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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사업의 일환으로 1970년대 북한에 가서 돌아오지 못한 9만 4천명의 재일동포. 그 중 세 명이 양영희 감독의 오빠다.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은 체제와 이데올로기로 인해 선택권을 박탈당한 감독 자신,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였다. <가족의 나라>는 그녀가 차마 다큐멘터리에 넣지 못하고 꼭꼭 눌러놓았던 남은 이야기를 토대로 한 극영화다. 기교나 수식 없이 들려주는 그녀의 아픈 속엣말은, 듣는 이에게도 고스란히 감정의 파고를 일으켰다.
-<굿바이, 평양> 때 극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었는데, 극영화는 어떻게 현실화된 건가.
=가와무라씨(제작자)가 정말 크레이지한 사람이다. (웃음) 내 다큐멘터리를 잘 봤다며 한번 만나자고 하더라. 양영희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를 만들어야 된다며, 이야기가 있냐고 하셨다. 사실 그냥 한번 해본 소리려니 했는데, 3일 후에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벌써 프로덕션 스케줄을 다 짜
[interview] 조국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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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꽃>은 고교시절 친구들 틈에 끼여 윤간에 가담한 한 청년이 10년 뒤 자신의 죗값을 치르는 이야기다. 문제적 데뷔작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돈구 감독은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고,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배우 출신 감독이다.
-연기와 연출을 오간 이력이 눈에 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턴 잇 업>에 출연한 게 시작이었다. 영화 촬영장을 기웃거리면서 자연스럽게 연출에 욕심이 생겼다. 대학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연극 두 편을 하고 1년 정도 영화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잘 안됐다. 그러다 연출을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이상하게 설레더라. 류승완 감독님처럼 연기와 연출을 모두 잘 하는 영화인이 되고 싶다.
-<가시꽃>을 만들게 된 계기는.
=성범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아니 그런 사건을 접하면 마음속에서 분노가 크게 일었다. <가시꽃>은 ‘성범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이 단 한줄만 생각하며 찍은 영화다.
[cine talk]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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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한 청년이 스윽 들어온다. 이름은 브랜든 크로넨버그. 크로넨버그? 그 크로넨버그? 그렇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아들 맞다! 그는 24살이 되었을 무렵 문득 인생을 결정한다. 아버지처럼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밴드도 하고 소설도 쓰고 일러스트도 하고 비주얼 아트도 하면서 지냈는데, 이렇게 분산하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에 집중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래서 영화를 택한 거다.” 그렇게 장장 8년이나 걸려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항생제>는 그러니까 대학을 다니던 그때 이미 구상된 작품이다.
“대학 시절에 독감에 심하게 걸린 적이 있는데 그때 열에 들떠서 꿈을 꿨다. 그때 소재를 얻었다”. 데뷔작 <항생제>에 대한 설명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아니랄까봐 영화 분위기도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유명 인사들의 바이러스를 열혈 팬들에게 판매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타인의 신체를 둘러싼 기묘한 병적 분위기가 영화
[cine talk] 아버지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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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그날, 배우 김지영은 식욕을 잃었다. “<터치>의 수원은 아이를 보호할 방법도 힘도 없는 엄마다. 나는 아이와 먹고 놀며 즐겁게 지내던 때였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나조차 잠도 못 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생계를 위해 간병인으로 일하는 아내이자 엄마인 수원은 어느 날, 성추행을 당한 딸 앞에서 절망한다. 그런 그녀가 딜레마에 놓인다. 딸을 성추행한 소년의 엄마는 죽어가고 있는 상황, 영화는 수원에게 그녀를 살릴 것인지, 말 것인지를 묻는다. 김지영이 연기해온 여자들과 수원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연기했던 많은 엄마들과 달리 수원은 “실제 현실의 고통과 위태로움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여자다. “배우로서는 열정과 흥분의 도가니였다. 욕심도 났고, 잘할 수 있을 것도 같았고.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두려웠다. 그때 (유)준상오빠가 그러더라. 받아들이라고. 이건 너의 몫이라고.” 김지영은 <터치> 속에
[people] 지금껏 보지 못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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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이탈리아의 작가 콜로디가 발표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이 엔조 달로 감독의 손에서 다시 탄생했다. 엔조 달로의 <피노키오> 속 피노키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주인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도 더욱 다양해졌다. 콜로디가 쓴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가져와 가장 원작과 가까운 피노키오를 만날 수 있다는 점,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로렌조 마토티의 삽화, 올해 3월1일 별세한 이탈리아의 국민가수 루치오 달라의 음악이 엔조 달로의 <피노키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조 달로의 상상력이 더해져 <피노키오>는 원작보다 훨씬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그저 부모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교훈보다는 제페토와 피노키오를 통해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부모는 종종 자신과 아이를 동일시해 아이에게 자신의 뜻을 강요하지 않나. 그러나
[people] 부모와 아이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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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엄마. 오빠. 아라타(왼쪽)와 안도 사쿠라가 <가족의 나라>에서 자주 쓰는 한국어다. 아마 대부분의 재일동포들이 가족을 지칭할 때만큼은 한국어를 썼을 것이다. 일본인인 두 배우에게도 이 단어들은 <가족의 나라> 속 성호와 그의 동생 리에를 받아들이는 첫 번째 단서였을지 모른다. 리에를 연기한 안도 사쿠라는 “양영희 감독이 연출한 <디어 평양>을 시나리오보다 먼저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국가 간의 관계보다 이 가족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아라타 역시 다큐멘터리를 먼저 보았다고 한다. “양영희의 삶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의 가족이 살아왔던 증거들을 나도 피부로 느껴보고 싶었다.”(아라타)
양영희 감독은 “오빠와 헤어졌던 시절, 자신이 했던 생각과 얼굴에 쓴 표정들을 두 배우의 연기를 통해 다시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연기에 담은 진심의 힘이 촬영 기간 내내 감독
[face] 아직도 떠나지 못한 어떤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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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레드카펫 행렬과 무대인사는 쭉 계속된다. <B.E.D>부터 <도둑들>, <은교>, <미운오리새끼>, <창수>, <내가 고백을 하면>의 주역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기다리던 관객에게 미소로 보답했다. 스타들의 환한 웃음과 그 밖의 요모조모를 화보에 담았다.
