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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팀으로부터 귀여운 사진을 전달받았다. <씨네21> 추석 선물 이벤트에 응모한 독자가 보내온 일러스트인데, <오징어 게임> 트레이닝복 굿즈를 꼭 받고 싶다며 <씨네21> 로고가 새겨진 폴더폰 액정 화면 속 애정 어린 메시지를 가득 적어 보내주었다. 이번 씨네리 추석 이벤트에서 인기 만점인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의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비롯해 프런트맨의 가면, 달고나 키트, 관리자들의 핑크색 작업복까지, 한국 제작진이 만든 시리즈의 의상과 소품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현상을 보니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영화 프로덕션의 저력을 실감하게 된다(<오징어 게임>에는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많은 영화 스탭들이 주요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한편 이러한 현상을 마주할 때마다 글로벌 관객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한국영화 프로덕션의 결과물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보존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현재 영화필름과 시나리오, 포스터 등의 부
[장영엽 편집장] 한국영화의 만신전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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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차장에 법무부 이송차량이 있다. 차에는 밝은 표정으로 양손을 들고 하나의 줄을 잡고 선 사람들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치우침 없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Join, 국민참여재판’이라는 표어가 쓰여 있다. 아마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가(join)하는 국민참여재판에 적극 협조하여 법조인(法曹人) 역할을 하자는 뜻일 것이다.
구치소에 갔다. 해상도 낮은 LED 전광판에 교정 마스코트인 보라미와 보드미가 찌그러진 채 웃고 있고, 그 옆으로 ‘청렴韓 교정’ 어쩌고 하는 표어가 흘러간다. ‘韓’자만 한자로 쓰여 있다보니 글씨체가 다르고 줄도 안 맞는다. 아마 한국(韓國)의 교정공무원을 상징하는 보라미와 보드미가 맡은 바 소임을 청렴하게 다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일전에 관공서를 지나가다 표어와 사진 공모전 홍보 포스터를 보았다. ‘마음을 이어주는 크리에이터’라고 쓰여 있었다. ‘마’, ‘이’, ‘크’ 세 글자를 한눈에 들어오게 크게 썼다. 아마 공모전에서 모집하는 표어나 사진은 주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다국어 왜 써Yo? 이상韓 표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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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의 끝에서, 무거운 주제를 꺼내볼까 한다. 영화발전기금 이야기다. 지난 14년간 한국 영화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이바지한 영화발전기금이 1~2년 내로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이 문제는 지난 9월 13일 정기국회에서도 논의되었는데, 당장 올해 12월 31일이면 영화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이었던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규정이 만료되기 때문일 것이다. 천만 관객 영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시절에는 관객이 구매한 영화 티켓 가격의 3%에 해당하는 부과금이 영화발전기금의 든든한 재원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역대 최저 관객수를 기록하면서 지난 1년 새 영화발전기금의 여유 자금은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배동미, 김소미, 김성훈 기자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국회, 영화계를 두루 취재해 영화발전기금의 현황을 점검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둘러싸고 어떤
[장영엽 편집장] 위기의 영화발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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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들과 주말 근황을 공유할 때마다 겹치는 일상이 드물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누군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웹툰을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OTT 시리즈를 몰아 본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 팟캐스트, 유튜브 콘텐츠와 독서까지, 10명이 채 안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소비하는 콘텐츠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다양할 정도니 관객과 독자의 취향은 얼마나 파편화되었을지 새삼 곱씹게 된다. 더불어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어질수록,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깨닫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취향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구독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길을 잃고 말 테니까.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추석 연휴를 보내는 독자 여러분의 모습도 각양각색일 거라 생각한다. <기적>과 <보이스>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는 분도 있을 테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장영엽 편집장] 우리 각자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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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시가 코로나19와 관련된 4개의 계급을 지난해에 얘기했다. 다들 한번씩 웃고, 가끔은 우울해졌을 것이다. 맨 아래의 잊혀진 자들, ‘포가튼’과 3계급인 실업자들은 이해가 쉽게 간다. 1번 계급은 ‘리모트’, 원격 근무, 즉 재택 근무가 가능하거나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도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급이다. 보통의 1번 계급은 종교와 관련되어 있거나, 사회의 특별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저 재택 근무가 가능하다는 정도로 최상위 계급이라니, 역사상 가장 가난한 1번 계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번 계급은 필수 인력, 해고의 위험은 없지만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높아서 2번이다.
