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을 참기 위해 코를 쥐어짜는 요타로(쓰마부키 사토시)와 카오루(나가사와 마사미). 동명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오키나와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요타로에겐 배다른 여동생이 있다. 어릴 때 엄마(고이즈미 교코)가 새아빠와 함께 데려온 카오루.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정을 쌓아가던 둘은 새아빠의 가출과 엄마의 죽음으로 슬픔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둘은 이성간의 감정에 예민해지고, 어릴 적 이유도 모른 채 남매는 결혼할 수 없다고 단정했던 감정이 아슬아슬하게 다시 솟아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눈물을 노린 장면들이 과도해서 오히려 몰입하기 힘들며, 작은 디테일로 빛날 수 있었던 요소들도 너무 자주 등장해 그 효과를 잃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도이 노부히로 감독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인물을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눈물이 주룩주룩>
-
아이가 묻는다. “훌륭한 소년이 될 거예요?” 아직 소년에 가까운 청년이 씩씩하게 답한다. “예.”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데뷔하여 주목을 모은 노동석의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그 문답으로 끝난다. 현실의 절망을 헤매던 청춘군상이 현실과 그 재현됨의 자기 반영적 경계 사이에서 멈춘 영화가 <마이 제너레이션>이었다면(영화의 마지막에 재경은 병석에게 말한다. “카메라 끄면 말할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그들의 현실이 아직 밝은 미래와 접속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러나 징조는 보이는 그 길 위에서 호기로운 대답과 함께 멈추는 영화다.
기수(김병석)와 종대(유아인)는 형제처럼 친한 동네 형, 아우다. 드러머인 기수는 음악의 꿈이 있지만 그는 지금 취객을 상대로 대리운전을 하며 어렵게 산다. 기수의 삶이 험난하다면 종대의 삶은 위태롭다. 종대의 어머니는 왜곡된 신앙으로 살고 종대는 폭력계의 거물 김 사장(최재성) 밑으로
삶은 아직 불명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역시, 이리 멘젤 감독은 리비도의 유머로 많은 걸 풀어낸다. 두 가지 사랑이 있다. 종교적 이유로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폐철처리장으로 끌려온 요리사 파벨과 체코를 뜨려고 하다가 국경에서 붙잡혀 감옥으로 온 뒤 폐철처리장에서 노역하는 이트카가 눈이 맞았다. 폐철을 녹여 쓸모있는 무언가로 재탄생시키는 이곳에서 파벨과 이트카는 ‘쓸모있는’ 인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이들을 지도하는 당 간부는 유독 아이를 사랑한다. 그의 집에는 아이들이 들끓는데 어딘가 이상하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버지의 사랑에 호응해야 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에 괴로움이 역력하다. 그는 모종의 장소에서 벌거벗은 여자아이를 손수 목욕시켜주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치르는데 그 도착적 천연덕스러움이 징그럽다.
강압적, 일방적 리비도가 풍요로운 사랑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스탈린식 공산주의는 이상향이 될 수 없다는 직접적 비유다. 1968년 ‘프라하의 봄’ 당시 촬영된 이 영화는 옛 소련의 무력 진압으로 체코가 다시 철의
정치적 압제에 항거 <줄 위의 종달새>
-
<땡땡의 모험>이 할리우드의 두명의 천재 감독의 손에서 3-D 영화로 탄생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벨기에의 작가 에르제(본명은 조르주 레미)가 창조한 <땡땡의 모험> 영화화의 제작과 연출을 맡은 것. 제작사는 최근 뉴라인 시네마와 결별한 피터 잭슨의 차기작 <러블리 본즈>의 제작을 맡은 드림웍스다.
