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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칸영화제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상영된 직후 사람들 사이에서는 컨버스 운동화가 화제에 올랐다.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커스틴 던스트)가 형형색색의 구두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오늘은 뭘 신을까 고민할 때, 패닝하는 카메라 안으로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신는 하늘색 컨버스 운동화가 턱 끼어드는 장면이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이었다. ‘베르사유의 컨버스’는 옥에 티가 아니라 소피아 코폴라 감독과 밀레나 카노네로 의상감독이 영화의 전체적인 의도에 맞춰 꾸민 설정이었다. 카노네로의 설명에 따르면 코폴라의 마리 앙투아네트는 “굉장히 모던하면서 여성스럽고 지적인 소녀”이고 이 영화는 “완전히 낯선 곳으로 보내진 소녀가 ‘여자다움’(womonhood)을 향해 가는 사적 감정의 여행”이다. 컨버스 운동화를 로코코 스타일의 구두들 틈에 놓은 것은 지금도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소녀들의 일상과 이 영화를 다리놓기 위함이었던 셈이다. 각종 사료들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나이답지 않게
[세계의 의상감독들] <마리 앙투아네트>의 밀레나 카노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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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한순간에 수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영화는 겉모습에도 인물의 내면과 성격과 처지를 담을 수밖에 없다. 차가운 색조로 냉정한 성품을 드러내고 꼭 조인 코르셋으로 억압된 욕망을 표현한다. 영화 속의 누군가가 옷을 갈아입으면 그는 조금쯤 변한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의상은 단지 아름답기만 해선 안 된다. 단순한 장식물을 넘어 드라마와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면에 소개하는 다섯명의 의상감독들은 그런 점에서 돌멩이 한개를 던져 두 마리 새를 잡는 솜씨를 지닌 장인이라고 할 만하다. 실크와 면직물과 자수를 언어로 사용하는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영화들을 만나야만 했을 것이다.
[세계의 의상감독들] 아름다움을 넘어, 감정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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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궁전>의 로우 예 감독이 팔레스타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디언>은 로우 예 감독의 신작 <라스트 아워>(The Last Hour)의 제작 계획을 보도했는데, 이스라엘 감옥에서 10년 동안 수감되고 아내도 떠난 팔레스타인 남자의 이야기다. 현재 로우 예 감독은 새 영화의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팔레스타인 작가 마젠 사디의 연극이 원작이며, 원작을 쓴 마젠 사디가 극본을 시나리오로 각색 중이다.
<AP>에 따르면, 로우 예 감독과 마젠 사디는 2006년 미국 아이오와 주립 대학이 주최한 워크숍에서 첫 인연을 맺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도 활동해 온 마젠 사디는 로우 예와의 첫 만남에 대해 "그와 나는 만나자마자 좋은 친구가 됐다.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영화 감독이고, 시나리오를 쓰며 양식이나 문체에 있어서도 유사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로우 예 역시 서로의 영화를 보고 완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으로 떠나는 로우 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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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에 찌든 <우아한 세계>의 인구처럼,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송강호의 얼굴엔 붉은 열꽃이 번져 있었다. 무리한 일정 중 으슬으슬 스며온 몸살 기운이 이상하게 오래가고 있었다. 무려 네편의 영화가 개봉 또는 크랭크인하는 2007년, 지금 송강호는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다. 공교롭게 <우아한 세계>와 <밀양>의 촬영이 겹쳐 강행군을 감당했던 그의 앞엔 두 작품의 홍보 일정과 김지운 감독의 웨스턴 대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리허설이 대기 중이다. <좋은 놈…>이 6개월에 걸친 국내외 촬영을 모두 마무리하면 곧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촬영을 개시할 것이다. 그간 1년에 한편꼴로 출연해온 송강호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몰아치는 일정을 견뎌내려 얼마 전엔 난생처음 링거주사도 맞았다. 괴로운 마찰음을 내는 쉰 목소리가 안타까웠지만,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수척해진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명민한 감각을 빛내기
좋은 놈, 지독한 놈, 괴물 같은 놈,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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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로스트>의 김윤진이 범죄 스릴러 <세븐데이즈>에 캐스팅 됐다. <세븐데이즈>는 딸을 구하기 위해 일주일 안에 불가능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여변호사의 이야기. 김윤진은 주인공인 여변호사 유지연역에 캐스팅 됐다.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의 차기작으로 오는 4월 말 크랭크인, 가을 개봉 예정이다.
