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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미국산 대중문화에서 가장 인기있는 노스탤지어는 두 부류다. 하나는 케네디 대통령 시절인 1960년대고 다른 하나는 금주법과 대공황이 연타로 터지던 1910∼30년대다. 둘 다 개인과 집단, 근대와 현대, 야만과 교양이 교차하는 애매하고도 매력적인 접점이 있다.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도 그 노스탤지어(물론 이것은 백인 중산층의 것이다)로 작동된다. 하지만 비슷한 때에 등장한 드라마 <보드웍 엠파이어>가 알 카포네, ‘럭키’ 루치아노 같은 갱스터 이미지를 재생산한 것과 달리 영화는 금주법 시대에 갱스터와 부패한 관료 사이에 낀 ‘개인’을 주목한다(그즈음에 ‘개인’이란 개념이 등장했다는 걸 상기해도 재밌다).
이 영화의 각본과 음악은 닉 케이브가 맡았다. 20세기에 14세기 낭만주의로 포장된 금기들, 살인과 죽음과 쾌락을 다룬 음악으로 유명해진 그는(물론 그 낭만주의는 다분히 남근적 욕망으로, 그에 대해선 할 얘기가 참 많다) 최근 몇년 동안엔 컨트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숨겨진 욕망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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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가 방송을 탄 지 햇수로 9년째다. 아직도 첫 에피소드의 생생함을 잊지 못한다. 하룻밤을 함께 보낸 귀여운 곱슬머리 남자가 새 직장의 보스라니, 이 얼마나 귀엽고 짜릿한 설정인지, 나중에야 <그레이 아나토미>는 모든 출연진의 사랑놀음을 의학드라마로 포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건 시즌이 한참 지난 뒤의 깨달음이었고, 그만 보려고 했을 땐 그 막장에 이미 중독되어 있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스핀오프이자 얼마 전 종영한 <프라이빗 프랙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개업병원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인데, 병원에서 제일 멋진 남자 의사 둘과 여의사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는 설정에 이르러서야(그래서 그 여의사는 신혼부부의 신부에게 잘 생긴다는 성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레이 아나토미>와 이 드라마가 자매지간이라는 걸 재확인했다. 이처럼 다른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뒤에서는 시청자의 길티플
[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그녀를 끊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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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마침내 그날이 왔다. 세면대 앞 걸레 빤 물통에 휴대폰이 수직낙하하고 만 것이다. 다행히 물에서 건져낸 휴대폰은 켜진 채였고, 그 상태로 포털 앱을 열어 검색을 시작했다. ‘휴대전화 물에 빠졌을 때’는 자동완성 검색어였다. 절대 전원을 켜지 말고 수리센터로 가져가라는 정석적 조언과 함께 ‘드라이어로 말리기, 쌀자루에 넣어두기’ 같은 초동 대처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곧바로 트위터 앱을 켜서 사태를 보고했다. “일단 분해해서 말리세요”부터 “TV 뒤에 하룻밤 두는 게 최고입니다” 같은 신기한 솔루션까지, 5분 만에 십수개의 조언이 쏟아졌다. 결국 티슈로 물기를 제거하고 드라이어로 대충 말린 뒤 쌀통 깊숙이 휴대전화를 파묻어두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휴대폰이 없는 밤은 어쩐지 낯설고 불안했다. 눈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캄캄한 방에 누운 채로 게임, 트위터, 웹서핑을 하는 데 중독된 탓이었다. 지난해 겨울 KBS <인간의 조건> ‘휴대폰
[최지은의 TVIEW] ‘없이’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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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시절 일요일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것은 각별한 즐거움이었다. 아직 쓸 만한 물건을 헐값에 건지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진기한 물건을 발견하기도 한다. 원래 그것들도 한때는 아주 평범했으나, 그것이 사용되던 시절과의 시간적 거리가 그것들을 ‘진기한’ 것으로 만들어준 것이리라. 현역에서 은퇴한 고물들은 때 묻고 흠집 난 표면을 통해 시간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도대체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건들의 형태를 보면, 왜 수많은 예술가들이 벼룩시장을 찾았는지 저절로 이해가 된다.
물신으로서 조각
내가 아는 한, 벼룩시장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은 최초의 화가 중 하나는 마티스다. 피카소에게 아프리카 조각의 두상을 보여준 것이 그였기 때문이다. 그 조각상은 물론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피카소의 회고에 따르면, 마티스는 그 조각상을 피카소에게 보여주며 ‘이집트의 조각’에 대해 얘기했다고 한다. 그것으로 보아, 마티스는 그 조각상을 그저 비(非)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벼룩시장에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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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가 오래간다. 벌써 4주째다(곳곳에서 ‘나도요, 나도요’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이번 감기는 집세 밀린 주제에 매일 시끄럽게 파티를 벌이는 눈치 없는 세입자처럼 뻔뻔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나갈 듯 나갈 듯 나가지 않는다. 나을 듯 나을 듯 낫지 않는다. 푹 자고 일어나서 다 나았나 싶으면 슬금슬금 다시 기어들어온다.
