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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지수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혜진과 닮았다. 당당하고 발랄하지만 변두리(혹은 시골)지역으로 떠밀리듯 이사오는 캐릭터. 자신만은 그 곳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들의 인간다움에 마음을 여는 지수와 혜진. 이 두 여인은 어딘가 모르게 엄정화와도 비슷하다. <눈동자>를 부르며 섹시하게 도발했던 그녀는 KBS 드라마 <아내>에서 한 남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여인을 연기했고, <오로라 공주>에서는 (뒤틀린 방식이긴 했지만) 딸에 대한 끔찍한 모성을 보여줬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통해 다시 한번 ‘색다른 모성 연기’에 도전한 엄정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머리가 짧아졌다. 영화 촬영 끝나고 자른 건가.
=그렇다. 나는 항상 영화가 끝나면 머리를 자르는 버릇이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끝내
<호로비츠를 위하여>로 다시 모성 연기에 도전한 배우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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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좀 이상한 엄마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무작정 침묵하고 희생하는 헌신의 어머니상은 분명 아니었다. 자식에게 도리어 투정부리는 혹은 남편의 사랑보다 자기의 애증을 더 소중하게 품고 있는 듯 보이는 그런 엄마. 그때마다 김혜옥이 그 역할을 했다. 아니, 김혜옥이 그런 역할들을 각인시켰다. 조심스럽게 그 인상에 대해 묻자 의외로 명쾌하게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죠, 요즘 내가 맡고 있는 역할들이 대개 그래요. 모자라고, 푼수 같고, 변태 같은 엄마, 호호호.”
처음부터 ‘모자라고, 푼수 같고, 변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믿기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때는 일어나서 국어책도 못 읽는” 수줍은 소녀였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연극을 10년 정도 하고, 뒤늦게 텔레비전 드라마에 뛰어들어 활동하다보니 바뀐 점이 많았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기점으로”는 완전히 달라졌다. “촬영 나가면 초등학교 애들이
푼수 엄마, 낯선 모성을 완성하다, <가족의 탄생>의 김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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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련은 카메라 앞에서 노련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인사를 건네며 수줍어하던 소녀는 없었다. 그녀는 팔과 다리의 방향을 비틀고 시선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한 모델 생활의 결과다. “그 미소 좋아요.” 사진기자가 칭찬하자 낮은 웃음을 터뜨린다. 여러 번 배경을 바꾸고 소품으로 의자를 넣었다 빼면서 촬영이 길어졌다. 차예련은 끝까지 노련하고 능숙하다.
모든 카메라 앞에서 능숙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배우로서 두 번째 출연작인 <구타유발자들>에서 차예련은 모든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는 음대생 인정으로 출연했다. 상대에게 당하기만 할 것처럼 순진해 보이지만 상대를 이용할 줄 아는 약은 면도 있는 인물이다. 인정이 가진 속물적인 이중성은 시나리오보다 영화에서 구체화됐다. 차예련 본인도 시나리오만 읽었을 때는 “그저 착한 여자이기만 한 것 같아서” 현실감도 떨어지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촬영 중에 원신연 감독이 시나리오
배역으로 기억되는 그날까지, <구타유발자들>의 차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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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미쳐가고 있다”
이마리오 감독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2001), <미친 시간>(2003),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이주노동자 인터뷰 프로젝트>(2004) 등의 독립다큐멘터리를 제작·연출해왔다. 이번에 그가 총연출을 맡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는 서울독립영화제 전국 순회상영을 통해 상영될 계획. <불타는…>은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옴니버스다큐멘터리다. 민중가요를 배경음악으로 깔아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만들어진 작품이 있는가 하면 시적인 내레이션이 인상적인 것도 있고, 화자의 태도가 <화씨 9/11>의 냉소를 닮은 것이 있는가 하면 범국민적 월드컵 응원가요 <오 필승 코리아>를 패러디해 ‘오 미친 코리아’라는 유머를 삽입한 것도 있다. 이마리오 감독은 직접 연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아이디어와 일정을 조율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했다.
