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완벽한 무인도> -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토닥스토리 펴냄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비채 펴냄
<아이돌 살인> - 이소민 지음 엘릭시르 펴냄
<비교의 산파술> - 김수환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 정명원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8월의 책 – 한여름의 책갈피
-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르 칸이 돌아왔다. 그의 복귀작은 재미와 감동은 물론 인도 사회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는 아미르 칸의 전매특허 코미디 <지상의 스타>다. 스페인영화 <챔피언스>를 리메이크한 <지상의 스타>는 스포츠 드라마로, 화가 많은 농구 코치 굴샨(아미르 칸)의 성장담을 다룬다. 전성기를 뒤로하고 슬럼프에 빠진 굴샨은 직장에서 정직 처분을 받고 급기야 음주 운전 사고까지 낸다. 굴샨은 법원의 사회봉사명령으로 장애인 농구팀을 지도한다. 굴샨과 농구팀은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아미르 칸표 드라마가 다시 통할까? 3년 전 <달려라, 랄 싱 차다>의 실패 이후 긴 공백 기를 가졌던 그의 복귀에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또 지난 3년 사이 인도영화계 또한 여러 변화를 거쳤다. 영화는 보증된 아미르 칸표 맛집 레시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전반적으로 노골적이라는 인상도 강하다. 그간 아미르 칸이 부재한 발리우
[델리] 인도의 국민배우가 돌아오다, 아미르 칸의 신작 <지상의 스타>
-
모든 사람이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보는 것으로 충분한 이도 있다. 모든 사람이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못 가는’ 사정도 다양하다. 그래서 여행 관련 콘텐츠는 여행을 (안)못 가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채널 A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인생에서 한번도 센터였던 적 없는 아이돌 출신 여행 리포터” 강여름(공승연)은 자신과 소속사의 ‘밥줄’ 프로그램인 ‘하루 여행’마저 폐지되자 절망에 빠진다. 그때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이 보낸 고액 수표가 도착한다. 대리 여행을 해달라는 편지와 함께. 그렇게 여름은 난생처음 혼자 부여로 향한다. 이를 계기로 영화감독 지망생이자 방송국에서 영상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연석(김재영)과 여름의 소속사 오구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썸머’라는 대리 여행 전문 여행사를 만든다.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내리막길’을 걷는 전직 아이돌의 성장담과 의뢰인의 사연을 담은 힐링
[오수경의 TVIEW]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
<웬즈데이> 시즌2
넷플릭스 / 8부작 / 연출 팀 버튼, 파코 카베사스, 앤절라 로빈슨 / 출연 제나 오르테가, 에마 마이어스, 스티브 부세미 / 공개 8월6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하드보일드 고스족 소녀의 귀환
하이드와 크랙스톤의 습격으로 예상보다 길어진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를 맞은 네버모어 아카데미와 웬즈데이(제나 오르테가)에게는몇 가지 변화가 생긴다. 방학 사이 훌쩍 큰 동생 퍽슬리가 입학하고, 새로 부임한 교장 배리 도트(스티브 부세미)가 제안한 학교 모금단체의 위원장직을 어머니가 수락한다. 그 일로 웬즈데이의 부모님도 네버모어에 상주하게 된 상황. 온 가족이 학교에 머무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지난 학기에 학교를 구한 일로 전교생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중이다. 음침한 스토커가 붙을 정도로 번거로운 학교생활 속에 설상가상으로 웬즈데이의 환영 능력이 더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환영 속에서 까마귀 떼에 둘러싸여 사망한 이니드(에마
[OTT리뷰] <웬즈데이 시즌2> <에이리언: 어스> <메리 킬즈 피플>
-
-
<모노노케 히메>가 넓은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4K 리마스터링으로 관객을 찾는 <모노노케 히메>는 인간의 원죄를 몸소 통과해가는 아시타카,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에게 분노한 원령공주 산, 살상과 훼손을 당연하게 여기는 에보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정립하는 과정을 담는다. 문명 발전과 생태주의, 자본과 양심, 총포와 햇살…. 비스듬히 반대편에 서 있는 단어들이 30여년 전을 가리키지만 바로 지금 기후 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여전히 경종을 울린다.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완벽주의를 확인하기 가장 좋은 작품이다. 14만4천장의 프레임 중 8만장을 수정했다는 일화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숲과 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파괴적 욕망을 저주받아 마땅한 것으로 묘사하면서 생태를 중요 가치로 여기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념을 투명하게 비춘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셀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coming soon] 모노노케 히메
-
