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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만 수록했던 일반판에 이어 기나긴 제작과정의 일부와 특별한 선물로 구성된 한정판 DVD 타이틀이 나왔다. 타이틀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윤종찬 감독에게 들어보는 박경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제작발표회를 지나 세트와 의상디자인, 영화에 쓰인 정교한 시각효과들의 비밀, 좋은 장면을 얻기 위한 항공 촬영에 이르는 제작의 세세한 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한정판 구입시 영화 명장면을 담은 24쪽의 화보집과 엽서가 포함된다.
항공 촬영은 어떻게 했을까, <청연 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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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의 마지막 무술영화로 알려진 <무인 곽원갑>은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쿵후영화로 이연걸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실존 무술인의 일대기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부가영상의 수록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곽원갑에 대한 어떤 정보도 이 타이틀에는 없다. 하지만 이연걸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고, 이연걸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에서는 어린 시절의 그를 만날 수 있다. 화질과 음향은 홍콩영화로서는 흔치 않게 대단히 우수하다.
곽원갑은 없고, 이연걸만 있다, <무인 곽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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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지환과 달래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청춘만화>. 가볍고 유쾌한 코믹멜로에서 갑작스러운 극의 변화가 당혹스럽긴 해도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DVD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권상우와 김하늘의 매력을 계속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극중에서 두 사람의 환상 호흡을 보여준 댄스 시퀀스의 촬영현장과 메이킹 필름에서 만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영화처럼 오랜 시간 함께해온 이들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두 배우의 환상 호흡, 즐거워, <청춘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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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는 한국에서 개봉한 첫 번째 일본영화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가 그간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데뷔작과 신작 <다케시들>을 제외한 모든 영화가 개봉된 걸 보면 그가 우리에게 대표적인 일본 감독으로 인식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데 여건상 제작 순서와 어긋난 채 개봉이 맞춰지다보니 DVD 또한 뒤죽박죽 선보일 수밖에 없었고, 그 품질도 일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출시된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은 한 제작사가 그 DVD들을 공들여 모아놓은 결과물이다. <돌스>는 기출시된 DVD의 화질이 안 좋았던 점을 감안해 새로 제작됐으며, <자토이치>와 <돌스>의 경우 부록(사진)이 보강됐다. 전체적으로 영상과 소리, 부록이 평균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타노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기에 당분간 더 좋은 선택은 없지 싶다. <3-4×10월> <그 여름 조용한 바다> <소나티네> &l
다케시 세계를 위한 최선의 안내서,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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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 어드벤쳐>는 ‘재난영화’로 불리는 장르의 원형이다. 물론 이전에도 <에어포트> 같은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들 영화는 규모와 성과에서 <포세이돈 어드벤쳐>만한 여파를 미치진 못했다. 할리우드의 불도저식 제작자인 어윈 앨런은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성공에 힘입어 <타워링>을 연속 제작하면서 스타군단이 연기하는 그럴싸한 인간관계, 눈이 휘둥그레지는 어마어마한 규모, 적당한 드라마와 연속되는 사건의 결합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내며 재난영화를 포함해 이후 만들어지는 블록버스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제는 드라마가 뒤로 밀리면서 올해 만들어진 <포세이돈>에서 보듯 ‘포세이돈’호만 있고 ‘어드벤쳐’는 없는 기이한 결과를 낳았지만 말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모형티가 나는 몇몇 장면이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극중 셸리 윈터스의 죽음이나 <모닝 애프터>의
공식을 만들어낸 재난영화의 원형, <포세이돈 어드벤쳐: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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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주변을 배회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홍대 앞은 언젠가부터 쿨함을 강요한다고. 약간 어슷하게 쓴 모자나 스카프, 치렁치렁한 목걸이와 스타일리시한 구두 혹은 어깨가 드러나는 끈없는 티셔츠. 이중 하나라도 착용하지 않으면 왠지 ‘젊은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느낌이 든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벼룩시장에 가서 기웃거리기는 민망하기보다 괴롭다. 누군가가 뒤에서 내게 용감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그런 비호감 패션을 한 채 감히 홍대 앞을 돌아다니는가요?