-다큐멘터리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의 프로듀서 맡은 이마리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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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김선아가 범죄스릴러영화 <목요일의 아이>에 캐스팅됐다. <목요일의 아이>는 유괴당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변호사의 이야기. 김선아는 변호사 역을 맡아 냉정하고 당찬 캐릭터를 연기할 예정이다. 윤재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8월에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콜린 파렐, 이완 맥그리거/
알렉산더 장군 콜린 파렐과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의 오비완 이완 맥그리거가 우디 앨런과 손을 잡는다. 6월 런던에서 크랭크인할 제목 미정의 이 영화는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형제의 이야기. 콜린 파렐과 이완 맥그리거는 형제로 출연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영화가 전형적인 ‘우디 앨런식 코미디’가 될지, <매치포인트>처럼 진지한 영화가 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스테이시 퍼거슨/
힙합댄스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보컬 스테이시 퍼거슨이 호러영화에
[캐스팅 소식] 삼순이, 범죄스릴러영화에 캐스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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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의 ‘스톰’ 할리 베리가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해 화를 냈다. 할리 베리는 <엑스맨> 시리즈 3편의 홍보차 출연한 토크쇼에서 백인 진행자가 제임스 본드 역 운운하며 “나는 크고 뚱뚱한, 대단한(big fat) 흑인이야!” 하고 흑인 말투를 흉내낸 우스갯소리에 “지금 인종차별 얘기 하자는 건가?”라며 정색했다고. 함께 출연한 휴 잭맨은 “브루클린 출신 버전의 제임스 본드?” 하고 말았다 한다.
할리 베리, 라디오 토크쇼에서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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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시트콤 <논스톱5>에 출연 중인 홍수아가 제3회 대한민국국제청소년영화제(KIYFF)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홍수아는 영화 <조폭마누라2: 돌아온 전설> <잠복근무>와 드라마 <때려>에 등장한 바 있다. <논스톱5>에서는 솔직하고 발랄한 이미지가 엿보이는 무용과 학생 역을 맡았다. 한·중·일 청소년들의 영화축제인 KIYFF는 오는 10월27일부터 30일까지 ‘꿈’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벌어질 예정이다.
홍수아, 홍보대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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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한 사이언톨로지교 신자 톰 크루즈가 비참한 판정패를 당했다. 상대는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 톰 크루즈는 이 애니메이션 중 한 에피소드인 <옷장에 갇혔다>(Trapped in the Closet)가 자신과 사이언톨로지교를 조롱한다며 영국 내 재방송을 막아왔다. 하지만 결국 이 에피소드는 영국 내 한 극장에서 무료로 상영됐고, 톰은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옷장에 갇힌 채 조롱당했다. 아무리 미션 수행 능력이 만점인 그라 해도, 표현의 자유에 관해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나보다.
톰 크루즈, 옷장에 갇혀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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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로 칸영화제를 찾은 이안 매켈런이 기독교 신자들을 향해 날카로운 유머를 날렸다. 영화에서 리 티빙 역으로 출연하기도 한 그는 6월21일 기자회견에서 “<다빈치 코드>에서 예수가 결혼하고, 애까지 있다는 설정은 기독교인들에게 좋은 일 아닌가? 항상 기독교는 게이의 존재를 부정해왔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예수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행복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실제로 게이이기도 한 매켈런의 입장에선 예수가 이성애자라는 설정에 반발하는 기독교 신자들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나보다.
이안 매켈런, 예수가 이성애자인 게 뭐가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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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의 아버지 발 게스트(94) 감독이 5월10일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떴다. 활동 초기인 1940년대 코미디, 스릴러,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던 그가 널리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SF영화를 연출하면서부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SF영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1957)와 <지구가 불타는 날>(1961)을 꼽을 수 있다. <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는 우주선 추락으로 홀로 살아남은 우주비행사가 점차 괴물로 변하가는 모습을 그린 SF호러스릴러. <지구가 불타는 날>은 핵무기로 인해 지구가 멸망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이다. 발 게스트와 동료 작가인 울프 맨코위츠는 <지구가 불타는 날>로 영국영화아카데미(BAFTA) 최고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바 있다.
