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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스시 레스토랑 스키야바시 지로. 번화가 긴자의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좌석 10개가 겨우 들어가는 10평 남짓한 크기다. 그러나 한두달 전 예약은 필수. 메뉴는 단 하나, 스시. 가격은 무려 3만엔(45만여원)이다. 이곳의 주인은 85살로 최고령 <미슐랭 가이드> 3스타 셰프에 오른 오노 지로다. 제목대로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은 오노 지로의 스토리를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물론 영화는 단순한 맛집 탐방 TV프로그램 같은 작품이 아니다. 인기 셰프의 요리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은 ‘오노 지로가 만든 스시의 맛이 얼마나 훌륭한가’보다 ‘손님에게 최상의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태도와 자세’를 보여주는 데 상당 부분 할애한다. 검버섯이 피고, 상처가 날까봐 외출 시 항상 손장갑을 끼고 나가는 조심성이며,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절제력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다 <스시 장인: 지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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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하세계를 평정한 사나이 돈(샤룩 칸)이 이제 유럽 대륙을 손에 넣기 위해 움직인다. 위협을 감지하고 일부러 특수팀의 비샬말릭(옴 푸리)에게 자수를 하고 감옥에 들어간 돈은 그곳에서 자신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바르드한(보만 이라니)과 연합해 탈옥한다. 여형사 로마(프리얀카 초프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경찰이 그를 뒤쫓지만 여유만만한 돈은 이번엔 유럽에서 사상 최대의 범죄를 계획한다.
보는 내가 다 부끄럽다. 그런데 그게 또 왠지 멋지다. <천재사기꾼 돈: 세상을 속여라>는 지금 인도영화의 현주소를 증명하는 영화다. 익히 알고 있는 마살라 무비(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뮤지컬 형식)의 요소를 최대한 자제하고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공식들을 모사해나가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인도식 프랜차이즈 영화라 할 수 있다. 전작 <돈>(2006)의 폭발적인 흥행에 힘입어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파르한 악타르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고, ‘3대 칸’으로 불리
부끄럽거나 멋지거나 <천재사기꾼 돈: 세상을 속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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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찰인 존(주걸륜)은 변종 바이러스를 만든 박사를 후송하던 중 동료에게 배신당하고, 애인을 잃고, 머리에 총을 맞는다. 죽음을 앞둔 존에게 남은 시간은 2주 정도. 마침 그의 엄마는 과거에 헤어진 아버지와 형을 찾아달라고 애원한다. 가족을 찾아 말레이시아로 향한 존은 그곳에서 또다시 바이러스를 탈취한 세력과 맞붙고 이 과정에서 형인 만양(사정봉)을 만난다. 이제 존에게는 두 가지 미션이 떨어진다. 변종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뒤, 백신을 유통해 돈을 벌려는 세력을 소탕하는 것, 그리고 27년 전 헤어진 형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 쉬운 건 아무것도 없다.
<바이럴 팩터>는 <비스트 스토커> 시리즈를 연출했던 임초현 감독의 신작이다. 전성기 시절 홍콩영화의 분위기와 자신만의 액션 스타일을 적절히 활용해온 그는 이번에도 관객을 만족시킬 만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경찰과 범죄자로 갈린 형제의 운명은 <영웅본색>을 연상시키는 대목이고, 도심을 달리다 오르내
가족의 재구성 <바이럴 팩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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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주효렴(덩차오)은 도적 맹용담(예성)의 뒤를 쫓다가 들어간 사원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벽화를 본다. 잠시 뒤 벽화에 그려진 여인 무단(정솽)이 주효렴의 눈앞에 실제로 나타나고, 주효렴은 홀린 듯 그녀를 따라 벽화 속 세계로 들어간다. 꽃의 이름을 단 선녀들이 가득한 그곳은 독단적인 여왕(염니)이 다스리는 금남의 세계다. 작약(손려)과 무단은 여왕의 눈을 피해 주효렴을 숨겨주다가 불지옥에 갇히게 되고 주효렴은 여인들을 구하기 위해 맹용담과 선녀들의 도움을 받아 여왕을 상대로 분투한다.
