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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로 접어든 영화제가 스타들의 열기로 채워지고 있다. 영화의전당 BIFF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여러 오픈토크와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진행된 두 개의 액터스 하우스로 팬들의 걸음이 유독 분주했던 하루. 어느덧 가을의 색으로 멋내고 관객과의 만남을 가진 배우들의 빛나는 면면이 여기 있다.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 초청작 <대홍수>로 부산을 찾은 배우 김다미와 김병우 감독이 밝은 포즈로 야외무대 관객과 첫인사를 나눴다.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벌어지는 이야기를 설명하는 김다미의 얼굴은 재난극보다는 멜로드라마 그 자체!
인공지능 연구원이자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엄마 안나를 연기한 김다미가 물과의 사투를 설명 중이다. “수영과 잠수 연습에 매진했다. 그럼에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상상 이상으로 물이 많이 나와서 놀랐다. 물 속에서의 얼굴 표현에 대해서도 새롭게 연구하는 시간이었다.”
일본 보이 그룹 스톤즈 출신의 배우 마츠무라
BIFF #4호 [화보] 가을이 왔고, 별들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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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설되어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액터스 하우스가 9월 18일과 19일 네 명의 배우에게 집 열쇠를 건넸다. 각자 한 시간 동안 집의 주인이 된 배우 김유정, 손예진, 니노미야 카즈나리, 이병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무대 인사나 관객과의 대화 같은 행사와 달리 액터스 하우스는 오직 한 명의 배우에게만 집중하여 그의 삶과 필모그래피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특별하고 친밀한 시간을 선사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이들은 스타의 팬, 영화의 관객, 배우를 꿈꾸는 학생이자 한 사람의 인생에 호기심을 품은 또 다른 인간으로서 네 배우의 집, 그보다 넓은 네 개의 우주를 여행했다.
니노미야 카즈나리
9월 19일 오후 4시 30분. 영화 <8번 출구>로 부산을 찾은 배우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액터스 하우스는 한일 양국 팬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아이돌 아라시의 니노’와 ‘배우 니노’를 모두 사랑하는 이들이 한데 모인 이 집은 그
BIFF #4호 [스페셜] 액터스 하우스에서 거장의 클래스로, 올해의 액터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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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하 ACFM)이 9월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지난 해 기준 해외 참가자가 전체의 57%를 차지하며 글로벌 마켓으로 성장한 ACFM은 올해 3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예상하고 있다. 31개국 289개 기관 및 업체가 세일즈 마켓에 참여하며, 16개국이 국가관을 운영한다. 유럽영화진흥기구(EFP) 엄브렐러 부스도 이에 함께한다.
2025년에 주목할 신설 프로그램은 ‘이노아시아(InnoAsia)’다. 첨단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융합하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이노아시아는 기술 전문가들과 영상산업 관계자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전시 부스, 기술이 영화의 미래에 가져올 새로운 기회를 탐구하는 컨퍼런스,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 행사, 창작자를 위한 AI 부트캠프, 제작 중인 AI 영화 및 기술 융합 콘텐츠를 선보이는 WIP 쇼케이스가 마련되어있다. ACFM을 통한 국가 간 협력을 추구하는 ‘디 에이(
BIFF #4호 [News]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가 여기에, 제20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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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에게 수여됐다는 영화적 사건은, 단지 한 예술가가 이룬 미학적 성취를 조명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 이르는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의 영예를 안는 동안, 감독은 15년간 이란으로부터 법적 제제를 받아왔다. 그렇기에 감독의 영화는 치안적인 것을 분열시키는 정치적인 표현으로 간주되곤 했다. 영화감독을 향한 뼈아픈 박해는 역설적이게도 영화사에 찬란한 흔적을 남겨왔다. 대표적으로 나치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프리츠 랑, 2차세계대전을 겪으며 멕시코로 망명한 루이스 부뉴엘을 언급할 수 있다. 동시대 감독으로는 태국 정권의 끊이지 않는 검열에 저항하기 위해, 검은 화면을 영사하거나 자국에서 장편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을 떠올릴 수 있다.
