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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 베테랑 형사 임(임달화)은 뛰어난 수사 능력을 갖췄지만 정작 아내의 자살사건을 풀지 못해 괴로워한다. 그러다 성대한 은퇴 연주회를 앞둔 유명 피아니스트 서한림(왕민덕)이 참혹한 사체로 발견되고, 이 사건을 맡은 그는 21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과거 서한림의 딸 서의설을 강간하고 살해했던 왕원양(장가휘)이 마침 비슷한 시기에 가석방 중이었던 것. 하지만 왕원양은 형사들의 끈질긴 추격에도 매번 교묘히 빠져나가고, 죽은 서한림의 또 다른 딸이자 서의설의 동생인 서설(문영산)에게 스토커처럼 다가간다. 왕원양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임은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왕원양이 교도소 샤워실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싸우는 강도 높은 오프닝부터 <나이트폴>은 보는 이의 감각을 시험한다. 마치 이보다 더한 장면들을 앞으로 견뎌낼 수 있겠냐는 듯. 하지만 영화는 예상과 달리 임 형사와 왕원양의 내면, 그리고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게 과연
그의 숨겨진 비밀 <나이트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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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3D>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 속에 또 한번 앨리스를 남겨놓은 채 끝나버렸던 것이 불과 1년 전. 그사이 생체무기 제조사 엄브렐라는 좀비 바이러스를 통해 지구 점령의 목표에 또 한발 다가갔다. 엄브렐라의 지하 감옥에서 눈을 뜬 앨리스가 그 지옥을 탈출하려면 끈질기게 따라붙는 언데드들을 처치하는 일이 우선이다. 이 게임의 규칙에 순종적인 여전사에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가족의 탄생’이다. 앨리스는 엄브렐라가 실험용으로 제작한 복제인간 앨리스를 엄마로 생각하며 살아온 소녀 베키를 진짜 딸처럼 돌본다. 모성애는 전편에서 초능력을 잃은 여전사의 최고 무기로 둔갑한다. 이 한 가지 변화를 제외하자면 현실의 도시들을 무대로 한 ‘최후의 심판’은 ‘인류의 멸망’(3편)이나 ‘끝나지 않은 전쟁’의 역사를 반복하는 시퀄에 다름 아니다. 종말론의 유혹은 강력하다.
거부해야 마땅한 또 하나의 유혹은 진화론이다. 캐릭터들의 진화부터 게임 서
종말론의 강력한 유혹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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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횡단밴드>의 키워드는 음악, 로드무비, 자아찾기다. 아귀가 딱 맞는 조합이다. 얼핏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청춘 같은 고민이 더해진다면 더 완벽했겠지만, 영화는 이들의 일탈을 ‘아저씨’에 의해 주도함으로써 변주를 시도한다. 일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생활과 분리될 수 없는 네 남자의 여정. 멋이 들어설 자리는 입담으로 채워지고 낭만이 선보일 자리에는 현실의 고민이 펼쳐진다.
니콜라(로코 파팔레오), 살바토레(파올로 브리구그리아), 로코(알렉산드로 가스만), 프랑코(맥스 가제)는 왕년에 밴드 활동을 했지만 그 기억을 잊고 산 지 오래다. 그런데 한 친척의 결혼식에서 즉흥적으로 밴드를 결성하고, 이탈리아 최고 재즈 페스티벌 ‘스칸자노 재즈 페스티벌’에 출전할 것을 결심한다. 밴드 이름도 눈앞에 보이는 풍력발전기를 보고 즉흥적으로 딴 ‘풍력발전기’다. 압권은 이제부터다. 차로 가면 두 시간 거리의 페스티벌 장소에 열흘 동안 도보 횡단하는 걸로 대체한 거다
두고두고 꺼내볼 반짝이는 돌 하나 <이탈리아 횡단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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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안(소피 마르소)은 살림과 육아는 물론 부업인 보석판매일까지 동시에 해내는 슈퍼맘이다. 워커홀릭 남편 휴고(대니 분)는 그런 아리안의 고충을 알아주기는커녕 종일 집에서 뭘 했냐고 비난할 뿐이다. 화가 난 아리안은 조정관 모리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부부는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1년간 역할을 바꾸어 지내는 데에 합의한다. 아리안과 휴고는 새 삶을 살며 의외의 적성을 발견하게 되고 한동안 만족스럽게 지낸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체인징 사이드: 부부탐구생활>은 그늘이라고는 없는 명랑한 로맨틱코미디다. <라 붐> 세대의 청초한 요정이었던 소피 마르소가 세월이 흘러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거듭난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퍽 유쾌한 경험이다. 휴고가 여자가 되어가는 것 이상으로 아리안이 남자가 되어가는 모양새는 능청스럽고 코믹하다. 이때다 싶은 지점마다 의도적으로 삽입된 듯한 음악도 의외의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다. 가령 추억의 팝송인 미니