지난 8월9일 오전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는 <킬러들의 수다>와 박정민 배우를 보기 위한 이들로 북적였다. 1년간 배우 활동을 쉬겠다고 말한 그가 <씨네21> 창간 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씨네21>의 제안은 거절을 못하겠어요.” 박정민 배우는 관객과의 대화 초입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데뷔 때 배우로서 <씨네21>의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단 마음이 되게 컸어요. <씨네21> 스튜디오에 가면 옛날 선배님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데, 이분들이 사진을 찍었던 공간에서 내가 사진을 찍는다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그의 말처럼 박정민 배우는 데뷔 이래 수차례 <씨네21>과 만났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파수꾼>이 공개된 이후 지난 15년간 그에 관한 기사가 이 잡지에 실렸으니 30년 세월 중 절반을 동행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희 동네엔 <씨네21>
[씨네스코프] <씨네21> 창간 30주년 특별전 ‘지극히 사적인 영화관’ - 박정민 배우
-
이별을 했다. 오랜만에 밤을 새며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꺼내 봤다. 어떤 영화를 제일 좋아하는지 고를 순 없지만 어떤 영화를 여러 번 봤는지 묻는다면 몇편 꼽을 수 있다. 내겐 <이터널 선샤인>이 그중 한편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익숙하면서도 고사이 살짝 낯설어진 영화는 주로 혼자 밤을 지새워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내 좁은 방문을 두드린다. 이미 아는 내용, 정해진 운명이지만볼 때마다 미묘하게 새로운 기억이 덧씌워지는 기분이라 늘 반갑고 포근하다. 계속 손이 간다. 아마도 그게 내 사랑의 방식이었던 것 같다. 여러 번, 자주, 반복해서 만나는 것. 횟수에서 오는 애정. 함께해온 시간이 내겐 곧 사랑의 증거였다.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늘 마음의 빚이 있다. 내가 가진 마음의 크기는 그게 아닌데, 함께 시간을 보내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 미안해진다. 솔직히 그건 상대에 대한 미안함이라기보다는 내 안에 피어난 자책의 무게일 것이다.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모든 형태의 사랑
-
4K 디지털 복원판으로 개봉한 소마이 신지의 <이사>(1993)와 <여름정원>(1994)을 연이어 관람하면서, 원본의 저력에 다시금 감탄하고 말았다. 세상에 나온 지 30여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곳이 가장 싱싱한 원천이며, 그 사실이 쉽게 갱신되지 않으리라는 예감은 좋은 것일까. 감독들에게는 얼마간 좌절을 안길 일이겠지만, 적어도 평자에게는 그 원류로 부담 없이 돌아가 언제든 빠져 놀 수 있으니 즐거운 일이다. 그런 흥분을 새삼 안겨준 몇몇 장면들을 면밀하게 되짚어보고 싶다.
아빠와 어린 딸이 화면을 누비며 친밀하게 몸을 부딪쳐 놀고 있다. 오늘은 아빠가 집을 떠나는 날. 저 멀리 이삿짐이 실린 트럭이 보이자 잘 지내라는 말을 뒤로한 채 아빠가 화면 후경으로 멀어져 차에 오른다. 숏의 말미,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딸이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다음 장면에서 딸은 마치 도망가는 아빠의 숏을 붙잡으려 맨몸으로 그 숏에 뛰어든 사람처럼 트럭 꽁무니를 쫓아
[남다은 평론가의 RECORDER] 혼자서 전진하는 아이에게 <이사> <여름정원>
-
비누가 사는 보광동 집 옥상에선 한남대교와 그 건너편 건물들이 한눈에 보였다. 해가 들지 않아 집 전체에 곰팡이가 코팅된 것 같다며 우는소리를 하던 비누는 이사 후로 줄곧 집 고치는 일에 중독돼 있었다. 어떤 날엔 침실에 벤자민 무어 페인트를 바르고, 어떤 날엔 욕실 전체에 조각 타일을 붙이면서.
비누의 집은 이슬람 사원과 도깨비시장을 지나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 안으로 한참 동안 들어가야 나왔다. 이태원역 인근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어둡고 조용한 보광동의 언덕. 나는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늘 대구의 외갓집을 떠올렸다. 작고 오래된 건물들이 퍼즐 조각처럼 다닥다닥 맞물려 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하나의 집인지, 또 무엇이 집의 대문이며 옥상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도심 속 산동네. 집을 단번에 찾지 못해 엉엉 울고, 수세식 화장실 구멍에 빠져 엉엉 울고, 눈 쌓인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엉엉 울던, 엉엉 마을. 비누의 집에 도착할 무렵엔 그런 묵은 기억에 시달리느라 늘 진이 빠져 있었다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그 속에 내 몸이 다 타도록, < Temptation >
-
오늘날 한국영화는 어떤 능력을 묘사하며, 어떤 능력을 요구하는가. 영화 속 주인공이 소유한 능력에는 관객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다. 그들이 가진 능력은 오늘날 그 능력이 필요함을, 혹은 그와 같은 능력이 결핍되었음을 드러낸다. 능력에 있어 타고난 것을 노력보다 우위에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평탄한 삶을 산 천재는 그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영화는 가진 자는 잃어버리고, 없는 자는 갖게 되는 드라마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편 타고난 것과 노력해서 얻은 것 사이에는 우연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상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우연을 남발하는 영화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겠지만, 능력의 관점에서 우연은 가진 것의 행운과 가지지 못한 것의 불운이라는 양자택일을 잠시 벗어나게 만든다.