자파르 파나히의 여정은 이들과는 식별되는 것인데, 그는 영화를 찍을 수 없는 상황에도 이란에서 영화를 줄
BIFF #4호 [스페셜] 동시대 시네마의 역설, 자파르 파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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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지속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되풀이하는 모티프. 이광국 감독에게는 자살이 그런 소재다. 데뷔작 <로맨스 조>에서부터 근작 <동에 번쩍 서에 번쩍>에서까지, 그는 스스로 택하는 죽음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말해왔다. “한국은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하는 나라다. 한 사람이 그리 떠나면 주변 10명 정도가 자살 고위험군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들은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고인의 상태를 몰랐느냐는 폭력적인 언행에까지 노출된다.” 이광국 감독은 이러한 현실을 정리한 실제 자료들을 접한 뒤 자살 유가족에게 <단잠>을 안기고 싶었다. “남편을 잃은 인선(이지현), 아빠를 잃은 수연(홍승희) 모녀가 잠깐이라도 깊은 잠을 잤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목을 붙였다.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연출은 피했다. 대신 그들이 느낄 절대 고독이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가까운 누군가 혹은 언젠가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을 전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 영
BIFF #4호 [인터뷰] 알 수 없음’에서 오는 고통을 알아가기, <단잠> 이광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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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 서점 가판대에 놓인 소설 <다른 여름>의 표지가 신수원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남자가 캐리어를 들고 있었는데 계속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미지였다. 소설을 읽어보니 주인공 세오가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흑인, 일종의 돌연변이란 설정이었다. 원작은 멜로의 성격이 강하지만 나는 ‘돌연변이’라고 표현되는 소수자성이 흥미로웠고 이에 관해 더 탐구해 보고 싶었다.” 이후 판권을 구매한 뒤 각색하는 과정에서도 신수원 감독은 정체성에 관한 세오의 고민과 그로 인한 여정에 초점을 맞췄다. <사랑의 탄생>에서 세오(한현민)는 차별적 시선을 피하기 위해 백호 탈로 외모를 가린 채 아르바이트를 한다. 돌연 명품 캐리어를 구입한 세오는 지하철에 올라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캐리어와 안에 든 물건을 주겠다’고 소리친다. 우연히 세오와 마주친 소라(이주영)가 그의 여정에 함께하기 시작한다.
세오는 배우 한현민이, 소라는 배우 이주영이 연기했다.
BIFF #4호 [인터뷰] 나란히, 세상 밖으로, <사랑의 탄생> 신수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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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아시안 부부 겐지(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제인(계륜미)은 <디어 스트레인저>의 두 기둥이다. 부부가 겪는 일상의 균열과 정념의 대치가 영화가 직조한 ‘폐허’의 세계를 완성한다.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보여주는 서늘한 분노의 얼굴은 그 어떤 외적 폭력보다도 강한 긴장을 부른다.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그의 과정을 부산에서 목격했다.
- ‘세계에는 갑자기 불합리할 정도로 일상을 무너뜨리는 사태’가 일어나며, 이에 대해 겐지가 보이는 반응을 집중해서 탐구했다는 말을 남겼다. 이러한 측면에서 겐지는 <드라이브 마이 카> 속의 인물 가후쿠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긴 하지만, 유사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가후쿠는 질문에서 언급한 그런 사태들에 대해 눈을 감고 전부 묻어둔 채 조용히 살아가려는 인물이었다. 반면에 겐지는 더 충동적이고 이런 사태들을 어떻게든 해결하려 애쓰는 인물이다. 그런 노력이 결국 상황을 악화하게
BIFF #4호 [인터뷰] 세계가 나를 부정할 때, <디어 스트레인저> 니시지마 히데토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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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윤지(심수빈)의 선택을 궁금하게 만든다. 윤지와 불륜을 하던 담임선생은 윤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돌연 종적을 감춘다.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하던 윤지는 결국 임신 중지를 결심하고, 그런 윤지의 결심을 깨달은 건 기숙사 룸메이트 경선(이지원)뿐이다. 유재인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지우러 가는 길>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사전제작 과정 및 장편제작연구 과정의 졸업 작품이다. 쫓고 쫓기는 윤지와 경선의 여정은 임신과 출산에 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족의 의미에 관한 논의로 확장해 나간다.
- 첫 장편 데뷔작으로 파격적인 소재를 택했다. 언제부터 구상하던 이야기인가.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소재다. 본래는 더 어린 여자 중학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윤지라는 아이가 선생님과 사랑해서 임신을 했는데 갑자기 윤지가 사라져 버린다. 반장과 몇 친구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윤지를 찾아 나선다는 구성이다. 이 기획의 트리트먼트로 한국영화아카데미
BIFF #4호 [경쟁] 낙인의 자리, 가족의 의미, <지우러 가는 길> 유재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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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데뷔작이다.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고양이를 놓아줘>는 외면적으로 적은 부피의 영화처럼 보이지만, 무척이나 높은 밀도를 지니고 있다. 이야기는 예술가 부부인 모리와 마이코가 이어가는 일상, 그리고 모리가 옛 연인 아사코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로 구성돼 있다. 이 속에서 모리와 마이코의 예술 작업은 그들의 감정과 공명하며 여러 심상을 촉발한다. 모리와 아사코의 기억이 교묘하게 흩어지고 합쳐지는 과정에선 대담한 영화적 구조가 드러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고양이를 놓아줘>는 과하지 않게 우리의 온갖 감각을 자극한다. 삶을 통과하며 으레 겪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이 내러티브의 모티프로 작용하면서 공감각적인 감상을 유도한다. 그의 답변 역시 무척이나 섬세하게, 영화가 주었던 상쾌한 감각들을 상기하게 했다.