<화벽>은 중국의 기서 <요재지이> 중 ‘벽화 속 여인’ 에피소드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영화는 한편의 러브 스토리이기보다 평등과 화해를 노래하는 서사시에 가까운데, 결말부에 가서야 조금씩 드러나는 주효렴과 작약의 멜로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사랑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여왕과 작약이 주효렴으로 인해 남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거나,
평등과 화해를 노래하는 서사시 <화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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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던 기억이 난다. 마치 신데렐라라도 된 듯 밤 12시에 정해진 장소에서 푸조형 타임머신을 기다리던 그 남자. 꿈에서 깨면 자기 회의에 빠진 별볼일 없는 얼치기 예술가로 돌아가야 했던 그 남자. 그의 얼굴 위로 다른 남자의 얼굴 하나가 어렵지 않게 겹쳐졌다. 바로 우디 앨런 감독의 얼굴이었다. 그가 직접 주인공을 연기하기 힘든 나이가 된 뒤에도, 그의 주인공들은 늘 어딘가 그와 닮은 구석을 드러냈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서사시부터 SF에 이르기까지 범상치 않은 스펙트럼을 자랑하지만, 캐릭터에 새겨져 있는 작가의 인장 때문에 그의 영화는 언제나 코미디로 인지되곤 했다. 그 웃음의 공약성분이 무엇인지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모질었던 어머니와 울적했던 학창 시절을 거쳐 그는 개그를 팔던 작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TV 스타로, 그리고 끝내 영화감독 겸 배우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경험한 성
그의 염세주의적 세계관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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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6일 새벽 5시50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내 85호 크레인에 오른다. 한진중공업 사쪽이 1년 새 3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해고한 데 이어 생산직 직원 400여명을 추가로 감원키로 하자 고공시위에 돌입한 것이다. 85호 크레인은 김 지도위원의 둘도 없는 동료였던 김주익, 곽재규 열사의 무덤이기도 하다. 김 지도위원이 목숨을 내건 고공시위를 시작한 지 157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적’의 행렬이 시작된다. ‘소금꽃나무’ 김진숙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영도조선소로 몰려든 것이다. 깃발 대신 기타로 무장한 ‘날라리 외부세력’이 가세하면서 한진중공업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김진숙 지도위원 구하기’에 뛰어든 수만명의 사람들 중 비장한 각오를 가슴에 새긴 투사는 없다. 만사 제쳐두고 그림자 섬 영도에 온 한 청년은 얼마 전까지 자신이 노동자인 줄도 몰랐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선을 뚫느라 가방
투쟁이 아닌 축제 <깔깔깔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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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최초의 공주 이야기, 픽사 최초의 여자주인공, 픽사 최초의 시대극, 픽사 최초의 여성감독.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처음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이야기만은 그리 새롭지 않다. 11세기경 스코틀랜드의 작은 왕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친근한 애니메이션은 머리카락 한올의 질감까지 살려낸 최고의 기술력을 동원했음에도 왕국을 구해내는 영웅이나 장엄한 전설과 거대한 전투 대신 어머니와 딸 그리고 가족에 관한 작은 이야기를 선택했다.
스코틀랜드 왕국의 공주 메리다(켈리 맥도널드)는 용맹한 부왕 퍼거스(빌리 코놀리)와 현명하고 정숙한 왕비 엘리노(에마 톰슨)의 관심과 애정 속에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유일한 골칫거리는 엄마의 끊임없는 간섭과 참견. 어린 시절부터 활쏘기와 말타기를 더 좋아하는 왈가닥 공주님에게 왕국의 공주로서 요구되는 정숙과 위엄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세 부족장의 아들들이 정식으로 공주에게 청혼을 하고
픽사의 새로운 시도 <메리다와 마법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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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에 관심 많은 독자들이라면 <패밀리 가이>라는 애니메이션을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한 무리의 가족들이 나와서 풍자 섞인 대사와 엉뚱한 농담을 쏟아내는데, 그들의 인기는 현재 가족 애니메이션의 고전이라 평가받는 <심슨네 가족들>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키우는 강아지 브라이언의 인기가 대단하다. 두발로 걷고 독설을 내뱉으며 인간 여자와 데이트를 즐기는 브라이언의 매력은 <패밀리 가이>를 폭스의 간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19곰 테드>의 감독이 <패밀리 가이>의 크리에이터 세스 맥팔레인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라이언과 마찬가지로 귀여운 외모에 그런 겉모습을 배반하는 성격을 지닌 곰돌이 애니메이션을 구상하던 맥팔레인은 CG와 시각효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 아이템을 실사영화로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패밀리 가이>의 거침없는 유머감각을 빼닮은 <19곰 테드
