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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올해로 창간 27주년을 맞았다. 매년 생일을 자축하며 <씨네21>을 이만큼 키워준 독자들을 위해 근사한 생일상을 차리는 게 이제는 전통이 되었다. 생일상은 곧 ‘창간기념 특별호’ 제작을 말하는데, 올해도 정말 정성껏 준비했다. 감히 재미있지 않은 페이지는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다. 먼저 1995년 4월생으로, <씨네21>과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이도현 배우가 표지를 장식했다. 굳이 탄생의 순간으로 인연을 엮지 않더라도 <씨네21>이 이도현에게 만남을 청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도현은, <씨네21>이 연말에 진행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설문에서 2년 연속으로 ‘올해 주목할 만한 신인 남자배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기대하는 신인배우라는 뜻이다. 이도현은 현재 송혜교와 함께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글로리>를 촬영 중인데, <태양의 후예>
[이주현 편집장] 스물다섯 스물하나 아니고 스물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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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 망루에는 사람이 있다. 4월1일이면 고공농성 300일을 맞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명재형 동원택시분회장이다.
택시업계의 사납금제도는 널리 알려진 병폐였다. 사납금은 법인택시기사가 회사에 날마다 내야 하는 돈이었다. 아무리 택시를 몰아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택시기사는 오히려 돈을 회사에 갖다줘야 했다. 멀리 가는 손님, 번화가로 가는 손님을 태워야 사납금을 해결할 수 있어 발생하는 골라태우기나 탑승거부, 일하는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이동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해서 발생하는 난폭운전 때문에 불친절과 시민불안의 원흉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사납금제도는 2020년에 법적으로 완전 폐지되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되어 법인택시기사도 수입을 전부 회사에 내고 일정한 급여를 받는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가 도입되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택시발전법)도 개정되었다. 제11조의2를 신설해 택시기사의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했다. 이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잊지 말아야 할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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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공개되는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문나이트>는 여러 다른 자아와 불편하게 공존하며 살아가던 한 남자가 슈퍼히어로로 각성하는 과정을 다룬다. 스티븐, 마크, 문나이트를 연기한 오스카 아이작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해리성 정체 장애를 가진 로버트 옥스남의 자서전을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여러 개의 자아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공포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다중인격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도 물론 여러 개의 자아가 있다.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아우성치는 자아들의 충돌을 제어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가면을 쓰고 매끄럽게 연기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 자아를 퇴근시킨 뒤엔 게으른 자아 모드로 침대에 누워 특별한 자아 발굴에 나선다. 그러니까 가끔은 특별한 코스튬과 막중한 책임감을 두른 슈퍼히어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몸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내부를 기록한 프레더릭
[이주현 편집장] 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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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는데, 정치적으로 나는 우리 집안에서는 돌연변이다. 친가, 외가 통틀어 처음 나온 좌파다. 부모 앞에서는 기능적인 얘기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괜히 뭐라고 해봐야 서로 기분만 상한다. 직업이 경제학자라 회사 고위직들도 자주 만나고, 소위 ‘뱅커’들도 종종 접한다. 직업으로서 나의 일상은 적당한 수의 좌파 그리고 어마하게 많은 보수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보수적인 사람들과 얼굴 붉히지 않고 적당한 에티켓과 거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정권이 바뀔 때가 그렇다.
내가 기억하는 보수로의 정권 교체는 제일 컸던 게 이명박(MB) 당선 때, 이번이 그렇다. 박근혜 당선은 정권 교체는 아니다. 공교롭게 MB가 당선되었을 때 난 40대였다. 나의 화려했을 40대는 그렇게 갔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겪어내기 제일 어려운 보수로의 정권 교체는 이번이 아니었나 싶다. MB 때에는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50~6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청년 보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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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 뒤돌아보지 말고.”(Go. Go now. Don’t look back.) <벨파스트>의 마지막 장면. 카메라는, 고향 벨파스트를 떠날 채비를 하는 아들 가족을 바라보는 할머니(주디 덴치)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타이트하게 잡는다. 슬픔을 삼킨 단단한 표정으로 작별 인사를 건네는 주디 덴치의 얼굴. 흑백이라 더 도드라지는 얼굴의 주름은 오랜 세월 벨파스트에서 살아온 사람, 그곳에 ‘남은’ 사람들의 시간을 스크린에 각인하는 듯해 뜨겁고 뭉클하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촉촉해진 마음으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벨파스트>가 의미 있는 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극장을 나섰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난 후에도 비슷하게 격한 감정을 느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났군! 아니 그런데 왜 칸국제영화제에선 각본상밖에 못 받은 거야?’
