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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의 ‘불편한 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진실: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는 것. 미추야말로 객관성을 따질 수 없는 가치라고들 하지만, 미추에 대한 판단은 거의 순식간에 이뤄진다. 얼마 전 시즌2로 브라운관에 복귀한 <HBO>의 TV시리즈 <인라이튼드>는 굳이 따지자면 김기리와 김지민이 펼치는 오글거리는 판타지보다는 황현희가 희화화하는 현실에 가깝다. 이렇게 현실적이다 못해 찌질한 사람들만 데려다놓은 이야기에 어느 누가 기꺼이 시청자가 되려는지 의심스럽다.
<인라이튼드>라는 타이틀의 사전적 의미는 “계몽된, 개화된”이다. 시즌1은 주인공 에이미 젤리코(로라 던)가 회사에서 난장판을 만드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유부남 상사로부터 배신당한 에이미는 마스카라로 얼룩진 검은 눈물이 범벅이 되어, 상사가 탄 엘리베이터에 대고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욕설을 내뱉는 진상을 부린다. 그 뒤 에이미는 신경쇠약 진단을 받고 하와이
[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99%의 분노를 대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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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압구정동에 간 날을 기억한다. 서울에 산 지 10년이 지난 때였음에도 스무살 무렵의 내 마음속 압구정은 ‘부자들만 살고, 연예인들이 길에 막 돌아다니는’ 그런 동네였다. 아는 언니에게서 로데오 거리에 자리한 연예인들도 많이 오는 술집을 알아냈으니 같이 가보자는 제안을 받고 들뜬 동시에 도대체 뭘 입고 가야 할지 덜컥 겁부터 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압구정 사람들’이 나를 보면 다른 동네 출신 뜨내기임을 눈치챌까봐, 그리고 속으로 ‘촌년’이라고 무시할까봐서였다. 결국 높은 통굽 구두를 차려신고 뻣뻣이 긴장한 채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압구정동을 찾아갔던 날, 연예인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고 거리의 사람들도 그냥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뒤 10년이 훌쩍 넘게 흐른 지금도 내게 압구정은 어쩐지 주눅 드는 공간이고, 그 옆 청담동은 그보다 더 범접하기 어려운 동네다. ‘OO동’으로 통칭되는 세계에서 일상을 영위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계층에 속하거나 편입되는 것은 결코 간단
[최지은의 TVIEW] 재벌 2세 원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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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시네마의 로맨스가 일반인에게 거리낌없이 받아들여지려면 <밀회>(1945) 정도의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년 전, 로우예의 <스프링 피버>를 보았다. 동양의 감수성으로 게이 시네마의 성지에 도착한 작품이 놀라웠다. 사랑과 절망과 망각이 봄비처럼 흘러내리는 영화였다. 이듬해쯤 알랭 기로디의 <도주왕>을 보았다. 기로디의 영화에는 항상 게이가 나오는데, 그가 묘사하는 게이의 생활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시간을 초월해 프랑스 전원의 삶을 즐긴다. 하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을 별나게 대하는 스트레이트의 선입견이 이상하다면 이상한 거다. 그래서 질문했다. 왜 게이 시네마의 로맨스를 일반적인 로맨스와 비교하며 보는 걸까. 왜 게이 시네마가 정치적인 입장을 견지하기를 요구하는 걸까. <라잇 온 미>를 본 게이 커플에게 물었다. 오랜 관계를 유지한 두 주인공이 다소 특별할 뿐, 영화의 로맨스는 담담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특별함은 거기
[이용철의 아주 사적인 클래식] <라잇 온 미>에 공감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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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뤽 들라예는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는 포토저널리스트다. 80~90년대만 해도 그는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체첸 등 전장을 돌아다니며 매그넘과 <뉴스위크>를 위해 보도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그는 전쟁의 참상을 대형이나 중간 포맷의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그렇게 큰 촬영장비는 물론 전장의 급박함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촬영된 사진들은, 때론 디지털 보정을 거쳐, 큰 사이즈로 출력되어 미술관에 걸린다. 이렇게 보도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가 무너질 때, 사진은 “기록-기념”(document-monument)이 된다.
