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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물 없는 공포의 가장 순전한 결정체 <어둠 속의 공포>

어둠 속의 공포 Fear(s) of the Dark 공동연출/프랑스/ 2007년/78분/부천 초이스

<어둠 속의 공포>는 6명의 세계적 그래픽 아티스트와 만화가가 제작한 ‘어둠이 주는 원초적 공포감’에 대한 단편을 엮은 아트하우스 애니메이션 앤솔로지다. 형식적으로도 앤솔로지의 권태로운 형식을 파괴한다. 6편의 작품이 나란히 배열된 것이 아니라, 4편의 작품들이 각각 전개되는 사이에 2편의 다른 형식이 삽입되어 전체를 응집하는 것.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흑백을 유지하며 공포를 심플하게 시각화했다. 놀랍게도 이 기분 나쁜 공포감들에서 전혀 기시감을 느낄 수 없다. 모두 전례 없는 기괴한 불쾌감이다. 그로테스크함을 형상화한 영상은 격렬하고도 직접적으로 피부에 스멀거리는 반응을 유발한다. 열광적 지지자들을 양산할 것이 분명한 이 애니메이션은 지금 가장 참신한 그래픽 아티스트들의 재능으로 ‘불온하게’ 반짝인다.

찰스 번즈는 곤충과 불쾌함과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원초적 공포감을 코믹스 같은 그래픽으로 형상화했다. 개성적 일러스트레이터 마리 카일로는 살육자 사무라이의 영혼이 빙의된 소녀의 악몽을 그린다. 가공할 두려움은 이 잔혹한 악몽을 거듭 꾸도록 그녀를 끊임없이 재우는 가학의 지속에서 온다. 일본 기담의 음울함과 그로테스크한 우키요에를 연상시키는 판화적 이미지가 매혹적으로 결합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리처드 맥과이어의 마지막 단편이다. 푸른 수염 설화에 귀신 들린 집 모티브를 섞어 성적으로 전도한 간결한 서사가 세련된 이미지와 엮인 이 순수한 공포를 설명하는 데 언어의 수사를 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작품들의 막간에 삽입된 추상적 그래픽들에 따르는 내레이션은 공포의 가장 순수한 형식을 극단으로 몰고 간 사변적 이미지의 형식이다. <어둠 속의 공포>는 불순물 없는 공포의 가장 순전한 결정체다.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무한지옥, 바깥 없는 순수한 공포의 표면, 탈주가 불가능한 폐쇄의 완벽한 미궁을 헤매게 될 것이다. 불쾌하나 눈을 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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