시상식의 결과 예측은 늘 어렵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이
[이주현 편집장] 벨파스트, 키이우, 그리고 여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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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올라갔을 때엔 이미 제20대 대선 결과가 나와 있겠지만, 뒤늦게라도 이야기해보자면 이번 대선은 환경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기점이다. 기후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5년은 ‘다음 기회에’를 외치기엔 너무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어차피 지구에는 ‘다음 기회’ 같은 것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최후의 마지노선은 평균 온도 1.5도 상승인데, 그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겨우 7년 정도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환경 재난을 겪으며 기후 정치가 화두에 오른 이유가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그랬… 어야 하지만, 어쩐지 대선을 앞두고 기후 위기 대응을 엄중한 과제로 여기는 사람들은 (후보 본인들을 포함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유세 연설에서도, 텔레비전 토론에서도 기후 이슈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재난의 현실이다. 곽재식 작가가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기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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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씨네21>의 독자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붕어빵을 머리부터 베어 먹는 사람과 꼬리부터 베어 먹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씨네21>도 앞장의 ‘에디토리얼’을 먼저 읽는 독자와 마지막장의 ‘디스토피아로부터’를 먼저 읽는 독자가 있다. 이번주 디스토피아로부터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글이 올라갔을 때엔 이미 대선 결과가 나와 있겠지만….” 필자인 김겨울 작가는 대선 결과 발표 전에 원고를 보내왔고 나는 대선 결과 발표 직후 이 글을 쓴다. 자고 일어났더니 정권이 교체되었다. 출근길. 모바일로 뉴스를 훑다가 잠시 시선을 거두고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어제의 아침과 오늘의 아침은 크게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만물은 변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번 담글 수는 없다”고.
2. 확인해보니 달리기 앱을 마지막으로 켠 게 지난해 10월이다. 진정한 러너는
[이주현 편집장] 변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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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소중한 분들과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특별한 만남의 기억을 작은 선물로 남겨드리고 싶어 찾아보니 선택이 쉽지 않았다. 취향이 있는 분들에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선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기준은 흔하지 않고, 만든 이의 삶이 녹아 있고, 형태가 아름답고, 보관이 가능한 것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오래 사신 분에겐 우리의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모임 후 지역으로 돌아가시는 분에겐 이동 중 상하는 물건도 곤란했다.
검색을 거듭해 찾은 작은 초콜릿 전문점은 상권의 이면 도로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상점 입구에 붙여진 10년의 세월 동안 받은 맛집 인증서들이 역사를 담고 있었다. 차분하고 깨끗한 상점에 예쁘게 진열된, 장인이 정성스레 만든 초콜릿을 장갑을 낀 정중한 점원의 설명을 받고 신중하게 골라 담담한 설명서와 함께 갈색의 아름다운 박스에 담았다. 완벽한 경험은 나중에 찾아본 만든 이의 인생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용돈이 귀하던 어린 시절, 초콜릿은 과자보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오직 하나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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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우크라이나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 핵전쟁과 3차 세계대전이란 무시무시한 말들이 현실의 수면 위로 떠오를 줄은 정말 몰랐다. 그건 영화 속 악당들이나 꺼내는 카드인 줄 알았는데….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도시는 불타고,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는 피난민들의 행렬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마음은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을 서성이지만, 내가 사는 세상과 그들이 사는 세상은 물리적으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지금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국을 위해 자발적으로 총을 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축구 선수도, 테니스 선수도, 오케스트라 단원도 총을 들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영화인들의 안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서 <씨네21>은 우크라이나 감독들에게 연락을 취해보았다.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당신들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고, 무사하다는 말이 담긴 한줄의 글이라도 받고 싶었다. 송경원, 임수