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 <체인징 사이드: 부부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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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로 험버트 교수의 연구실을 드나들며 나름대로 유물 발굴에 힘쓰던 테드(하하)는 교수가 가지고 있는 반쪽의 석판이 고대 잉카제국의 황금도시를 찾아가는 열쇠임을 알게 된다. 우연한 사고로 험버트 교수 대신 테드가 반쪽 석판을 들고 페루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테드는 라보프 교수의 딸 사라(보라)와 함께 황금도시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가히 애니메이션 버전의 <인디아나 존스>라 해도 무방할 퀄리티다.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이하 <테드>)는 4년간 460억원가량의 예산으로 제작됐다. <테드>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단편 <테드 존스>와 <테드와 지하세계의 파멸>로 스페인 고야영화제에서 두번 연속 수상한 바 있는 엔리케 가토 감독은 <테드>를 시리즈로 만들기 위해 캐릭터와 공간의 세밀한 묘사에 무척 공을 들인 듯하다. 3D 효과도 적절하게 사용됐다. 거대 석상의 공격을 피해 도망치는 장
<인디아나 존스>의 애니메이션 버전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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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8년, 광해(이병헌)가 식사를 하려던 은수저의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독살을 의심한 광해는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을 대신해 위협에 노출될, 자신과 똑같이 닮은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한다. 이에 허균은 기방에서 왕과 당대의 세태를 풍자하는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이병헌)을 발견한다. 광해를 만나게 된 하선은 광해의 말투와 행동을 완벽하게 따라하는 재주를 보이고 그날 이후로 하선은 광해 대신 용포를 입고 밤 늦도록 광해의 자리를 지킨다. 광해는 결국 쓰러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고 허균은 광해가 쾌차할 때까지 하선에게 광해의 대역을 맡긴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일기 중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라는 글귀를 바탕으로 광해군 재위 시절 실제로 사라진 15일간의 기록을 천민이 왕의 대역을 했다는 과감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다. 그 15일 동안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대동법의
사람인 왕의 모습 <광해,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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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가 바뀌는 1899년에서 1900년, 프랑스의 고급 매음굴인 ‘라폴로니드’에는 몸을 파는 여성들이 외부와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다. 보석으로 청혼받는 꿈을 꾼 마들랜(엘리스 바놀)은 내심 그 남자가 청혼하기를 바라지만 남자는 마들랜에게 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마들랜에게 결혼은 허황된 꿈일 뿐이다. 마들랜은 다른 여성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라폴로니드에서 살아간다. 폴린은 15살의 어린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왔다. 레아는 손님들을 끌기 위해 인형 흉내를 내고, 도도했던 쥴리는 매독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며, 크로필드는 마약에 의존하다 결국 마약 중독자가 된다. 이 공간을 이끌어가는 사장인 마리(노에미 르보브스키)도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려는 주인과 맞서 싸우며 노력한다.
이렇듯 영화는 마들랜의 이야기가 영화의 초반과 후반에 등장하며 구심점을 만들긴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어느 한 인물이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숨쉬고 있는 공간 ‘라폴로니드’다
환상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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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
감독 방은진 / 원작 히가시노 게이고 / 출연 이요원, 류승범, 조진웅 / 개봉 10월18일
우발적으로 전남편을 살해한 뒤 겁에 질린 여자 화선(이요원). 원래는 그녀가 ‘용의자 X’였다. 하지만 그녀를 남몰래 흠모해온 옆집의 천재 수학자 석고(류승범)가 새로운 변수로 끼어든다. 그는 그녀를 위해 이중의 알리바이를 설계한다. ‘완전 범죄’의 서사는 ‘완전한 사랑’의 서사와 점근선을 이루며 뻗어나간다. 그런데 웬만한 사람은 풀기 어려운 이 연립방정식에 감히 도전할 만한 이가 나타난다. 머리라면 석고 못지않았던 고등학교 동창, 지금은 강력계 형사가 된 민범(조진웅)이다. 그가 석고와 벌이는 팽팽한 두뇌싸움, 그리고 그에 맞서 화선을 지켜내려는 석고의 ‘헌신 멜로’가 이 지능적 미스터리를 견인하는 동력이다. 특히 방점은 후자에 찍힌다. 일본판보다 훨씬 뜨거운 온도의 감성으로 재탄생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이다.
[Coming soon] 뜨겁게 재탄생하다 <용의자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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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브라이언'(리암 니슨)의 딸 '킴'(매기 그레이스)을 납치해 처절한 응징을 당한 인신매매범의 아버지가 복수를 다짐하면서, '브라이언'과 아내 '르노어'(팜케 얀센)를 납치하면서 시작되는 '테이큰 2'는 오는 9월 27일 개봉 예정이다.
