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제목을 보면 당연히 그 안의 내용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마련이다. 소설가 고종석의 새 장편소설 <해피 패밀리>는 제목의 ‘해피’라는 단어 때문에 오히려 ‘언해피’한 가족의 이야기가 먼저 그려지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이 맞았다. <해피 패밀리>는 핏줄로 이어져 있기에 어떤 타인보다 가까울 수밖에 없으나 그러기에 더 잔인한 ‘가족’의 허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가족 구성원의 이름을 딴 챕터로 나뉘어 있다. 한민형, 한진규, 민경화 등 가족 구성원은 각자 자신의 이름을 딴 챕터 안에서 개인의 사연을 풀어놓는다. 모두의 사연을 모아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는 개인의 초상화를 모아 만든 기이한 가족사진이 되는데 재밌는 것은 사진이 완성될 때 이 가족이 품은 비밀 또한 실체를 드러낸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해피 패밀리>는 모든 이의 입을 빌려 최후의 진실까지 달려나가게 만드는 서사구조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이 털어놓는
[도서] 어쩌면 그의 마지막 책
-
기간: 1월31일~2월17일
장소: 게릴라극장
문의: 02-763-1268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감옥을 배경으로 인종차별과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아일랜드>는 메시지가 갖는 묵직한 무게와 첨예한 문제의식 덕분에 공연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켜온 문제작이다. 1977년, 구히서 역, 윤호진 연출, 그리고 이승호, 서인석의 열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초연 무대는 당시 우리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 엄청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작가 아돌 푸가드는 감옥에서 연극 <안티고네>를 준비하는 두 죄수의 극중극을 통해 흑백 인종문제를 넘어 법과 권력, 국가와 개인적 삶, 자유에 대한 갈등을 다각적으로 그리고 있다. 워낙 다루는 주제가 돌직구적이고 ‘센’ 작품이다 보니 작품의 인지도에 비해 공연이 자주 되지는 않는 편인데, 지난해 젊은 연극인 집단인 ‘프로젝트 아일랜드’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공연을 올려 시선을 모았다. 대본 전체를 새로 번역/각색하고, 작품의
[공연] 묵직한 무게를 지고 가는 두 배우
-
기간: 3월31일까지
장소: LG아트센터
문의: 02-6391-6333
뮤지컬 <레베카>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레베카>와 마찬가지로 대프니 뒤 모리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하지만 소설과 히치콕의 영화를 모두 본 사람이라면 뮤지컬 <레베카>가 히치콕 영화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뮤지컬과 영화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그건 히치콕에게 물어보면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무덤 속에 있는 그는 아마도 이 뮤지컬의 캐릭터가 가진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장 눈여겨봤을 테니까. 이렇듯 뮤지컬 <레베카>는 영화보다 더 입체적이고 힘있는 주인공들을 내세워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영화에 비해 더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막심이나 댄버스 부인 같은 캐릭터는 뮤지컬 <레베카>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맨덜리 대저택을 짓누르는 망령 같은 존재 ‘레베카’
[공연] 레베카는 밤 그림자처럼
-
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기존의 R&B와 비교해 좀더 감성적이고 몽환적이며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다른 장르와의 교류에도 적극적인 음악. 요즘 유행하고 있는 PBR&B(Pabst Blue Ribbon+R&B, R&B 중 새롭고 독특한 음악을 일컬으며, 프랭크 오션, 위크엔드, 미구엘의 음악을 부르는 명칭으로 쓰인다-편집자)에 대한 대략의 거친 설명일 텐데, 미구엘은 ‘PBR&B 현상’을 이끌고 있는 음악가이다. R&B를 기본으로 팝, 일렉트로닉, 훵크 등의 장르가 기막히게 맞물려 돌아간다. 여기에 미구엘의 보컬이 더해지며 새롭지만 친숙한 세계가 만들어진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프랭크 오션은 신선하다고 느꼈다. 위크엔드의 세장짜리 앨범을 접했을 땐 꽤 진지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가, 데뷔 앨범을 확장한 미구엘의 2집을 음미하면서는 앨범의 의미와 싱글로서의 가치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MUSIC] 장르의 이종교배
-
-
오연수는 그동안 왜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을까. 15년 만에 출연하는 영화인데 왜 좀더 개성있는 캐릭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첫사랑과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 40대 여배우로서의 고민은 뭘까. 꾸준히 드라마로 만나온 배우였기에 신비감보다는 익숙함이 앞섰다. 그런데 정작 오연수는 미지의 이름이었다. 그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남쪽으로 튀어>에서 최해갑의 아내 안봉희 역을 맡은 오연수를 만났다. 다섯 가지 키워드로 배우 오연수를 탐구해보았다.