어른을 위한 동화 <19곰 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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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어떤 주석도 사랑의 실체를 콕 짚어내지는 못한다. 연애담의 원전 격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역시 마찬가지다. 익히 알고 있듯이, 두 남녀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미약(媚藥)을 마셨기 때문이다. “참된 연애는 마치 유령과 같아서 그것이 어떤 것인지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랑에 관한 연구는 그러니까 400년 전 한 프랑스 작가가 남긴 잠언에서 그닥 나아간 것이 없다. 사랑의 근원을 파악할 수 없으니 사랑의 역학을 살피는 일만이 남는다. <우리도 사랑일까>의 마고(미셸 윌리엄스)가 더없는 짝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걸 보라. 사랑의 원천은 몰라도 사랑의 거처를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마고는 출장길에 대니얼(루크 커비)을 만나 호감을 품는다. 괜한 오지랖으로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얼치기인 줄 알았는데,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다감하고 근사한 남자다. 하지만 로맨틱한 상상은 잠깐의
사랑의 동력은 불안 <우리도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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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카이폴> Skyfall
감독 샘 멘데스 / 출연 대니얼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주디 덴치, 레이프 파인즈, 나오미 해리스, 베레니스 말로 /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 / 개봉예정 10월26일
어느덧 ‘007’의 역사가 반세기를 채웠다. <007 스카이폴>은 007 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이자 역대 23번째 007 영화다. <아메리칸 뷰티> <레볼루셔너리 로드> <어웨이 위 고>의 샘 멘데스가 이 부담스런 007 시리즈에 감독으로 승선했다. 드라마가 탄탄하리란 예상을 해볼 순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언제나 위기에 빠진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로부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시리즈와 똑같다. 적은 내부에도 있었고 외부에도 있었는데 이번엔 상관 M(주디 덴치)의 과거가 제임스 본드와 조직 MI6의 발목을 붙잡는다. 하비에르 바르뎀, 레이프 파인즈가 새 얼굴로 합류했고, 프랑스의 신
[Coming soon] 반세기 역사의 <007 스카이폴> Sky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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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 세상을 구하는 앨리스
[정훈이 만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 세상을 구하는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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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49) 감독은 오랜 경력의 영화인이다. 1988년 임권택 감독의 연출부로 충무로에 발을 내디뎠고,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였던 이정향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1998)을 기획했다. 필모그래피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뜨내기 영화인이다. 하지만 <흡혈형사 나도열>(2006), <과속스캔들>(2008> 등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 적지 않다. 제작사가 바뀌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그의 이름이 사라졌을 뿐이다. 독립영화와의 인연은 더 거슬러 오른다. 이효인, 이정하 등과 함께 1989년 민족영화연구소를 창립하며 활동했으니 ‘독립영화 1세대’. 영화평론가로 활동했던 이정하와 결혼 뒤 짧은 공백을 제외하면 한눈팔지 않고 외길을 걸어왔다. <깔깔깔 희망버스>로 연출에 대한 오랜 목마름까지 해소한 그는 앞으로 자본과 노동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어떤 계기로 카메라를 들게 됐는지 궁금하다.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 민주
[클로즈 업] 최대한 명랑하게 죄의식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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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스터>가 미국 아트하우스 영화사상 최고 수익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첫날 성적으로는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이 세워놓은 기록을 이미 넘겼다.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자투표로 진행된다
=중년층 투표자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겠지만 장년층 투표자들은 오히려 투표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뉴욕시가 내년 3월부터 극장 내 슈퍼사이즈 소다음료 판매를 금지한다
=전국극장주연합의 뉴욕 대변자 로버트 선샤인은 “누구도 우리에게 뭘 마시라고 명령할 수 없다”고 저항했다.
[댓글뉴스] <더 마스터>가 미국 아트하우스 영화사상 최고 수익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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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감독 조 라이트 / 출연 키라 나이틀리, 주드 로, 애런 존슨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에서 이미 소설을 영화로 번역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조 라이트 감독이 다시 한번 고전에 손을 댔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다. 벌써 그와 세 번째 호흡을 맞춘 키라 나이틀리가 안나 카레니나를 맡았다. 그녀와 남편 알렉세이(주드 로), 브론스키 백작(애런 존슨), 세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가 얼마나 치명적으로 그려질지 궁금하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2.09.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