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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월드컵 시즌이 되면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마침 6개월차로 열린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이 모두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열려 요즘은 시차로 인한 피로 없이 실시간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수영의 황선우 선수,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가 높고 단단한 벽을 깨부수고 신기록을 써내려갔을 때의 감동이 아직 생생한데, 지난 2월9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도 벅찬 감동과 환희의 금빛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남자 쇼트트랙의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선수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편파 판정과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1000m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경험을 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말하는 심판의 창의적 해석에 분노를 느끼고 훼손된 올림픽 정신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타격은 선수들이 제일 컸을 텐데, 이틀 뒤 세 선수는 보란 듯이 모두 1500m 결승에 올랐고, 황대헌 선수는 “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못하게 하는
[이주현 편집장]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고 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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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초연결이 중첩되는 시대는 수백년간 매일같이 직장에 나가야 했던 사람들에게 일하는 장소를 고를 수 있는 특권을 갑자기 허락해주었다. 랩톱 화면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면 하얀 파라솔과 푸른 바다가 보이는 감동은 여름휴가 성수기의 살인적인 비용을 지불한 휴양지에서 겨우 며칠간 누리던 호사가 아니라 일상이 될 수 있다. 숲속 작은 집에서 화목난로 안 참나무 장작이 타는 냄새를 맡으며 키보드를 누르다 바라본 창밖의 하얗게 쌓인 눈은 어릴 적 성탄 카드의 현실화로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각자가 자신의 일을 짊어지고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사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 그간 주요한 산업이 대도시로 집중되며 발전의 수혜가 고르게 나누어지지 못해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까지 언급되는 지역에는 예기치 못한 수혜가 열릴 수 있다.
문제는 직장을 유동화한 사람들이 지역을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하는가 하는 것이다. 멋진 풍광만 있다고 온전한 생활이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경치와 더불어 무엇을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로컬리티, 로컬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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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마음으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의 손>을 보았다. 축구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시시껄렁한 태도로 <신의 손>을 볼 순 없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인 파올로 소렌티노의 자전적 이야기이며,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나폴리에서 활약하던 때가 시대적 배경’이라는 기본 정보만으로도 느슨하게 휜 척추를 바로 세우기에 충분했다. 세상의 기이한 아름다움을 탐지하고 수집하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는 소렌티노의 영화적 시선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알려주는 이 영화에서 내 심장을 세차게 고동치게 한 장면은 주인공 파비에토(필리포 스코티)의 부모가 별장에서 보내는 평화로운 시간을 고요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서사의 전환점이 되는 이 장면에서 나는 벽난로에서 새어나오는 일산화탄소의 냄새를 미리 감지하곤 여러 번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나폴리 근처엔 가본 적도 없으면서, 나폴리 앞바다의 파도처럼 철썩대는 감정을 가누어야 했던 스펙터클한 체험을 하고 난 뒤, ‘신의 손’이
[이주현 편집장] 각자의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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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새 식구가 왔다. 아기 고양이다. 원래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다. 8살짜리 커다란 치즈태비 커크와 몸집이 더 큰 4살짜리 턱시도 스팍이다.
셋째는 우리 집에 온 지 석달됐는데 온갖 무늬와 색이 다 있는 고양이라 커크나 스팍처럼 외모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카오스와 치즈태비와 턱시도와 삼색이가 희한하게 섞여 있는 정체불명의 한국 고양이다. 추정하건대 10월에 길에서 태어나, 어느 지하상가에서 치즈태비인 남매 고양이와 함께 구조됐다가 우리 집에 왔다.
나는 미국 SF 드라마 <스타트렉>의 열렬한 팬이라 첫째 고양이의 이름을 함장인 캡틴 커크에서 땄고, 둘째 고양이는 부함장의 이름에서 가져와 스팍이라고 붙였다. 그러나 부함장 스팍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장수하는 외계 종족인 ‘벌컨’인데, 우리 집 스팍은 이름과 달리 단순하고 해맑고 밥 많이 먹고 간식에 금세 혹하는 고양이다. 솔직히 <스타트렉>의 부함장 스팍과 너무 안 닮았다.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오늘 가장 사랑한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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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인격과 직업적 인격 사이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전지적 시점으로 인식할 때가 있다. <씨네21>에 입사할 운명이라 핸드폰 뒷번호도 ‘21’로 끝난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했던 적도 있지만, 가끔은 영화기자로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영화기자를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박식한 척, 유능한 척, 영화와 연애하는 척 가면을 꺼내 쓰는 느낌. 확실히 메소드 배우과는 아닌가보다. 어쨌든 13년간 이 역할을 놓지 않았던 건 영화기자이기에 누릴 수 있었던 아름다운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엔 이것이 영화기자로서의 마지막 화양연화인가 싶은 순간들을 경험했는데, 그중 하나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배우 조승우를 전화로 인터뷰하며 그의 느긋하고 나긋한 목소리에 취했던 것이고 또 하나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개봉을 앞두고 국내에선 유일하게 스티븐 스필버그와 일대일 전화 인터뷰를 하는 영광을 누린 것이다.