15년 만의 외출
“예전에 영화할 때는 스포츠지 두세 군데 인터뷰하면 끝이었는데 매체가 이렇게 많아진 것도 놀랍고, 이런 일대일 인터뷰도 새삼스럽다. 마지막으로 영화한 게 98년이었으니까.” 오연수는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 일부러 영화와 담을 쌓은 건 아니었다. 그저 “TV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연수] 우리는 아직 그녀를 모른다
-
※이 글에는 <라이프 오브 파이>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3D 안경을 써도 서사가 앞으로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2차원 영상이 3차원이 되면서 입체감을 갖게 되는 것과 서사의 차원이 늘어나서 이야기가 깊어지는 것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 서사의 차원 수는 그것대로 따로 따져봐야 될 사항이며 이 글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것도 그쪽일 것이다. 예컨대 어떤 영화가 ‘한 소년이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이야기’라고 규정될 때 그것은 1차원의 서사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는 그것을 들려주는 사람에 의해 가공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근거해 이 이야기를 ‘한 소년이 자신의 표류 체험을 사후에 재가공한 이야기’로 다시 규정할 경우 이 서사는 2차원이 된다. 뿐인가. 이야기는 그것을 듣는 사람의 해석에 의해서 비로소 완성된다. 그래서 이 서사가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믿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으로 규정되면 이것은 3차원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십니까?
-
[올드독의 영화노트] <심플 라이프> 쓸모없고 아름다운 것들
[올드독의 영화노트] <심플 라이프> 쓸모없고 아름다운 것들
-
<가족의 나라> かぞくのくに
감독 양영희 / 출연 아라타, 안도 사쿠라, 양익준 / 수입배급 (주)미로비젼 / 개봉예정 3월7일
<가족의 나라>는 재일동포 2세인 양영희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다. 전작인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에 이어 <가족의 나라>도 양영희 감독의 가족사를 토대로 한다.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간 성호(아라타)가 25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온다. 뇌종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일본 방문기간은 단지 3개월. 성호와 동생 리에(안도 사쿠라)가 서로의 삶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다. 게다가 북한 감시원(양익준)은 성호의 주위를 맴돌며 성호와 가족의 생활을 지켜본다. 그리고 예정된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한 <가족의 나라>는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2012년 베스트영화에서 1위로 뽑혔다.
[Coming Soon] 예정된 이별의 시간 <가족의 나라> かぞくのくに
-
해양경찰 마르코(이광수)는 소심하지만 정의감 넘치는 열혈 경찰이다. 첫사랑 룰루(송지효)와 재회한 행복한 시간도 잠시, 평화로운 해변에 애니팡팡월드의 주인 카를로가 찾아온다. 마르코는 해변을 장악하려는 능력자 카를로의 음모를 눈치채지만 카를로의 계략으로 도리어 해변에서 쫓겨난다. 마르코가 없는 틈을 타 파괴로봇으로 시민들을 협박하고 모두를 게임세상에 집어넣는 카를로. 친구들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마르코가 돌아온다.
북유럽은 아동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나름의 성취와 안정된 완성도를 보여왔다. <해양경찰 마르코>는 그 꾸준함의 결과물 중 하나다. 다만 이번에는 북유럽 특유의 정서를 진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보편타당한 흥행 공식을 따르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덴마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나이스 닌자’를 비롯하여 프랑스 TV채널 <카날플러스>와 키즈엔터테인먼트의 강자 ‘조디악 키즈’까지 제작에 참여한 만큼 규모는 커지고 이야기는 평범해졌다.
우선
소심한 경찰, 영웅이 되다 <해양경찰 마르코>
-
<공각기동대> <인랑>으로 잘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가 주도한 ‘블러드’ 프로젝트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가진 소녀 사야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게임 등으로 시리즈를 확장하고자 했던 거대 프로젝트였다. 2000년 프로덕션IG에서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블러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그 설정을 클램프가 가져와 <블러드-C>라는 제목으로 TV시리즈로 제작했다. 그리고 극장판 <블러드-C: 더 라스트 다크>는 <블러드-C>의 완결편이자 ‘블러드’ 시리즈를 끝맺는 에피소드다.
