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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공포에 시달리는 미국인의 모습 <오 포인트>
장영엽 2008-07-24

<오 포인트> The Objective 다니엘 마이릭 / 미국 / 2008 / 90분

다니엘 마이릭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블레어윗치>는 저예산 호러영화를 꿈꾸는 이들에겐 하나의 전범이다. 캠코더를 손에 쥔 몇 명의 아이들을 숲속에 버려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수입과 명성을 단번에 얻었기 때문. 그런데 감독의 입장에서 너무 유명한 전작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을 듯하다. 마이릭의 차기작 <오 포인트>를 보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다. 그는 이번엔 아프가니스탄의 광활한 사막에 CIA 특수부대원을 떨어뜨려 놓고 다시 한 번 초자연적인 공포와 맞서게 한다. 특수부대는 모하메드 아반을 찾으라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지령을 믿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그런 그들을 위협하는 건 사람이 아닌 무엇이다. 외딴 곳에 고립되어 신경증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여전하지만, <오 포인트>에는 결정적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무엇이 결여되어 있다. 그건 공포의 대상을 특수효과라는 형태로 직접 보여주기 때문인데, 완성도가 떨어지는 CG는 오히려 공포영화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따지고보면 9·11 테러 이후 정체불명의 공포에 시달리는 미국인의 모습도 새로운 주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 포인트>에 이처럼 혹독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 또한 다니엘 마이릭이란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기대했던 새로운 소재와 스타일이 못내 아쉬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