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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카르누아 / 벨기에, 프랑스/ 2025 / 94분 / 플래시 포워드
9.21 C6 09:30 / 9.22 L4 12:30 / 9.25 B2 11:00
링 위의 혈투에서 웃는 자는 오로지 한 사람뿐이다. 상대를 함락시키는 자만이 승리의 팔을 높게 치켜들 수 있다. 대표팀의 러브콜을 받는 복싱계 유망주 카미유는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아 손을 올린 자였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심각한 팔 부상을 당하면서 팀 내에는 이상한 변화가 감지된다. 믿었던 우정에는 점차 균열이 생기고, 단단했던 입지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링 위에서 느껴본 적 없던 막막함이 움트면서 카미유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복서가 되고 만다. 통렬한 타격감에 취한 관객은 통각을 쉽게 잊어 버린다. 피가 흐르고 멍이 든 눈은 승자의 영예로운 훈장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일드 폭스>는 승패에 취해 망각됐던 폭력의 아픔을 다시 일깨운다. 주먹을 뻗어야만 사는 자들의 내면에도 상처가 들기 마련이
BIFF #5호 [씨네초이스] 와일드 폭스 Wild Fox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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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원 / 한국 / 2025년 / 107분 / 비전 - 한국
9.22 C5 20:00 / 9.23 C10 16:30 / 9.24 C4 19:30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 세오(한현민)는 자신이 외국인이 아님을 설명을 하는데 매번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래서 백호의 탈을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거의 유일하게 자신을 인정해주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세오(한현민)가 떠날 결심을 하고 지하철에 올라탄다. 자신과 함께하는 이에겐 본인이 든 명품 캐리어와 그 안에 든 물건을 선물하겠다며 동행자를 구한다. 우연히 세오를 목격한 소라(이주영)가 그의 일행이 된다. <오마주> 이후 신수원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김희진 작가의 소설 <다른 여름>을 각색한 영화다. 사회로부터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돌연변이’ 세오와 성소수자 소라의 여정이 담겼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걷던 두 사람의 동행은 어느 새 서로의 상처를 꺼내
BIFF #5호 [씨네초이스] 사랑의 탄생 The Mu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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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데 파르시 / 프랑스, 팔레스타인 / 2025년 / 112분 /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9.21 C1 20:00 / 9.24 B2 20:00 / 9.25 B3 16:00
불안정한 연결 탓에 버퍼링이 걸리던 영상 통화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 평범한 순간에 전쟁과 학살의 충격을 덧씌운다.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는 이란 출신의 망명 감독 세피데 파르시와 팔레스타인 가자에 사는 24세 사진작가 파트마가 1년간 나눈 영상 통화의 기록이다. 촬영은 2024년 4월 24일에 시작되어 칸영화제 공식 선정 소식이 전해진 2025년 4월 15일에 막을 내린다. 촬영 종료 불과 한 달 뒤 작품이 공개되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이 얼마나 긴급하게 가자의 소리와 이미지를 담아 세상에 전하려 했는지 실감하게 한다. 2023년 10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타임라인은 파트마가 살아남아 숨쉬고, 이동하고, 새로운 거처를 찾는 모든 순간과 겹쳐 기록되어 있다. 꿈과
BIFF #5호 [씨네초이스]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 Put Your Soul on Your Hand and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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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젠항/홍콩, 중국, 베트남, 한국/2025년/85분/아시아 영화의 창
9.22 B2 19:40 / 9.19 C2 20:00
개인의 삶을 역사의 굴레에 빗대어 말하는 영화는 수없이 많다. 천젠항 감독의 첫 장편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강>도 위의 구조를 따른다. 다만 종래의 영화보다 훨씬 세심하게, 더 감각적으로, 그리고 아주 따스하게 인간의 역사와 도시의 풍경을 대면한다. 주인공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나’다. 감독은 중년 여성 ‘포 와’를 다큐멘터리의 주연으로 다루려 한다. 포 와는 호치민에서 태어났지만, 오랫동안 고향집의 땅을 밟지 못했다. 어릴 적 캄보디아 전쟁에 휘말려 가족과 이별했고, 중국에 정착하려 하자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여러 풍파를 겪어야 했다. 포 와가 품고 있는 한 흑백 사진엔 그가 어릴 적 살았던 집의 기억이 새겨져 있다. ‘나’는 포 와와 함께 이 집을 찾는 길에 오른다. 탐색이 지지부진해질 무렵, ‘나’는 본인처럼 테오추(중국 소수민족)의 혈통을
