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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길. 압구정 한 카페에서 박은혜를 기다리다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화려한 외모로 TV에서 주목받아 드라마, CF로 인기를 이어가거나, 연극으로 시작해 충무로에서 연기력을 쌓아 성공하는 케이스 혹은 TV스타의 이미지를 깨고 강한 캐릭터의 연기로 2막을 여는 배우 등. 거친 카테고리가 쉽게 여배우를 분류하곤 하지만 사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배우들이 더 많다. 꾸준히 어딘가에 출연하곤 있지만 존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거나 비슷한 캐릭터의 연속이라 굳이 그 배우일 필요성이 없는 경우들. 어쩌면 대다수의 배우들은 후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미지의 전쟁 같은 연예계에서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만든다는 건 꽤나 힘겨운 일이다. 여배우의 길은 정해진 성공의 케이스로 들어서기 위한 힘든 경주처럼 보인다. 스타되기보다 더 어려운 배우의 위치 찾기.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밤과 낮>에 출연한 박은혜를 보며 문득 떠오른 단상이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 들
[박은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면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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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3월1일(토) 밤 11시40분
미국인 앤서니 길모어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중 우연히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저 영어를 가르치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던 미국 청년은 어느 날 문득 한국의 믿을 수 없는 과거를 대면하고 충격에 빠진다. 2005년 그는 한국인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나눔의 집을 방문하고 노인들과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변영주의 <낮은 목소리> 시리즈를 참고하고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배우고 일본으로 건너가 2차대전 당시의 일본 군인들의 증언을 듣는다. 말하자면 <망각을 떨치고>는 한·일 두 역사와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었던 한 미국인 청년이 두 나라 사이에 은폐된, 해결되지 않은 비극과 마주한 뒤 그 과거로부터 지금의 한국, 한국과 결코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는 일본, 나아가 모국인 미국까지 자신이 서 있는 현재를 읽어내는 과정이다.
일본의 식민지 점령기에 대한 설명과 당시의 상황을 증명하는 오래된 자료화면들, 지금은 노
미국 청년이 추적한 종군위안부의 비극, <잊혀진 증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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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스타 따위는 필요없어’를 외치는 예능프로그램의 쩌렁쩌렁한 육성에 이효리도 맞장구를 쳤다.
지난 2월17일 SBS 일요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신설코너 ‘체인지’에 주인공으로 출동한 그가 초장부터 강도 높은 총알을 쏘며 스타들의 예능계 ‘쌩얼’ 투신기에 한줄을 보탰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비포 버전’으로 육중하게 변신해 사유(私有)의 공간까지 누빈 이효리는 잘록한 허리의 육체미 대신 털털한 인간미를 작렬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뚱녀 체인지를 위한 특수분장에 돌입하기 전부터 잠에서 깨자마자 방송사에 왔다며 화장기 없는 얼굴을 버젓이 드러냈다. 지상파를 타고 만천하에 까발려진, ‘그럼에도 예쁜 그의 얼굴’은 무방비의 ‘직찍 사진’으로 스타들의 진정한 외모를 가늠하겠다는 네티즌의 발굴 열정을 부질없게 만들었다. 이효리는 변신 전이었으면 아찔한 방송사고감이었을, 바지 흘러내리는 신도 뚱뚱하게 체인지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듯 아무렇지 않
이효리, ‘쌩얼’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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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방영(XTM 방영 예정)
약 6개월 전 616호의 본 칼럼에서 미드로 제작되고 있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즈음 인터넷에 유출되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파일럿 에피소드에 약간의 수정을 가한 첫 번째 에피소드는, 지난 1월13일 일요일 폭스채널을 통해 드디어 방영되었다. 그리고 <터미네이터>라는 프렌차이즈의 힘에 팬들의 오랜 기다림이 더해지면 어떤 파괴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시청률 11.1%, 점유율 16%를 달성하면서 무려 미국에서 1840여만명이 시청하는 기록을 세운 것. 시청률 11.1%는 지난 3년간 공개된 모든 드라마의 오프닝 성적을 뛰어넘는 것으로, 폭스채널 자체적으로는 2000년 <말콤 인 더 미들> 이후 최고의 오프닝 시청률을 기록한 대단한 사건이었다.
비단 시청률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미디어 평들도 호의적이었던 것. <USA 투데이>는 별 4
[미드나잇] 화려하게 컴백하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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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도사>의 기획은 매우 역설적이다. 스타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간판을 걸고, 스타의 치부를 집요하게 파헤치니 말이다. 김혜리의 인터뷰는 그런 면에서 <무릎팍도사>의 정반대편에 서 있다. 그녀의 인터뷰는 한 인물에 대한 무한한 호감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글은 원래 좋아하던 인물을 더 열심히, 더 정성스레 좋아하게 만든다. 그녀는 스타의 고민을 해결한다기보다 스스로의 고민을 해결하는 구도자처럼 보인다. 인터뷰어가 던지는 질문의 화살이 마치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는 듯, 그녀의 질문은 애잔한 메아리가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간다.
