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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를 준비하는 스탭들에겐 공휴일이 아무 의미 없었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하루 전날인 10월3일. 영화의 전당이 위치한 센텀시티, 비프빌리지가 들어선 해운대 백사장, 비프광장이 자리한 남포동 일대는 영화제 일손들의 바쁜 움직임으로 활기를 띠었다. 청소부터 포스터 부착까지 반복되는 수작업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원활동가들의 표정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엔 줄맞춰 의자가 깔렸고, 비프광장엔 하루 일찍 레드카펫이 깔렸다. 비프광장에선 오후 6시부터 전야제가 열렸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허남식 부산광역시장, 유지태 배우 겸 감독 등이 전야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김기덕, 뤽 베송, 욘판, 이자벨 위페르의 핸드프린팅도 이 자리에서 공개됐다. 영화제 기간 동안 무대인사, 오픈토크 등의 행사가 열리는 비프빌리지에선 오후 8시에 점등식이 열렸다. 4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무탈하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길 기원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이 해운대 바닷가를 수
[화보] 당신을 기다릴게요 영화의 꿈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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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테이큰2>조금 자제해주시는게 어떠실는지...
[헌즈 다이어리] <테이큰2>조금 자제해주시는게 어떠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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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해의 마지막 날, 해남에서 중년 남자를 만났다. 나는 순천에서 땅끝마을을 거쳐 보길도를 향하고 있었고 그는 도보로 전국일주 중이었다. 길에서 만난 그 사내와 반나절을 보내고(전망대 앞에서 인절미도 나눠 먹었다) 점심 무렵 갈림길에서 헤어졌는데 그 기억이 꽤 선명하다. 이십대의 마지막 날을 길에서 만난 사람과 함께 보낸 셈이다. 텅 빈 찜질방에서 혼자 그해의 마지막 밤을 보낸 뒤 서울행 고속버스에서 서른살의 첫날을 맞았을 때엔 막연하게, 여행이란 결국 길에 대한 감각을 깨우는 일이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그 감각을 공유하는 공범자란 생각도 했다. <577 프로젝트>를 보는데 그 생각이 났다.
예능과 다큐멘터리를 방황하는 ‘프로젝트’는 음악 덕분에 영화쪽으로 기운다. 푸디토리움 김정범의 사운드트랙이야말로 <577 프로젝트>를 영화처럼 보이게 하는데, 정인이나 매드 소울 차일드의 진실의 보컬 외에도 특유의 감상적인 포인트를 살리는 연주곡이 돋보인다. 특히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길 위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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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단어 ‘museal’(박물관 같은)은 불쾌한 배음을 갖고 있다. 그 말은 관찰자가 더이상 살아 있는 관계를 갖지 않고 죽어가는 과정의 대상들을 기술한다. 그 대상들은 현재의 필요가 아니라 역사적 측면 때문에 보존된다. 박물관(museum)과 묘지(mausoleum)의 연결은 음향적 연상 이상의 것이다. 박물관은 예술작품의 가족묘와 같다. 그것은 문화의 중성화를 증언한다.”(아도르노, <발레리 프루스트 박물관>) 아도르노의 말대로, 박물관은 정말로 예술작품의 무덤일까?
죽음이냐 부활이냐
위의 구절은 이렇게 이어진다. “예술의 재화가 그 안에 비축되며, 그 재화들의 시장가치가 그것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앗아간다. 그럼에도 그 즐거움은 박물관의 존재에 의존한다.” 다분히 모순적 어법이다. 한편으로 박물관은 작품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앗아가나, 다른 한편 예술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박물관에 의존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기서 아도르노는 두명의 프랑스 문인을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박물관은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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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동화 속 모든 공주를 한자리에 모아 점심이라도 한다면 그 자리는 말다툼으로 끝나거나, 싸움은 면하더라도 모두가 ‘뭐 이런 자리에 나를 불렀나’ 하고 불쾌해하며 자리를 뜨게 될 것이다. 백설공주 탓이다.
백설공주로 말하자면 다른 공주들뿐 아니라 세상 모든 여자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컨셉부터가 거두절미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니. 사냥꾼과 일곱 난쟁이, 독사과로 요약할 수 있는 그녀의 파란만장한 시련이 시작된 것도 그 때문. 그녀는 본래 왕비 차지였던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자리를 빼앗았다.
