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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속 사람들 마음을 캐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고 나서 알게 된 것은 똑같은 일을 해본 이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다른 분야에서 공부한 분들께 여쭈는 것뿐이라 여러분을 귀찮게 해온 지도 근 20년이 되었다. 그만큼 많은 연을 이었다면 당연히 작은 도움이라도 드려 은혜의 일부라도 갚아야 하기에 항상 어딘가에 가야만 하는 일로 일정이 채워졌다. 짬을 내어 쉬기 어려웠던 시간을 꽤 오래 가진 후, 최근 바이러스가 강제 휴가를 선사해주었다. 미리 예약한 호텔은 거리두기를 위해 취소하고 집 안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한가롭기만 할 줄 알았지만 놀랍게도 기술의 발전으로 짧은 시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것을 보았다.
시작은 여행 유튜버들의 모험이 담겨진 클립들이었다. 그들의 온갖 고생은 나의 근육의 수고로움 없이도 이국적 풍광을 눈앞에 펼쳐주었다. 그곳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공상을 하다 정보를 더 얻기 위해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무한반복 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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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 소개한 <모가디슈> 제작기에서, 김보묵 미술감독은 ”실제 내전이 발생할 때 벌어지는“ 주요 사건을 토대로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설계했음을 말한다. 그 단계별 주요 사건이란 다음과 같다. 1단계, 평화로운 사회에서 테러 같은 이벤트가 발생한다. 2단계, 반군이 사회를 교란하기 위해 시위를 일으킨다. 3단계, 반군이 수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관공서와 치안 체계를 무너뜨린다. 4단계, 반군이 수도에 입성한다.
이것은 분명 영화 속 장면을 구현한 과정에 대한 설명이지만, 공교롭게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세력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시점에 이 글을 읽고 있자니 복잡한 마음이 든다. 아마 극장에서 <모가디슈>를 본 관객도 이번 한주 동안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가족에게 연락을 할 새도 없는 급박한 탈출 과정, 수도를 떠나는 대형 수송기 내부를 빼곡히 채운 사람들, 미처 탑승하지 못해 비행기를 따라 활주로를 달리고 기체에 매달린 군
[장영엽 편집장]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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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적인 세상을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는 지식노동을 하는 여성이다. 일터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업무의 내용만 따지면, 사람들의 성별이 중요한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성차별적이다 보니, 즉 성별에 따른 발언권의 차이가 크고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양식과 발화습관이 현저히 다르다 보니, 주장과 설득이 주요 업무인 내 분야에서 ‘일이 되게’ 하려면 성별을 신경 써야 한다. 남성들이 더 많이 말하고, 남의 말을 더 많이 끊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그럼에도 의사 결정권자 중 남성의 비율이 더 높다는 차별적 경향을 현실로 받아들여 고려하는 과정이 업무에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저 많은 말 중 어떤 말이 발언권의 확인에 불과한지, 어떤 말이 실제로 유의미한지를 따진다. 내게 발언자를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사람이 여성이라서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위축되어 있는 게 아닌지 살펴 발언의 기회를 배분한다. 나에게 의사 결정권이 없는 일에서 바라는 결과가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약자에게 다행한 삶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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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이 놀라웠다면 앞으로 20년은 공상 과학이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그래픽카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인간의 아바타와 AI가 공존하는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가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상현실 세계에 접속해 도시를 건설하고 지인들과 교류하고 콘서트와 이벤트를 위해 모이는 것이 일상이 될 거라는 그의 말은 혁신적이었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메타버스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상당 부분 현실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출근을 권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현실 세계의 아이돌과 가상 세계의 아바타로 나뉘어 활동하는 걸그룹(에스파)이 등장했다. 돌아오는 광복절에 메타버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독립운동 이벤트를 연다는 인천시의 사례나 메타버스 내에 캠퍼스를 개설하는 여
[장영엽 편집장] 영화는 메타버스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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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간 좌파 에세이를 쓰면서 진보라는 개념과 좌파라는 개념에 대해서 깊게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좌우 구분이 기본이고, 진보는 보완적으로 쓰이는 개념이다. 우리에게는 북한이라는 민족사의 비극과 함께 보도연맹 사건으로 좌익으로 몰리면 그냥 사형시키던 시절이 있었다. 좌파라는 말을 쓰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진보라는 애매한 개념으로 자본주의 모순에 대처했다. 보수는 상대적으로 정의하기가 쉽다. 그렇지만 진보는 정의하기가 아주 어렵다.