4주 동안 감기와 함께 지냈더니 이제는 감기 걸린 몸에 익숙해졌다. 코는 맹맹하고 목은 살짝 따끔거리고, 전반적으로 온몸에 힘이 없으며 가끔 머리가 아프다. 가래도 끓고, 눈알도 아프고, 잠이 자주 오(는 건 원래 그랬던 건지도 모르)고. 버스나 기차의 히터 옆에만 가면 건조함 때문에 입술이 바짝 마른다(4주 동안 엄살도 발전해서 감기 증세로만 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싶지만, 참겠다).
독감에 걸려 심하게 앓고 있는 분들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때로는 감기 걸린 나른한 몸이 좋기도 하다. ‘자, 힘차게 시작해보는 거야’라고 마음을 먹는 건 아무래도 벅차기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겨울 한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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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다. ‘일에 빠져 완전 허우적거리며 책도 못 보고 숨도 못 쉬고 살고 있다’고. ‘팀장이 간부 워크숍에 가서 겨우 문자할 정신이 났다’며. 요지는 이런 거였다. 선배는 회사를 그렇게 오래 다니며 어떻게 견뎠냐, 나는 죽겠다, 우얄꼬? 그때는 밥줄이 불안한 프리랜서 라이터로서의 마감이 한창이어서 대충 이렇게 달랬던 기억이 난다.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마, 시키는 거 다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가끔 농땡이도 부리고 선배나 상사에게 징징거리며 앓는 소리도 하고. 자존심 따위 개나 주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속에 먼저 회사를 그만둔 선배로서 내가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거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 속에서 잠정적 실업자들을 위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언을 정리하게 됐다.
첫 번째, 일단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아직 해고되지 않은 사람들도 일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가능성이라고 여기지 않는 게 좋다.
[SO WHAT] 농땡이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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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우가 목을 길게 빼고 뚱한 표정으로 나란히 서 있는 <스토커>의 포스터는 상업영화 광고 이미지치고 대담하다. 그랜트 우드의 그림 <아메리칸 고딕>(1930, 위) 속 부녀처럼 그들은 “우리집에 웬만하면 오지 마세요”라는 신호를 쏘아보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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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액션영화에 흔히 발급되는 처방으로 “먼저 관객이 연연할 만한 인물을 제시해라. 그래야 관객이 그가 다치거나 죽을까봐 염려하게 되어 스릴이 커진다”라는 항목이 있다. 그러나 인물의 성격을 미처 파악할 겨를 없이 도입부부터 쓰나미가 스크린을 덮치는 <더 임파서블>은 좀 다른 경우였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재난에 휩쓸린 사람이 어떤 조건과 성격을 가진 인물이건 막대한 자연재해가 인간이라는 미력한 존재에게 일으키는 보편적인 감정에 관심을 보인다. 주인공 마리아(나오미 왓츠)와 헨리(이완 맥그리거) 부부에 관해 특정한 판단을 내리기 전이었는데도, 나는 가차없이 만물을 쓸어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물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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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면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이나 관객이나 모두 예상했던 지점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보통 관객은, 이를테면 한달에 영화 한두편 정도 관람하는 내 동생들 가족은 <베를린>이 무척 재미있는 영화라고 했다. 그러나 보다 전문적인 관객은, 포털에 영화평을 올리는 부지런한 관객까지 포함하여 <베를린>의 내러티브와 액션의 밀도와 독창성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개봉 전 류승완 감독을 만났을 때 그도 이런 반응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야심이 많은 감독이고 그만큼 자기 자신에 회의가 많으며 박찬욱, 봉준호 등의 선배들에 대해 자격지심 비슷한 것이 있다. 지금까지 그가 만들었던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베를린>을 찍으면서 그는 제작기간 내내 시간과 불안감에 쫓겨 영화 한편, 책 한권 읽을 수 없었다고, 다른 사람에 비해 밑천이 부족해서 늘 뭔가를 충전
[신 전영객잔] 액션에 정서를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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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는 영화 속 해원과 비슷한 옷차림을 한 채로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걸치고, 청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해원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난로를 쬐며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낯선 공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 곧장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촬영은 정은채의 <씨네21> 첫 표지 촬영이다. 데뷔작 <초능력자>(2010)로 ‘후아유’ 지면에 처음 소개된 뒤 두 번째 출연작 <플레이>(2011)로 ‘액터 앤 액트리스’에 나와 자신의 배우론을 이야기하더니, 네 번째 출연작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표지까지 점령한 것이다. 표지 촬영이 훌륭한 배우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데뷔한 뒤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표지를 찍은 건 최근에 그 말고 또 없을 것이다. “첫 표지인 거 알고 왔어요. 사실 예상도 못했던 일이죠.”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해원 역을 맡은 정은채에게 홍상수 감
