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때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찍은 사진이다. 가짜지만 진짜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찍었다. 사진 그 자체로 매력을 찾긴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소중하다. 송강호씨와 이병헌씨에게 영화처럼 남과 북 군인들이 한데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어두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흔쾌히 응해주었다. 판문점에서 스탭들이 밥을 먹는 사진도 통일을 바라는 마찬가지 바람에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사진들이다.”
[숨은 스틸 찾기] <공동경비구역 JSA> 통일의 염원
-
두달 전 아이들을 데리고 도쿄에 간 적이 있다. 돌아오기 전날이었다. 우에노공원과 도쿄대 캠퍼스를 둘러보고 나니 2월의 해는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침부터 걷느라 지친 아이들은 그만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 눈치였다. 욕심 부릴 계제가 아니었다. 혼고 산초메역이었나. 도쿄대 앞 지하철역에서 숙소가 있는 고탄다쪽으로 갈 노선도를 살피고 있는데, 역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차노미즈역. 바로 다음 역이었다.
나는 이 역을 안다.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강을 끼고 서 있는 역. 붉은색 아치형 철교 아래로 자그마한 터널이 있고, 다시 그 옆을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철길까지 모두 세개의 노선이 겹치며 흘러가는 곳. 히지리바시(聖橋)라는 다리에 서면 강과 함께 색색의 전철들이 겹치며 흘러가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교 아래로, 누군가가 토해낸 듯 문득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전철의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거기 세상의 비의 한 자락이 잠시 그렇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내 인생의 영화] <카페 뤼미에르> -정홍수
-
‘슈렉’(shrek)이라는 제목을 듣고 떠오른 것은 ‘공포’와 ‘경악’이라는 뜻의 독일어 단어(Schreck). 실제로 독일어와 히브리어가 섞인 유대인의 언어 ‘이디슈’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슈렉>은 <미녀와 야수> 같은 동화의 전형성을 파괴한다.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놀라운(?) 반전이 말해주는 것은 한마디로 ‘생긴 그대로 자신을 긍정하라’는 것. 너무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 메시지가 <슈렉>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아닐 것이다.
<슈렉>이라는 메타텍스트
<슈렉>에는 일화가 따라다닌다. 가령 파콰드 영주의 얼굴이 디즈니사의 사장을 닮았으며, 그가 사는 성(城)은 디즈니랜드를 패러디한 것이다. 실제로 드림웍스의 설립자 제프리 카젠버그는 디즈니사에서 떨어져 나오는 과정에서 그들과 법적분쟁까지 겪었단다. 그래서 디즈니사에 복수하려 <슈렉>을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떠도나, 이 설의 진위에 관계없이 <슈렉>이
[진중권의 이매진] 쿨미디어의 뜨거움
-
필자 같은 사람은 꿈만 꾸는 걸 다 해본, 그래서 부러운 사람이 이창동이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쳤고, 소설을 썼으며, 영화를 만든다(그리고 이건 별로 부럽지 않은데, 장관의 명예도 누렸다). 데뷔 10주년인 올해, 그가 영화로 복귀해 만든 <밀양>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칸의 정치적 행보를 볼 때 그의 수상 여부는 익히 짐작된다)을 기념하듯, 전작 세편의 DVD 박스세트가 출시됐다. 그의 영화는 별다른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고 어쩌면 문학적 담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도 같아 밋밋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밀양>을 본 건 이창동 영화의 매력이 딱히 무언지 헤아리던 중이었다. <밀양>은 스크린을 가득 채운 하늘을 앞서 세번 보여준다. 세상의 하늘이 다 똑같다지만, 한눈에 한국의 하늘임이 느껴졌다. 그 아래 놓인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일진대, 그게 일산 신도시가 되었건(<초록물고기>), 1980년 5월의 광주가 되었건(<
전작 세편에 관한 이창동의 진지한 고백, <이창동 컬렉션>
-
-
최신 개봉작을 소개하는 [개봉작 NEW]
이번 회에는 지난 5월 10일에 개봉한 <경의선> 입니다
지루하고 반복된 일상 속에서도 성실함을 잃지 않고 일하는 지하철 기관사 만수(김강우 분)에게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열차를 기다렸다가 간식거리와 잡지를 건네는 한 여인이 있다. 가족도 동료도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매번 바뀌는 열차운행시간을 어떻게 알고 매일같이 정확한 시간에 기다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등장은 어느덧 만수의 일상에 활력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기치 못한 열차 투신 자살 사건으로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 만수는 특별휴가를 받고 경의선 기차에 오른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개봉작 NEW] 경의선
