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맡은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말대로 너무나 소중한 자리였다. 아시아 액션영화의 큰 축을 맡고 있는 한국, 홍콩, 일본의 액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건 분명 아무때나 볼 수 없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7월23일 오후 2시 경기아트홀 2층 공연장에서 진행된 <액션 전문가 네트워크> 포럼은 아시아 액션영화의 현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의 정두홍 무술감독, <매트릭스> 시리즈의 액션배우 추조룡, 정통 가라테 영화 <검은 띠>를 들고 부천을 찾은 <소림소녀>의 제작자 니시 후유히코 감독은 두 시간 동안 각국의 액션영화 제작 환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가감없는 대화를 나눴다. 아시아 액션영화의 미래를 선도할 이들의 대화를 지상중계한다.
주성철(이하 주): 추조룡에게 묻는다. 이미 할리우드에서 상당한 경험을 쌓았는데, 할리우드에서의 작업은 본국에서의 작업과 어떻게 다른가. 추조룡(이하 추): 할리우드에서는 홍콩이나 중국의 실력자를 무술감독으로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술감독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카메라 워킹이나 구도, 어떤 느낌으로 촬영할 것인지에 대해 무술감독은 일일이 조언한다.
주: 니시 후유히코 감독에게 묻는다. 사무라이 영화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일본에서 전통무술인 가라테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니시 후유히코(이하 니시): 일단 나는 액션전문가가 아니었다. 나는 <옹박> 같은 액션영화를 수입해서 배급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그때 우리나라에는 가라테란 훌륭한 무술이 있는데 왜 이에 대한 영화는 만들지 않는 걸까 생각했었다. 그런 얘기를 주성치나 토니 쟈를 우연히 만나 했더니 "그럼 당신이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액션영화를 만들게 됐다. 솔직히 가라테가 내포하고 있는 고유의 정신이라든지, 그런 것은 아직도 잘 모른다. 나는 무술인이나 철학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무술감독으로서 오직 일본에서 가능한 액션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게 가라테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독특한 소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반복하고 있다.
주: 정두홍 감독에게 묻는다. 전통이 강한 홍콩과 일본의 액션영화에 비해 한국의 액션영화는 으레 역사가 단절됐다고들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 그 말이 맞다. 그나마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 현재의 류승완 감독으로 이어졌고, 류 감독의 영화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더 좋은 액션영화들이 한국적인 색깔을 가졌으면 하는 욕심이 크다. 서울액션스쿨에서는 조만간 액션배우를 모집하는 대대적인 광고를 낼 예정이다. 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액션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나와야 한국도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고 세계의 액션영화와 맞붙을 수 있다고 본다.
추: 내가 가장 최근에 출연했던 <포비든 킹덤>의 경우도 CG를 한국의 특수효과 회사에서 만든 걸로 알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이미 한국의 기술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 액션에 경쟁력 있는 특수효과를 결합시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다. 정: 우리가 스스로 비주류라고 생각하다보니 한국의 기술을 과소평가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할리우드에서는 우리 기술을 인정해주는데, 오히려 한국 제작자들은 할리우드의 CG 업체를 찾으려고 뛰어다닌다. 한국 안에도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능력을 가진 분들이 많고, 누군가는 이들이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안타깝다. 추: 나도 한순간에 지금의 위치까지 온 게 아니다. 나도 아데(보호대) 없이 활동하던 때가 있었고, 0.3mm 와이어를 매달고 두려움에 떨며 연기한 적도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좌중 박수)
니시: 회사에 있을 때 정두홍 감독이 출연한 영화를 배급한 적이 있다. 그때 일본 액션팀에게 뛰어가서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나오는데, 우리가 지는 거 아니냐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정 감독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태권도 영화를 꼭 좀 만들어달라는 거다. 만드시면 내가 수입, 배급을 책임지겠다. 정: 알았다.(웃음) 개인적으로 새로운 무술을 개발하고 싶은 생각이 많다. (태껸은 어떻냐는 수강생의 질문에) 이번에 개봉하는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 태껸이 등장하니 꼭 봐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