타고난 과거
과거는 영화에서 중단될 수 없는 소재다. 시대를 실제 경험했는지와 관계없이 과거는 미래보다 더 구체적이며 그럴듯한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과거를 향수의 대상으로 채색한 뒤
[비평] 한국영화가 (초)능력을 다루는 방식, 김소희 평론가의 <승부> <하이파이브> <바이러스>
-
미셸 푸코에 대한 숱한 오독(誤讀) 가운데 흔한 사례는 ‘감시와 처벌’과 관련한 그의 담론을 권력에 관한 크리틱으로만 읽는 것이다. 이같은 오해는 전공 연구자들에게서조차 종종 발견되다 2000년대 들어 그의 강의록과 에세이가 사후 출간되면서 차츰 바로잡혀가는 분위기다. 푸코는 사망 2년 전인 1982년 에세이 <주체와 권력>(The Subject and Power)에서 “지난 20년간 내 연구의 주된 주제는 권력이 아니라 주체”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 논지를 거칠게나마 정리하자면 파놉티콘 꼭대기에 감시 권력이 있으므로, 문제는 저 위의 권력이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겠는 피감시자들이 스스로를 통제하고 규율하면서 ‘만들어지는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감시하는 권력과 감시당하는 주체 중 어느 한쪽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세계의 실체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며,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또한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
[비평] 권력과 주체, 송형국 평론가의 <전지적 독자 시점>
-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다. 누구나 <스탑 메이킹 센스>를 보고 나면 토킹 헤즈를 더 알아가고 싶을 것이다. 어느 앨범부터 들어야 할까. 관련 영화는 무얼 더 봐야 할까. 입덕 부정기조차 없이 영화를 계기로 토킹 헤즈에 빠진 독자를 위해 <씨네21>이 특별한 손님을 지면에 초대했다. 토킹 헤즈의 한국어 팬페이지 토킹헤즈넷(talkingheads.net)과 토킹헤즈넷의 X(옛 트위터) 계정을 오랫동안 가꿔온 운영자 ‘psychokiller’다. 그가 직접 소개하는 토킹 헤즈의 디스코그래피 중 놓치면 후회할 다섯 순간을 전한다.
《No Talking Just Head》(1996)
밴드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Naked》(1988) 이후 침묵하던 토킹 헤즈. 드러머 크리스 프란츠는 당시 갈등을 겪고 있던 데이비드 번에게 새 앨범 발매를 제안하지만 번은 이를 거절했고 토킹 헤즈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나머지 멤버들은 이름에서 ‘토킹’(Talking
[특집] 좋아하게 될 거야, 토킹헤즈넷 운영자가 추천하는 ‘이것만은 꼭’
-
<스탑 메이킹 센스>의 연출과 촬영은 특별하지 않다. 이것이 이 다큐멘터리영화의 특별함이다. 가장 단순하고 미니멀한 촬영으로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공연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다.
“천국은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 그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는 곳”이란 토킹 헤즈의 <Heaven> 속 가사처럼. 좋은 다큐멘터리는 세상의 좋은 풍경들이 스스로 말하도록 기다리며 관조한다. 카메라는 스스로 일어서는 대상의 이미지들을 정직히 기록하고 흩어진 이미지가 서로 만나 서로를 빛낼 수 있도록 촬영된 풋티지들을 편집이란 이름으로 배치하며 컷들의 이어짐 사이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귀 기울인다. <스탑 메이킹 센스>는 <양들의 침묵>의 조너선 드미 감독이 연출을 하고, 이 영화보다 3년 전 완성된 <블레이드 러너>를 촬영한 조던 크로넌웨스가 촬영감독을 맡았다. 강력한 비주얼 표현을 갖고 있는 두 장인이 만났지만 그들은 토킹 헤즈 공연 촬영장에
[특집] 비움과 관조의 미학, <스탑 메이킹 센스>의 촬영 분석
-
<스탑 메이킹 센스>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1979년 여름. 조너선 드미는 뉴욕에서 토킹 헤즈의 콘서트를 관람한 후 이들의 팬이 된다. 1983년 여름. 드미는 다시 한번 로스앤젤레스에서 토킹 헤즈의 라이브를 접하고 이들에게 공연을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건넸다. 토킹 헤즈는 영화에 대한 창작자로서의 권리와 소유권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음반사로부터 선지급금을 받아 영화 제작비를 자체 조달했다. 그해 12월 조너선 드미와 토킹 헤즈는 할리우드의 판타지스 극장에서 총 나흘간의 촬영에 돌입한다. 나흘의 공연 중 베스트컷을 이어붙여 한편의 영화를 만든 것이다. 한 프레임에 동원되는 카메라의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 공연은 한쪽 앵글에서만 촬영됐다. 1일차는 공연장 오른쪽에, 2일차는 공연장 왼쪽에 카메라를 고정하는 식이었다. 조너선 드미는 카메라에 보이는 쇼의 모습이 실제 관객의 육안과 동일하길 바랐다. “훌륭한 순간 하나를 오래 잡아두는 데서 더 큰 힘이 나온다고 믿
[특집] 걸작이 걸어온 40년의 시간, <스탑 메이킹 센스>를 향한 네 가지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