밤 9시 이후엔 청소년 통행이 금지된 도쿄 시내. 전철에서 괴물이 나타나 승객을 죽이고 한 소녀를 납치한다. 괴물의 뒤를 쫓아 단칼에 처단한 이는 소녀 사야(미즈키 나나)다. 사야가 구한 소녀는 해커집단 써로트의 멤버인 마나(하시모토 아이)였고, 써로트는 ‘옛것’이라 불리는 이 괴물들을 만들어낸 토우 집
고어애니메이션의 명성 <블러드-C: 더 라스트 다크>
-
실버라이닝. 구름의 빛나는 부분을 뜻하는 말이다. 아무리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오리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하고 싶을 때 미국인들은 이 단어를 쓴다. 구름의 빛나는 한 줄기 빛을 제목에 품고 있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만 그걸 풀어내는 <파이터>의 감독 데이비드 O. 러셀의 방식은, 으레 하는 위로처럼 결코 진부하지 않다.
팻(브래들리 쿠퍼)의 인생에는 먹구름이 잔뜩 꼈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막 퇴원한 참이다. 아내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 충격에 조울증을 앓게 됐기 때문이다. 팻은 아내와의 재결합을 꿈꾸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부부의 집에 초대받은 자리에서 그는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를 만난다. 남편을 잃고 성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그녀는 소원해진 아내와의 사이를 이어주겠다며 팻에게 접근한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시한폭탄 로맨틱코미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코코링은 고향인 ‘신기별’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호빵맨의 마을을 찾아온다. 신기별의 생명인 신기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어 사람들이 굶주림에 처한 것이다. 우연히 마주한 어린 히어로 크림판다를 슈퍼 영웅으로 오해한 코코링은 그를 고향별로 데려가지만 허탕만 치고 돌아온다. 대신 크림판다는 호빵맨과 잼 아저씨에게 빵 굽는 기술을 배워 사람들을 구하라고 제의한다. 한편 호빵맨에게 쫓겨 신기별까지 날아간 세균맨은 얼마 남지 않은 신기 에너지를 이용해 호빵맨을 물리칠 계획을 세운다.
어려운 이에게 자신의 얼굴을 떼어주는 어린이들의 친구 호빵맨 극장판이 국내 관객을 찾아왔다. 1973년에 탄생하여 벌써 25살이 된 이 유명 슈퍼 히어로는 그간 400편이 넘는 TV시리즈와 24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지만 국내 관객과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47분의 다소 짧은 상영시간이지만 이야기의 충실함은 여느 어린이애니메이션보다 밀도가 높다. 여기에 20분가량의 동시상영작 <호빵맨과 숲속
용감한 어린이의 친구 <날아라! 호빵맨 극장판: 구하라! 코코링과 기적의 별>
-
눈의 여왕(최수민)의 저주로 끝없는 겨울이 계속되는 세상, 눈의 여왕에게 부모와 남동생 카이를 잃은 어린 소녀 겔다(박보영)는 고아원에서 손장갑을 만들며 살아간다. 카이 역시 같은 고아원 보일러실에서 일하며 살아가지만 너무 어릴 때 헤어진 둘은 서로가 가족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한편 눈의 여왕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마법거울’을 없애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녀는 겔다의 부모가 겔다에게 유품으로 남긴 마법거울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하수인 트롤(이수근)을 고아원으로 보낸다. 하지만 트롤은 거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겔다가 아닌 카이라고 착각해 겔다 대신 카이를 눈의 여왕에게 보낸다. 우연한 계기에 의해 카이가 자신의 남동생인 걸 알게 된 겔다는 트롤 그리고 자신이 키우는 족제비와 함께 눈의 여왕이 있는 얼음 궁전으로 모험을 떠난다.
<눈의 여왕>은 안데르센의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삼은 애니메이션이다. 겔다가 눈의 여왕에게 잡혀간 카이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얼음 궁전으로의 모험 <눈의 여왕>
-
“아저씨, 욕조섬을 떠나실 거예요?” 또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 6살 소녀 허쉬파피(쿠벤자네 왈리스)가 묻는다. 아저씨도, 아버지도 대답은 똑같다. “아무도 안 떠날 거야.” <비스트>는 루이지애나 남부 어느 어귀에 있을 법한 수몰 직전의 마을에서 끝까지 자신의 운명과 맞서 싸우는 저 강인한 사람들을 뒤쫓는다. 그들은 피난 대신 축제를, 울음 대신 발악을, 낙담 대신 낙천을 택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이 얄팍한 지붕 한장으로 천둥, 번개를 가릴 수 있다 믿어도, 물에 잠긴 욕조섬을 구하기 위해 도시 사람들이 쌓아놓은 제방을 폭파시켜도, 매번 다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보호소를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가도, 온전히 그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존중 정도가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는 삶에 대한 그들의 무모한 열정을 무조건 긍정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 ‘위’가 아닌 ‘옆’에 관객을 앉힌 것이, 몇년 전부터 아예 뉴올리언스에 살며 영화를 만들고 있는 벤 제틀린 감독과 그가 속
저 땅에 사는 저 사람들의 삶 <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