이 고민을 하다가 AI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질문을 해보았다. 영화 <아이, 로봇>에 나오는 AI인 비키(VIKI)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인간을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유사한 결론은 <매트릭스>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인간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믿느냐는 네오의 질문에 소스 코드는 “우리는 인간이 아니니까”, 이런 뒤통수 때리는 얘기를 한다.
현실의 세계에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AI 시대, 좌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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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곳은 강원도 평창이다. 강원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한창인데, 연주자의 숨소리와 미세한 제스처의 변화까지 시시각각 느낄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의 매력을 실감하는 중이다. 연출자의 의도대로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편집의 예술’인 영화와 달리 클래식 음악제의 공연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다. 동료 연주자와 눈을 맞추며 타이밍을 조절하고, 페이지를 잘못 넘기거나 (악기를 위한) 어깨 받침이 떨어지는 등의 예기치 못한 난관에 물 흐르듯 대처하는 연주자들의 집중력과 유연함으로부터 새롭게 얻게 되는 자극이 있었다.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한 발짝 벗어날 때 새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8월 12일 개봉하는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출품할 마지막 시를 완성하지 못한 채 무작정 거리로 나서는 시인 지망생의 모습을 비추는 영화다. 기다렸던 시상이 떠오르기
[장영엽 편집장] 잠시,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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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할 게 있다. 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무슨 소리냐면, 진짜 무슨 스파이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사람들이 잘 상상하지 못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주야장천 앉아서 책만 읽고 글만 쓸 것이라는 사람들의 짐작과는 달리 나는 스포츠를 매우 좋아하고, 꽤 오랫동안 춤을 춰왔다. 춤의 종류가 바뀌기도 했고, 바빠서 놓았던 적도 있지만 춤을 좋아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7살 때 유치원에서 처음 발레를 배우고, 13살 때 힙합 댄스를 처음 배운 이후로 한번도.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춤추는 영상을 올려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일을 무슨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다. 책으로 가득한 배경 앞에서 조곤조곤 말하는 것만 봐왔던 신규 구독자들은 어김없이 놀란다. 몇달 전에 올렸던 스트리트 댄스 영상에는 ‘당신 누구야… 김겨울 어디 갔어…’라는 댓글이 달려 한참 웃었다. 보통은 서브 채널에만 춤 영상을 올리지만 이번엔 본채널에도 아주 짧게 몇초의 영상을 올렸고, 댓글창에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작가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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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게임인가 영화인가, 지금껏 이런 콘텐츠는 없었다’. 이다혜 편집팀장이 이번호 기획 기사를 위해 멋지게 뽑아준 제목이다. 게임 회사 크래프톤이 얼마 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 콘텐츠 <그라운드 제로>와 <미스터리 언노운>을 보면 기사의 제목처럼 이들 작품을 어떻게 명명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일례로 크래프톤의 인기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의 기원을 다루는 단편 <그라운드 제로>는 김지용 촬영감독(<남한산성> <밀정>)이 감독과 각본, 촬영을, 배우 마동석이 제작과 주연을 맡고 모그 음악감독과 허명행 무술감독 등 영화 스탭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으로 흡사 한국 상업 액션영화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하다. 게임의 스토리와 맵이 단편 영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팬들에게는 세계관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준다.
<씨네21>은 지난해에도
[장영엽 편집장]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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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도무스 코리아>와 3년 기한으로 진행해온 “꿈꾸다 만들다 그리고 묻다” 기획이 마침내 끝났다. 최욱, 이희문, 김보라, 장영규, 송은이, 김보람, 지니 서 등 자신만의 것을 남다르게 만들어오고 있는 분들을 만나 그들이 세운 뜻과 고집스러울 정도로 꾸준한 실행의 비결을 묻는 인터뷰 코너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를 핑계로 만남을 청해 꼭 뵙고 싶었던 분들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나에겐 행운과 같았다. 호기심에 무모한 질문을 마구 해대며 몇 시간씩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너무나 즐거웠으니, 역시 사심이 투영된 일이 성과가 큰 법이다. 바둑의 대가에게 지도 대국을 받은 것처럼 내 문제 중 많은 부분이 해결될 뿐 아니라 근원적으로 제거되는 느낌도 들었다.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한 우리 종은 다른 사람이 미리 한 고민의 답을 건네받고 그가 한 수고로움을 면제받을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을 선물처럼 얻었다.