BIFF #5호 [씨네초이스]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강 The River That Holds Our 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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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비엔베누/프랑스/2025년/82분/오픈 시네마
9.24 BT 20:00
구름 위에 집을 짓고 사는 10살 소년 아르코(오스카 트레사니니). 아르코를 홀로 집에 두고 긴 여행을 마친 부모와 누나는 소년에게 공룡을 만난 후일담을 들려준다. 창공에 살며 백악기로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대. 눈치챘겠지만 <아르코>가 그리는 세계는 2932년 근미래고, 미래학자들의 연구에 입각해 그려진 미래보다 동화에 차라리 가깝다. 아르코가 사는 나라는 12살 미만의 어린이에게 시간 여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년의 호기심은 울타리 너머에 가닿는다. 모두가 여행지에서 복귀한 그날 밤, 아르코는 가족이 잠든 틈을 타 누나의 무지갯빛 비행 망토를 훔쳐 입고 구름 아래로 뛰어내린다. 아르코는 2075년의 어느 미래 도시에 불시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봇 유모 미키(스완 아를로)와 사는 외톨이 소녀 아이리스(마고 린가드 올드라)와 근접 조우한다. 서로에게 미래이자 과거인 소년과 소녀는 무
BIFF #5호 [씨네초이스] 아르코 A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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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부산 어워드 (Busan Award)를 신설,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경쟁부문에 오른 14편의 아시아 작품에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의 시상을 진행한다.
BIFF #5호 [별점] 경쟁작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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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나제르 / 이란, 영국 / 2025년 / 80분 / 경쟁
9.21 BH 16:30 / 9.22 B2 16:30 / 9.25 L7 14:00
이란에서 스코틀랜드로 이주한 하산 나제르 감독은, 이란 문화 전반을 뒤덮은 권위주의적 현실을 두 단어, 곧 ‘허락되지 않은’으로 집약한다. 화면이 열리기 전부터 영화는 이미 문제의 핵심을 드러낸다.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한 탓에 작품 전체가 제한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초반부에는 영상 없이 대화 소리만 등장한다. 관료적 절차나 이민 심문을 받는 여행자의 목소리 등, 규제의 장벽을 실감하게 하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첫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자신의 결혼 문제를 이야기하는 한 남자의 얼굴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풀밭과 전신주 사이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감독과 동승한 여성이 허가 없이 어떻게 촬영을 진행할지 논의한다. 은밀한 촬영, 지하실에서 아이들을 찍는 방식이 그들의 해법이다. 감독은 말한다.
BIFF #5호 [경쟁] 허락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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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 쇼 / 일본 / 2025년 / 88분 / 경쟁
9.24 L7 20:00
한국인 ‘이’(심은경)는 일본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살아간다. 흰 종이 위에 손글씨로 지문을 써내려가는 이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헤어나기 어려운 근심을 품은 듯 들린다. 한글로 쓰인 일기장의 고백을 내레이션 삼아, 우리는 이내 비 내리는 여름 해변에서 만난 두 청춘 남녀의 한철 로맨스를 따라가게 된다. 미야케 쇼가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 <해변의 서경>을 각색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섬마을 10대 버전같은 극중극을 만들어냈다. 우울과 방황조차 생동하는 젊은 남녀의 여름 이야기를 통과한 뒤에도 작가의 혼란은 쉬이 잦아들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은사의 죽음까지 마주한 이는 카메라 하나만 챙겨 든 채 눈 덮인 시골 마을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또한 쓰게 요시하루의 <눈집의 벤씨>를 각색한 것으로,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민박의 주인 벤조(쓰쓰미 신이치)가 뜻밖에도 젊은
BIFF #5호 [경쟁] 여행과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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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 충돌, 충격 혹은 벌레, 벌레, 벌레. 어떻게 읽어도 좋다. <충충충>의 주인공 무리부터가 그 모든 단어 속 함의를 연상시키는 모양새로 엉켜있다. 혼자 사는 용기(주민형)는 외모 강박이 심한 지숙(백지혜)을 짝사랑하고, 덤보(신준항)는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에서 여자 행세를 하며 남성들을 골린다. 그런대로 균형이 맞던 삼각대는 지숙이 전학생 우주(정수현)에게 반하면서 흔들린다. 한창록 감독은 미국에서 벌어진 어느 범죄 일화를 기사로 접하고 나서 이 고등학생들의 파국을 스케치했다. 그 위로 비감이 서린 팔레트를 쏟자 제법 박력 있는 데뷔작이 탄생했다.
- 초고를 쓰게 한 아이디어는 무엇이었나.
