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찾아온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팔콘이었던 샘 윌슨은 방패와 날개의 새 주인이 되어 다음 챕터의 문을 연다. 무엇보다 슈퍼 솔저 혈청이 없어 초자연적인 힘에만 의지하지 않는, 이전 영웅과 사뭇 다른 면모는 마블 히어로 세대교체의 선명한 구분선이 될 것이다. 힘은 어디서 오고,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모든 영웅담의 발로가 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시 샘 윌슨이 된 배우 앤서니 매키를 직접 만났다.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이 대화는 예상보다 경쾌하고 가벼워서 웃음과 쉽게 뒤섞였다.
- 이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와 다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가장 큰 차이점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에게 혈청이 없다는 거다. 마블 세계관에서 슈퍼 솔저 혈청은 초대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의 초자연적 신체 능력의 근원이다. 나의 샘 윌슨이 위험에 직면하는 방식이나 장애물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스티브 로저스의 것과 많이 다르다. 그들은 문제가 생기면 주먹 한방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펀치뿐만 아니라 재치도 활용해야 하고 의사소통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기도 해야 한다. 이런 지점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히어로를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새 캡틴 아메리카로서 보여줘야 할 중요점은 무엇이라고 판단했나.
내가 마블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마블이 항상 영화의 첫 10분을 캐릭터 설정과 영화 설정을 보여주는 데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터 화려한 액션신을 맛보면서 나도 모르게 ‘와 이거 마음에 드는데?’ 하는 느낌을 받는다. 첫인상부터 강렬하게 사로잡는 것이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도 마찬가지다. 초반부터 압도적인 액션으로 시선을 휘어잡아서 히어로물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누구인지, 어떻게 샘 윌슨이 캡틴 아메리카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 그의 (정서적·지위적) 성장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관객과 샘의 첫 만남을 잘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지 않나. 첫인상이 중요하다.
- 그렇다면 자신만의 고유한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나는 샘이 군인이자 인도주의자로서 정직하고 우직하게, 또 혁명적인 모습으로 보여지길 바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런 성정의 인물로 인식하도록 나부터 샘을 제대로 이해해야 했다. 우선 그를 인간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책임과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잘 아는 인물로 그려내고자 말투나 표정에 신경 썼다. 우리가 지켜봐온 스티브 로저스는 외계인 군대와 맹렬하게 싸워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캐릭터지만 나는 한명의 거대한 외계인과 대적한다. 그런 만큼 어떻게 해야 이 싸움을 효과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드러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했다. 내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했다.
-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팔콘이었던 샘 윌슨이 이제 한편의 영화를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도전적인 부분이 있다면.
모든 과정이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나는 주연이 처음이다. 감독과 스태프들, 배우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 세계관을 통해 캐릭터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는 그냥 스크립트를 받아들고 촬영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많은 것을 작품에 불어넣어야 했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거나 제작진의 인사이트를 빠르게 이해해야 했다. 그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 그 어려움을 어떻게 돌파했나.내 이야기를 들어줄 때까지 소리 질렀다. 농담! (웃음) 그래도 연기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인물을 어떻게 체화하는지 잘 안다. 나와 샘 윌슨 사이의 교집합이나 공통점을 잘 돌아보려고 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각본가이자 연출자인 줄리어스 오너 감독에게 많은 것을 묻고 의논했다. 머릿속에 많은 것을 구상한 작가와 연출자도 직접 당사자가 돼본 사람만큼 상세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나와 캐릭터, 작품을 위해 이것저것 제안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나도 성장한 것이다.
-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인 방패를 써본 경험은.이거 진~짜 무겁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지만. 이렇게 팔을 안쪽으로 구부리고 6kg짜리 방패를 든 채 계속 서 있으면 정말 힘들다. 뭐랄까, 일종의… 체벌 같다. (좌중 폭소) 근데 그것보다 더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날개! 날개가 훨씬 더 크다. 촬영장에서 날개를 펼치면 나는 정말 작디작은 인간처럼 보였다.
- 무수한 액션신을 촬영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훈련을 더했나.
레드 헐크와 대적해야 하는데 몸이 너무 작으면 관객 입장에선 시각적으로 영화가 와닿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몸을 벌크업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 하루 일과도 엄청 단조로웠다. 헬스장 가서 푸시 앤드 풀 기구를 하다가 치킨 스테이크를 먹고 또 헬스장에 가서 푸시 앤드 풀만 했다. 하루 종일. 진짜 하루 종일…. (이 뒤로도 앤서니 매키는 “하루 종일…”이라는 말만 세번 반복했다.)
- 장군에서 대통령이 된 테디어스 로스 역으로 배우 해리슨 포드가 함께했다. 그와의 에피소드를 말해준다면.
정말 놀랍게도 이번이 해리슨 포드와의 두 번째 작품이다. 20여년 전 그의 영화 속에서 아주 작은 역할로 나온 적 있다. 해리슨에게 나를 기억하는지 물어봤는데 기억난 듯한 표정으로 “그때 얘긴 하지 말자…” 하더라. (웃음) 해리슨은 정말 겸손하고 젠틀한 배우라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 그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