비슷한 생각을 한국으로 옮기면, 팬데믹이든 뭐든, 결국은 집이 계급을 구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통계청의 ‘2019년 주택소유통계’를 가지고 좀 살펴봤다. 가구 기준으로 한집만 가지고 있는 국민은 40% 정도 된다. 두채를 가진 사람은 11%다. 3채 이상 가진 가구를 더해보니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배자와 피지배자 그리고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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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소설이나 만화의 영상화 소식을 들을 때면 자연스럽게 바라는 것이 생긴다. 특별히 아꼈던 캐릭터나 좋아했던 대목이 원작을 읽으며 상상했던 대로 구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상화된 작품의 만듦새와 관계없이 기대했던 원작의 요소가 대폭 생략되거나 생각과 다른 결과물로 완성되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의외로 상당한데, 그에 대해서는 이번호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칼럼에서 이경희 작가가 통렬하게 서술하고 있다(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 글을 읽는다면 등골이 서늘해질 것 같다).
한편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사와 인물이 영상의 힘을 빌려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구교환 배우가 연기하는 <D.P.>의 한호열 상병이 내게 그런 존재였다. 위계가 명확한 군대의 규칙에 일견 순응하는 듯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숨 쉴 틈을 만들어내는 이 유연한 캐릭터의 등장은 원작 만화 <D.P 개의 날>의 인물들과는 사뭇 다른 활력을 시리즈에 불어넣었
[장영엽 편집장] 세 가지 색: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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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잘랐다. 10년 만이다. 가슴 아래로 내려오는 치렁한 머리를 10년 가까이 유지하다가 어깨에도 닿지 않는 길이로 잘라냈다. 20대 초반까지 주로 쇼트커트로 살다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미용실을 한번도 못 가는 바람에 긴 머리가 됐는데, 그 뒤로는 탈색도 하고 염색도 하고 파마도 하고 조금씩 자르기도 했지만 길이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말하자면 파격적으로 스타일을 바꾼 것이다.
재미있게도 시기가 시기라 그런지 왜 머리를 잘랐냐는 질문을 별로 듣지 않았다. 사람들은 확 바뀐 머리 스타일에 놀라 머리를 왜 잘랐냐고 묻다가도 “요새 확실히 쇼트커트가 유행이네~” 같은 말로 자문자답했다. 쇼트커트를 둘러싼 근래의 소음에 대해 대부분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왜 잘랐는지 묻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내가 가는 몇 안되는 곳마다 최근에 쇼트커트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여성이 적어도 한명씩은 있었던 것이다.
실은 지난 몇년간 겨울마다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머리를 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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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칸국제영화제 60주년을 맞아 제작된 옴니버스영화다.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35명이 ‘극장’을 테마로 연출한 3분여가량의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이 작품에서, 차이밍량 감독은 <꿈>(It’s a Dream)이라는 단편을 통해 한 오래된 극장에 얽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차이밍량의 꿈속에는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소년 시절의 감독 자신, 노년의 어머니와 영화를 사랑했던- 사진으로 존재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놓인 네 가족이 오래된 극장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꿈>의 마지막 장면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의 배경은 운영을 종료한 말레이시아의 단관극장이다. 아마도 이곳은 말레이시아 출신인 차이밍량 감독이 유년 시절 영화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간 장소일 것이다. 극장에 대한 그의 애정과 추억은 그대로인데, 시간은 야속하게도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마모시킨다.
[장영엽 편집장] 안녕, 서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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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속 사람들 마음을 캐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고 나서 알게 된 것은 똑같은 일을 해본 이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다른 분야에서 공부한 분들께 여쭈는 것뿐이라 여러분을 귀찮게 해온 지도 근 20년이 되었다. 그만큼 많은 연을 이었다면 당연히 작은 도움이라도 드려 은혜의 일부라도 갚아야 하기에 항상 어딘가에 가야만 하는 일로 일정이 채워졌다. 짬을 내어 쉬기 어려웠던 시간을 꽤 오래 가진 후, 최근 바이러스가 강제 휴가를 선사해주었다. 미리 예약한 호텔은 거리두기를 위해 취소하고 집 안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한가롭기만 할 줄 알았지만 놀랍게도 기술의 발전으로 짧은 시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것을 보았다.
시작은 여행 유튜버들의 모험이 담겨진 클립들이었다. 그들의 온갖 고생은 나의 근육의 수고로움 없이도 이국적 풍광을 눈앞에 펼쳐주었다. 그곳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공상을 하다 정보를 더 얻기 위해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무한반복 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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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 소개한 <모가디슈> 제작기에서, 김보묵 미술감독은 ”실제 내전이 발생할 때 벌어지는“ 주요 사건을 토대로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설계했음을 말한다. 그 단계별 주요 사건이란 다음과 같다. 1단계, 평화로운 사회에서 테러 같은 이벤트가 발생한다. 2단계, 반군이 사회를 교란하기 위해 시위를 일으킨다. 3단계, 반군이 수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관공서와 치안 체계를 무너뜨린다. 4단계, 반군이 수도에 입성한다.