김혜리는 스스로 자기 위치를 바꾸기 위해 살아 움직이는 블랙홀 같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지는 않지만, 인터뷰 상대의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무구한 집중으로 상대의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그녀는 상대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비밀을 만들어내는 듯 보인다. 김혜리의 글 속에는 인터뷰의 모
좋아하던 사람을 더 좋아하게 만들 인터뷰, <그녀에게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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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무려 비욘세도 왔다 갔다. 이제 한국도 해외 뮤지션들의 공연을 원없이 보는 나라가 되는 것인가? 연초부터 비욕과 마이 케미컬 로맨스가 다녀간 2008년, 해외 뮤지션들의 올해 내한 공연 일정은 어쩐지 지난해보다 헤비급이 될 듯한 예감이 든다. 심지어 전세계 팝신의 제왕, 초특급 슈퍼스타 저스틴 팀벌레이크의 월드 투어 내한 가능성 소문까지 들려오니 말이다. 가슴 아픈 건 있다. 고작 1만2천명 수용 가능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 국내 대형 공연장으로 분류되는 현실이라든지, 전문 음향시설과 무대시설 부족으로 해외 뮤지션들의 요구를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여러모로 ‘깎인’ 공연을 해야 하는 현장 여건. 그래도 ‘그분들이 오신다면’ 대환영이다. 이번 봄엔 특히 잔잔한 싱어송라이터들의 수줍은 첫 내한 공연부터 대형 스타들의 화려한 공연까지 스펙트럼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다.
백스트리트보이스(BSB)와 셀린 디온 그리고 듀란듀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팝스타들의 공연 일정이
봄을 기다리는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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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화성아이, 지구아빠> 지구인들의 습성
[정훈이 만화] <화성아이, 지구아빠> 지구인들의 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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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는 데이 포 나이트 촬영이 많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밤장면을 시간 안에 찍지 못했고, 밤샘 촬영 뒤에 잠깐 쉬고 낮에 다시 촬영을 이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스틸하는 입장에서도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밤장면의 경우, 영화 촬영 카메라도 노출이 안 나와서 애를 먹었으니까. 스틸 또한 100장 찍으면 한두장 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돌이켜보면 현장에서 스탭들은 언제나 기진맥진이었다. 그나마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도는 이들이 매니저였던 것 같다. 이 장면은 하정우씨 회사 매니저들이 현장에 왔던 날 찍었는데 몸은 묶여 있고, 얼굴은 쥐어터진 영민(하정우)을 보고 한 매니저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들더라. 가만있을 수 있나. 나도 카메라를 들었지. 사실 고생했던 현장에서 촬영 끝나면 스탭들한테 사진을 한장씩 나눠주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스케치를 했었다. 아직 이 사진을 매니저한테 전달해주진 못했는데 지면으로 먼저 볼 것 같다.”
[숨은 스틸 찾기] <추격자> 현장의 노곤함을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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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애파토우는 성공을 거둔 지금도 영화기술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고백하거나, 자신과 친구들을 싸잡아 삼류라고 놀리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는 자기학대에 가까운 농담을 즐긴다. <사고친 후에>의 DVD에 수록된 부록- ‘감독을 감독하기’(8분)를 보자. 애파토우와 계속 충돌하던 유니버설사는 감시 목적으로 <카포티>의 감독 베넷 밀러를 보낸다. “미적 요소와 작품에 대한 통제를 배워야 한다”고 충고하는 밀러에게 몸싸움을 건 애파토우는 도리어 얻어터진 뒤 잔디밭에 내팽개쳐진다. 지금껏 DVD에 실린 것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이 부록에서 애파토우는 자기를 인정하지 않았던 메이저 영화사와 방송사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 코미디 작가로 출발한 그가 의욕적으로 제작한 <프릭스 앤드 긱스>와 <언디클레어드>가 방송사의 이해 부족으로 단명하고 말았던 것(두 작품은 이후 컬트의 지위에 오른다). 그렇게 위기를 맞았던 그의 제작사는 이후 보란 듯이 복수전을 치른
애파토우 사단의 질펀한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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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 한구석 주전자에 물이 팔팔 끓고 있다. 건물 계단 복도엔 주인공 언주로 출연하는 정유미가 벌벌 떨며 대기하고 있고 사무실 안쪽엔 스탭들이 세팅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1월27일 일요일 강남의 한 학습지 사무실을 빌려 마려한 곳은 고태정 감독의 장편 데뷔영화 <그녀들의 방> 현장.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장편 제작지원작 중 한편인 <그녀들의 방>은 딸을 잃고 허무하게 살던 중년 여자 석희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학습지 방문 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여자 언주(정유미)가 우연히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순조롭게 진행됐던 26일의 촬영과 달리 이날의 촬영은 같은 장면에서 테이크를 계속 더해가고 있었다. 고태정 감독은 “대충 예상한 일이다. 3시에 이동하기로 했지만 이 장면이 중요하니 어쩔 수 없다”며 정유미의 어깨를 계속 토닥였다. 세상에 지친 언주가 힘이 빠진 채 사무실로 돌아와 무념으로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계속 담는 신이니 감독과 스탭이 예민해