나처럼 길거리 패션에 뽑힌 적도 없고, ‘옷 너무 예쁘다’란 말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홍대 앞이란 괴롭기 짝이 없는 길이다. 일본의 패션거리 다이칸야마나 하라주쿠, 가깝게는 로데오 거리나 뜨고 있는 청담동 앞을 걷는 것만큼이나 괴롭다. 이들 화려한 거리를 걷는 자들이란, 일주일에 한번은 부티크에 들러 드레스를 고르고 네일아트숍이나 미용실에서 언니처럼 지내는 ‘선생님’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이창] 개성없는 거리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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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겠다. 한번 정도는 괜찮겠지요? 자, 그럼 시작.
필자는 <다빈치 코드>를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그렇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 읽었고, 또 이 글이 나갈 때쯤 되면 다들 보고 있을 것이기도 한, 그 유명한 소설 <다빈치 코드>를 아직까지 읽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오늘 저녁 뉴스를 보니, 한국기독교총연합에선 법원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도 불구하고 <다빈치 코드> 안 보기 운동을 계속해서 전개해나가겠다는 결의를 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필자는 기독교계로부터 본의 아니게 칭찬받을 일을 한 셈이 된다. 일이 이렇게 되니, 지금까지 대화에서 소외당하는 일을 심심찮게 겪으며 거의 사회 부적응자 비슷한 반열에까지 오르면서도 이 소설을 읽지 않고 게으름을 피워온 것에 대한 보상을 본의 아니게 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지기까지 하려고 한다.
하지만 필자가 이 소설을 읽지 않은 것에 종교적인 동기 같은 건 물
[투덜군 투덜양] 어린양의 목소리를 들어주소서, <다빈치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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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고지향적인 인간이다, 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과거의 가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시절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 시절이 좋았던 만큼 지금도 좋고, 지금이 추악한 만큼 그 시절도 추악했다. 과거는 단지 과거일 뿐이다. 현재를 만들어낸, 과거. 하지만 가끔씩은, 한 단락이 지어졌다는 느낌 같은 것은 든다. 좋았다, 나빴다가 아니라 그저 계절이 바뀌듯 시간의 흐름 같은 것.
<스나이퍼>란 만화에서, 겐은 권투 경기를 보러 간다. 온천 마을 출신의 복서가 은퇴식을 갖는다. 세계 챔피언은커녕 국내 챔피언조차 되지 못한 삼류 복서의 은퇴식. 정상에 오르지도 못한 채, 이제 그는 청춘을 바친 링에서 내려간다. 그걸 지켜보면서 겐은 말한다. “감동했다. 이름도 모르는 삼류 복서가 10번에 걸친 종소리를 들으며 흘리는 눈물에. 난 복싱이 좋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확실하게 끝난 듯한… 왠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스나이퍼>
[B딱하게 보기] 고리타분하게 사는 건 어때, 만화 <스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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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을 보다가 0.5초쯤 숨을 멈췄다. 배우 류승범이 선경(공효진)과 헤어진 남자친구 준호로 등장한 장면이었다. 그가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소식은 언뜻 접한 것도 같았지만, 그게 예전의 연인 공효진의 상대역인 줄은 미처 몰랐다. 관광 가이드 선경은 다른 여자와 함께 고궁을 찾은 준호와 마주치자 쾌활한 척 수선을 떤다. 준호는 그녀의 명랑함을 불편해한다. 공동의 소지품을 정리하러 다시 만난 선경과 준호는 부질없는 돌팔매 같은 말을 주고받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나한테?” “난 원래 그랬어. 오빠가 변한 거야.” 두 배우의 연기는 곡진하고, 장면은 농밀했다. 회한의 무게가 담담히 전해졌다. 영화 밖에서 두 사람이 나누었을 인생의 한때가 먼 길을 돌아 영화 안의 진실과 너그럽게 공명하고 있었다.
#2. 실제 연인들이 주연한 영화 <도마뱀> 개봉 즈음, 몇몇 인터뷰는 두 사람의 관계를 둘러싼 소문을 캐묻기도 했다. 딱히 우리가
[오픈칼럼] 배우들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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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 열린 인권회의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직항이 없어 미국의 댈러스를 경유했다. 댈러스에서 5시간가량 다음 비행기를 기다려야 했는데, 공항쪽은 미국 비자가 없는 여행객이 공항을 빠져나가 불법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나를 억류했다(그들 표현은 ‘보호’). 게다가, 자기들이 나를 감시하는 비용, 50달러를 내라는 것이다. 비자 없는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경찰 한명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자기들 맘대로 나를 불법 체류 혐의자로 상정해놓고, 5시간 붙잡혀 있는 것도 기가 막혔는데, 나를 억압하는 비용을 내가 지불해야 하다니!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처럼 비자 없이 미국 공항을 경유하는 여행객이 많을 텐데, 왜 이런 일이 한번도 공론화된 적이 없을까. 우리사회의 ‘여론 주도층 인사’들은 모두 미국 비자가 있나보다.