최근 편집장이라는 새로
[이주현 편집장] 편집장은 처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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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일본식으로 각색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을 20대에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미친다는 게 뭔지, 제정신이라는 게 뭔지, 세상을 새로 보는 느낌이었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총리실에 근무하던 시절에 봤다. 내가 보던 공무원과 공기업의 모습과 그렇게 똑같을 수가 없었다. <에반게리온>도 충격적이었고, <공각기동대>와 함께 나는 그런 일본의 얘기들이 너무 좋았다. 하다못해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판까지 전부 챙겨서, 그것도 여러 번 봤다.
그 시절에 비하면 일본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문제작이 잘 나오지 않고, 다루는 얘기들도 점점 덜 충격적이다. 물론 작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협소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일본 정치만 보면 세대교체에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나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새로움을 경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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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지막 에디토리얼을 쓰게 된다면 어떤 영화와 더불어 독자 여러분과 인사를 나눠야 할지 고민하곤 했다. 언젠가 경험하게 될 그 순간을 위해 뜨거운 안녕을 고하는 영화들의 목록을 마음속에 하나둘씩 저장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글을 시작하려다 보니 생각지 않았던 한편의 영화가 머릿속을 맴돈다.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지면을 할애받은 사람의 마지막 특권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와 나누고 싶다.
얼마 전에 이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는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과 편집부 기자들의 고군분투에는 언제 보아도 기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었지만 4년 만에 다시 본 영화에서는 다른 순간들이 눈에 밟혔다. 무엇보다 <더 포스트>는 협업의 아름다운 메커니즘을 이야기하는 영화였다. 공식석상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든, 우연히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기밀문서
[장영엽 편집장] 협업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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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 책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해, 개인성과 역사성을 교차시키는 방식에 대해, 역경을 극복하는 내용에 대해,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 책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 책을 온전히 느낄 기회를 박탈당할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나는 인간의 통제 욕구에 대해 말하려 한다.
근대인이 빠져 있는 줄도 잊고 빠져 있는 환상들이 있다. 교환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아득히 뛰어넘어 그 자체로 물신이 된 화폐라든지, 모든 것을 인간을- 혹은 자신을- 위해 진열된 상품으로 보는 시선 같은 것이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과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라는 달콤한 환상이 있다. 이 환상은 우리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이끌어간다. 나는 나의 몸을 통제할 수 있어. 나는 나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어. 우리는 자연을 통제할 수 있어. 우리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인류라는 컨트롤 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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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기획한 대선 후보 인터뷰 영상을 보며 새해를 맞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네명의 유력 대선 주자가 출연해 경제 정책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하는 수많은 콘텐츠가 기획되지만 유독 <삼프로TV>의 인터뷰가 1천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열띤 반응을 이끌어낸 건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나 하나의 사안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의 제약 없이 오롯이 정책에 대한 각 후보의 의견에 집중하는 자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30여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한 사람의 생각을 경청하다보니 각 후보가 바라보는 국정 운영과 정책의 방향이 보였다. <씨네21> 또한 대선 후보들의 문화 정책, 영상 정책을 비중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독자 여러분께 드린다. 이번호에서는 2022년 개
