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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를 묻는 퍼즐
올해 베니스가 남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는 데이비드 린치의 173분짜리 신작 <인랜드 엠파이어>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인랜드 엠파이어’는 미국 LA 동부지역의 산 베르디날도 카운티와 리버사이드 카운티를 함께 일컫는 지명이다. 인구 400만 규모의 이 상류층 거주지역이 영화 <인랜드 엠파이어>의 공간적 무대다. 유명 여배우 니키(로라 던)는 고대했던 새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된다. 엄청난 기대감에 부푼 그녀는 상대 남자배우(저스틴 테루)와 함께한 첫 촬영 자리에서 감독(제레미 아이언스)에게 “이 영화가 실은 리메이크작”이며 “원작에 출연했던 두 주연배우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꺼림칙하지만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니키와 상대 배우는 영화를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왠지 불길하다.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남자배우는 “여기 누군가 있다”며 세트장 안을 뒤지지만 허탕을 치고 만다.
린치의 여느 작품들처럼 범상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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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보편적 울림
<스틸 라이프>의 이야기는 아주 작고 보잘것없다. 양쯔강이 관통하는 중국 펑제(奉節)현 싼샤(三峽)지역을 무대로 삼은 이 영화는 16년 전 집을 나간 아내를 찾는 남자의 여정과 2년간 헤어졌던 남편을 찾으러 가는 여자의 여정을 평행으로 겹쳐놓고 있다. 이야기의 큰 분량은 아내를 찾아나선 남자에 관한 것이다. 남자는 아내가 보낸 엽서 하나를 손에 쥐고 싼샤지역에 들어선다. 마을 주민들에게 엽서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으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부탁해보지만 다른 억양 때문에 의사소통이 쉽지 않을뿐더러 무관심인지 불친절인지 주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남자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담배를 나눠주면서 환심을 사고 정보를 얻는다. 아내를 겨우 찾아냈는데,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부인이 돼 있다. 오빠가 진 빚 때문에 팔려가다시피 한 그녀를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3만위안이 필요하다. 남자는 일당 40위안의 막노동을 그만두고, 비록 목숨은 위험해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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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지난 9월9일 폐막했다. 올해의 베니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깜짝 상영작’으로 영화제 기간 중 뒤늦게 공개된 경쟁작 <스틸 라이프>의 황금사자상 수상,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미국영화 <할리우드랜드>의 벤 애플렉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사실, ‘은사자발견상’이라는 없던 상을 급조하여 이탈리아영화 <황금문>에 트로피를 안긴 것. 이런 것들은 하나의 이벤트로서 베니스영화제를 흥미롭게 만든 부분이다. 전세계의 동시대 영화들을 아우르는 시사회장으로서는 브라이언 드 팔마와 올리버 스톤, 스티븐 프리어즈와 알폰소 쿠아론, 차이밍량과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오시이 마모루와 대런 애로노프스키를 모두 아울렀다는 점에서 당분간 기억될 만한 영화제다.
흥미로웠던 11일간의 영화축제를 결산하며, 우선 지아장커의 황금사자상 수상작 <스틸 라이프>와 평생공로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린치의 3시간짜리 판타지극 <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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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0일까지 ㅣ 대안공간 루프,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꽃, 갤러리 숲 외 야외공간(서울시 서교동 소재) ㅣ 02-396-9636
대안공간에서 전시되는 작품의 분위기는 일반 갤러리의 것과는 뭔가 좀 다르다. 국내 곳곳의 주요 대안공간들이 색깔있는 기획전으로 관객을 향한 ‘특별한 구애’에 나섰다. ‘공공의 순간’이라는 주제로 지난 9월5일 개막한 이번 행사들은 서울 시내 대안공간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작가포럼을 비롯해 부산, 광주, 안양, 인천 등 국내 주요 도시에서 연이어 개최되는 연합전시다. 대안공간은 일반 갤러리와 무엇이 다를까?