<땡땡의 모험>은 '세계문화 대백과사전'이라고 불릴 만큼 알찬 내용으로 구성된 만화로, 주인공 땡땡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다. 동그란 얼굴에 앞머리가 하늘로 솟은 땡땡은 소년 기자로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는 캐릭터. 취재에 열중한 나머지 가끔 땡땡의 생활이 위기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그의 조력자인 하얀 강아지 스노위와 캡틴 해덕, 천제 교수 캘큘러스, 톰슨 쌍둥이와 함께 해결해 나간다. 1929년부터 1976년까지 연재되었고, 전세계적으로 2백만부 이상 판매된 23편의 시리즈 중에서 스필버그와
스티븐 스필버그-피터 잭슨 유나이티드
-
-
사적 영화(personal film), 포스트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필립 가렐의 영화를 가리켜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함께 포스트 누벨바그를 이끌었던 장 외스타슈가 단 세편의 장편영화를 끝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 그의 빈자리까지 채우며 고군분투하는 이가 바로 필립 가렐이다. 가렐은 자신의 사적 경험과 기억을 통해서 삶의 본질을 포착하지만, 그 삶을 낭만화된 추억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건조하다 못해 냉정하다. <와일드 이노선스>는 필립 가렐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적 영화로 불리는 가렐 영화의 특성과 특유의 건조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가렐은 이 영화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연인이었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니코를 떠올렸을 것이다. 마약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니코에 대한 사랑과 기억에,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신의 삶과 현대영화에 대한 성찰적 시선의 무게가 더해지는 순간, <와일드 이노선스>는 필립 가렐 특유의 서
<파우스트>의 가렐식 번역 <와일드 이노선스>
-
어떤 영화의 정체성은 그 영화에서 묘사된 것보다 묘사되지 않은 것에 의해 더 잘 규정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그렇다. 이 영화는 프랑스 대혁명의 희생양 혹은 한 원인으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주인공으로 삼고도 혁명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왕실과 왕실 사람들의 사생활에만 카메라를 들이대는 이 두 시간 남짓한 작품에서 왕실 밖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은 110분의 러닝타임이 지나고 나서이다. 그리고 루이 16세와 앙투아네트가 파리로 가는 마차 안에서 급작스레 막을 내린다. 앙투아네트와 관련한 가장 극적인 사건일 단두대는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프랑스 대혁명은 영화 속 스캔들의 대상인 뒤바리 부인이나 페르젠 백작보다도 비중이 적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그리는 영화라고 반드시 프랑스 대혁명을 묘사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인물과 관련해서 거의 자동연상되는 결정적 사건들을 누락시키고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면, 거기엔
10대 소녀의 감성 <마리 앙투아네트>
-
얼마 전 영화평론가 황진미씨에게 문자가 왔다. 딸을 낳았다는 소식이었다. 당분간 영화를 보러 가거나 영화평을 쓰는 일이 힘들겠지만 곧 몸을 추스르고 돌아오겠노라 전했다. 창간 12주년 기념호에서 정윤철 감독이 한 인터뷰를 읽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황진미씨는 감독 입장에선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비판을 하는 평론가이며 할 말을 참지 못하는 열정적인 논객이다. 당분간 황진미씨가 없어서 감독들 마음이 편하겠군 싶으면서도 뭔가 화끈한 게 없으니 허전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그가 김기덕의 <숨>을 보고 쓴 20자평이 눈에 띄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아동문학임을 증명하는 걸작.” 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이 아동문학은 아니라고 보지만 <우행시>와 <숨>을 비교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창조적 표현, 혹은 영화적 표현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장이 독자에게] <숨>과 <밀양>
-
영화 <경의선>은 김강우의 재발견이다. 이 영화는 삶의 교차점이 전혀 없던 두 남녀의 반나절 인연을 통해 ‘불행한 건 나뿐’이라는 절망과 상처를 지닌 평범한 모두에게 희망과 애정을 담아 보낸다.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영화가 내세운 파편적인 일상들 속에서 김강우는 지하철 기관사 만수로 밥을 먹고 자고 깨고 차분하게 숨을 쉬며 과장없는 삶을 산다. 일상성이 두드러진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종종 어떤 배우가 가진 섬세하고 다양한 질감을 관객이 깊이 음미하도록 돕는 좋은 요리법이다. 이 점에서 <경의선>과 김강우는 궁합이 잘 맞았다. 또렷하고 고분고분할 것 같지 않은 인상에 걸맞게 지금껏 해왔던 스타일리시한 배역들과 김만수는 전혀 다른데, 그 촌스럽고 밋밋한 감색 지하철 기관사 유니폼을 걸친 묵묵한 청년의 하루가 김강우의 맨 얼굴 같은 면을 그럴듯하게 드러내준다.
“연기를 하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비워놓고 하려고 했어요. 배우는 연기를 하려 하면 일단 욕심이
청년, 맨 얼굴을 드러내다
-
‘얼굴에 갑자기 섬뜩한 미소가 번지며….’ 영화 <전설의 고향>의 시나리오에 등장한 지문 하나가 낯설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춤추고, CF에서는 웃고, 드라마에서는 울던 박신혜에게 섬뜩한 표정이 어울리기나 할지. 아니, 어쩌면 그런 그녀가 공포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부터가 낯설었는지 모르겠다. 역시나 영화 촬영 내내 그녀가 주로 들었던 말은 “네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 그냥 귀엽고 웃겨”였단다.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얼굴이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무서운 느낌이 전혀 없다는 거예요. 얼굴에 심보만 가득해서 큰일이에요. (웃음)”
올해로 데뷔 6년째를 맞은 박신혜는 그동안 그 동글동글한 외모로 실제 나이보다 성숙한 언니의 면모를 보여왔다. 드라마 <천국의 나무>에서는 의붓오빠를 애절히 사랑했고,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는 16살 연상의 이혼남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쳤다. 그런가 하면 최근 <궁S>에서 연기했던 신세령은 가슴에 품은
멜로부터 공포까지, 동글동글 해도 다 할 수 있어요!