[이주현 편집장] NO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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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의 총파업이 50일을 넘어섰다. 택배노조의 요구사항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해 본사인 CJ대한통운이 직접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월에 택배사들과 한번 합의를 했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물류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안전망 없는 과로로 택배노동자들이 연이어 과로사하자, 택배업 종사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두루 지지하여 일구어낸 성과였다. 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는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 구조개선 비용부담, 성수기 택배사업자 보호, 갑질 방지 표준계약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택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분류작업이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집화나 배달과 달리 책정된 대가가 없는 분류작업까지 택배기사들이 하는 것이 부당하고, 과로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21년 ‘일과건강’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분류작업시간은 택배노동자 노동시간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택배파업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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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 있을까.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황하고, 정의구현과 복수 사이를 오가며 세상 모든 고뇌를 저 혼자 끌어안은 듯한 표정을 짓는 브루스 웨인을 볼 때면 고구마를 먹은 듯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럼에도 <배트맨> 시리즈의 매력을 부인할 순 없다. 배트맨의 매력은 그의 깊고 복잡한 인간적 고뇌가 아니라 사연 있는 남자의 분위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더 배트맨> 예고편은 나를 흥분시키기 충분했다(배트슈트와 배트모빌이 주는 장비의 멋이라든지(전문용어로 ‘장비발’), 고층 건물 꼭대기에서 망토 자락 펄럭이며 어둠에 잠긴 도시를 내려다보는 배트맨의 까만 실루엣엔 취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본 기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는데,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지만 대체로 몰입하기 힘들었다는 쪽과 코믹스 팬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쪽의 감상평을 듣고 나니, 어쨌든 극장으로 달려가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이주현 편집장] 2년차 배트맨의 고뇌와 코로나 3년차 한국영화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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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만들어진 <황혼의 사무라이>를 보았다. ‘황혼’의 의미는 ‘해가 지면 집으로 퇴근하는 사무라이’라는 의미다. 막부 말기, 일본의 봉건제가 무너지면서 무사들이 장부도 정리하고 회계도 하는 사무직으로 밥값하던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어린 딸이 사무라이인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 제가 바느질을 열심히 배우면 나중에 옷을 지어 입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글공부를 하면 나중에 뭘 할 수 있죠?”
아버지는 자기가 <논어>를 읽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바느질처럼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공부를 하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단다. 생각하는 힘이 생기지. 세상이 변한다 해도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그건 여자든 남자든 마찬가지야.”
영화는 이렇게 <논어>도 보고, 글공부도 한 가난했던 딸이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닭도 치고, 물고기도 잡고, 가사도 돕던 사무라이 아버지의 짧았던 생을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마초 자본주의, 일본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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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임기 내 대선을 맞는 기분이 묘하다. 벌써부터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3월9일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게 된다. 개표가 한창일 시점은 기자들의 마감 스트레스가 최고치를 찍을 때인데, 투표 결과를 주시하느라 저하된 집중력이 기사의 질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새 정권에서 영화산업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끝말잇기 같은 걱정의 연속이다. 당장은 이번주 대선 후보들의 문화예술 정책을 살펴보는 인터뷰에서 왜 기호 1번과 2번의 이름은 보이지 않냐며, 정치적 편파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이다.
우선 대선 후보 문화예술 정책 인터뷰는 2주에 걸쳐 나뉘어 실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인터뷰는 한주 뒤인 1345호에 실리니 일주일 더 기다려주시기 바란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씨네21>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주요 네 후보의 문화예술 관련 정책과 철학을 한눈에 비교하는 기회가 될 거라 기대했는데, 윤 후보의 인터뷰 불발은
[이주현 편집장] 심상정의 '세자매', 안철수의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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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식습관을 정비했다. 흔히들 하는 것처럼 식단 관리를 시작한 게 아니라, 원래 소극적으로만 실천하던 채식을 제대로 하기로 했다. 고기 종류를 먹지 않을 뿐 아니라 우유와 계란도 끊었다. 집에 남아 있는 동물성 식재료가 조금 있긴 하지만 있는 걸 소진하고 나면 새로 사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럼 도대체 뭘 먹고 살아? 그게 아마 비건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의 식습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침마다 먹던 그릭 요구르트는 두유 그릭 요구르트로 바꾸었다. 그래놀라도 비건 그래놀라가 많이 나와 있다(어차피 곡류와 견과류니까 동물성 지방을 쓰지 않으면 비건으로 만들기 쉽다). 원래 파스타를 좋아하니까 파스타는 그대로 먹고 있는데 토마토 소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크림 소스는 비건 크림 소스를 사다가 쓰거나 두유와 견과류, 두부를 갈아서 만든다. 운동하고 나서는 두유에 식물성 단백질을 챙겨 먹는다. 카레에 대체육을 토핑해서 먹기도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간결한 삶