현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실험성과 다양성이다. 편협한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열린 감성을 좇는 작가적 성향은 이젠 보편화된 현대미술의 키워드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이러한 ‘자유로운 작가들의 창작의지’를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전시공간은 이미 시행착오나 실험단계가 지나고 어느 정도 완성된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이
대안공간의 특별한 유혹, <2006 AFI “Public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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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루헤인은 인간의 어둠을 묘사하는 데 거침이 없는 작가다. 루헤인은 이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화한 <미스틱 리버>나 인상적인 반전으로 한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살인자들의 섬>에서 치유 불가능할 정도로 상처입고 황폐해진 인간의 내면을 동정없이 그려낸 바 있다. ‘사립탐정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인 <가라, 아이야, 가라>와 <비를 바라는 기도> 또한 ‘현대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결정판’이라는 광고 문구가 과하지 않은 수작들로, 정당함이나 규칙에 아랑곳하지 않는 폭력적인 사립탐정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에 맞서는 이야기들이다. 사립탐정인 패트릭 켄지의 일인칭시점에서 진행되는데 그에게는 앤지 제나로라는 동료 여탐정이 있다.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긴밀하다. 30년 만에 나타난 보스턴 연쇄살인범을 잡은 공로로 유명세를 탄 지 2년이 지나, 두 사람은 자기 방 안에서
폭력적인 두 사립탐정, 악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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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9월24일(일) 밤 12시30분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간호사다. 이 남자는 평소 짝사랑하던 여인이 식물인간이 되자, 그녀를 돌보기 시작한다. 식물인간이 되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그에게 더 없는 행운이다. 그는 가만히 누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여자와 일상을 나눈다. 그는 자신이 그녀와 진짜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다. 또 다른 남자가 있다. 투우사 여인을 사랑했지만, 그녀 역시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 한 병원의 두 남자와 식물인간이 된 두 여자. 그리고 사랑.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얇은 실로 연결된 이들의 인연을 촘촘하게 엮어 기이한 멜로(?)를 만들어낸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영화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감상을 밝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녀에게>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그저 독특한 멜로 혹은 지극히 감상적인 남성 판타지 수준
얇은 실로 촘촘하게 엮은 멜로드라마,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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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에, MT 기분으로 오래서 합류했지~”
경북 문경에서 철길 폭격 장면을 찍고난 이대연은 “이제야 전쟁영화를 찍는 기분이 난다. 그동안 놀러오는 것 같았는데”라고 말했다. 이상우 감독에게 강제징용을 당했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배우들은 한여름에 시작된 촬영인데도 힘들어하지 않고 나뭇가지로 윷을 만들어 놀거나 하며 MT 비슷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도 계급은 있다고 했다. 하루만 특별출연하는 사람은 신의 아들, 다른 마을로 피난을 가거나 하여 촬영이 5회 이하인 사람은 귀족, 철길에서 폭격을 당해 죽는 사람은 평민, 살아남은 이들이 사흘 동안 총격을 받으며 버티다 쌍굴까지 들어가는 사람은 노예. 50년대 농민들의 허름한 저고리를 입고 느긋한 손길로 날벌레를 쫓으며 노는 듯 일하는 듯 촬영장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배우들을 계급 불문하고 한명한명 담아보았다.
강신일/
영화 <공공의 적> <한반도>, 드라마 <부활>
강씨_어
이상우 데뷔작 <작은 연못>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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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7월 말 충청북도 노근리에서 피난민 수백명이 미군에 사살당한 사건이 있었다. 실개천이 터져나온 핏줄처럼 붉게 변했다는 쌍굴과 철로는 남아 있었지만, 사건 자체는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자리에서 무덤이 되었다. 그러나 노근리뿐이었을까. 여수와 순천, 제주도, 이라크, 르완다, 산티아고…. 숱한 지역전과 내전과 국제전은 타의에 의해 총을 들어야 했던 군인들과 맨몸으로 총알에 노출된 민간인들을 제물로 삼아 국경선을 다시 그리고 집안을 평정해왔다. 연극연출가로서는 부동의 지위에 오른 이상우 감독이 “이 촬영장에서 나는 할아버지”라고 말할 만한 나이에 처음으로 만드는 영화 <작은 연못>은 그런 이야기다. 세월이 흐르고 땅이 바뀌어도, 하나같이 침묵하며 죽어가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56년이 지나서야 그때처럼 무더운 여름에 촬영을 시작한 <작은 연못>은 감을 거두어 곶감으로 말리는 가을에 촬영을 마치고, 그때처럼 무더울 내년 여름에 개봉한다. 마르케스가
이상우 데뷔작 <작은 연못>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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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얍∼!” 단단한 기합 소리와 함께 날선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의 사나운 몸짓이 서늘한 세트장의 공기를 후끈 달궈놓는다. 이곳은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자리한 <해바라기> 촬영현장.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나이트클럽의 화려한 경관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보다 시선을 뗄 수 없는 것은 땀방울을 흩뿌리며 종횡무진 상대를 제압하는 김래원이다. 몸이 채 풀리지 않은 듯 슬슬 허리를 돌리다가도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테이블을 훌쩍 뛰어넘는 그의 동작에는 거침이 없다.
