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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니스영화제 수상 소식 중 덜 알려진 게 하나 있다. 유민영 감독이 중앙대 영화과 졸업 작품으로 만든 <초대>가 오리종티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오리종티 부문은 대체로 실험적이고 심도 깊은 영화들을 많이 초대하는 부문이다.
“프로그램 노트를 보니 나만 데뷔 필름이더라. (웃음) 수상은 생각 못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반응은?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 (수상에) 뭔가 오해가 있을 거라고! (웃음)” 유민영 감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하지만 정작 <초대>는 스물다섯살에게는 좀 성숙해 보이는 내용이다. “남편이 죽고 나서 바쁘게 장례를 치르던 부인이 남편의 차 안에서 나온 다른 여자의 구두를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이야기”다. 가족과 친지의 장례식장에서 경험했던 어떤 느낌이 작품으로 풀려나온 경우다. “공부를 할 생각이었는데 상 받고 나니 또 찍고 싶다. 원래 웃긴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초대>는 하나도 안 웃기는 영화다. 웃기는 영화를
[이 사람] 상 받고 나니 또 영화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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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간첩> 등 추석 연휴 기간 개봉예정이었던 한국영화 두편이 개봉일을 앞당겨 개봉한다. 9월13일 개봉한 <광해>는 원래 9월20일 개봉이 목표였는데, 9월7일에서야 갑자기 개봉일을 9월13일로 확정했다. 영화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이창현 팀장은 “사실 개봉일을 9월20일로 확정한 적은 없다. 한두달 전부터 내부적으로 개봉일로 9월13일과 20일, 양일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며 “그러다가 9월 초 이병헌의 할리우드영화 <레드2> 촬영 스케줄이 결정됐다. 주연배우 없이 9월20일까지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개봉일을 9월13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쨌거나 <광해>의 갑작스러운 개봉일 확정으로 다른 영화의 배급 일정에 영향을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9월27일 개봉예정이었던 <간첩> 역시 <광해>의 개봉일
[국내뉴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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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과 함께 가을 데이트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고, 또한 북페스티벌의 계절이다. 제8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9월1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마포구 홍대 주차장거리에서 열린다. 출판사들이 모여 있는 파주출판도시에서도 파주북소리2012 행사가 9월15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질 예정. 책을 싼값에 구할 수도 있고, 작가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열릴 예정이다.
2. 배신의 아이콘, 송중기
거짓 키스를 날리며 ‘꽃뱀’의 뒤통수를 치는 남자. 그 역할을 송중기가 맡았다면 할 말이 많아진다. <각시탈> 후속으로 KBS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가 시작했다. 연인의 배신으로 순정남에서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변모한 강마루(송중기)가 어디까지 나빠질지 지켜보려면, 갈 길이 멀다.
3. 혁신도 길~어졌다
“더 길어졌고 얇아졌으며 가벼워졌다.” 논란과 기대 속에 베일을 벗은 아이폰5는 팀 쿡의 말처럼 변화를 맞았다. 그와 함께 선보인 아이팟 터치 5세대
[MUST 10] 책과 함께 가을 데이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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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은 우리 모두를 기쁘게 했다. 영화제의 최고상이라고 해서 항상 최고의 영화가 받는 게 아니고 얼마간의 운이 따라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이번 수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피에타>는 황금사자상을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이고 김기덕 감독은 그런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으니 말이다. 외려 2004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빈 집>이 진작에 황금사자상을 받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의 이번 수상은 ‘한국 문화의 높은 수준을 세계에 확인시켰다’거나 ‘학력이란 삶에서 별 중요치 않은 요소임을 깨닫게 했다’는 차원보다는 김기덕 감독에게 큰 힘을 줬다는 점에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동안 김기덕 감독이 한국 영화계, 나아가 한국사회와 불화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업적이 모두에게 인정받게 됐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데뷔작 <악어>부터 한국 관객은 그의 영화를 불
[에디토리얼] 황금사자상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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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마법에 걸린 가족을 구하기 위한 천방지축 프린세스 '메리다'의 특별한 모험을 그린 이야기로 오는 9월 27일 개봉 예정이다.
[강소라]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 꿈의 직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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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오면서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김기덕 감독] "황금사자상 수상 전날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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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인가.
=정말 ‘짱’ 좋아한다. 특히 디즈니가 과거에 만든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라이온킹>이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같은 고전을 어릴 때부터 많이 봤다. <뮬란>은 태어나서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이기도 하다. 영어 공부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외동딸인 나에게 비디오테이프를 많이 사주셨다. 자막이 없는 비디오였는데,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애쓰면서 조금씩 알게 된 거다. 등장인물이 ‘love’란 단어를 말하고 키스를 하면 아, ‘love’가 사랑이라는 뜻인가보다, 이런 식으로 보곤 했다.
-메리다의 목소리 연기를 하게 돼 기쁨이 컸겠다.
=매우 행복했다. 메리다라는 캐릭터도 무척 매력적이었다. 더빙을 하는 동안 메리다가 망토를 벗는 장면에서 확 빠져버렸다. “내 신랑감은 내가 찾겠다”고 하는 장면인데, 메리다의 캐릭터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꽉 끼는
디즈니 애니로 영어 공부했을 정도로 광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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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에서도 인간이 주인공이었지만,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그보다 더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마크 앤드루스(오른쪽)_캐릭터를 구현하는 과정이 이전과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곤충이든 자동차든 로봇이든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한 건 외모에서 성격이 한눈에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다. 메리다의 경우 그녀의 자신감을 드러내려 했고, 엄마인 엘리노는 점잖고 완벽한 인상을 주려 했다.