-
남편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상상을 해본다. ‘서로 사생활은 존중해야지’라는 쿨함도, ‘당신은 영원한 나의 반쪽’이라는 콩깍지도 없는 관계에서 이런 상상의 날개를 펴는 건 사실 쉽지 않다. 설마인 거지. 설마 키도 작고 돈도 없고 성격도 별로인 그를 누가 좋아하겠어, 설마 파리바게트에서 케이크 사고 신라제과 앞도 못 지나가는 소심한 그가 무슨 연애를. 그런데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다가오고 불륜은 뺑소니처럼 지나가니 설마는 언제라도 사람을 잡을 수 있다, 고 무수히 많은 TV드라마와 영화는 말한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 만약 배우자에게 애인이 생겼다면? 일단 열받겠지만 굳이 TV를 통한 선행학습을 반사적으로 따라하지 않는다면 분노 못지않게 궁금증이 뭉게뭉게 피어오를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 지루하고 그저그런 인간에게서 불륜의 가시밭길을 함께할 매력을 발견했을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 아무런 삶의 활력도 없는 인간에게 이런 열정을 불어넣었을까? 참 이상한 건 그렇게 많은 불륜 드라마
[냉정과 열정사이] 내 마누라 꾄 놈이 누구냐고, 글쎄
-
영화인들이 인터뷰 때 자랑스럽게 애기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권투선수 캐릭터를 연구하려고 몇달 동안 실제 권투선수와 생활했다, 형사 역을 위해 현직 형사들을 수개월 따라 다녔다는 등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치열하게 연구했음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런 피나는 노력은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어 영화의 진정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영화만은 예외인 것 같다. 제작진이 장애인 캐릭터를 연구하려고 몇달 이상을 장애인과 생활한 경우는 실제 초원이의 모델인 발달장애인을 1년 이상 연구했다는 <말아톤> 이외에는 들은 기억이 없다. 대다수 제작진은 기껏해야 몇주 정도, 그것도 실제로 장애인들의 생활 속에 들어가 연구하는 데는 극히 짧은 기간만을 투자하는 것 같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연구가 미미한 가운데 만들어지는 작품 수준은 불을 보듯 자명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IQ 60의 11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날아라 허동구>도 제작진의 장애
[영화읽기] 장애인, 당신들이 사회에 적응해라?
-
최신 개봉작을 소개하는 [개봉작 NEW]
이번 회에는 지난 5월 23일에 개봉할 <밀양> 입니다
아들과 함께 죽은 남편의 고향을 향해 가던 신애의 고장난 차가 카센터의 종찬을 불렀다.
렉카차를 타고 밀양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그러나 아직 그들은 모른다...
신애는 피아노 학원을 열었다. 이제 통장엔 아주 작은 돈이 남았을 뿐이지만, 꿀리고 싶지 않은 그녀는 이웃들에게‘좋은 땅을 소개해 달라’며 새 생활을 시작한다. 남편의 고향에 덩그러니 정착한 그녀를 측은하게 보는 이들에게 “저 하나도 불행하지 않아요”라고 애써 말하며, 씩씩하게 군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 준이 죽었다. 숨바꼭질을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는 그렇게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개봉작 NEW] 밀양
-
당신이 거미 인간의 추종자이며 샘 레이미 전문가라고 굳게 믿는다면 한 가지 도전해볼 만한 과제가 있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어디쯤 이 남자가 등장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나왔다 금방 사라지는지 맞혀보는 것이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또 다른 신화, 브루스 캠벨을 알아보자.
1. 연극에서 영화로
브루스 캠벨은 1958년 6월22일 미국 미시간주 버밍엄에서 세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지역에서 연극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고 8살에 곤충 역할(벌써 곤충과의 인연이!)을 맡아 호연(?)을 보였고, 열네살에는 <왕과 나> 연극에서 왕자 역을 맡아 노래 솜씨를 선보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무대 위 연기보다 영화쪽에 큰 관심을 갖고 되었고, 동네 친구들과 함께 슈퍼8mm 등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된 브루스 캠벨은 평생을 같이할 괴짜 친구 한명을 드디어 만난다.
2. 평생지기 샘 레이미
브루스 캠벨과 샘 레이미가 만난 것
[알고 봅시다] ‘스파이더 맨’보다 더 중요한 이 사람!
-
무어:그럼 다음 영화로 넘어갈까요? ‘다음’ 영화로는 <넥스트> 만한 게 없죠? (히힛)
장모:^_^ 그러고보니 이 영화의 제작, 주연인 니콜라스 케이지도 코폴라가의 일원이네요.