<해바라기>는 조직의 전설로 군림하던 남자 태식(김래원)이 10년간의 수감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뒤, 자신을 보듬어주는 한 가족을 만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으로 주목받았던 강석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날 촬영분은 태식이 자신을 보살펴주던 덕자(김해숙)와 희주(허이재)를 해친 조직
가슴으로 우는 남자의 마지막 주먹, <해바라기>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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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5일 오후 롯데월드. 다정한 연인들과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일명 ‘용가리’ 인형을 뒤집어쓴 채 땀 흘리는 사람이 보였다. 차예련이었다. 통풍도 제대로 안 될 듯한 두터운 인형옷을 껴입은 그녀는 그날따라 후끈한 태양이 얄미운 모양이었다. “왜 촬영 안 해요? 더워요. 덥다고요!” 반면 시원한 푸른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등장한 장근석은 이때다 싶었는지 거동이 불편한 그녀를 줄곧 괴롭혔다. “2주 동안 지방 촬영을 하며 친해졌다”는 그의 말처럼 두 배우는 투닥거리면서도 무척 가까운 듯했다. 그 사이 스탭들 역시 나름의 애환을 겪고 있었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몰려오는 구경꾼을 통제하느라 정신없었던 것. 여기저기서 “꺄악” 하는 비명과 “물러나주세요”라는 고함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놀이동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윤정원(차예련)과 밴드의 리드보컬 신은규(장근석)가 처음 만나는 신의 촬영이 꿋꿋하게 진행됐다. 이미 80%가량 촬영을 마쳤지만
귀여니 원작 세 번째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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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김세영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9월18일 서울 용산 CGV에서 공개됐다. 1997년 7월부터 4년 동안 <스포츠 조선>에 연재되며 100만 이상의 페이지 뷰를 기록했던 원작에 대한 기대감에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전문도박사 ‘타짜’를 연기하기 위해 뭉쳤다는 점에서 <타짜>는 촬영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범죄영화의 틀을 빌어와 승부에 사로잡힌 인간의 욕망을 추적하는 최동훈 감독의 두번째 영화 <타짜>는 원작과 달리 어떤 빛깔을 지니고 태어났을까.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까짓 거 악셀 한번 밟아봐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인생도 예술로 한번 살아보고” 한때 평범하게 가구공장에서 일하던 고니(조승우)였지만, 이젠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에게 사사받은 손기술 좋은 노름꾼이 되어 있다. 노름판에서 홀라당 까먹은 누나의 이혼 위자료를 되
언론에 첫 공개 된 <타짜> (+전문가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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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과 이나영의 잠재성을 일깨우다
송해성: 윤수는 기본적으로 태생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고, 죄수복을 입혀놓으면 또 하나의 드라마가 되고, 사형수이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면 또 극적인 드라마가 되는데, 유정이는 모든 게 내면 속에 감춰져 있잖아요. 영화에서도 50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이나영이 참 힘들어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병실에서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는데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요.
공지영: 이나영씨가 원작에서도 그 부분이 가장 슬펐다고, 너무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송해성: 맞아요. 이나영이 원작 보면서 가장 슬퍼한 장면이었는데, 한 37번 찍었던 거 같아요. 너무 많이 울고, 감정이 격해서 말을 못하는 거예요. 울기만 하고. 새벽 6시쯤에 촬영을 접었어요. 나영이를 숙소로 보냈는데, 방에 들어가서 나 이제 연기를 못하나, 평생 CF만 해야 하나, 자책하면서 혼자 하염없이 운 거예요. 그러고 나서 다음날 오후 2시에 만나서 찍었는
송해성, 공지영의 대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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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시나리오 작가가 감독 데뷔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걸, 재능있는 감독의 공급이 수요를 못 맞춘 탓이라고만 봐야 할까. 글로 완성해낸 1차 창작이 영상으로 승화하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긴장감의 산물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감독이 각본을 어떻게 독해하느냐에 따라 시나리오의 영상화는 얼마든지 새 길을 갈 수 있다. 그 길찾기에서 작가와 감독은 행복한 동행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의 해석과 감성을 둘러싸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하물며 소설이 원작인 경우에는 불화의 가능성이 더욱 짙어진다. ‘이야기’라는 공통분모를 빼면 소설과 영화는 닮은 것보다 다른 점이 훨씬 많지 않은가. 소설가 공지영과 감독 송해성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같은 제목과 같은 이야기를 놓고 끝까지 행복한 동행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감독은 소설에 담긴 무수한 재료를 놓고 짙은 고민에 빠졌지만, 원작을 크게 흔들지 않고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작가는 이 점을 기뻐했고, 상찬했다. 실은 그
송해성, 공지영의 대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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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TV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장면이 있으니, 부잣집 막내딸이 방 침대에서 이불을 덮어쓸 때다. 계절이 두번 바뀌도록 늘 같은 이불이다. 가사도우미까지 두고 살면서 한번도 안 빨았다는 말씀이다. 화장한 채 잠자고, 없이 살아도 반찬 가짓수며 담긴 모양새며 꼭 누가 차려준 듯한 밥상을 받는 것은 우리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이나 위생과 관련된 소품에는 부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미국이라는 이불 아래서만 안심하시는 분들이 철지난 이불을 칭칭 둘러 덮고 몰려나와 구린 판국에 말이다.
나의 이런 언사도 철지난 것인지 모른다. 2년 전인 2004년 10월 어느 목사님이 국가보안법 사수를 외치며 “대한민국이 적화 위기에 처했을 때 하나님의 손길은 미국을 통해 나타났다”고 찬양했을 때만 해도 어이없어했는데, 이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여쭤볼 필요도 못 느낀다. 성경의 “네 이웃을 돌보라”는 말씀에서 ‘이웃’은 위기에 처한 이웃을 뜻한다는데
[이슈] 고령사회의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