이것은 분명 영화 속 장면을 구현한 과정에 대한 설명이지만, 공교롭게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세력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시점에 이 글을 읽고 있자니 복잡한 마음이 든다. 아마 극장에서 <모가디슈>를 본 관객도 이번 한주 동안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가족에게 연락을 할 새도 없는 급박한 탈출 과정, 수도를 떠나는 대형 수송기 내부를 빼곡히 채운 사람들, 미처 탑승하지 못해 비행기를 따라 활주로를 달리고 기체에 매달린 군
[장영엽 편집장]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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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적인 세상을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는 지식노동을 하는 여성이다. 일터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업무의 내용만 따지면, 사람들의 성별이 중요한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성차별적이다 보니, 즉 성별에 따른 발언권의 차이가 크고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양식과 발화습관이 현저히 다르다 보니, 주장과 설득이 주요 업무인 내 분야에서 ‘일이 되게’ 하려면 성별을 신경 써야 한다. 남성들이 더 많이 말하고, 남의 말을 더 많이 끊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그럼에도 의사 결정권자 중 남성의 비율이 더 높다는 차별적 경향을 현실로 받아들여 고려하는 과정이 업무에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저 많은 말 중 어떤 말이 발언권의 확인에 불과한지, 어떤 말이 실제로 유의미한지를 따진다. 내게 발언자를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사람이 여성이라서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위축되어 있는 게 아닌지 살펴 발언의 기회를 배분한다. 나에게 의사 결정권이 없는 일에서 바라는 결과가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약자에게 다행한 삶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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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이 놀라웠다면 앞으로 20년은 공상 과학이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그래픽카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인간의 아바타와 AI가 공존하는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가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상현실 세계에 접속해 도시를 건설하고 지인들과 교류하고 콘서트와 이벤트를 위해 모이는 것이 일상이 될 거라는 그의 말은 혁신적이었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메타버스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상당 부분 현실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출근을 권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현실 세계의 아이돌과 가상 세계의 아바타로 나뉘어 활동하는 걸그룹(에스파)이 등장했다. 돌아오는 광복절에 메타버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독립운동 이벤트를 연다는 인천시의 사례나 메타버스 내에 캠퍼스를 개설하는 여
[장영엽 편집장] 영화는 메타버스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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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간 좌파 에세이를 쓰면서 진보라는 개념과 좌파라는 개념에 대해서 깊게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좌우 구분이 기본이고, 진보는 보완적으로 쓰이는 개념이다. 우리에게는 북한이라는 민족사의 비극과 함께 보도연맹 사건으로 좌익으로 몰리면 그냥 사형시키던 시절이 있었다. 좌파라는 말을 쓰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진보라는 애매한 개념으로 자본주의 모순에 대처했다. 보수는 상대적으로 정의하기가 쉽다. 그렇지만 진보는 정의하기가 아주 어렵다.
이 고민을 하다가 AI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질문을 해보았다. 영화 <아이, 로봇>에 나오는 AI인 비키(VIKI)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인간을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유사한 결론은 <매트릭스>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인간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믿느냐는 네오의 질문에 소스 코드는 “우리는 인간이 아니니까”, 이런 뒤통수 때리는 얘기를 한다.
현실의 세계에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AI 시대, 좌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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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곳은 강원도 평창이다. 강원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한창인데, 연주자의 숨소리와 미세한 제스처의 변화까지 시시각각 느낄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의 매력을 실감하는 중이다. 연출자의 의도대로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편집의 예술’인 영화와 달리 클래식 음악제의 공연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다. 동료 연주자와 눈을 맞추며 타이밍을 조절하고, 페이지를 잘못 넘기거나 (악기를 위한) 어깨 받침이 떨어지는 등의 예기치 못한 난관에 물 흐르듯 대처하는 연주자들의 집중력과 유연함으로부터 새롭게 얻게 되는 자극이 있었다.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한 발짝 벗어날 때 새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8월 12일 개봉하는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출품할 마지막 시를 완성하지 못한 채 무작정 거리로 나서는 시인 지망생의 모습을 비추는 영화다. 기다렸던 시상이 떠오르기
[장영엽 편집장] 잠시,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