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언제 박차고 나갈까요?”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즈음 한 방송국 PD가 물었다. “아직은 있고 싶은가 봅니다. 영부인 못 건드리는 거 보세요.” 2022년 9월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진상이 더 불거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한 발언이 반박되었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건희’라는 금은 차마 밟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저도 살려고 그랬던 겁니다”?). 탈당을 예고할 무렵에야 야권의 김건희 특검론에 편승했는데, 그때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천사”, “군계일학” 따위의 상찬을 늘어놨다. 고발사주 사건 전날 손준성 검사에게 보낸 이미지 60여장이 뭔지 설명하지 못하는 천사, 딸이 부당하게 만든 스펙을 대입에서 쓰지 않았음을 입증 못하는 일학이라. 그는 대통령을 바로잡으려다 밀려난 게 아니다. 자신이 밀려나는 수준에 맞춰 명분을 갖다붙였을 뿐. 그들이 한창 쿵짝이 잘 맞던 시절은 어땠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윤석열), “20대 여성은 어젠다 형성에서 뒤처져”(이준석), “여(女) 썰고”가 대표작이었다.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등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가 내려졌다는 것은 수사의 명분이 없었음을 증명합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 중이던 2021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교수 부부에 대해 낸 입장이다. 정 전 교수는 그 직전 항소심과 후일 최종심에서 입시 비리 혐의만이 아니라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장내매수 및 범죄수익은닉, 차명계좌 거래, 관련 자료 인멸 교사 등의 혐의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국무총리로서, 또 여당 대표로서 당 주류와 극성 지지층의 허위 선동과 오판에 늘 봉사했다. “어차피 주인공은 다 정해져 있는 거란다” 소리를 듣고 나서야 일행이 아닌 척하는 것이다. 또 다른 탈당자 이원욱 의원은 2023년 8월 입시 비리로 기소된 조민씨에게 “어른으로서 사과”했다. 물증이 확보되고 4년 뒤에야 기소(이 기소편의주의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된 공범에게 사과하며 “이런 실 하나 걸쳐주십사”. 이재명 대표 비판만 하면 쇄신파인가.
“윤석열(이재명)만 아니었으면 국민의힘(민주당)은 쓸 만한 당이었다”고 믿는 이들끼리 이준석(이낙연) 신당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의 신당은 당권 투쟁의 확장이니까. 하지만 궁정 전투로 민란 분위기를 내려는 것은, 이강희나 조 상무 같은 ‘핵관’ 내부자들이 안상구나 주은혜, 우장훈을 연기하는 것은 관객 모독이다. 저들의 폐해는 거대 양당에 몸담고 있을 적 자당의 도덕적 문제를 악화시켰던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들이 수시로 떠들던 ‘공정’이나 ‘청년’에 저소득층/블루칼라/비수도권/소수자들은 없었다. 다수면서도 배제된 2차노동시장과 따로 노는 정치판에 ‘개혁’이니 ‘대안’이니 달달한 것들이 남아 있기는 한가. “번데기 배때지를 갈라봐야 아는 것”이라던 안상구씨도 그냥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 일이다. 김수영의 시처럼, 태국에서 행동전진당이 그랬듯, “바람은 딴 데서” 외부자들로부터 불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