[장영엽 편집장] 2022년의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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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이 꽤 된 집에 살고 있으면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곤 한다. 관리소로부터 공용 파이프가 낡아 누수가 발생해 이를 교체한다며 각 가정의 배관은 알아서 고치라는 통고를 받았다. 수리 전까지 난방이 안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부랴부랴 업체를 알아보니 일이 밀려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단다. 집 떠나길 두려워하는 고양이 두 마리를 힘들게 켄넬에 넣어 어머니 댁에 맡기고 임시 숙소를 찾아나섰다. 열흘 만에 간신히 집을 고친 후 돌아오니 고양이들은 훌쭉해졌고 사람들은 집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 뒤 일주일 만에 전국을 강타한 한파 속 따뜻한 집 안에서 이 글을 쓰며 미리 고장난 난방이 고맙게 느껴졌다. 어차피 고장날 것이라면, 본격적으로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처럼 일어날 일이라면 빨리 일어나는 것이 고마울 때가 있다. 집 떠나 있는 동안 식구들끼리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색다르게 지내보고, 그중 며칠은 호텔에서 호사도 부렸기에 나름의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미리 망가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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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여는 <씨네21>의 첫 스페셜 기획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보고서’다. 산업을 리드하는 대표·임원급 결정권자들의 답변을 통해 데이터로 한해를 전망하는 기획으로, 지난해의 참여자들이 선정한 2021년의 화두 ‘OTT, 극장의 위기, 시네마틱 시리즈, 미드폼, 웹툰 IP’는 지난 1년여간 다양한 사례로 현실화되었다. 올해는 더 많은 전문가들(62인)이 설문에 참여했다. 새롭게 진입한 키워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글로벌’이다. “2019년 <기생충>, 2020년 <미나리>에 이어 2021년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세계적인 열풍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중요한 흐름이자 트렌드”가 되었으며, 2022년은 “특정 작품의 일회성 성과가 아닌 한국 콘텐츠 시장 전체가 글로벌화되는 본격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게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주요 화두로 언급된 키워드도 있다. ‘극
[장영엽 편집장] 2022년, 한국영화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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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에서 방영을 개시한 <설강화>라는 드라마가 있다. 1987년을 배경으로 남파 간첩과 여대생의 사랑을 다루었다고 한다. 방영 전부터 말이 많았다. 올해 초 유출된 초기 시나리오에 대학생인 여자주인공이 남파 간첩인 남자주인공을 운동권인 줄 알고 보호해준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JTBC를 비롯한 제작 관계자들은 시나리오의 일부가 왜곡되어 악소문을 탔을 뿐, 민주화 투쟁을 폄훼하거나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를 미화한 작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주인공은 정말 운동권으로 오해받은 남파 간첩이었다. 이 간첩-운동권 설정은 민주화를 억압했던 독재자와 그를 추종하는 극우 세력의 주장이다.
실제로 독재시대의 많은 민주화 투사들은 간첩이라는 누명을 썼다. 독재정권은 시민 탄압에 북괴 간첩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씌웠다. 조금이라도 민주주의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은 물론이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는 목적의식 없이 평범하게 생활하다 무심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역사를 기록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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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를 관람했다. 토드 헤인스가 <캐롤>을 연출하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던 아티스트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을 좀더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창문, 거울, 쇼윈도 너머로 그가 포착한 뉴욕의 사람과 풍경들을 보니 호기심 많은 내향형 아티스트의 설렘이 보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전시장에서 그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 또한 만날 수 있었다. 사울 레이터 예술 세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무작정 카메라를 챙겨 들고 뉴욕으로 떠난 영국 출신 촬영감독 토마스 리치가 만난 사울 레이터는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55년째 같은 동네에 살며 사람과 사물과 풍경을 찍는 그는 그저 “남의 집 창문이나 찍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자신은 어떤 예술적 운동이나 사조에 동참한 적이 없으며, 세상에 알려지는 걸 바란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돌림노래처럼 반복하는 말
[장영엽 편집장] 노 그레이트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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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경제사 시간에 1929년 대공황과 함께 할리우드의 대약진이 있었다고 배운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 백작과 같은 대표적인 공포 캐릭터들이 이때 스크린을 가득 메웠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비롯해 무성영화의 전성기도 이 시대였다. 공황 때 영화산업이 잘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시절에 정리 해고된 실직자들이 아침에 집을 나와서 비 오는 날에는 등산 대신 극장으로 갔다는 눈물 어린 신화들이 생겼다. 그 이전에 한국영화는 ‘방화’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고난의 경제 위기를 지나고 나서 ‘한국영화’라는 자신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는 “경제 위기=극장 흥행’이라는 공식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국내 극장 배급사에서 코로나19 초기 몇달 동안 그전 3년 동안의 수익만큼 손해를 봤다고 <씨네21> 토론회에서 얘기한 게 기억에 남는다. OTT의 약진으로, 영화의 위기는 아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스크린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