2020년쯤 범죄 관련 기사를 읽다가 2017년 미국 워싱턴주 벤턴 카운티에서 일어난 살인 미수 사건을 접했고, 거기서 모티브를 얻었다. 가깝게 지내는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전학생으로 인해 소녀의 삶이 망가졌고, 소년은 소녀의 생일 선물로 전학생을 죽이기로
BIFF #5호 [경쟁] 이 미친 세상을 외면하지 마, <충충충> 한창록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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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계기로 미야케 쇼와 심은경은 처음 만났다. 일본 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접한 심은경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미야케 쇼에게 적극적으로 대담을 청했다. 서로를 향한 창작적 호기심으로 맺어진 인연이 느슨해지기 전에 먼저 팽팽히 잡아당긴 쪽은 미야케 쇼 감독이다. “내가 읽어온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남성 캐릭터였지만 어느날 심은경 배우가 번뜩 떠올랐다. 그녀의 국적, 특유의 분위기나 기질 등을 극속에 담으려 했고 영화가 크게 앞으로 나아갔다.” 심은경이라는 개성 강한 옷을 입은 작가의 방황기에 관해 미야케 쇼는 “딱히 죽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아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 사람이 어딘가 저 너머로 다녀오는 이야기”라고 시구처럼 축약했다. 머물던 곳에서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면 <여행과 나날>은 <연연풍진>(허우 샤오시엔)의 아름다운 한 장면에 버금가는 설원의 터널신을 통과해 우리를 소박하면서도 영화적인 곳으로 데
BIFF #5호 [경쟁] 멀어졌다 돌아오는 어떤 여정, <여행과 나날> 미야케 쇼, 심은경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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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Topic] 오늘의 이벤트
BIFF #5호 [Topic] 오늘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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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나흘 차, 내로라하는 해외 여성 감독들이 부산에 총출동했다. 20일 12시 아주담담 라운지에선 화려한 라인업의 ‘컷! 그리고 액션! : 신인 여성 감독들의 제작 노트’ 행사가 진행됐다. 7인의 여성 감독 자클린 쥔트(<돈 렛 더 썬>), 발렌틴 카디크(<여름의 랑데뷰>), 쥘리아 코발스키(<그녀의 뜻이 이루어질지어다>), 타마라 스테파냔(<아르토의 땅에서>), 트레이시 초이(<걸프렌드>), 찬즈웨이(<10점 만점에 10점>), 라우라 사마니(<그 해, 학교에서>)가 참여해 창작에 대한 소회를 나누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류의 토대를 마련했다.
BIFF #5호 [Topic] 여성 감독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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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이종필, 윤가은 감독의 앤솔로지 영화 <극장의 시간들> 상영관을 찾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영화의전당에서 작품을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에도 끝까지 참석했다. GV 게스트로는 <침팬지>의 이종필 감독, 배우 김대명·홍사빈, <자연스럽게>의 윤가은 감독, 배우 고아성이 함께했다. <침팬지>는 장 뤽 고다르의 <국외자들>을 연상케하는 3인조 친구들의 긴 우정을 극장을 중심으로 묘사한다. <자연스럽게>는 초등생 배우들과 작업하는 젊은 영화감독의 촬영 현장을 따라가는 영화다.
관객 질의응답 차례가 되자 직접 손을 든 이재명 대통령은 작품별 제작비 규모를 물었다. 구체적인 액수를 밝힌 이종필 감독이 “규모가 크든 작든 예산은 항상 빠듯하다”고 덧붙이자 이 대통령은 “영화 산업에 좀더 관심 갖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윤가은 감독은 올해
BIFF #5호 [News] 영화는 매우 큰 산업, 근본부터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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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개된 적 없지만 어쩐지 이미 존재하는 것 같은 영화들이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이 그렇다. <프랑켄슈타인>은 그가 평생 천착해온 괴수 호러의 고전이자 그의 모든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평자들이 줄곧 인용해온 텍스트다. 델 토로 또한 여러 차례 괴물에 매혹된 첫 순간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손꼽았고 <프랑켄슈타인>을 영화화하려는 포부를 밝혀왔다. 어쩌면 델 토로와 그의 팬 모두의 숙원 사업이었을 <프랑켄슈타인>이 마침내 올해 1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씨네21>이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단둘이 만났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아니 이상해서 아름다운 그의 세계를 함께 탐험해보자. 추신. 올해 영화제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놓친 관객은 한탄하지 마시길. <프랑켄슈타인>은 넷플릭스 공개 전 10월 일부 극장 상영이 예정
BIFF #4호 [인터뷰]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가 된다면,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