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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아파트는 한가운데가 ‘뻥’ 뚫려있다. 안마당을 뜻하는 ‘호프(hof)’가 있기때문이다. <아넬리>의 주요 공간은 ‘아넬리’라는 이름의 아파트다. 이곳의 주민들이 분노한 채로 호프로 나왔다. 사무실이 아넬리 뒷마당에 위치한 까닭에 안테이 파락 감독은 그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아넬리라는 뮌헨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뮌헨시가 길거리 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아파트를 임대해 부랑자, 노숙자들에 제공해준다. 아넬리 역시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시가 아넬리를 개발하겠다며 노숙자를 쫓아내기로 결정했다. 옆동네에 살고 있고, 사무실 역시 그 아파트 뒤에 있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아파트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터전이다.
=독일이 부자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러나 독일 사회는 최근 10년 동안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사실 경제적인 것보다 중요한 게 삶의 질과 가치인데 말이
[cine talk] 돈보다 삶의 질이 중요하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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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만화로 불리는 와츠키 노부히로의 <바람의 검심>이 연재 종료뒤 13년 만에 실사영화로 만들어졌다. 누구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 오토모 게이시 감독과 배우 사토 타케루(사진 왼쪽부터)는 그 부담마저 기쁜 마음으로 즐겼다. 드라마 <하게타카> <하쿠쇼 지로> 등을 연출한 오토모 게이시 감독과 드라마 <블러디 먼데이> <메이의 집사>, 영화 <벡>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떠오른 사토 타케루는 드라마 <료마전>에서 함께 작업을 했다. 드라마를 찍으며 사토 타케루의 “연기력, 운동신경, 배우로서의 자세” 등을 지켜본 오토모 게이시 감독은 “그가 없었다면 <바람의 검심>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원작자, 제작자, 감독인 나까지도 켄신 역에 사토 타케루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
<바람의 검심>의 켄신은 일본의 막부 말기에 수많은 사람들을
[people] 액션신에 CG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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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를 베어라>로 지난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민병훈 감독이 6년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신작 <터치>를 완성하기까지 6년의 시간의 걸렸다는 얘기다. <포도나무를 베어라>가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에 이은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의 완결이었다면, <터치>는 생명에 관한 3부작의 시작이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풍조가 너무나 창피했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시대 아닌가. 영화감독으로서 생명에 관해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알콜중독자 남편과 간병인으로 생계를 꾸리던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만한 사건을 겪고, 거기에 더해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 앞에서 그를 살릴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실제 자신의 어머니가 겪었던 일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민병훈 감독은 “아픈 사람은 도와줘야 한다는 것. 어쩌면 <터치>가 강조하는 건
[people] 당신의 아픔을 달래는 영화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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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남자> 속, 나쁜 남자. 꼬박 이틀 밤, 양익준은 정릉에서 파주로, 다시 양평에서 홍천으로 옮겨가며 양익준은 드라마 촬영을 하고 막 부산에 왔다. 드라마라니 의외다. 양익준의 선택에 또한 번 뒤통수를 맞았다 싶다. “보기보다 쉬운 남자다. 고민 안하고 했다.” 대신 이유는 확실했다. “두 가지다. 다른 매체를 경험해보자는 이유. 곧 친구들하고, 기존 영화 환경보다 좀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려한다. 그러자면 돈이 필요했다.”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고 화제가 되는 건 이미 양익준의 안중에는 없다. “<똥파리>때 그런 관심은 많이 겪었다. 그게 다 좋은 건 아니다. 그보다 나는 나대로의 선택이 있는 거다.” 알게 모르게 그간 그는 일본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여해 단편을 찍었고, 김동호 부산 명예 집행위원장이 연출한 <JURY>에도 출연했다. <가족의 나라>에 출연한 것도 그에겐 복잡한 셈이 아니었다. “<똥파리&
[people] 그 배역이 되어버리면,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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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본 솜씨라니 믿기지 않았다. 특유의 중저음은 분위기를 차분하게 이끌었으며, 중국어, 영어, 한국어 3개 국어를 오가는 능수능란함은 4000여석을 가득 메운 개막식 참가자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었다. 올해 영화제 개막식 ‘명사회자’ 탕웨이는 기자의 칭찬에 겸손해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큰 행사를 진행하는 건 이번이 생애 첫 경험이라고. 영화제 로부터 사회자 제안을 받았을 때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오르니 편안해지더라. 아마도 진행 경험이 전무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함께 진행한 안성기의 배려와 경험이 부족한 자신에게 진행을 맡겨준 부산국제영화제의 용기에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는 시상식 같은 자리에 상 받으러 올라가면 온몸이 떨릴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한다. 안성기 선배가 많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마음을 열고 한국 관객을 비롯한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진행했던 배우 탕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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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가장 풍요롭다는 첫 주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해운대와 남포동을 꽉 메운 만큼 스타들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반짝반짝 빛냈다. 해운대부터 남포동까지, 관객들을 맞으러 이곳저곳을 누빈 스타들의 토요일을 들여다봤다.