그녀는- 그림 동화에 등장할 때면- 항상 어깨와 엉덩이에 커다란 패드가 들어간 빨강, 파랑, 노랑의 촌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단순한 빨강 리본 머리띠로 멋을 낸 게 고작이지만, 그 이름만큼이나 희고 깨끗한 피부를 갖고 있다. 함께 묘사되는 ‘피와 장미처럼 붉은 입술’과 ‘까마귀처럼 새까만 머리카락’은 그 깨끗한 피부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결국 그녀는
[fashion+] 피부가 너무 좋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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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시골의 작은 집으로 이사하며 참으로 많은 물건들을 처분했다. 팔 수 있는 건 최대한 팔고 줄 건 주고 버릴 건 버리고. 사물들의 대량 정리해고를 통해서 좀더 심플하게 살고 싶다는 일생일대의 꿈을 이루보고자 나름대로 피도 눈물도 없이 해치웠다. 그중 최고의 제물은 덩치 큰 가구들(특히 이케아 최우선)이었는데 그 와중에 살아남은 것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재밌다. 대체로 ‘장소의 정갈함’을 위해 꼭 필요하고 보기에도 좋은 것들만 살아남았는데 개중에는 꼭 필요하지 않거나 보기에 좋지 않은, 혹은 둘 다 아닌 것도 있어서 흥미롭다.
먼저 언젠가 장안평 고가구 거리에서 산 100년쯤 된 2단 장식대. 솔직히 정확히 몇살인지 모르지만 여하튼 굉장히 오래된 수제 목가구가 맞긴 맞다. 못이나 나사 혹은 접착제 같은 걸 사용하지 않고 ‘제비추리’라는 하는 우리 고유의 짜맞춤식으로 제작된 한국 전통 가구다. 하지만 도무지 솜씨 좋은 장인의 손길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좀 엉성하다. 게다가 다
[SO WHAT] 좋은 디자인?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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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진행된 BH엔터테인먼트 회의실에는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의 기념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폭염이건 혹한이건 가리지 않고 무작정 찾아와 기다리는 해외 팬들을 보다못해 직원들이 차를 대접하다가 기왕이면 추억할 만한 물건들을 보여주면 좋겠다 싶어 전시공간으로 꾸몄던 한때의 자취다. 지금은 평범한 사무실인 이 공간의 유리진열장 속에는 <올인>의 오르골과 <놈놈놈> 창이가 휘둘렀던 단도 3종 세트와 지명수배 벽보부터 <지.아이.조> 1편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에펠탑 테러 신 촬영 중에 차 안에서 고쳐쓴 대사 메모까지 오밀조밀한 소품들이 늘어서 있다. 원래는 꼼꼼히 챙기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런 영화의 조각들을 애타게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전신 스캔을 해서 제작한 것치곤 이병헌과 너무 안 닮아서 허탈한 하스브로사의 스톰 쉐도우 액션 피겨에 잠시 웃었다. 이병헌을 할리우드에 연착륙시킨 <지.아
미스터 리, 할리우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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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주간지는 1년에 50권을 발행한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영화배우는 1년에 한편에서 세편의 영화에 출연한다. 영화인과 미디어는 신작이 대중에게 공개될 때마다 만나는 것이 보통이나, 그 모든 인터뷰가 진심으로 안달복달 답을 보채는 질문들과 작업을 제대로 설명하려는 배우의 의욕을 동력으로 진행되진 않는다. 기자로서도 동일한 연기자의 배우론을 석달, 혹은 반년마다 새롭게 쓸 수 없고 배우 역시 신작을 찍을 때마다 방법론을 갱신하지 않는 바에야 딱히 신선한 답을 내놓을 도리가 없으니 불가피한 결과다. 우리는 그래서 간혹 독자/관객이 품을 법한 신작에 관한 일반적 궁금증을 골자로 한 의무방어전과 비슷한 인터뷰를 ‘서로의 업무’라는 암묵적 전제 아래 사실의 기록에 의의를 두며 예의바르게 수행한다. 구태여 한탄할 사태는 아니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흥분이나 영감도 주지 않는 일들을 근간으로 세계는 멈추지 않고 굴러
나는 영화와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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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지난 몇 십년간 반복해 말해왔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내 영화에서 (나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려 하죠.” 우디 앨런 감독의 뾰로통한 표정이 아른거린다. 실로 영화를 보며 감독 개인에 대한 사사로운 증거를 수집하는 건 몹쓸 일이다. 그러지 않아도 이미 영화는 작가의 삶이 작용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삶과 예술 사이를 분리하는 선은 너무 불분명하고 너무 미세하다”고 우디 앨런도 직접 말한 바 있다. 로버트 B. 웨이드의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는 그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디 앨런이라는 한 인간의 흔적을 훑어내린다. 그중 몇 가지를 뽑아 여기 옮겼다. 그의 오래된 팬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또 돌려봐도 재미있는 어느 희극인의 삶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웠다.
# 어머니
진행자: 가난을 벗어나려 복싱을 했나요, 아니면 재밌어서?