그의 작품 <카불로 가는 길>은 미군에 사살당한 것으로 보이는 2구의 탈레반 사체를 보여준다. 사체의 주위에는 아프간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마치 남의 일 보듯 무심한 표정들이다. 첫눈에는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보이나, 사진 속의 인물들의 눈은 촬영자를 향하고 있다. 이는 촬영자가 ‘거기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다큐멘터리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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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도 이제는 좀 지겹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르는 노래들이 음원 차트 및 거리를 가득 채우는 것도 그만 좀 보고 들었으면 좋겠지만 <K팝 스타> 얘기는 한번 하고 넘어가야겠다. 입이 간질간질하다. <슈퍼스타K>가 외국에서 직수입해온 세련된 프로그램이라면 <K팝 스타>는 한국에서만 제작 가능한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SM, YG, JYP와 같은 캐릭터 또렷한 기획사가 한 나라에 모여 있기가 쉬운가. 게다가 각 사를 대표해 나온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이렇게 조화로울 줄 누가 알았겠나. 각각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양현석, 박진영, 보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시즌1도 재미있었지만 시즌2는 정말 ‘어메이징’하다.
프로그램의 형식도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멘토’ 같은 어설픈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도 참가자들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세 심사위원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악마의 편집’ 없이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할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사람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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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줄에 묶여 있는 개를 보면 무척이나 마음이 불편하다. 튼튼한 네 다리가 있어도 달릴 수 없는 개의 처지가 불쌍하다. 심지어 ‘자신들의 충직하고 영리한 벗’이라고 부르는 개를 쇠줄에 묶어두고도 양심의 가책이라는 걸 전혀 느끼지 않는 인간들의 이기심을 생각하면 아주 치가 떨리게 싫어진다. 쇼펜하우어가 ‘그들의 짧은 생을 생지옥으로 만들어버린 인간들’을 욕하며 개를 쇠사슬에 매어두는 자는 개에게 물리는 봉변을 당해도 싸다 했는데 나 역시 같은 심정이 되곤 한다. 그렇다. 아무래도 난 전생에 개였던 것 같다. 고양이도, 고라니도, 소나 돼지도 좋아하지만 개만큼 감정이입이 잘되지는 않는다. 예전에 살던 집 근처 등산로에 묶여 있던 개(등산로에서 진입할 수 있는 집에서 키우던 개) 같은 경우 구름처럼 하얀 외모가 예쁘기도 했지만 등산객의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위험한 인물인지 아닌지 감지할 만큼 똑똑하고 센스있는 녀석이어서 그 처지가 더 안타까웠다. 이사 가기 전에 녀석을 극적으로 구출해서 함
[SO WHAT] 개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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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도 감수성도 동결될 것 같은 독한 겨울. 액화 니트로겐으로 냉동한 꽃을 네덜란드 정물화 관습대로 배치한 다음 폭파의 순간을 초고속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오리 거쉬트의 <Blow Up: Untitled4>를 보며, 꽃들의 파편에 찔려 더운 피를 확인하는 몽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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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 할스트롬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적 있는 존 어빙의 장편소설 <사이더 하우스>의 첫 장을 지배하는 주제는 “고아에게는 쓸모가 매우 중요하다”로 요약된다. 미국 메인주 세인트 클라우즈 고아원에서 태어난 소년 호머 웰즈는 몇 차례 파양 끝에 스스로가 매우 쓸모있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세인트 클라우즈를 집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고아원을 운영하는 괴짜 의사 윌버 라치는 소년의 의지를 받아들인다. (닥터 라치가 이 소년에게 기울이는 무뚝뚝한 애정의 강도는 웬만한 러브 스토리를 무색하게 한다.) 20쪽에 이르러 존 어빙은 주인공 호머를 가리켜 “그는 ‘쓸모’ 빼면 시체였다”고 기술하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쓸모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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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레이코프를 처음 알게 된 건 2000년 중반이었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그가 쓴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의 책을 읽자마자 그의 열혈 팬이 됐다. 사실 그의 책은 대단히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재’일 뿐 그는 인지언어심리학자답게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렸을 때부터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할까?’, ‘왜 내 마음은 이렇게 변화되는 걸까’에 대해 쓸데없이(?) 궁금해했었는데 그의 책은 바로 이러한 나의 궁금증을 후벼팠고, 때렸고, 동시에 어루만져줬다. 요약하자면 그동안 읽었던 그 어떤 심리학 책보다 충격적이었다.