캐서린 사라피안(왼쪽)_괴물이나 장난감에 비해 자유로움에서 한계는 있다. 그들의 생활은 실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껏 상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움직임은 실제와 가깝게 보여야만 한다. 메리다가 눈을 깜빡이거나 숨을 쉬는 모습도 우리에겐 도전과제였다. 기존 작업에 비해 하나의 층이 더 있다고 보면 된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만드는 동안 자주 언급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있는가. 아마도 이 작품을 본 많은 이들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모노
픽사의 작품은 패턴이나 공식을 규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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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깔리자 별들로 반짝이던 하늘에는 별똥별이 날아다녔다. 지난 8월27일,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보러 찾아간 픽사 스튜디오 내 상영관의 천장 풍경이다. 픽사의 관계자는 “종종 이곳에 초청되는 픽사 직원들의 아이들은 이 순간 다 함께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친다”고 말했다. 퀵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직원들, 어느 때나 마음껏 놀 수 있는 각종 게임기구들, 역시 언제나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는 케이터링 등으로 알려진 픽사의 정체가 달리 보였다. 이들은 자유롭고 편한 걸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재밌는 걸 원하는 게 분명했다. 스튜디오의 구석구석에서 재미있으려고 만들어놓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남자화장실 표지를 알리는 ‘우디’의 실루엣, 그리고 누군가 그 옆에 연필로 그려넣은 <라따뚜이>의 생쥐 ‘레미’. 공교롭게도 픽사를 찾았던 그 주에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 참여한 직원들이 회사에서 조그만 선물을 받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이었다면 봉투에
픽사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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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복수, 엄마와 아들, 신체훼손과 강제추심, 근친(으로 추정되는) 섹스, 죄책감 없는 잔혹함. <피에타>의 모티브들을 단순 나열해보니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영화의 모티브들과 동어반복적이다. 김기덕의 18번째 영화 <피에타>는 이 모든 한국영화의 컨벤션들을 모두 껴안고 있다. 게다가 청계천이라는,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적 맥락을 지닐 수밖에 없는 민감한 공간을 제시했다.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 떠오른 것인데 그간의 김기덕 영화에 대해 논평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 무성의함이 있는 듯하다. 첫째, 위처럼 영화가 소재로 삼은 모티브들로 영화의 주제를 단순 환원하여 설명하는 방식. 이는 기존의 김기덕 영화가 매춘과 원조교제, 현대사회의 소외와 불통에 대한 폭력적 외화라고 진부하게 평가하는 것만큼 의미없다. 둘째, 감독 당신은 이러한 의도로 보이고 싶겠지만 사실 그 저변에는 무의식적으로 비윤리적이고도 남근적인 마초 성향이 내재해 있다
그 남자의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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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눈치빠른 분이라면 충분히 해독 가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한 남자가 자신의 몸에 거대한 쇠사슬을 감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목을 한번 감고 배로 연결한 쇠사슬이 탯줄과 연결된 태아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태아에게 생명을 주었던 탯줄의 본래 목적- 때때로 탯줄은 사내에게 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태아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과 달리 쇠사슬은 남자의 생명을 앗아간다. 그는 왜 죽었을까? 그것을 푸는 과정이 이 영화의 시작이며 끝이다. 서사가 진행될수록 그 질문은 죽어간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로 확장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이나 죽음에 얼마만큼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에 대해 어떤 죗값을 치러야 하는가?
채무자의 신체를 훼손해서 타낸 보험금으로 그들이 빌린 돈의 열배에 해당하는 사채를 변제하도록 하는 이강도(이정진)에게 불현듯 장미선(조민수)이 찾아온다. 그녀는 “미안해. 널 버려서. 용서해줘. 이제
괴물을 만든 세상에 들이대는 날카로운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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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피에타>가 개봉한다. 그가 연출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는 건 2008년 <비몽> 이후 근 4년 만이다. 그사이에 <아리랑> <아멘>이 있었지만 김기덕은 자신이 연출한 그 두 영화가 한국에서 정식 개봉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아리랑>과 <아멘>은 특별 상영회라는 형식으로 관객을 만났고 <씨네21>은 특집기사 ‘새로운 김기덕을 말하다’(832호)로 <비몽> 이후 김기덕의 행보를 정리하는 한편, 두 남성 평론가 김영진, 변성찬의 찬반론을 실었다. 그런데 이제 정말 김기덕의 영화가 돌아와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평소 김기덕 영화에 관심이 높았던 두명의 여성 평론가 김지미, 송효정이 <피에타>를 보았고 각자 심도 깊은 의견을 보내왔다.
김기덕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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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하여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의 숨겨진 이야기.
[영상인터뷰] ‘광해’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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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스타일>에서 방영 중인 미드 <체인지 디바>(원제목은 <Drop Dead Diva>)는 우연히 한날한시에 죽은 두 여자가 천국의 시스템 오작동으로, 한 여자는 심폐소생술로 되살아나고 그 몸에 또 다른 여자의 영혼이 들어가며 시작되는 법정물이다. 살아남은 몸은 변호사 제인(브룩 엘리엇)이고, 그 안에 들어간 영혼의 주인은 모델이었던 뎁(브룩 디오세이)이다. 그런데 <체인지 디바>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은 이렇게 영혼과 몸이 뒤바뀌었다는 사실과 함께 변호사였던 제인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평생을 자신감 없이 살아왔다는 사실이고, 제인의 몸에 들어간 영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는 것 외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던 뎁의 영혼이라는 것이다. 제인의 몸에서 깨어난 뎁은 불어난 속옷 사이즈에 경악하지만 다시 한번 주어진 삶에 익숙해지기로 결심한다. 변호사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가능해진 화려한 쇼핑리스트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보다는 자신을 잃고 슬퍼하는 약혼자
[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범죄수사물 히트 제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