김윤진, 범죄스릴러 <세븐데이즈>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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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농촌총각이 300명의 전사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29일 개봉하는 차승원, 유해진 주연의 <이장과 군수>가 YES24, 인터파크, 티켓링크에서 모두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주말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맥스무비에서도 1위인 <300>과는 예매율에서 약 4%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정도. 코미디 장르의 특성상 현장구매율이 많은 점을 고려해 볼때,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에서는 <이장과 군수>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하지만 <300>의 뒷심도 만만치 않을 테세다. <300>은 이미 지난 27일 하루 5만 5300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전국 202만 5100명을 기록한 상태. 외화로서는 올해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그놈 목소리>, <1번가의 기적>에 이어 2007년 개봉영화 박스오피스 순위 3위를 차지했다. 여성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300만 관객동원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장과 군수>와 <300>의 박빙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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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울에서 촬영되는 해외영상물의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시가 해외 관광객의 서울 유치를 위해 마련한 <해외영상물 서울로케이션 마케팅> 사업의 일환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총사업비 7억원 중 약 5억원에 해당하는 재원을 인센티브 프로그램으로 운용한다. 서울시 측은 서울, 서울의 문화, 그리고 서울의 이미지를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물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노출해 세계인들에게 서울을 알리고, 또 서울을 방문하게 만들고자 이번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해외영상물 제작팀이 서울에서 촬영할 경우, 서울에서 지출한 제작비용의 최대 25%(US$100,000)까지 환불해 준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장편영화, 다큐멘터리, TV 드라마 등 최소 60분 이상으로 서울에서 일주일 이상 촬영하는 영상물에 지원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국제공동제작영화의 한국 측 프로듀서도 지원 신청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서울 촬영을 계획하고 있는 감독,
서울시, 서울서 제작되는 해외영상물 제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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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애니메이션들이 해외영화제의 손짓을 받고 있다. 오는 5월 3일 부터 8일까지 열리는 제53회 오버하우젠국제단편영화제는 지난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최현명 감독의 <비 오는 날의 산책>과 환경파괴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2D 애니메이션인 권미정 감독의 <Booroo>를 청소년/아동영화 경쟁부문에 초청했다. 또한 제31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는 학교작품과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본 섹션에 영상원 출신인 원종식 감독의 <수박병아리>를 비롯 한운 감독(세종대)의 <쥐덫>과 정민지 감독(목원대)의 <동물 농장>을 초청했다. 올해로 31회를 맞이하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는 오는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안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단편애니메이션, 해외영화제에서 연이어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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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힐 미디어에서 <라타투유>의 프로모션 계획을 미리 공개했다. 디즈니-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라타투유> 프로모션의 주인공은 높이 25피트 길이 40피트 규모의 거대한 스위스 치즈 한 조각이다. <라타투유>의 주인공인 생쥐 '레미'가 좋아하는 음식인 치즈로 프로모션을 하는 것. 하지만 진짜 치즈는 아니다. 이 거대한 치즈의 정체는 600개의 조각을 조립해서 만들어지는 치즈 모양의 간이 건물로, 어린이들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큰 구멍들도 뚫려 실제 치즈와 흡사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매일 4천여명이 치즈 모양의 건물 속을 탐험할 수 있으며, 내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서는 <라타투유>의 예고편이 상영된다.
짐힐 미디어는 이 프로모션에 '빅 치즈 투어'(Big Cheese Tour)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는데, 실제로 아틀랜타, 샬롯, 시카고, 밀워키, 뉴욕, 워싱톤 D.C.를 순회할 예정이다. 지역에서 열리는 음식 축제와 스케줄을 맞춰
<라타투유> 거대한 치즈 덩어리로 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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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현행유보 논란에 대한 영화인들의 대응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어제(27일) 문화관광부를 항의방문한 영화인들은 오늘 오후 4시 30분,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한미FTA 저지 및 스크린쿼터 빅딜 음모 규탄 영화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제작가, 감독, 배우, 스탭, 영화사 직원, 학생 등으로 구성된 영화인들은 이 자리에서 결의문을 통해 "한국영화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지 9개월이 지난 현재 한국영화 점유율은 27.6%고 미국영화의 점유율은 65.9%로 지난 1998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영화는 우리의 생활방식과 정서, 문화 등을 세계인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도구이며, 우리말과 글로 된 영상언어인 한국영화를 죽일 권한은 정부 및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영화제작가 이은, 심재명, 김조광수를 비롯해 영화감독 정윤철, 장준환, 김태용, 봉만대, 송해성, 김대승, 변영주, 박찬옥, 그리고 영화배우 문소리와
"한국영화를 죽일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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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배급 등을 전문으로 하는 영화사 씨네클릭 아시아가 3월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홍콩 필름마트에서 김기덕 감독의 <숨>을 프랑스 배급사 ARP에 선판매했다고 밝혔다. ARP는 첸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 장이모 감독의 <귀주 이야기> 등 아시아 영화를 배급한 회사. <숨>은 이미 스페인, 구 소련연방, 이탈리아, 멕시코 등 10여개국에 이미 판매된 바 있다. 씨네클릭 아시아는 이와 아울러 <미스터 로빈 꼬시기>를 일본 제네온 엔터테인먼트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중국영화 <투야의 결혼>의 해외 배급을 담당하는 씨네클릭 아시아는 홍콩에서 이 영화를 스칸디나비아 지역, 그리스, 남미 지역으로 판매했다. <투야의 결혼>은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에 판매된 상태.