돌이켜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워낙 새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三人行必有我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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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여름 휴가철을 앞둔 한국영화계의 분위기는 비장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틈을 타 신속하게 개봉을 추진했던 지난해의 여름영화,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오케이 마담>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블랙 위도우>가 열어젖히고 <랑종>이 바통을 이어받은 올해 여름 영화시장은, <모가디슈> <방법: 재차의> <싱크홀>이 공개되기 전 코로나19 확진자 수 역대 최다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나 더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생각인 것 같다.
한국상영관협회(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와 한국IPTV방송협회(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홈초이스(케이블TV VOD)는 대작영화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제작비 50%를 보전할 때까지 티켓 매출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밝혔고, <모가디슈>와 <방법: 재차의>는 7월
[장영엽 편집장] 여름의 승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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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상을 찾아 스트리밍 사이트의 목록을 훑는다.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시원한 여름을 위한 공포 특집’, ‘혼밥족을 위한 드라마’ 같은 분류명이 붙은 포스터 목록이 나타난다. 여기도 남자, 저기도 남자, 여기는, 어디 보자, 남자 다섯에 여자 하나…. 몇번이나 화면을 다시 당겨 보다가, 결국 포스터에 남자만 있어도 장르상 납득은 된다 싶은 선협물을 고른다. 은거해 음악으로 마음을 나누며 산다는 노인이 네명 등장한다. 남자 셋에 여자 하나다. 심지어 남자1은 현을 타고 남자2는 무공이 높고 남자3은 높은 벼슬을 했고 어쩌고인데, 여자1은 남자1의 아내란다. 이 조연 네명은 2화 만에 습격을 받고 사라졌지만, 개운치 않은 마음은 남는다.
성비가 맞지 않는 콘텐츠는 더이상 즐겁지 않다.
의식해 추구한 변화가 아니다. 소비자운동적인 행동도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보고 재미없는 것은 피하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전체 등장인물들의 생물학적 성비가 맞지 않는 영화나 드라마, 남자들끼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설정 구멍, 재미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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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 15일 막을 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개최된 이번 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차례 데일리 취재를 담당한 <씨네21> 기자들에게도 가장 높은 수준의 거리두기를 요하는 영화 축제였다. 공식 온라인 데일리팀을 맡은 임수연, 배동미, 김소미 기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게스트를 화상으로 만났고, 백종헌 사진기자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영화인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취재 후일담을 들어보니, 대면 만남이 줄어든 대신 온라인이기에 가능했던 즐거운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다. <기생충>의 다송이 방을 모티브로 한 임수연 기자의 화상 배경은 해외 게스트들에게 인기가 최고였다고 한다. <공동주택 66>을 연출한 필리핀의 래 레드 감독은 임수연 기자의 화면을 보며 공동주택에 사람이 한명 숨어서 살고 있다는 영화의 설정이 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부터 영
[장영엽 편집장] 네버 엔딩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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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는 25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다. 우와! 한국 영화시장에서 이렇게 큰 영화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물리적 거리두기로 극장이 주춤하는 동안에 OTT가 가성비를 앞세워 약진했다. 팬데믹 국면에서 여행이나 관광 등은 우리나라만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라서 몇년은 더 ‘롱테일’이 남겠지만, 이르면 연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극장의 거리두기는 완전히 열릴 것이다. 추석에 열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내년 설에 열릴 것이냐, 이건 아직도 불확실하다.
극장이 100% 열린 뒤에 어떤 상황이 되어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과연 ‘가성비’와 편의성을 찾아 OTT로 간 관객이 극장으로 일부만 돌아올지, 아니면 극장만이 줄 수 있는 몰입감과 문화적 경험을 위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얼마 전 서울시 1인 가구 행사에서 연극이나 콘서트를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극장 리부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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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고질병이 있다. 겸손병이라고, 조금이라도 참여한 걸 나의 성과로 자랑해도 모자랄 마당에 자신이 도맡아 한 일마저 “어휴… 아니에요…” 따위의 말로 얼버무리는 병이다. 연봉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자기 PR을 충분히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 병은 이미 많은 여성들에 의해 비토된 바가 있다. 물론 나도 이 겸손병을 비토하는 동시에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이다.
누구나 자신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의 성취를 했지? 어느 정도의 보수가 적합하지? 누가 정해준 답이 있는 게 아니니 대략적인 짐작을 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아무래도 평가에 있어 조금 보수적이다. 혼자 하는 일이 많아 호응에 대한 체감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구독자가 19만명일지라도 촬영은 카메라 앞에서 혼자 하니까. 코로나19로 대면 행사를 하기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괴리는 더 커졌다.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자신의 성과를 촘촘히 그러모아 자랑하고 있을까?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우리의 보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