-
언제 한번 야구장이나 같이 가자며 벼르던 차에 인터뷰가 잡혔으니 끝나는 대로 가자고 서로 약속했다. 지금 그는 필시 제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딱딱한 일 얘기는 이쯤 하자고 은근히 재촉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때때로 일만큼이나 일하다가 만나 알게 된 사람과의 정을 믿는다. 그때 즐거워한다. “청춘이라는 말이 일단 아주 좋고요, 주말마다 모여 찍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싹터 즐겁고요”라고 <마이 제너레이션> 직후 그가 했던 말을 잊지 못하겠다. 도대체 요즘 세상에 누가 그리움이나 청춘이라는 몹시 애틋해 쓰기 두려운 이런 말을 사용하나,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노동석은 남들이 감당하기 힘들어 잘 쓰지 않는 이 낱말의 생기와 결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고 끌어안는다. 그런 다음 거기서 영화를 시작한다. 그가 <마이 제너레이션>에 이은 두 번째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선보였다. 그리움, 청춘, 대개의
훌륭한 소년은 그렇고 훌륭한 중년이 돼야지 이젠
-
“놀리시는 거죠?” 첫인사를 나누며 ‘월드스타’라고 불렀더니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김윤진은 “일부러 놀리려고 혀를 굴려서 ‘워어ㄹ드 스타ㄹ’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쩔 건가. 김윤진은 실제로 월드스타인 것을. 2004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로스트>에서 선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려온 그는 MSN이 뽑은 ‘세계의 미녀 22인’으로 꼽혔을 뿐 아니라 <인 스타일> <맥심> <아레나> <TV가이드> <스터프> 등 유명 잡지의 표지와 화보에 자신의 모습을 선보였다. <로스트>의 세 번째 시즌 촬영을 막 마친 그는 <세븐데이즈>라는 영화를 찍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괴당한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한 살인범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역할을 맡은 그는 남편의 말에 순종적인 <로스트> 속 ‘해변의 여인’에서 역동적인
한국 배우이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특별한 거다
-
짧기에 강렬하다. 오는 5월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경성대 콘서트홀과 부경대, 동명대 등에서 열리는 2007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가 강렬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총 60편의 단편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지난 4월1일까지 약 한달간의 작품공모를 통해 출품된 14개국 600편의 작품 가운데 선정된 국내 45편, 해외 15편의 작품들은 7인으로 구성된 예심위원들의 공정한 심사를 거쳤으며, 이외에 미국, 벨기에, 스페인 등에서 초청된 작품들도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또 역대 영화제 수상작을 상영하는 개막작으로는 2000년 한국필름경쟁 수상작인 정윤철 감독의 <동면>과 2003년 코닥상을 받은 이진우 감독의 <단순한 열정> 등 네 작품이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경쟁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현실과 심리를 포착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쓴 눈물을 함께 삼키는 여성의 은근한 연대를 그린 <난년이>(전선영)를 비롯해
톡 쏘는 상상력과 문제의식이 여기 있다
-
제11회 인권영화제가 5월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국내외 영화 26편(국내 13편, 해외 13편)이 상영되는 올해 인권영화제는 ‘소수자의 날’(20일)과 ‘반전 평화의 날’(24일)을 정해 관련 영화를 하루 종일 상영한 뒤 관객과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소수자의 날’에는 이주노동자, 한센인(나병환자), 성전환자, 재일 조선인, 동성애자의 삶을 담은 <고스트>, <동백아가씨>, <우리학교>, <레오 N이라는 사람>, <사랑의 정치> 등이 상영된다. ‘반전 평화의 날’에는 <조각난 이라크>(이라크전쟁), <내 사랑 블레인>(팔레스타인 고립 장벽 저항운동), <땅, 비, 불: 와하카 보고서>(멕시코 와하카 지역 반신자유주의 투쟁), <전쟁기지 필요 없다>(일본 오키나와 반기지 투쟁), <황새울 방송국>(평택 미군기지 반대운동) 등의 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된다.
인류의 고뇌와 분노와 희망을 생각하다
-
1985년 오슨 웰스가 타계했을 때 꽤 여러 부고 기사는 그를 두고 자신의 첫 번째 영화(<시민 케인>(1941))가 보여줬던 가능성에 결코 이르지 못한 인물이라고 썼다. 물론 웰스에 대한 이런 식의 평가는 그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유의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위대한 앰버슨가>(1942), <오델로>(1952), <악의 손길>(1958), <심야의 종소리>(1966), <거짓과 진실>(1974) 같은 작품들이 거둔 성취만 따져봐도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여기서 우리는 웰스가 오해받아왔고 지금도 그런 시네아스트임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이 말했듯이 그는 지금도 발견할 것이 많은 영화감독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올바로 이해해야 할 인물이다. 우리에게 그 같은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는 자리가 ‘오슨 웰스의 재발견’이란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5월1
오슨 웰스를 재발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