[정은채] 나를 연기하고 얻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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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재밌는 멘션을 하나 봤다. 최근 흥행한 영화 중 대표적인 게 <레미제라블> <7번방의 선물> <남쪽으로 튀어>인데, 이 영화들이 흥행한 이유가 대선에서 패배를 맛본 48%가 영화관만 찾아서 돌아다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한 내용이지만 문득, 다음과 같은 해석을 해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영화의 내용을 보면 (<7번방의 선물>은 보지 못했기에 나머지 두 영화만 놓고 보면) 현실의 벽 앞에서 처절하게 부서지고 깨지는 내용이다. 물론 그 안에는 처절한 몸부림도 있고, 미래에 대한 약간의 희망도 있지만 어쨌거나 결말은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위로’가 된다면, 바로 영화 속 현실이 개박살이 났기 때문이라고밖엔 해석이 안된다. 어려운 현실을 초인적으로 극복해내는 내용을 봐도 시원찮을 판에 영화 속 개박살을 보며 “와, 나랑 똑같아! 너무 공감돼!” 하며 위로를 받는다? 가히 무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공감쟁이 vs 권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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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은 <신세계> 개봉을 앞두고 잠을 설쳤다. 개봉이 코앞인 어느 감독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신세계>에 대한 박훈정 감독의 마음은 각별하다. 그의 첫 연출작 <혈투>가 저예산영화의 한계를 실감하게 한 작품이라면, 충무로 A급 배우와 스탭들의 수혈을 받은 <신세계>야말로 상업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진 감독 박훈정의 진정한 면모를 가늠할 작품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집필한 시나리오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를 김지운, 류승완 감독이 연출했듯 <신세계> 역시 “다른 감독이 더 잘 만들 수도 있을” 작품이라 고민도 했건만, 박훈정 감독은 결국 “다 함께 만든다는 생각으로” 잠시 펜대를 내려놓고 비정한 남자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신세계> 개봉(2월21일)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잠을 설치고 있다. 죽겠다.
-어떤 점이 그렇게 힘드나.
=개봉 스트레스겠지 뭐. 어쨌든 본격적인 상업영화는
[박훈정] 갱스터 누아르의 적통 잇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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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레너와 제마 아터턴 주연의 <헨젤과 그레텔: 마녀사냥꾼>은 눈치 없는 참새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에 대한 영화다. 만약 그 당시 오누이가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집까지 찾아갔다면? 훨씬 순탄한 삶을 살았을 테고, 어쩌면 토미 위르콜라가 만든 것보다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망고 디자인의 네이비미는 <헨젤과 그레텔: 마녀사냥꾼> 같은 재앙을 막아줄 제품이다. 손목시계처럼 보이지만 실은 GPS를 이용한 디지털 나침반이다. 한 지점(예를 들면 집)을 설정해두면 현 위치에서 그곳까지의 방향 및 거리가 액정에 보기 쉽게 표시된다. 본래 노인과 어린이들의 안전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디자인이지만 그외의 길치들에게도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는 느낌. 7가지의 다양한 컬러로 출시되어 액세서리로도 손색이 없다.
[gadget]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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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하이엔드 헤드폰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는 휴대용 앰프. 일반 CD 이상의 음질을 경험하게 해준다.
2. 스마트폰, PC, MP3 플레이어와 연결하면 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 사운드로 변환해주는 컨버터 역할을 한다. 아이폰으로도 원음에 가까운 음질을 즐길 수 있다는 뜻.
3. 휴대용 기기지만 휴대폰과 연결할 경우, 휴대하기 부담스러운 무게와 크기가 된다. 거의 모든 휴대 기기 액세서리가 공유하는 딜레마.
100% 쇼핑이란 완벽한 결혼과 비슷하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라는 뜻이다. 나는 한때 그렇게나 뜨겁게 지냈던 스마트폰과 얼마 전부터 느슨한 권태기를 겪는 중이다. 가상 키보드를 띄우고 하는 타이핑에는 여전히 적응이 안되고, 앱스토어를 드나드는 것도 더이상은 재미가 없다. 전화통화, SNS, 그리고 음악감상 정도가 이 똑똑하다는 기계를 가지고 하는 일의 전부이다. 그래서 더이상 쓰지도 않는 앱들은 다 걷어가도 좋으니 음질 개선이나 확실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gadget] 최상의 음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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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카메라가 클로즈업을 할 때, 감독이 “여길 봐”라는 듯 내 얼굴을 잡아 돌리는 느낌을 받곤 한다. 순간 감독의 무의식이 작용한다는 느낌 혹은 그(녀)가 내 무의식을 건드리고 싶어 한다는 인상 말이다. 이내 묻고 싶어진다. 저 표정인가요? 저 몸짓인가요? 영화 속 그런 클로즈업의 순간을 소설 속에서 찾으라면 아주 긴 묘사가 등장할 때가 아닐까. 마치 그 공간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이 운명지워진 사람처럼 작가가 물건 하나하나를 그려갈 때, 무엇을 보라는 것인지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걸 보라고요? 저걸 보라고요? 왜죠?
“처음 갔이 잤을 때 그는 내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 못 움직이게 했다”라고 시작하는 <나인 하프 위크>에서 정말 인상적인 것은 사실 ‘그’의 공간을 묘사하는 그녀의 집요함이었다. 영화를 보고 남은 인상이 킴 베이싱어와 미키 루크가 서로를 알아가는 9와 1/2주일간의 정사 신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알 수 없었던 두 사람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낭만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