부산에 왕이 납시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야외무대인사에 참석한 배우 이병헌.
“혹시 우리 위험한 관계?”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한 감독 이재용, 배우 장백지, 감독 허진호. (왼쪽부터)
“<슈퍼스타 K>에 도전해볼까요?” 아주 담담 행사에서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른 아녜 스 자우이 감독.
“누나 제 손등에도!” APAN 스타로드 행사에 참여한 배우 김아중.
“감독님도 스마일.” <후궁: 제왕의 첩>으로 BIFF 광장을 찾은 김대승 감독과 배우 조여정. (왼쪽부터)
후궁, 남포동을 장악하다. 남포동 BIFF 광장에서 열린 <후궁: 제왕의 첩> 무대인사 풍경.
“아이폰의 파노라마
[hot spot] 두근두근 후끈후끈 주말의 부산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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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장의 손길, 부산에 머물다
거장의 손자국이 해운대 백사장에 찍혔다. 와카마츠 코지 감독이 6일 오후 5시 30분,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열린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여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핸드프린팅은 세계 영화사에 길이 기억될 위대한 영화인을 선정해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이벤트다. 지난해에는 뤽 베송과 욘판 감독 그리고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핸드프린팅을 남겼다. <벽속의 비사> <천사의 황홀> <실록 연합적군> 등을 연출한 와카마츠 코지는 일본독립영화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 감독으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손자국을 남긴 그는 “멋진 영화제에 초청해 주시고, 이런 영광까지 안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와카마츠 코지 감독에 이어 아그니에슈카 홀란드 감독도 핸드프린팅을 남겼다. 그는 <성난 추수> <유로파, 유로파> <올리비에, 올리비에> <붉은 바람>등을 연출한 폴란드의
BIFF must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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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감독이나 배우의 코멘트보다 그들의 조력자가 궁금할 때가 있다. 내게는 허우샤오시엔 감독만큼이나 그의 오랜 파트너인 마크 리 촬영감독이 그랬다. <동년왕사>(1985)를 시작으로 <비정성시> <남국재견> <해상화> <밀레니엄 맘보> <카페 뤼미에르> 등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을 촬영한 그다. 38개의 숏으로 130여분의 러닝타임을 채운 <해상화>를 보면서 인물 대부분이 등장하는 영화의 첫 시퀀스가 어떤방식으로 촬영됐는지, <밀레니엄 맘보>의 오프닝시퀀스를 보면서 밤 터널을 부유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현장에서는 어떠했는지 등 그의 촬영에 대해 묻고 싶은 건 한도 끝도 없었다. 그의 코멘터리가 포함된 DVD가 출시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테니까.
