ‘LA에 눈이 왔던 어떤 날’의 이야기다. LA에 눈이 오는 건 뉴욕이나 서울에서 눈을 보는 것과 달리 어떤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수개월 전 DVD로 <크래쉬>를 처음 보았을 때는 내리는 눈이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스크린 전체를 가득 뒤덮은 눈을 보면서 감독이 그 눈을 얼마나 보여주고 싶었을까, 하고 짐작할 수 있었다. 눈은 애타게 그리운 따뜻한 정이 되어 몸을 감싸고 포근한 솜이 되어 더러운 마음과 죄를 살짝 덮어준다. <크래쉬>의 많은 장면에서 사람들은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문과 집과 차로 격리된 채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문이 열릴 때마다 고통이 등장해 그들은 통증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
늘어난 2분30초를 찾아볼까, <크래쉬: 감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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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유토피아는 존재의 여지가 없는 가공의 이상향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낙원을 꿈꾼다. 그리고 어떤 영화는 천국이 여기 땅 위에 분명 존재하는 어떤 곳이라고 말한다. <서울독립영화제 2005 수상작> DVD에는 그런 낙원과 그런 영화가 있다. 김종관의 <낙원>은 이런 생각을 시작하게 만든 출발점이다. 그가 절뚝거리며 따라간다, 그녀의 치맛자락이 저만치 돌아선다, 바람이 분다, 어린 시절의 비눗방울처럼 천국은 그렇게 사라져간다. 정녕 깊은 한숨 없이는 그 옆에 눕기조차 힘든 걸작이다. <낙원>에서 가난한 남자로 분한 양익준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바라만 본다>에는 사랑하는 자에게 내비치는 어색한 감정 표현과 예쁜 미소 그리고 햇살에 빛나는 흰 이빨이 있다. 낙원에 도착한 자는 그런 모습일 게다. 이지상의 <십우도2-견적>은 땅으로 내려간 남자와 근심 가득한 여자의 편지를 통해 잃어버린 낙원을 복원하며, 최지영의 <산책&g
낙원과 천국이 여기에, <서울독립영화제 2005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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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순수한 사랑, 첫사랑의 감미로운 기억을 더듬어가는 기타야마 교이치의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한국판 버전. 동명의 일본영화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상큼한 매력을 발산하는 두 주연배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2장으로 구성된 스페셜에디션 DVD는 영화 명장면을 담은 16쪽의 화보집과 스틸컷 엽서를 포함, 전윤수 감독과 차태현, 송혜교의 영화 음성해설, 하이라이트 모음, 메이킹 필름, 제작진과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차태현과 송해교의 상큼 매력, <파랑주의보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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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고전 동화의 이야기를 살짝 뒤집으면서 추리적 요소를 가미한 <빨간 모자의 진실>. DVD는 영어 더빙과 함께 김수미, 강혜정 등이 참여한 우리말 더빙까지 수록해 메리트가 있다. 다만 우리말 더빙이야 예외이지만, 한글자막의 경우 지나칠 정도의 우리식 표현들이 많아서 아쉽다. 화질과 음향은 대단히 우수하며, 부가영상으로 제작진의 인터뷰 중심으로 진행이 되는 12분 분량의 메이킹 필름과 5개의 삭제장면, 흥겨운 뮤직비디오 영상을 제공한다.
영어 혹은 우리말, 골라 듣는 재미, <빨간 모자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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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우치 유코의 매력이 돋보인 감성멜로 <천국의 책방>. 영원한 사랑을 테마로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인상적인, 그래서 제작과정을 엿보고 싶은 그런 영화다. 뜻밖에도 1시간17분 분량의 꼼꼼한 메이킹 필름인 ‘일기’에서는 본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촬영현장을 대할 수 있다. 어둡고 칙칙한 그런, 그 속에서 유일하게 활기를 띤 이들은 제작진과 감독의 모습이다. 그 밖에 피아노 레슨과 오디오북 <천국의 책방>, 도쿄에서 있었던 시사회 현장 등의 부록이 있다.
활기 넘치는 촬영현장의 일기, <천국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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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과 속편, 이 둘의 관계는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흥행이 되면 속편을 제작할 순 있지만, 그렇게 제작한 속편이 흥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편에선 아이템이 중요하다. 전편의 설정들을 새롭게 변주할 수 있는 아이템. <가문의 부활>과 <동갑내기 과외하기2>는 그런 의미에서 속편 제작의 가능성이 높이 제기됐던 영화들이다. 조폭과 가족, 청춘과 로맨스 등 이야기를 구성해낼 재료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촬영을 시작한 두 영화를 살짝 들여다보았다.
불량선생과 열혈제자의 한국어 과외기, <동갑내기 과외하기2>
시놉시스/ 재일동포인 준코(이청아)는 한국 대학생 정우성을 좋아해 그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다.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잡은 준코는 주인 아들인 종만(박기웅)과 처음부터 티격태격이다. 아버지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준코에게 한국어 과외를 해줘야 하는 종만. 상황이 마음에 안 들기는 준코 역시 마찬가지다. 종만은
2006 하반기 신작 프로젝트 [5] - 속편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