“은교구나. 은교가 왔구나.” <은교> 무대 인사에 오른 배우 박해일, 김고은, 정지우 감독.(왼쪽부터)
“나도 알고 보면 귀여운 남자!” <코뿔소의 계절>을 연출한 바흐만 고바디 감독.
곽경택 감독이 <미운오리새끼> 출연진과 함께 고향땅을 밟았다.
오늘은 창정이 아니에요. <창수>에요! <창수> 무대인사에 오른 배우 임창정.
여신의 손길이다! <도둑들> 야외 무대인사에 입장하는 배우 전지현.
<B.E.D>가 ‘RED’ 카펫에 떴다! 갈라프레젠테이션 행사에 참석한
[화보] 은교와 창수 그리고 여신 전지현의 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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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부산국제영화제 '도둑들' 무대인사.
[17th BIFF] 김윤석,"스타 없고 배우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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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부산국제영화제 '광해, 왕이 된 남자' 오픈토크.
[17th BIFF] 류승룡,"이병헌과 동갑, 내가 4개월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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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부산국제영화제 '자칼이 온다' 무대인사.
[17th BIFF] 송지효-김재중 ‘부산 팬에게 깜짝 노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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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부산국제영화제 '회사원' 무대인사.
[17th BIFF] 소지섭-곽도원, ‘해운대 야외무대서 트윙클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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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BIFF 뜨거운 현장속으로
[화보] BIFF 뜨거운 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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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맹목적인 기회>(1981년)는 사소한 우연으로 인해 전혀 다른 세 가지 인생을 살게 된 의대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바르샤바행 열차를 타느냐 놓치느냐에 따라서 공산당원이 되기도, 반체제 인사가 되기도 하며, 마지막 버전에서는 정치와는 무관한 의사의 삶을 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 갈래 길은 모두 철저한 실패로 끝이 난다. 어떠한 경로를 가더라도 결국 교착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회의적인 현실인식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맹목적인 기회>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운명에 천착했던 감독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알레고리적 독해가 비교적 용이한 영화에 속한다. 주인공이 느끼는 무력감이 1980년대 초 폴란드의 불안한 정치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영화계의 혁신
폴란드 영화, 적어도 이번 ‘폴란드 인 클로즈업: 폴란드의 거장들’ 특별전을 통해서 소개될 영화들에는 일종의 시대적 ‘우수’가 관통하고 있다. 전쟁과
[special] 인간의 조건, 영화의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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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북 투 필름’ 행사를 선보인다.
=공식적인 교류 루트가 없는 출판산업과 영화산업, 양쪽을 맺어주는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Books at Berlinale’, 대만 금마장영화제의 ‘Book Meets Film’등 해외에도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국내에 이런 행사가 없어서인지 영화 프로듀서뿐 아니라 방송국 드라마국 같은 데서도 문의가 많이 오더라.
-아시아필름마켓의 목표는 무엇인가.
=마켓들도 경쟁을 한다. 칸마켓이 가장 크고, 베를린마켓, 아메리카필름마켓이 그 다음 가는 마켓들이다. 아시아에서는 홍콩필름마트가 제일 크다. 부산의 아시아필름마켓은 홍콩 다음 가는 마켓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기본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서비스나 인프라에서도 이점이 있다. 아시아에서 상반기를 대표하는 마켓은 홍콩, 하반기를 대표하는 마켓은 부산이 되도록하는 게 목표다. 또 하나,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special] 남동철 아시아필름마켓 실장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