[리암 니슨] "17살까지 한 복싱, 액션연기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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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변두리의 이미지는 머릿속에서 지워도 좋다. 인디(Indi)라는 단어의 한가운데에는 이제 독립과 활력의 샘물이 흐른다. 그 무한 가능성의 영역에 자유로운 상상력의 결정체인 애니메이션이 더해졌으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꿈꾸는 자들을 위한 축제, 한국 애니메이션의 최전선에서 표현의 영역을 넓혀온 독립애니메이션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2012가 올해로 8회를 맞이하여 다채로운 작품과 부대행사로 무장한 채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9월20일부터 25일까지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6일간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올해의 축제에서는 82편의 단편과 2편의 장편을 만날 수 있다. ‘무한☆짓거리’란 문구 아래 독립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 대안시장의 가능성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한빛 감독의 <Secret Garden>과 이종혁, 김혜정 감독의 <당신이 버린 개에 관한 이야기>는 생경한 곳에서 새로움을 발견
[영화제] 무한한 상상력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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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다. 사전에 따르면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다. 다큐멘터리의 기본은 이 동사를 실천하는 일이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들도 나름의 이유와 방식으로 어떤 사실들을 전하고 있다. ‘평화, 생명,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9월21부터 27일까지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 등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일대에서 열릴 이번 영화제에서는 30여개국에서 온 110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 투쟁에 대한 기록물로서의 다큐멘터리 다수가 눈에 띈다. <아이웨이웨이: 난 멈추지 않는다>와 <그리고 싶은 것>은 정치적 외압에 시달리는 예술가들에 대한 지지선언과 같다. 앨리슨 클레이먼 감독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용자’ 예술가 아이웨이웨이와의 동행을 자처한다. 공산당의 프로파간다가 되어버린 베이징올림픽에 중지를 먹이고, 쓰촨성 지진 때 부실공사 건물 아래 깔려죽은 수천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파헤치
[영화제]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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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피에타>를 보면 사채빚을 받아내기 위해 일부러 타인의 신체를 훼손해서 보험금을 받는데 이런 행위를 반복적으로 해도 걸리지 않나요?
A. ‘신체포기각서’라는 얘기가 딱 이런 경우 아닌가 싶네요. 말은 쉽지만 막상 그런 상황을 다룬 <피에타>를 보면 눈앞에 지옥의 풍경이 펼쳐져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돋더군요. ‘신체를 고의로 훼손해 보험금을 받아 사채빚을 갚는다’라는 논리가 겉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보험사기’란 말이 괜히 생겨나지 않았겠죠. 그래서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보험 관계자에게 <피에타>의 상황이 실제로 가능한지 물어봤습니다. 관계자는 “그게 바로 보험사기”라며 “보험사기에도 여러 경우가 있다. 지지난해에는 남편이 죽어서 사망보험금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당사자가 죽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에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사기로 판명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당연히 보험금도 지급이 안
[cinepedia] <피에타>를 보면 사채빚을 받아내기 위해 일부러 타인의 신체를 훼손해서 보험금을 받는데 이런 행위를 반복적으로 해도 걸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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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지금이 몇신데 이제 들어와. 내가 저녁 준비한다고 빨리 들어오라고 했어, 안 했어? 대체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거니? 너, 엄마가 몇번씩 말해!
-아니, 저 무슨 말씀이신지. 제 엄마라뇨. 저희 엄마는 지금 집에 잘 계신데요. 아까 통화도 했는데, 끼니 거르지 말고 잘 챙겨먹고 다니라고.
=미안하다. 태어나자마자 너를 버려서. 그렇게 아무나 데려다가 근본없이 키울 줄 알았지. 됐으니까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여기 장어부터 먹으면서 얘기하자. 음~ 구수한 냄새. 자, 아~ 해봐.
-아니, 저는 오늘 수상 축하 겸해서 인터뷰를 하러 온….
=시끄러!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많니, 얼른 먹어! 요즘 너 너무 수척해졌어. 그렇게 비리비리해가지고는 어디 빚쟁이들 제대로 협박이나 하겠어? 장어 먹고 몸보신해서 문도 한방에 시원하게 때려부수고, 말 안 들으면 손가락도 잘라야지. 그 일 아무나 하는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여우주연상으로 바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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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생활 문화지 <타임아웃 런던>은 ‘런던의 여름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으로 “별빛이 반짝이는 밤, 서머셋 하우스의 고풍스러운 앞마당에 앉아 별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꼽았다. 특히 런던의 여름밤은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다양한 영화 이벤트들로 풍성한데, 이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 지난 8월16일 시작해 27일 막을 내린 제5회 ‘필름4 서머 스크린’ 행사다. 행사가 열린 12일 동안 18세기에 지어진 서머셋 하우스의 앞마당에는 가로 17m, 세로 8m의 대형 스크린과 최신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됐다.
다른 야외 영화 상영 행사보다 이 행사에 유독 많은 영화 팬들이 모인 이유는 영국에서 아직 개봉하지 않은 최신작인 <길 위에서>(9월21일 개봉예정)와 <로우리스>(9월7일 개봉예정)의 프리미어 상영뿐 아니라 행사 주최인 <필름4>(영국의 4번째 지상파 방송 <채널4>가 운영하는 영화 전문 채널)와 영국영화협회(
[런던] 돗자리에 누워 히치콕의 <새> 감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