-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단편 <창문>에 이어 <고양이를 놓아줘>에서도 관계의 정체를 겪고 있는 커플이 극의 주인공이
BIFF #4호 [경쟁] 부드러운 해방의 순간, <고양이를 놓아줘>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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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야 다이스케/일본/2025/102분/경쟁
9.20 BH 15:00 / 9.21 B2 14:00 / 9.23 L7 12:00
이야기는 단출하다. 음악을 만드는 남편 모리, 사진을 찍는 아내 마이코가 바지런히 생활하고 창작하는 모습이 시나브로 화면을 뒤덮는다. 마이코는 꽤 성대한 개인전을 열 만큼 사진작가로서의 훌륭한 경력을 쌓고 있다. 반면에 모리는 마땅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며 정체해 있다. 음향 효과 제작 같은 부업으로 근근이 벌이를 유지하는 중이다. 특별히 나쁘지 않아 보이던 둘의 감정선은 서서히 균열의 장으로 들어선다. 부부인 동시에 예술가 동료인 두 사람은 서로의 창작 과정에 조금씩 개입하고 미묘한 불편함을 유발한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 탓에 둘만의 애틋한 시간은 점차 줄어들기만 한다.
언뜻 보면 밋밋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양이를 놓아줘>는 한순간도 화면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기묘한 연출을 선보인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밤늦은 시간 모리가
BIFF #4호 [경쟁] 고양이를 놓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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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록/한국/2025년/87분/경쟁
9.20 BH 11:30 / 9.21 B3 16:30 / 9.23 L7 18:00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첫선을 보이는 한창록 감독의 데뷔 장편 <충충충>은 고등학교 생활을 끝없는 고통이 이어지는 무자비한 연옥으로 그린다. 이 작품은 낙제생 아웃사이더 삼총사를 따라가며, 새로운 전학생의 등장으로 인해 제어할 수 없는 사춘기의 분노로 진동하는 우정을 그린다. 매일 겪는 패배와 가슴앓이는, 아직 미숙한 젊음 때문에 한층 더 생생하고 거칠게 다가온다.
지숙(백지혜), 용기(주민형), 덤보(신준항)는 어린 시절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였다. 서로의 곁에서만 위안을 찾던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가 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학대를 겪은 지숙은, 얼굴 없는 온라인 팔로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좇으며 거식증에 시달린다.
암울했던 유년 시절, 지숙이 기대어 울 수 있게 어깨를 내준 그때부
BIFF #4호 [경쟁] 충충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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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부산 어워드 (Busan Award)를 신설,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경쟁부문에 오른 14편의 아시아 작품에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의 시상을 진행한다.
BIFF #4호 [별점] 경쟁작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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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한국/2025/145분/비전-한국
9.21 L3 19:40 / 9.22 L10 12:30 / 9.23 KT 19:00 / 9.25 C3 09:30
피터 위어의 <트루먼 쇼> 속 한 장면. 트루먼의 카 오디오에서 스태프의 무전이 흘러나오고, 당황한 제작진의 리셋 신호에 거리는 일제히 정지한다. 김덕중의 <트루먼의 사랑> 속 한 여자도 유사한 상황을 겪는다고 고백한다. ‘에러’로 인해 세계에 오류가 발생하면 자신 같은 ‘트루먼’만이 중단된 세상의 예외가 된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여자를 만난 남자는 시간이 흘러 자신도 트루먼일지 모른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거짓말을 밝히려는 진짜들의 추적기인가. 혹은 모두가 속고 있는 세상 속에 남겨진 이들의 로맨스일까. 버그가 발생한 소프트웨어처럼 <트루먼의 사랑>의 라이어 게임에는 모호함으로 가득하다. 스스로 기꺼이 미로가 되기를 자청한 영화는 감독의 인장과도 같은 대화 장면과 교차하며 전례 없는
BIFF #4호 [씨네초이스] 트루먼의 사랑 The Love of Tr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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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석/한국/2025년/98분/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9020 B2 09:00 / 9.24 C3 10:00
유종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아>는 정체를 쉬이 파악할 수 없는 영화다. 숱하게 보아온 곤란에 처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듯싶더니 미묘하게 장르의 변주를 시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제 이름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 서러운 인물들의 황량한 내면 풍경에 도달한다. 묘하게 변모하는 영화의 시작은 한 여인의 이야기다. 원무과에서 일하는 서림(강해림)은 곤경에 처해 있다. 궁핍한 생활이 오래된 듯 여러 달 보험료를 미납한 상태고 사채에도 손을 대 쫓기는 신세다. 게다가 혈혈단신인 그녀에게 못났긴 해도 의지가 되었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진다. 그 와중 서림은 우연히 숨이(배강희)를 만나는데, 그녀는 서림의 쌍둥이 동생 희림(강해림)의 죽음에 연루된 인물이다. 영화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고 한데 모으며 급격한 전환을 시도하고 긴장을 조성한다. 그리고선 뼛속까지 스미
BIFF #4호 [씨네초이스] 미아 Be My 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