우디 앨런: 아뇨. 저희 어머니를 상대하려고요. 서로 안 맞는
시상식에 안 가요 밴드 연주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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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캠핑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마 집이 엉망일 거다. 일주일을 시작하기 전에 청소를 해야 할 텐데 조금이라도 힘을 덜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진공 청소기가 필수다. 이것저것 써본 사람들은 유선보다는 무선이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선을 번거롭게 감거나 풀고, 풀어둔 선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게 싫어서 청소를 포기하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랜드는 다이슨과 일렉트로룩스로 좁혀지기 일쑤인데 후자의 경우, 편리하고 날씬하고 예쁘지만 전자에 비해 파워가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일렉트로룩스의 울트라 파워는 그간 아쉽다고 여겨졌던 파워를 보완했다. 국내 최대 용량인 24V의 배터리 덕분에 마룻바닥 먼지 제거가 99%에 이른다는 설명. 또한 최대 50분까지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 그 밖에 솔에 엉킨 머리카락과 섬유질까지 잘라서 빨아들이도록 하는 원터치의 브러시 롤 클린 기능은 흡입구 청소의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가격은 38만9천원.
[gadget] 최강의 파워로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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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무게 11.5kg
크기(지름x높이) 상망 부착 시 44.5x62.5cm
특징
1. 이동 및 보관 시 리프트를 내린 채로, 그리고 작동 시에는 리프트를 올려서, 휴대성과 난방효과 두 마리 토끼를 투항시키는 캠핑용 난로.
2. 지면이 울퉁불퉁한 야외에서도 제대로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는 평행기 장착.
3.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개선되긴 했으나 약간의 냄새와 연기는 감수해야 할 듯.
최근 몇년 사이 캠핑은 일부 신도들의 컬트에서 일반 대중의 레저로 급부상한 눈치다. 주말마다 튼튼한 벽과 지붕이 있는 집을 마다하고 산과 계곡에 텐트를 세우는 사람들이 전에 비해 부쩍 늘었다. 물론 요즘의 유행은 베어 그릴스가 <인간과 자연의 대결>에서 겪는 지독한 체험과는 거리가 멀다. 노하우를 짚어주는 전문 매체도 늘어나고 관련 아이템 역시 다양해져서 준비만 철저히 하면 불편은 최소화하고 낭만은 극대화한 주말을 즐기다 올 수 있다. 심지어 글램핑(Gramping)이라 해서 레스토
[gadget] 뜨거운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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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함부로 건드리고 싶지 않을 두 여자가 있다. 한 여자는 무자비한 승부사인 중년의 변호사 패티 휴즈(글렌 클로즈)이고, 다른 한 여자는 패티와의 싸움은 정정당당하게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변호사 엘렌 파슨스(로즈 번)이다. 2007년 첫선을 보인 <데미지스>(<FX>)에서 각각 저명한 로펌의 대표와 햇병아리 변호사로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은 지난 9월12일 시리즈의 막을 내린 시즌5에 이르러서야 복잡한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굿 와이프> <수츠> <체인지 디바> 등 동시대의 법정드라마는 많지만, <데미지스>는 법정 공방이나 배심원의 평결보다는 법정 밖의 뒷거래에 주목하는 어두운 매력을 가졌다. 또 여배우 투톱이라는 흔치 않은 설정이 돋보이는 수작이었기에,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데미지스>의 크리에이터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척, 드라마에 대한 예찬을 펼치려 한다.
[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실화를 다루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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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최신가요인가요’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인사를 받는 걸 보면 이 꼭지를 챙겨보는 사람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며칠 전에도 음악 좋아하는 소설가 윤모씨로부터 인사를 들었다. “<씨네21>을 받아들면 선배 글부터 읽어. 칼럼에 등장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읽잖아”라면서 “어쩜 그렇게 놀라운 직관과 날카로운 분석이 뛰어난 통찰과 잘 버무려져 있는 거예요? 정말 대단한 글이잖아!”라고 얘기할 줄 알았는데, “음악에 대한 설명이랑 음악이 너무 다르잖아!”라고 말하는 통에 술자리 내내 상심에 빠져 있었다. 윤 작가님, 글이란 게 어쩔 수 없이 좀 과장하기도 하고 실체를 왜곡하기도 하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소설가 윤모씨가 노래를 한곡 추천해주었다.
지난여름 (그래, 여름이 지나갔다) 비가 내릴 때마다 ‘생각의 여름’의 노래 <안녕>을 열심히 들었다고 한다. 비 오는 하루종일 <안녕>을 반복해서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음악의 계절에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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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상반기와 여름 극장가를 주도한 한국영화는 각각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8만여명,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와 <도둑들>(9월18일 현재 1293만여명 동원)이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이하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영화다. 공교롭게도 쇼박스가 올해로 창사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 동안 쇼박스는 <괴물> <도둑들> <태극기 휘날리며> <국가대표> <디 워> 등 5편의 영화를 역대 최다 관객 수 10위권에 올리는 등 수많은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도둑들>이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던 9월18일 오전, 쇼박스 사옥에서 그간 언론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던 쇼박스 유정훈 대표를 만나 창사 10주년의 소회를 물었다.
-CJ의 <광해, 왕이 된 남자>, 롯데의 <간첩>과 달리 쇼박스는 이번 추석에 라인업을 내놓지
[유정훈]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우리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