씨네클릭 아시아는 이외에도 <오아시스>와 <친구>를 영국에, &
씨네클릭 아시아 홍콩 마켓서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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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10년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1997년 존 그리샴의 소설을 영화화한 <레인메이커> 이후 공식적인 연출작이 없던 감독이 신작 <유스 위드아웃 유스>로 돌아왔다. <유스 위드아웃 유스>는 2007년 늦은 가을로 개봉 스케줄을 잡았고 배급은 소니 픽쳐스 클래식에서 담당한다.
루마니아의 종교학자 엘리아데의 단편을 원작으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각색, 연출, 제작, 투자까지 담당한 노장의 복귀작은 18개월 동안 루마니아에서 촬영했다. 비밀스러운 회춘 능력을 가진 중년의 교수가 그의 불멸성으로 인해 나치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 주인공 도미닉 마테이 역은 <펄프 픽션> <혹성탈출> 등에 출연한 팀 로스가 연기했다. 코폴라 감독은 "미스터리 안에 숨겨진 러브스토리다. 시간, 의식, 꿈같은 현실 등 오랫동안 더 잘 이해하고 싶던 중요한 테마들을 감싸고 도는 이야기"라고 영화를 설명했다.
코폴라 감독, 10년만에 영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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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2006년 _ 귀향
<할로우맨>의 실패와 그로부터 찾아온 5년간의 공백기.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무산되는 것을 지켜보던 폴 버호벤은 결단을 내렸다. 20년 만에 치즈와 풍차의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 영화는 네덜란드 비평가들에 의해 데카당스하고 변태적이고 얄팍하다는 비난을 들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옮겨왔고, 오랜 세월이 흘렀다. 미국 비평가들은 내 영화가 데카당스하고 변태적이고 얄팍하다고 비난한다. (웃음) 지난 몇년간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오리온과 캐롤코의 도산, 소니와 함께 만든 영화들의 연이은 실패는 버호벤을 지치게 만들었고, 9·11 이후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미국 문화계는 버호벤처럼 날이 드센 작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부시 정부는 스튜디오들에 최대한으로 애국적이 되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크리스천들이 아랍인을 학살하는 <십자군>을 만들기란 애당초 글러 먹었다.”
귀향은 모험이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인생] 귀향,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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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셔널리스트 폴 버호벤 감독이 돌아왔다. 햇수로 따지면 무려 7년 만의 귀환. <로보캅> <토탈 리콜>로 할리우드의 신전에 올랐던 그는 <쇼걸>과 <할로우맨>의 실패로 할리우드를 떠나 모국인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7년 만에 날이 하나도 닳지 않은 폴 버호벤식 영화 <블랙북>을 들고 귀환했다. 성적 호르몬과 폭력의 정치학에 심취한 예순여덟의 예술가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버림받고 치즈와 풍자의 나라로 돌아가 또다시 전성기처럼 생동감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냈을까. 지난 20년간 폴 버호벤이 달려온 할리우드 롤러코스터의 궤적.
# 2006~2007년 _ 귀환
사람들이 폴 버호벤의 이름을 다시 떠올린 것은 지난해 최악의 졸작이었던 <원초적 본능2> 덕분이었다. 전신성형을 받고 돌아온 샤론 스톤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원초적 본능>에서의 치명적인 음탕함은 전혀 없었다. 모두가 다리를 벌려젖히는 <원초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인생] 귀환, 지옥, 승승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