이 정도 뜨거운 물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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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9일 필름포럼에서 열린 ‘에릭 쿠 스페셜’. 장편 <내 곁에 있어줘>와 <휴일없는 삶>(2006년 전주 디지털 삼인삼색 중 한편으로 제작된 단편)이 상영되고 에릭 쿠의 강연이 있었다. 이날 객석을 감동시킨 그의 마술은 두 가지. 그중 첫 번째, 갑자기 강연을 중단하고 그가 깜짝 선물을 공개한다. “제가 지금 막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인 새 영화의 9분짜리 편집본을 (DVD로) 갖고 왔는데 혹시 보시겠어요?” 아니, 이런 횡재가 다 있나. 관계자 말고 외부에 선보이는 건 처음이라니! 관객의 박수! 세상에서 에릭 쿠의 새 영화의 장면을 가장 먼저 본 사람들의 환호! 제목은 <마이 매직>이다. <내 곁에 있어줘>에 나오는 뚱보 경비원만큼이나 몸집이 비대한 한 남자가 아내도 떠나가고 아들과 함께 단둘이 살면서 차력도 하고 마술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는 이야기. 에릭 쿠가 또 한명을 구제하겠구나. 두 번째 마술, <내 곁에 있어줘&g
객석을 감동시킨 에릭 쿠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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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의 한 장면부터 복기하자. 복도 끝의 소녀가 점프 컷으로 관객에게 육박하던 그 장면. 비록 리메이크영화지만 <링>에서 TV를 뚫고 나와 무시무시한 긴 머리의 공포를 보여주던 장면도 있다. 만약 이 장면을 3D입체영화로 본다면 어떨까. 여고생 귀신과 사다코가 당신의 눈앞까지 다가올 수 있다면. 어떤 이들은 가공할 공포감의 위력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국에서 그런 입체영화가 가능하냐고 할 것이다. 입체영화는 로버트 저메키스나, 조지 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만 만드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한국에서는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그런데 한국에서도 입체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극장용 영화로.
지난 2월18일, 새벽 2시의 CGV구로. 스무명 남짓한 무리의 사람들이 관객이 빠져나간 극장으로 들어섰다. <친절한 금자씨>를 제작한 이춘영 프로듀서와 후반작업업체인 HFR의 옥
[쟁점] “<여고괴담>의 복도신을 3D로 본다면? 진짜 간 떨어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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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람보는 ‘말도 안 되는’ 전사였다. 언제나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들어 일개 사단이 싸워도 모자랄 적들을 소탕하지 않았던가. 20년 만에 돌아온 <람보4: 라스트 블러드>에서도 그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은 여전하다. 역시 이번에도 관객은 그의 전쟁에 환호하다가도 혀를 찰지 모른다. “무슨 저런 말도 안 되는 게 다 있어!” 하지만 그건 람보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는 충분히 환갑의 나이에도 그럴 수 있는 남자다.
1. 람보의 신상명세
이름 존 제임스 람보. 1947년 7월6일, 미국 애리조나 보위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인디언 종족 중 하나인 나바호족의 후예이고 어머니는 독일계 미국인이다. 어쩌면 그의 타고난 신체조건과 전사적 기질은 아버지의 혈통을 이어받은 것일 수도. 1964년 17살의 나이로 군에 입대해 특수부대에서 활약한 그는 사무엘 트로트먼 대령(리처드 크레나)의 눈에 띄어 그린베레부대로 차출되었다. 그가 왜 군에 입대했는지는 알려진 바
[알고 봅시다] 람보, 그래 너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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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령> <내츄럴시티>를 연출한 민병천 감독이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돌아왔다. <내츄럴시티>를 끝낸 뒤 드라마 <궁>의 CG와 함께 여러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던 틈틈이 26부작 TV애니메이션 <코코몽>을 연출했던 것이다. 그동안 영화·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올리브스튜디오를 설립한 그는 현재 5편의 TV용 애니메이션과 자신의 세 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코코몽> 방영 준비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시카프)의 심사위원으로 바쁜 그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전화를 받았다.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다기에 의외였다. 원래 관심이 많았나.
=옛날부터 좋아했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꿈이기도 했다. 물론 나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의아하다. (웃음) 다만 내 아이들에게 아빠로서 뭔가를 해주고 싶었고, 그런 차원에서 나의 오랜 꿈이 결합돼 <코코몽>이 완성된 것 같다.
-<코코몽>은 냉장고
[스폿 인터뷰] “딸아이 아이스크림을 몰래 먹은 게 힌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