보호는 강자가 하는 것이지, 약자가 강자를 보호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호라는 말은 이미 위계와 권력 관계를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맞으면서 보호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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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인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쓰게 됐을까. 기억이 맞다면 <다모>가 시초이겠으나 <다모> 이전에도 폐인은 많았다. 고백하자면 나도 폐인이었다. 이주일, 심형래, 최양락, 이창훈 등 당대를 주름잡던 코미디언들이 10대 시절 나의 우상이었다. 그들의 몸동작을 흉내내고 유행어를 따라하면 친구가 생겼고 대화가 통했다. 커서 뭐 되려고 하며 쯔쯧 혀를 차는 어른들 때문에 정말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나 싶었지만, 보고 있으면 웃긴데 어떻게 참고 안 보나. 그래서인지 코미디가 애들을 버린다는 말을 들으면 뜨끔하다. 내가 그들의 주장을 입증하는 사례일까. 그럼 영구 흉내를 잘 냈던 종팔이는, 맹구를 따라했던 삼득이는? 걔들도 다 인생 종쳤나. 잘만 사는 것 같던데. 코미디가 애들을 버린다는 말은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라고 쓴 원시 동굴 벽화의 글귀 같은 게 아닐까. 코미디를 예로 들었지만 실은 TV라는 것 자체가 늘 욕을 먹었던 대상이다. 오죽하면 TV를 끄자, 는 운동이
[편집장이 독자에게] 폐인들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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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시작한 색소포니스트 브랜퍼드 마살리스는 욕심도 많고 오지랖도 넓다. 그는 피아니스트 앨리스 마살리스를 아버지로 둔 마살리스 패밀리의 장남이다. 트럼페티스트 윈튼 마살리스야 아는 사람이 더 많을 테고, 델피요 마살리스가 트롬보니스트, 제이슨 마살리스가 드러머다. 클래식 재즈 뮤지션으로서 그는 1986년 케니 커클랜드, 밥 허스트, 제프 테인 와츠와 함께 첫 쿼텟을 결성한 이래 현재 조이 칼더라조, 에릭 레비스, 제프 테인 와츠의 라인업을 이어오고 있다. 동시대 재즈 애호가들의 구미를 잘 맞추는 대중적인 하드밥 뮤지션이기도 하며, 프로젝트 팀 벅샷 르퐁크의 결성과 커티스 메이필드 헌정 앨범 참여 등이 말해주듯 솔과 R&B, 펑크를 넘나드는 퓨전재즈 뮤지션이기도 하다.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음악을 만든 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
동생 윈튼이 정통 재주에 한우물을 파온 것과는 달라서 브랜퍼드의 정통 재즈 연주라고 하면 여전히 신뢰하기 어려워하는
고독과 상념을 논하는 흑백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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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의 소동을, 아이의 음울한 동화적 판타지와 어른의 하드보일드 악몽을 뒤섞어 스릴넘치게 보여준다. 하나의 악몽을 풀어내기 위하여 달려가는 어른과 아이이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캐릭터간의 미묘한 관계와 갈등을 마지막 순간까지 진지하게 이끌어간다. 지나치게 재주를 부리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김봉석/영화평론가
<러닝 스케어드> 전문가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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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는 신기한 구석이 있다. 지극히 사적인 감정들을 사소한 울림을 가지고 풀어내는 능력이 특출나다고나 할까. 이는 일본 '사소설'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순결한 감수성의 정점을 보여주던 이와이 순지와는 달리, 속깊은 이야기를 쿨한 감수성으로 풀어내 온 이누도 잇신이, 사사롭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개와의 우정'을 다룬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떠들썩한 뮤지컬로 시작하여,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가 연상되는 코미디를 거쳐, 짠한 감동의 드라마로 전개된다. (에피소드들 간에 삽입된 애니메이션도 뒤로 갈수록 슬퍼진다.) 왜 가슴뭉클한 감동의 드라마는 항상 '휴먼 드라마'라 할까? '휴먼'이니 '인간적'이라는 말의 편협한 자기중심성에 갑갑함을 느낀다. -황진미/영화평론가
<우리 개 이야기> 전문가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