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도 없는 4시 반 기상을 해야 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곳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곳'에 가는 이유는 친구가 부탁한 '그것'을 얻기 위함이었다. 어떤 이는 그것을 얻기 위해선 '천운(天運)'이 따라야 한다고 했고, 어떤 이는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자만이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5시, 나는 그 곳에 도착했다. 나름대로 대중교통이 다니기 전 시간에 그 곳에 도착하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미로와 같이 생긴 그 곳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수많은 경쟁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신문지, 헝클어진 머릿결, 체온 유지를 위해 웅크린 채 누워있는 자세로 미루어보아 지난 밤을 이 곳에서 보냈음이 틀림없었다. 결코 만만한 경쟁상대들이 아니다.
어느 덧 해가 떠오르고, 내 앞에 있는 경쟁자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기 시작한다. 8시가 되자 셔터가 올라가고 나보다 먼저 온 경쟁자들이 원하던 것을 차례로 획득해 나가기 시작한다. 침이 마르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드디어 내 차례. 미리 적어두었던 코드번호를 내밀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무정한 한 마디. "매진입니다." 뭐라 항변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정작 내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아.. 그렇군요." 역시 '당일 상영분 현장 구매'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보다. 특히 주말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