이후 난 ‘프레임’이란 개념에 푹 빠져 지냈다. 당연히 많은 것들을 프레임이란 개념으로 보고자 했고, 그럴 때마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혹은 알고 있었지만 또렷하지 않았던 것들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히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조지 레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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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인인가, 아니면 람보인가.” <다이하드>(1988)에서 테러리스트(앨런 릭맨)가 자신의 계획을 훼방놓는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에게 정체를 물었다. <다이하드> 시리즈가 나온 지 25년째가 된 만큼 우리가 먼저 그 질문에 대답해보자. 존 맥클레인은 존 웨인이 되기엔 소박하고, 람보가 되기엔 힘이 약한 남자랄까. 그렇다면 존 맥클레인의 대답은 어떠했을까. “전설의 카우보이 로이 로저스가 우상이라네.” 100편이 넘는 서부극에 출연한 까닭에 ‘카우보이의 왕’이라 불렸던 가수 겸 배우인 로이 로저스 말이다. 맞다. 1980년대 당시 인기를 끌었던 람보나 코만도 같은 히어로급 액션영화 속 주인공에 비하면 존 맥클레인은 확실히 카우보이에 어울리는 남자다. 어쨌거나 재미있는 건 로이 로저스나 존 맥클레인이나 ‘때(피와 땀)에 전 셔츠’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때(피와 땀)에 전 셔츠’를 입은 남자
‘카우보이’ 존 맥클레인이 돌아왔다. 디지털 액션 시대에 뛰
[브루스 윌리스] 존 맥클레인, 네버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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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제로의 CF 조감독 최보나(이시영)가 Dr.스왈스키(박영규)에게 건네 받은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최고의 인기스타 이승재(오정세)를 사로잡는 좌충우돌 연애스토리를 담은 '남자사용설명서'는 오는 2월 14일 개봉 예정이다.
[오정세]"‘이시영’ 여성스럽고 여린 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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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을 배경으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향한 사상 초유의 미션을 그린 영화 '베를린'은 오는 1월 31일 개봉 예정이다.
[전지현]"‘련정희’, 예니콜과 너무 달라 갑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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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였다. 이 재주 많은 기계에 길들여진 뒤로는 통화와 문자만 주고받던 전화기로 더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되고 만다. 하지만 이제 최초의 열광은 식어가는 눈치다.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재미에도 시들해지고 시리(Siri, 애플의 음성 인식 서비스)와 대화를 나누는 일도 더이상은 신기한 경험이 아니다. 최소한의 기능만 담은 저가 스마트폰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게 된 이유다. 아이리버의 2013년 첫 신제품인 울랄라(ULALA)는 정가가 14만8천원인 스마트폰이다. 약정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통신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자급제 폰이라는 점에서 부담은 좀더 가벼워진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2.3.5 진저브레드이고 3.5인치 액정을 장착했으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에 그립감도 뛰어나 누구나 부담없이 사용할 만하다. 듀얼 SIM 기능이 있어 해외 출장이나 단기유학 시 해당 국가 통신사의 SIM만 구입해 교체하면 별도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gadget] 비싸야 똑똑하다는 편견을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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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3축 가속도 센서를 장착해 좀더 자유로운 수동 조작이 리모컨으로 가능해졌다. 자동차 핸들 모양의 리모컨을 별도 구매하면 카레이싱 게임을 하듯 청소를 즐길 수 있다. 이보다 더 생산적인 난폭운전은 없을 듯.
2. 4단계 멀티레이어 먼지 필터로 청소 효과를 극대화하고 필터 내구성을 강화했다. 장난감같이 보여도 맡은 바 책임은 확실히 하는 반전있는 청소기.
<중경삼림>의 양조위는 집 안에 있는 물건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다. 비누를 앞에 두고는 “요즘 점점 야위어가는 것 같아”라고 걱정해주고 젖은 수건에게는 울지 말라며 다독이는 식이다. 당시의 대사를 새삼 돌이켜보면 민망해서 손발이 타들어가는 것 같지만 1990년대 중반에는 저런 게 도시인의 고독이고 ‘간지’나는 슬픔이었다.
만약 <중경삼림>이 2010년대에 만들어졌다면 양조위는 집 안의 어떤 물건과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로봇청소기가 젖은 수건을 밀어내고 대신 캐스팅되진 않았을까? 요즘의 로봇청
[gadget] 게임기를 닮은 청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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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천,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가 하겠지만 얼굴만 보면 안다. 이미 당신이 여러 한국영화에서 한번은 꼭 만났던 익숙한 얼굴이다. 그와 함께 <짝패> <부당거래> 등을 작업한 류승완 감독이 또 다른 개성파 배우 ‘우현’과 비교했을 정도로, 출연한 작품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왠지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 꼭 본 것처럼 느껴지는 친근한 배우다. 지난해만 해도 <이웃사람>에서 제일 먼저 죽임을 당하던 경비원 황씨, <점쟁이들>에서 박 선생(김수로)과 함께 하얀 두루마기와 검은 모자를 쓴 충렬 선생, <26년>에서 미진(한혜진)의 사격용 총기를 인명살상용으로 개조해주던 짱구 노인으로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여러 영화에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해오던 그가 <7번방의 선물>에서 자해공갈범으로 교도소 7번방에 들어온 최고령자 ‘서 노인’으로 등장한다. 굵게 ‘치고 빠졌던’ 이전 영화들과 비교하자면 한달여 동안 류승룡, 오달수
[김기천] 나를 키운 건 8할이 모멸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