SF영화의 아버지 발 게스트, 영원히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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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의 27개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태풍>의 진로가 남다르다. 5월18일 <태풍>의 레드 카펫 프리미어 행사가 열린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아크라이트 극장 앞. 환호하는 한국 교민과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계 미국 팬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레드 카펫을 밟은 두 주연배우 장동건과 이정재. 지금도 아시아 곳곳 한류 열풍의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낯익은 이미지지만, 무심한 듯 힐끗거리며 지나가는 행인들이 여기는 할리우드임을 낯설게 상기시킨다. 지금껏 한국영화 개봉의 현장에서 느끼지 못한 이 낯섦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에 배급되는 한국영화가 공식적으로 감독과 주연배우를 초청해 팬들과 언론에 영화를 홍보하는 프리미어 행사와 미디어 정킷을 개최한 것은 <태풍>이 처음이다. <태풍>은 또한 <집으로…> 이후 파라마운트 클래식과 두 번째로 손잡은 CJ엔터테인먼트가 직배 형식으로 미국에 개봉
[LA] <태풍> 한국영화 배급 활로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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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물밑에 잠겨 있던 할리우드의 인종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고용평등위원회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2003년 <패스트&퓨리어스2> 촬영 당시 흑인 조감독 프랭크 데이비스를 인종적 이유로 해고했다며 고소했다. 역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며 <패스트&퓨리어스2>의 감독 존 싱글턴은 “프로듀서가 나를 불러내 ‘당신 조감독이랑 문제가 좀 있다’고 했지만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나는 그를 해고해선 안 된다고 내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보통 조감독을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다. 변호사 안나 박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알려왔다. 그러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종차별을 당한 피해자가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이중삼중의 부담이다. “그가 이긴다고 치자. 그러고 나면 경력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나? 그때부터 딱지 두개가 붙는 거다. 흑인 그리고 소송쟁이.”
[What's Up] 할리우드, 인종차별 문제로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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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 제59회 칸영화제(5월17∼28일)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하는 즈음이라 올해 영화선정의 질에 대해 전체적인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만약 화성인이 크루아제 거리에 도착해 인쇄된 프로그램을 본다면 세계영화의 지역적 균형에 대해선 다소 이상한 생각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비록 어떤 영화제들은 월드 프리미어를 요구하면서 영화 개봉을 늦출 만한 힘을 갖고 있긴 하지만, 모든 영화제들은 대체적으로 제때에 맞춰 상영 가능한 영화들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칸은 어떤 다른 영화제보다 늘 자신이 원하는 대부분의 영화들을 가져간다. 우려되는 측면은 참석한 4천명의 기자들 대부분이- 한해에 참석하는 다른 영화제가 별로 없는 이들인데- 칸의 선정작을 세계 제작 현황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올해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우리의 화성인은 당연히 미국영화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평한 관점을 갖게 될 것이다. 좀더 지적이고 질적으로 괜찮은 영화
[외신기자클럽] 칸은 유럽영화만 사랑해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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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엔터테인먼트
물론,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이 무한 확장되고 있다. 교육에서 에듀테인먼트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한 것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뉴스도 자신이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을 스타일을 갖춘 앵커를 통해 알리고 싶어 안달이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뉴스 구성은 정보와 가십을 서로 긴밀하게 링크하고 있다. 정치가들도 대중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구상하는 듯한 제스처를 자주 취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특히 2, 3, 4편 연작으로 제작되는 시리즈물들은 자기 갱신을 위해 동시대 엔터테인먼트가 포괄하려는 모든 영역, 정치적인 발언까지 싸잡아 넣으려고 시도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삶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그러나 이른바 상식적인 선의 정치적 진실이 엔터테인먼트의 형식 속에 놓일 때 그 양자는 종종 서로를 상쇄시킨다. 즉, 진실이 엔터테인먼트를 얼어붙게 하고, 엔터테인먼트는 진실 자체를 맥거핀(줄거리엔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관객에게 혼란과 서스
엔터테인먼트가 된 하이테크 군사전, <미션 임파서블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