운좋게도 부산에서 실제로 만나본 그는 호방한 체구, 산적 같은 외모와 달리 무척 섬세한 사나이였다. 촬영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언제나
[부산에서 만난 사람] 빛을 조율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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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사람] 빛을 조율하는 남자
[부산에서 만난 사람] 빛을 조율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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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 카즈히로 | 일본, 미국, 프랑스 | 2012년 | 342분
OCT06 롯데2 14:00
OCT11 CGV3 10:00
‘일본을 대표하는 연극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설명하기에 소다 카즈히의 <연극1 & 2>는 충분치가 않다. 그건 마치 342분이라는 ‘다소’ 긴 이 영화의 상영 시간이 어쩌면 한 사람을 설명하기에는 역시나 충분치 않은 시간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는 두 개의 파트, <연극1>과 <연극2>로 나뉘어 있지만 그렇다고 두 개의 이야기가 히라타 오리자의 서로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다 카즈히로는 어떠한 인터뷰나 보이스오버 나레이션 없이 히라타가 새로운 연극을 쓰고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그저 묵묵히 쫓아간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히라타는 배우들의 대사톤을 정리하고, 동선을 체크하며, 끊임없이 대본을 고쳐나간다. 그리고 연극을 준비하는 사이사이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wide angle] 연극 1 & 2(Theatre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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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지 니미부트르 |타이 | 2012 | 111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06 CGV7 20:00
OCT07 CGV4 16:30
OCT09 CGV4 19:00
Tip.“타이사람들은 폭력적인 일을 생각할 때, 부처님을 먼저 떠올린다.”- 논지 니미부트르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첫 번째 스릴러영화다. 동시에 <잔다라>에서 탐구했던 트라우마의 세계를 더욱 깊게 파고든 작품이다. 사람을 망치로 때려죽이는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범죄 프로파일링으로 유명한 정신과의사 쿠엔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어느 날, 과거에 만났던 소녀와 재회한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지닌 광이다. 과거 쿠엔은 그녀의 기억을 도와 사건을 해결했지만, 광은 어른이 된 뒤에도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쿠엔이 다시 그녀를 도우려 하는 가운데, 쿠엔의 어린 시절 친구가 나타난다.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과 연쇄살인사건이 쿠엔에게서 끄집어내는 것은, 그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cine choice] 왜곡(Distor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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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야체 | 대만 | 2012년 | 105분
OCT06 롯데9 16:00
OCT09 COMC 20:00
OCT10 하늘연 16:00
OCT11 CGVS 10:00
Tip.<건축학개론>가 불러 일으킨 90년대 복고의 분위기. 대만 역시 그 시절이 영화로 소비된다. 바야흐로 레트로가 트렌드!
<건축학개론>이 추억한 90년대, 대만의 청년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여친 남친>은 1990년대 타이페이의 세남녀가 30년간 써내려간 사랑과 우정의 작은 소사다. 여학생 바오메이와 남학생 량, 아론. 절친한 친구로 시작해 연인으로, 또 뜻밖의 동성애로 새로운 관계를 규정해 나간다. 삼각관계의 연인일 때도, 동성애의 관계가 될 때도 이들 각자에겐 젊음의 생채기가 하나 둘 생겨나가고, 이로써 성장한다. 뜨거운 당시의 20대를 회상하는건 2012년 타이페이의 여름을 보내는 30대의 량이다. 바오메이와 아론의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그에게 이제 그 격정의 세월은 빛
[cine choice] 여친 남친(Gf*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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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스 카락스 | 프랑스 | 2012년 | 116분 | 월드시네마
OCT06 M해운대M 17:00
OCT07 M해운대2 11:00
OCT09 소향 14:00
Tip.레오스 카락스가 돌아왔다. 드니 라방과의 아름다운 협연!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파워풀한 작품.
이 영화에 관한 한 가능한 많은 감탄사를 끌어모으는 게 좋겠다. <폴라 X> 이후 무려 13년 만에 선보이는 레오스 카락스의 장편은 때로 미친 것 같고 아주 기괴하며 그리하여 마침내 아름답다. 영화는 오스카라는 한남자가 하루동안 겪는 9번의 다른 삶을 묘사한다. 어느 기업의 CEO처럼 출근길에 오른 남자는 늙은 거지로, 모션캡처 배우로, 미친 남자로, 또 자상한 딸의 아빠로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며 파리 곳곳을 배회한다. 커다란 리무진에는 그의 변장을 용이하게 해줄 각종 분장도구와 시나리오가 항시 준비되어 있고, 비서가늘 함께한다. 하루 일과를 온전히 타인의 인생으로 살아가는 이
[cine choice] 홀리 모터스(Holy Mo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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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 인도네시아 | 2012년 | 95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06 CGVS 19:30
OCT10 M해운대M 13:00
OCT12 M해운대M 13:30
Tip. 자카르타의 동물원을 가장 아름답게 그린 작품. 동물원의 공간에서 연출한 초현실적인 비주얼로의 초대.
이상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장면의 속출. 이곳은 동물원이다. 3살 때 자카르타의 동물원에 버려진 라나. 사육사에 의해 길러져 동물원을 세상의 전부라 여기던 소녀는 어느덧 자라 마술사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청년을 따라 난생처음 동물원 바깥을 나온 라나는 그곳에서 추악한 인간사회의 현실을 절감하고, 다시 마음의 안식처인 동물원을 찾아간다. 인도네시아의 신성 에드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냉정하리만치 현실적인 고아 라나의 성장기에 초현실적인 마법의 순간을 접목시킨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기린과 하마, 코끼리의 움직임이 거대하고 몽환적으로 표현되는 건 이 영화가 선사하는 지극히 황홀한 경험이다. 결국 마술에 유혹되어
[cine choice] 동물원에서 온 엽서 (Postcards from the Z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