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천의 가장 정신없는 스타를 꼽으라면? 두말할 필요없이 <러브러브 익스프레스>의 아밍크다. 인터뷰 직전에 홍보팀이 슬쩍 귀띔한다. "GA 시간에서도 인기가 폭발적이었대요!". <러브러브 익스프레스>는 거대한 지골로(남창) 주식회사에서의 고된 훈련을 거쳐 최고의 지골로로 거듭나는 인도네시아 남자들의 이야기다. 아밍크는 주연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말리’는 거의 정신이 나갈만큼 휘몰아치는 개그 연기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문제는 이 남자가 중년 여성들을 위안하는 지골로 역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안드로메다적으로 캠피하다는 거다. 대체 어느 별에서 온 외계인일까. 궁금해하는 차에 방금 감은 머리를 휘날리며 아민크가 걸어들어온다. 같이 앉아있던 인도네시아어 통역이 말했다. "아. 저사람 알아요. 인도네시아에서 공부할 때 저 사람 나오는 TV 프로를 굉장히 많이 봤어요". 알고봤더니 인도네시아에서는 꽤나 유명한 코미디언이란다.
-원래 인터뷰가 이틀전이었는데 아침에 갑자기 신도림역에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고 들었다. 뭐 했나 거기서. =홍보팀에서 다음날 인터뷰가 있다는 편지를 방에 넣었는데 알아보질 못했다. 그래서 서울로 나가 두타에서 쇼핑도 하고 아주 즐겁게 놀았다.(웃음) 노느라 정신이 없어서 전혀 신경 못쓰다가 나중에 돌아오고 나서야 인터뷰가 잡혀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에는 어떻게 캐스팅된 건가. =2007년 2월에 대본을 처음으로 받았다. 기존에 들어오던 영화들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깜짝 놀랬다. 사실 말리캐릭터가 완전히 미친듯이 정신이 나간 캐릭터 아닌가.(웃음) 이걸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 나한테 딱 맞는 캐릭터라고.
-정말 궁금한건 영화에서처럼 인도네시아에 정말로 지골로 훈육기관이나 지골로 헌터가 존재하냐는 거다. =흐음. 영화에서 처럼은 물론 아니겠지.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지골로 산업이라는 것이 은연중에 존재하고 있는걸로 안다. 물론 공식적인 건 아니다. 사람들은 그런게 없는 것 처럼 쉬쉬한다. 다들 알지만 밖으로 내보이기를 원치않는 산업이랄까. 하지만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지골로를 직접 만나서 리서치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뭐랄까. 지골로들의 행동을 내 방식대로 해석해서 연기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말리 역할은 내 안에 있는 여러 모습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웃음)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활동들을 해왔는가. =몇몇 장편 영화에서 카메오나 특별 출연으로 출연해왔다. 하지만 진짜 중점적인 활동은 TV 연기다. 중요한 조연급 연기를 해낸 영화는 <러브러브 익스프레스>가 처음이다.
-그럼 처음엔 어떻게 배우가 된건가. =우연히(웃음). 원래 나는 연예계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며 광고나 뮤직비디오 같은 작업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보니 TV 방송국에서 코미디 연기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가 들어오더라.
-왜? =왜냐면 난 너무 근사하니까!(Because I’m Fabulous!)(웃음) 그건 농담이고, 내가 미친사람 처럼 보여서 그랬겠지. 제의가 들어왔던 프로그램 자체가 미친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맡은 역할도 극중에서 뭔가 비정상적이고 돌발적인 행동들을 하는 거라서 나라는 인간과 아주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럼 <러브러브 익스프레스>의 역할과도 실재로 비슷한 구석이 많나보다. =나는 멍청하고 말리는 더 멍청한게 다른 점일까.(웃음) 사실 이 캐릭터를 연기해달라는 제의를 받고는 조금 고민을 했다. 현실의 나는 이 인간만큼 괴상한 인간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주변사람들과 함께 이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빠져들었고, 결국에는 나와 닮은 점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됐다.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무슬림 국가로 알고 있다. 지골로를 소재로 삼은데다가 적지않게 퀴어한 이 영화가 대중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나. =사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국가가 아니다. 물론 메이저리티는 무슬림이다. 하지만 무슬림의 종교적 원칙으로 통치되는 국가는 아니다. 그래서 경직된 검열제도는 없다. 특히 우리영화는 어차피 18세 이상 관람가의 영화였기 때문에 극장에 걸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건 포르노 영화는 아니다.(웃음) 만약 이 영화가 말레이시아에서 만들어졌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 그 나라는 무슬림 원칙하에 통치되는 나라니까.
-차기작은 뭔가 =십대 소년들을 잔뜩 거느린 하숙집 주인이면서 축구에 완전히 미쳐있는 트랜스섹슈얼 마담을 연기한다. 제목은 <칼라 갈라 볼라>(Cara gara Bola)다. ‘축구 때문에’라는 뜻이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