무어:그런데 이 영화 진짜 용두사미 아닌가요? 클라이맥스가 이렇게까지 맥빠지는 영화는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사실 시작은 꽤 근사하잖아요. 특히 주인공이 2분 뒤 미래를 볼 수 있기에, 초반에 카지노에서 경찰을 따돌리고 유유히 탈출하는 장면이 멋졌죠.
장모:<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라스베이거스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다니! 그 장면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예언자를 데리고 톰 크루즈가 쇼핑몰을 빠져나가는 신과 닮았죠.
무어:리 타마호리 감독은 점점 하향세인 것 같아요. 할리우드로 잘못 간 대표적인 감독이랄까요. <전사의 후예>에서는 헉 소리나게 좋았는데, 점점 더 영화가 뻔해지고 있죠. 그런데 이 영화의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메신저토크] 시대착오는 자막이 전담하고 있네요 ②
-
제시카 심슨, 제시카 알바 등 요즘 수려한 몸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할리우드의 ‘제시카’들 중에서도 그녀는 단연 ‘핫’한 아이콘이다. 2002년 <VH1> <스터프> 등에서 섹시 스타 순위 100위 언저리를 맴돌던 제시카 비엘은 터프한 전투기 조종사로 출연한 <스텔스>를 기점으로 <맥심>의 HOT 100 리스트 18위, <에스콰이어>의 ‘살아 있는 섹시 미녀’ 1위에 올랐고 <스터프>의 2006년 차트에서는 스칼렛 요한슨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171cm의 키에 축구와 육상, 발레와 요가로 다져진 탄탄하고 유연한 근육, 독일, 프랑스, 영국인에 미국 원주민까지 다채로운 혈통이 얽힌 외모가 특징적이다. 82년생인 제시카 비엘은 14살 때부터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한 인기 드라마 <일곱번째 천국>에 출연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친근한 소녀로 각인됐지만 본인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다양한 연
섹시하고 아름다운 하드보디
-
"웃찾사"에서 맹활약 중인 "김현정" 씨가
매 회 다른 주제로 그녀만의 어투로 영화를 재구성하는 [투덜양]
이번 편에서는 영화 <나쵸 리브레>를 만나보는 시간!!!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투덜양] 투덜양, 나쵸 리브레 편
-
아깝다 줄리언 무어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베르사유의 장모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스포일러 있음
베르사유의 장모님의 말(이하 장모): 이번주는 공교롭게 둘 다 영화를 많이 못 봤네요. 우선 <마리 앙투아네트>는 꽤 기대했던 영화였어요. 사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생애라면 동아시아 여성들은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로 익숙한 스토리죠. 저와 많은 여자친구들은 프랑스 대혁명을 <베르사유의 장미>로, 볼셰비키혁명은 역시 같은 만화가가 그린 <올훼스의 창>으로 처음 알게 됐을걸요?
아깝다 줄리언 무어님의 말(이하 무어): 두 작품 모두 제목만 많이 들어봤어요. -.-
장모:대학에서 혁명사 수업을 듣고 난 뒤에도 지금까지 남아 있는 혁명의 이미지는 만화의 기억이에요.
무어:마치 해방전후사의 인식에 소설 <태백산맥>이 결정
[메신저토크] 시대착오는 자막이 전담하고 있네요 ①
-
딸린 자식도 많아 여섯 식구. 아빠는 도박에 빠져 있고, 엄마는 끊이지 않는 부부싸움을 견디다 못해 가출했다. 남겨진 네 남매. 술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아빠는 허구한 날 방구석에 드러누워, 첫째 윤숙이(김유나)가 구두를 닦고 신문을 팔며 생계를 꾸린다. 하루하루가 힘든 고통의 연속이지만 언젠가 행복이 찾아올 거란 믿음을 놓지 않는 아이들. 80년대 연속극에서나 볼 법한 눈물의 가족 이야기는 1964년 출간된 에세이 <저 하늘에도 슬픔이>가 원작이다. 13살 아이 이윤복의 일기를 당시 학교 선생님들이 모아 출간하면서 화제가 된 작품. 1965년에는 김수용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를 연출했었다. 4명의 신인 아역배우들이 네 남매로 출연하며 TV드라마 <아들과 딸> <신돈> 등으로 익숙한 윤철형이 아빠 역을 연기했다.
아이들의 힘찬 눈물 <저 하늘에도 슬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